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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157화 (157/375)

나 빼고 다 젊은이 157화

제157화

순간 엄청난 속도로 튀어나가는 누렁이(?).

갑자기 몸이 앞으로 쏠리자, 나는 고삐를 힘껏 움켜쥐었다.

이미 마차의 안은 아비규환.

조셉은 어딘가에 부딪혔는지 팔꿈치를 문지르고 있었고, 드레인은 다행히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두 사람은 마차 안에 있는 손잡이를 꼭 잡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일입니까. 어르신!"

"브, 브라더, 왓-더-. 으아악!"

또 한 번 덜컹거리는 마차.

눈앞의 누렁이는 그야말로 미친 소처럼 달렸다.

소가 평소에는 순한 동물이어도 화가 나면 이렇게 무서운 동물이다.

마침 눈앞에 사과를 실은 짐수레가 보인다.

"음모오오!!(뚫고 간다!!)"

"이, 이런 미친…!"

누렁이는 그대로 눈앞의 짐수레에 뿔을 박으며 밀어냈다.

우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짐수레가 밀려났다.

뒤에서 짐수레 주인의 화난 목소리가 들려온다.

"커흠…."

우리는 쉬지 않고 포트렌의 번화가를 질주했다.

많은 유저와 NPC들이 우리를 주목했고, 사람들은 홍해 갈라지듯 갈라졌다.

그러다 문득 눈에 이채가 어렸다.

저 멀리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저놈은…?"

에이단이다.

저 재수 없는 녀석이 왜 여기 있는 거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잘 됐다.

"누렁아."

"음모~!!!(왜 부르냐!!)"

"저 앞에 갈색 옷 입은 놈 보이지?"

"음모오오!!!(안 보인다!!!)"

아, 잊고 있었다.

소는 시력이 안 좋다.

내 기억으로는 색맹이라고 하던데.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조종하는 수밖에.

나는 고삐를 쥐고 살짝 오른쪽으로 틀었다.

정확히 에이단의 일행들이 있는 방향으로.

그리고 곧장 그곳을 향해 외쳤다.

"에이단!"

저 멀리 있는 에이단이 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곧장 가면을 벗었다.

에이단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노발대발하기 시작했다.

내 정체도 모른 체 그렇게 따라다녔으니, 어쩌면 저런 반응도 당연하다.

"허허. 놀라긴."

주변을 호위하던 병사들이 에이단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미친 소가 다가오니 보호하려는 것이겠지.

하지만 내게도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스파이더 클라이밍을 시작합니다.]

[일정 시간마다 마력이 1씩 소모됩니다.]

[양발에 흡착력이 강해집니다.]

흔들리는 마차 위에서 나는 어렵게 중심을 잡았다.

그리고 곧장 양손을 들었다.

"자, 받아봐라."

퓨퓨퓨퓨퓻!

양손에서 발사된 거미줄이 허공을 질주했다.

그리고 그것이 향한 곳은 병사들의 정면.

그들은 날아오는 거미줄을 쳐내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하지만 그게 그들의 실수였다.

"제길! 이거 뭐야!"

"왜 이렇게 끈적해!"

"점점 더 안 떨어져!"

"움직이지 마! 더 엉켜!"

병사들은 어쩌지도 못한 채 그대로 거미줄에 엉켜 넘어졌다.

하긴, 윈디아의 기사들도 무력화시킨 거미줄인데, 놈들이라고 어쩌겠냐만.

그래도 효과 하나는 좋은 것 같다.

진짜 잘 얻었다니까.

"음?"

순간 뒤를 보니 도망치는 에이단이 보인다.

나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

"허허~ 이놈이 어딜 도망가려고."

곧장 거미줄을 에이단에게로 뻗었다.

끈적거리는 거미줄이 날아가더니 그의 등에 찰싹 달라붙었다.

나는 있는 힘껏 당겼고, 에이단은 공중에 붕 뜨며 길 한복판에 넘어졌다.

물론, 그 길은 누렁이가 지나갈 길이다.

"음모오오오!(신난다아아!)"

퍼어억-!

"으아아아악!"

누렁이의 뿔에 받힌 에이단은 그대로 공중을 날았다.

녀석은 그대로 공중에서 3바퀴를 돌더니, 딱딱한 동상이 있는 곳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부딪힌 부위가 좀 민망한 곳이다.

어후야, 아프겠다….

곧장 앞을 보니, 아까 거미줄에 당했던 병사들이 보였다.

새삼 그들의 얼굴이 창백해 보인다.

"히이이익?!"

흐음. 스트라이크나 해볼까.

난 볼링을 잘 치는 편이다.

저번 설날 때 가족들끼리 갔다가 1등 했었지.

* * *

키스는 쓰레기촌으로 향했다.

어두운 밤길은 조금 무서웠지만, 그래도 길은 잘 알고 있어서 넘어질 염려는 없다.

그는 입을 삐죽 내밀며 굴러다니던 돌을 찼다.

"에이, 망할 영감탱이."

오랜만에 끓어오르는 흥이었다.

아직도 손이 다 떨린다.

이게 잭팟의 맛이었구나 싶어서.

촤르르륵하며 쏟아지던 코인을 떠올리면 온몸이 다 짜릿하다.

"크으. 진짜 손맛 죽여 줬는데."

그는 기세를 타고 다른 도박도 즐겨보려 했다.

하지만 망할 영감탱이가 그것을 막았다.

헬레나에게 일러버리겠다니.

진짜 유치한 노인네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한편으론 다행이다.

헬레나가 알았다면 날 가만두지 않았을 테니까.

뭐, 돈을 뜯어내기 위해 억지로 귀부인들과 친한 척을 한 것이지만, 어쨌든 그녀가 봤다면 엄청 혼냈을 것이다.

"큼. 그래. 좋게 생각하자."

키스는 힘차게 발걸음을 옮겼다.

조금 더 걷다 보니 쓰레기촌 어귀가 보였다.

저 멀리 마을이 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왜 이렇게 밝은 거지?"

지금은 분명 밤이다. 위를 보면 달도 떠 있고, 드문드문하지만 별도 보인다.

이곳은 포트렌과는 달리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수한 맛이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보이는 광경은 대체….

"꺄아아악!"

멀거니 들려오는 비명소리.

불안함이 밀려온다.

쿵쿵 뛰는 심장 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습격이 있었던 걸까?

그렇다면 쓰레기촌이 위험하다.

그녀를 구해야 한다.

그래도 자신에겐 헬레나뿐이니까.

"헤, 헬레나!"

키스가 뛰었다.

마을에서는 불길이 치솟았다.

* * *

쓰레기촌에 도착한 케레노스는 싸우고 또 싸웠다.

확실히 몬스터가 아닌 인간을 상대하는 것은 힘들었다.

그것도 평범한 인간이 아닌 불사의 인간들.

그들은 다수의 싸움에 익숙한지 호흡이 아주 좋았다.

케레노스가 창을 거머쥔 채 숨을 헐떡였다.

"허억. 허어억."

이미 주변은 무너진 건물 잔해들이 가득하다.

다행히 중간에 크리스탈과 만나 마을 사람들은 뒤로 피신시켰지만, 모두를 지키진 못했다.

그것이 케레노스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그 아련한 마음이 물밀 듯 밀려왔다.

그때, 누군가 말을 걸었다.

"어디서 굴러먹던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법이군."

"허억. 넌 누구지?"

케레노스의 물음에 가운데 있던 남자가 대답했다.

"나는 최불룡이다."

별안간 최불룡이라고 대답한 그 남자는 불타는 대검을 들고 있었다.

아까 언덕에서 외벽을 한방에 무너뜨렸던 게 저놈인 것 같다.

지금 자신이 고전하는 것도 모두 저 남자 때문이다.

그의 화염은 굉장한 고온을 지니고 있었고, 자신의 폭풍창과는 상성이 아주 안 좋았으니까.

'제길.'

기술을 쓸 때마다 하얀 불꽃이 바람을 집어 삼켜버리는데,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뒤쪽에는 크리스탈이 엄청난 범위의 보호막을 펼치고 있었다.

저번에 왔을 때 얼핏 봤지만, 다시 봐도 대단한 힘이다.

듣자 하니 영감님과 함께 북극에서 얻은 힘이라던데.

이럴 줄 알았으면 같이 따라갈 걸 그랬다.

그럼 지금 같은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니까.

"어딜 보는 거냐."

"……!"

잠깐 정신이 팔린 사이 최불룡이란 남자가 달려들었다.

케레노스는 그의 대검을 창대로 어렵게 막았다.

엄청난 열기. 손이 녹아버릴 것 같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창을 놓치면 끝장이니까.

"으으윽!"

"하하하. 좀 지쳤군."

"크으윽. 닥쳐라!"

케레노스는 있는 힘껏 창대를 위로 들어 올리며 그를 밀어냈다.

그러자 이번엔 주변에 있던 놈들이 덤볐다.

케레노스는 또 한 번 창을 휘둘렀다.

동시에 폭풍창의 첫 번째 묘리를 펼쳤다.

"폭풍창 제1식."

휘몰아치는 바람의 마력.

주변에 있던 바람들이 자신을 향해 모이기 시작했다.

그 어지러운 사위 속에서 케레노스는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그때였다.

"어허."

채애앵!

제길.

또 이놈이다.

그의 대검이 자신에게 다가올 때마다 케레노스는 힘을 쓸 수 없었다.

고열의 화염이 주변의 공기를 흡수하며 사라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지. 영감탱이는 어디 있지?"

"……."

지금 이 자가 묻는 사람은 포트렌으로 떠났던 영감님이다.

그는 아까 전 크리스탈을 보더니 갑자기 화를 냈었는데, 그 뒤로 계속 그분을 찾고 있다.

아무래도 원한 관계인 듯하다.

"글쎄. 잘 모르겠는데."

"하하하. 재밌군. 좋아. 그럼 내 힘으로 찾지. 광염의 투사."

그의 주변으로 백색의 화염이 요동치더니 엄청난 열기를 내뿜었다.

케레노스는 순간 시야가 흐려졌다.

이내, 눈앞에 있던 남자는 백색의 화염을 입고 있었다.

순간 쥐고 있는 창대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참을 수 없는 온도에 그만 창을 놓고 말았다.

"으으윽!"

뒤로 물러난 케레노스는 손바닥을 확인해보았다.

얼마나 뜨거웠는지, 새빨간 화상 자국이 일자로 선명하게 나 있다.

하지만 창을 잡을 수도 없다.

녹아버린 창대가 부러지며 반 토막이 되었으니까.

"죽어라."

"……!"

어느새 다가온 불타는 대검이 자신의 머리 위로 내리쳐졌다.

하지만 막을 방법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케레노스는 눈을 질끈 감았다.

여기까지구나 생각하면서.

팅-!

"……?"

감았던 눈을 뜨니 무형의 보호막이 자신의 앞을 막고 있었다.

케레노스는 곧장 뒤를 보았다.

크리스탈은 여전히 그곳에 있다.

그녀가 아니라면 대체 누가…?

"푸웅!"

아래로 시선을 내리니 풍희가 보였다.

아무래도 아까 그 보호막은 이 녀석이 만들어낸 모양이다.

위험하니까 피해있으라 했더니.

왜 온 거야. 젠장.

"뭐야, 이 쥐새끼는? 어떻게 내 대검을 막은 거지?"

풍희가 만들어낸 보호막은 힘 없이 흩어졌다.

아직 힘이 약해서 그런지 한 번밖에 막지 못했다.

최불룡이 미간을 찌푸리며 풍희를 보았고, 그는 갑자기 나타난 풍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그때였다.

"푸우우웅~!"

별안간 풍희가 볼을 빵빵하게 만들더니, 바람이 휘몰아쳤다.

그것은 이내 하나로 뭉쳐 허공에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케레노스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뭐야. 이거."

* * *

순식간에 포트렌을 빠져나온 나는 계속해서 소를 몰았다.

포트렌의 경비병들이 뒤쫓아오려 했지만, 역시나 거미줄이 유용하게 쓰였다.

사실 누렁이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쫓아오지 못한 게 컸지만.

"어, 어르신. 이제 천천히…!"

뒤에서 조셉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나서야 나는 누렁이를 진정시켰다.

뒤를 보니 그들의 안색이 창백하다.

난 재밌었는데, 이들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문득, 하늘에서 구루룩-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까부터 하늘에서 쫓아오던 부엉이.

아직 이름을 지어주지 못한 레추자였다.

"으어어. 죽겠네…. 그 부엉이는 뭡니까. 어르신."

"이거? 아까 그 코인 환전소 옆에서 하나 구한 거다."

"아, 그 아울루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뭐, 그렇지."

사실 레추자라고 설명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

서둘러 쓰레기촌으로 가야한다.

아까부터 수정이에게 귓속말이 오고 있는데, 제법 상황이 급박해 보인다.

"숨 골랐으면 다시 타라."

"예? 벌써요?? 우웁."

"그래. 쓰레기촌이 위험하다."

"아이씨 진짜…."

조셉은 투덜거리며 다시 마차에 올랐다.

드레인은 내릴 기운도 없는지, 손 끝 하나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왠지 말만 걸어도 토할 것 같은 표정.

…말을 안 거는 게 좋겠군.

그렇게 다시 이름 없는 레추자에게 생닭을 던져주고는 누렁이의 고삐를 쥐었다.

하지만 그때 메시지가 도착했다.

[바람의 신수, '풍희'가 새로운 능력을 각성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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