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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151화 (151/375)

나 빼고 다 젊은이 151화

제151화

나는 에이단의 뒤를 따라 경매장으로 장소를 옮겼다.

걸으면서 그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이곳 암시장에 존재하는 경매장은 바깥의 경매장과는 차원을 달리한다고 한다.

물건의 질이 다르다나 뭐라나.

아무튼 중요한 정보를 하나 얻었다.

생각보다 많은 유저들이 이곳을 이용하고 있었다는 것.

"어쨌든 결론만 말하자면 암시장의 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년쯤 2등성의 스타 프루츠가 올라온 적이 있었는데, 무려 5천만 달러에 낙찰되었다더군요. 저는 불사의 인간이 아니라서 스타 프루츠를 먹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하하."

맙소사.

5천만 달러라니….

그럼 내가 먹은 0등성은 대체 가격으로 환산하면 얼마란 말인가.

"근데 불사의 인간이 아니면 스타 프루츠를 먹을 수 없습니까?"

"그렇습니다. 모르셨나 보군요. 저희처럼 처음부터 이 세계에 존재하던 자들은 그것을 먹을 경우 '별의 저주'에 걸리고 맙니다. 최근에 있었던 일입니다만…."

그는 계속해서 주저리주저리 얘기했다.

아까 쓰레기촌 주민을 쫓아냈다고 했을 때부터 자꾸 친한 척을 하는데 귀찮아 죽겠다.

나는 듣고 싶은 말만 들으며 계속 흘렸다.

"아무튼 스타 프루츠는 별의 저주라는 말도 있고, 신의 저주라는 말도 있고, 여러 가지 학설이 있습니다만…. 아, 혹시 그거 아십니까?"

"무얼 말이오."

"제 사촌인 카이단이 이번에 콜로세움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녀석이 이번 콜로세움의 우승 상품으로 스타 프루츠를 걸었다고 하더군요. 하하. 미친 녀석입니다. 그거 팔기만 해도 엄청난 돈일 텐데."

이것 또한 새로운 정보다.

콜로세움의 우승자에게 그것을 준다니. 이거 재밌네.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하하, 별말씀을. 아, 마침 다 왔군요. 이곳입니다."

그의 시선을 따라 가보니, 돔 형태를 한 중형 건물이 하나 서 있었다.

생각보다 크진 않지만, 그래도 중형 마트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돈을 꽤 많이 투자했는지, 화려한 외관이 멋스럽다.

…어마어마하네.

누군가 다가온 건 그때였다. 그는 입구에서 입장권을 팔고 있던 자 중 한 명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에이단 님."

"경매를 보러왔다."

"귀빈석으로 모시겠습니다."

그가 무분별한 입장을 막기 위해 쳐놓은 끈을 풀더니, 나와 에이단을 안내했다.

뒤에서 유저들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진다.

"뭐야, 귀족인가?"

"쳇, 누군 한 시간 기다려서 들어가는데."

"상인을 할 걸 그랬나."

잠깐 투덜거린 그들은 대수롭지 않게 다시 고개를 돌렸다.

아마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 모양이다.

잠시 후.

우리들은 2층 귀빈석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하. 편히 앉으십시오. 가끔 제가 귀족들과 함께 오는 곳입니다."

에이단의 말에 나는 적당한 의자에 앉았다.

무대가 가장 잘 보이는 자리.

그가 무언가를 건넸다.

"이걸 쓰십시오. 확대 마법이 걸린 안경입니다. 잘 안 보이실 테니 이걸 쓰시는 게 좋을 겁니다."

…확대 마법이라. 굳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지금 내겐 초감각으로 올라간 시력이 있다.

무대가 꽤 멀리 있지만, 조금만 집중하면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볼 수 있다.

"아닙니다. 평소에 눈이 좋아서 훤하게 보입니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습니다."

그는 재차 내게 권유했지만, 나는 계속해서 거절했다.

그가 옅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쩔 수 없군요. 아, 그 가면은 안 벗으실 겁니까? 여기선 벗어도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만."

순간 어깨를 움찔했다.

지금 여기서 가면을 벗었다간 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간다.

살짝 뒤를 보니, 에이단을 경호하는 자들이 여전히 있었다.

그들은 NPC였지만, 하나하나가 200레벨을 상회 하는 자들.

몬스터가 아니라 지능이 있는 NPC인 것을 생각해보면 체감 레벨은 훨씬 높을 것이 분명했다.

"크흠. 제가 얼굴에 화상이 있습니다."

"아, 그러셨군요.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휴우. 잘 넘어간 것 같네.

살짝 목소리를 긁었을 뿐인데도 녀석은 여전히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이쯤 되면 내가 연기를 잘하는 건지, 에이단 놈이 멍청한 건지 헷갈린다.

- 지금부터 오늘의 마지막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내빈 여러분들께서는 자리에 착석해주시기 바랍니다.

매혹적인 여인의 목소리가 장내를 울린다.

자세히 보니 아까 잭팟이 터졌을 때 에이단과 함께 찾아온 그 여인.

나는 천천히 무대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전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아, 예."

에이단이 사라지자, 나는 곧장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아까 전 주근깨 소녀에게 샀던 꼬치구이를 꺼내 입에 물었다.

사르르 녹는 고기와 양념 맛이 일품이다.

"냠, 배고파 뒤지는 줄 알았네."

[당신의 포만도가 상승합니다.]

* * *

레이나와 데미안.

그리고 라인하르트는 경매가 시작된다는 방송에 곧장 자리에 앉았다.

현재 그들이 앉아 있는 곳은 바로 판매자들을 위해 마련된 가장 뒤편의 좌석.

그들은 각자에게 지급된 확대 마법이 걸린 안경으로 무대를 훑었다.

하지만 레이나는 다른 것을 보고 있다.

정확히는 무대가 아니라 남자들.

"후훗. 여기 마음에 들어. 싱싱한 것들만 있구나."

지금 그녀가 보고 있는 것은 무대 위에 올라있는 한 직원 NPC다.

참고로 그녀는 잘생긴 남자를 좋아한다.

그 대상이 젊으면 젊을수록 더더욱.

"으하하! 레이나! 정말로 네 폭염심장은 싱싱한데!"

옆에서 라인하르트가 호탕하게 웃었다.

아무래도 저 근육 바보는 내가 무대 위에 놓인 폭염심장을 보고 있다고 착각한 것 같다.

'하아. 저 바보는 몸은 좋은데 얼굴이 못생겼단 말이지.'

그것이 그녀가 라인하르트를 좋아할 수 없는 이유였다.

그래도 얼굴은 자세히 보면 봐줄 만도 한데, 저 대머리가 문제다.

레이나는 대머리를 죽도록 싫어한다.

왜냐하면 그녀의 아버지가 대머리였으니까.

'으으, 진짜 싫어.'

그녀는 아버지가 학교로 찾아오는 것이 죽도록 싫었다.

친구들이 아버지가 대머리라며 놀렸기 때문이다.

레이나의 기억 속에는 아직도 대머리에 대한 트라우마가 남아있다.

그것도 아주 강렬하게.

"휴. 빨리 탈모치료제가 개발되어야 할 텐데…."

"음? 레이나! 나한테 뭐라고 했냐?!"

"아니야. 그냥 너 멋있다고."

"크하하하! 고맙다! 레이나! 사랑한다!"

"하아. 나는 좀 생각해볼게."

그렇게 이상한 대화를 주고받는데, 별안간 뒤에서 데미안이 말을 걸어왔다.

그는 자신의 바로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레이나. 정말 후회 안 하겠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는데."

"아니야. 저건 파는 게 나아. 난 그렇게 결정했어."

"그래. 그럼 더 묻지 않을게."

사실 처음엔 조금 혹하기도 했다.

그래서 폭염심장을 거머쥐었고, 몇 분간 고뇌도 해보았다.

하지만 단점이 너무 많았다.

'미노타의 힘 중 하나를 랜덤하게 얻을 수 있는 건 좋지만 화염 속성에 대한 영구적인 고정이 문제야. 그리고….'

가장 중요한 큰 단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저걸 먹으면 스타 프루츠를 먹을 수 없다는 것.

눈앞에 뜨는 시스템 메시지는 분명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저건 파는 게 나아. 나는 꼭 스타 프루츠 능력자가 되고 싶으니까 말이야.'

- 그럼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첫 번째 물품은 바로 이것입니다.

아까 방송을 하던 여인이 앞으로 나서며 물품을 중앙으로 가져왔다.

그러자 사람들의 탄성이 터졌다.

과연 경매의 첫 타자로 손색이 없는 영웅 등급의 무기.

하지만 아까부터 거슬리는 것이 있다.

바로 경매사로 나선 여자의 상체. 그리고 그것을 강조한 풍부한 드레스.

"저거 한 거 같은데."

레이나는 괜스레 자신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짜증 나."

* * *

그 무렵 최불룡은 경매장의 가장 중앙 자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주변을 보니 제법 많은 사람들이 왔다.

아마 그들 중 대부분은 미노타의 폭염 심장을 노리고 온 자들.

엄청난 화제를 낳았던 몬스터인 만큼 미노타의 폭염 심장은 무수한 화제를 낳았다.

처음 경매장에 등록되었을 때 아.스.라. 커뮤니티가 들썩거릴 정도였으니까.

'제기랄. 물품의 정보가 다 공개되는 건 좀 짜증나네.'

원래 경매장은 경매가 시작되기 전 물품의 정보를 대부분 공개한다.

그래야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으니까.

물론, 그것 때문에 자신이 이곳에 찾아올 수 있었지만, 다시 말하면 그것은 적들이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많은 놈들이 다 내 적이다.

'절대로 뺏기지 않는다. 오늘을 위해 사업하는데 쓸 비자금도 빼왔다고. 절대로 네놈들한테는 줄 수 없다.'

최불룡은 굳게 마음을 다잡았다.

마침 첫 번째 경매가 시작될 모양이다.

- 첫 번째 물품은 바로 '다크문 처형자의 도끼'입니다. 이것은 뱀파이어들의 영지인 다크문에서 활동했던 처형자의 도끼로 그 성능은….

경매사의 말이 이어졌다.

최불룡은 저 여인을 잘 알고 있다.

그녀는 바로 마담 라냐.

최근에 등록한 암살자 길드를 암묵적으로 지원하고 뒤에서 운영하는 여자다.

이곳 암시장에선 경매사로 일을 하고 있는데, 아.스.라. 커뮤니티에선 꽤 유명한 여인이었다.

가끔 그녀의 사진이 자주 올라오곤 하니까.

팬층이 제법 두터운 걸로 알고 있다.

'이렇게 보니까 이쁘긴 하네. 어우, 저 드레스는 진짜….'

최불룡이 흐르는 침을 닦았다.

마침 주변에 있던 자들이 번호판을 들기 시작했다.

- 코인 1개. 1개 나왔습니다.

- 2개 나왔군요. 더 있으신가요?

- 3개 감사합니다.

- 자, 4개 가보겠습니다. 4개 있으신가요?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코인 숫자를 적어서 번호판을 들었다.

역시 이곳 경매장은 바깥과는 차원이 다르다.

오고 가는 판돈이 10만 달러씩 올라가니까.

-자, 10개. 11개 있으신가요? 없으십니까? 그럼 낙찰하겠습니다.

땅땅.

라냐가 나무망치를 두드렸다.

곧장 구매자가 무대 위로 올라왔고, 판매자 또한 앞으로 나왔다.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코인과 물품을 교환했다.

이것은 암시장의 오래된 전통과도 같은 것이라고 하는데, 신뢰를 위한 거라고 한다.

저런다고 신뢰가 쌓이는지는 모르겠지만.

- 이어서 두 번째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물품은….

경매는 꽤 오랜 시간 지속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5번째.

그토록 기다리던 물건이 나올 시간이다.

최불룡은 이것을 정말 학수고대하며 기다렸다.

지금 손에 쥐여진 코인의 숫자는 무려 150코인.

아까 에이단에게 받은 1000만 달러와 담배사업으로 생긴 비자금 500만 달러를 챙겨왔다.

그것도 오늘을 위해서.

'후후. 아마 이곳에 나보다 많은 돈을 가진 놈은 없을 테지.'

물론 가끔 포트렌의 귀족들이 끼는 경우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그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돈.

자본이 곧 힘인 이곳에서 그들에게 강함을 추구할 수 있는 무기나 방어구, 그 외의 잡다한 것들은 무용한 것이었다.

'후우. 그래도 취미로 수집하는 놈이 있긴 하다던데. 오늘은 없길 바라는 수밖에.'

쉬는 시간이 끝나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최불룡은 떨리는 마음으로 무대를 바라봤다.

- 드디어 대망의 마지막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이것을 보기 위해 오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마담 라냐가 또각또각 구두소리를 내며 걸어가더니 물품을 끌고왔다.

사람들의 탄성이 크게 들려왔다.

"오오! 저것이 바로 제우스 길드와 다크울프가 잡았다는 미노타의 폭염 심장인가!"

"놀랍군. 과연 그 명성 그대로야."

"오늘 꼭 낙찰받고 싶군."

"후후. 기대되는걸."

많은 이들의 탄성 속에서 최불룡은 정보창을 확인했다.

[미노타의 폭염 심장]

등급: 전설

사용 제한: 화염내성 50% 이상

마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우마왕의 아들.

미노타의 힘이 응축된 '폭염'의 힘이 깃든 심장이다.

이것을 먹어 힘을 얻기 위해선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미노타의 힘 중 하나를 랜덤하게 획득 가능.

-영구적으로 기본 공격이 화염 속성으로 고정됨.

-화염 내성 100%까지 상승.

'과연 명불허전이로다.'

많은 말이 필요 없이 경매는 빠르게 시작되었다.

-자 그럼 낙찰을 시작해보겠습니다. 판매자가 원하는 최저 가격은 50코인부터 시작입니다. 자, 51코인 있습니까?

과연 비싼 아이템이다.

50코인이면 500만 달러.

현금으로 따지자면 2500만 원이다.

참고로 저번에 잃어버린 이프리트의 팔찌는 2000만 원을 호가했다.

'젠장. 내 이프리트 팔찌…. 다시 생각해도 열 받네.'

- 자, 51코인 나왔습니다. 52코인 있습니까?

- 55코인이 나왔군요! 55코인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 56코인! 57코인! 58코인!

코인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최불룡에겐 우스운 숫자다.

그는 번호판에 주어진 펜으로 숫자를 썼다.

그리고 번쩍 들었다.

- …100, 100코인! 100코인 나왔습니다!

그와 동시에 사람들이 술렁인다.

최불룡의 양 어깨가 산이 들어간 것처럼 우뚝 솟았다.

'후후. 니들은 이만한 돈 없지?'

아마 이것보다 더 나올 순 없을 것이다.

설사 있더라도 자신에겐 50코인이나 더 있다.

- 100코인입니다. 더 하실 분 없습니까?

더 없는 걸 보면 이것에 관심을 보이는 귀족 또한 없는 것 같다.

불행 중 다행.

아무리 봐도 나의 승리인 것 같다.

하지만 그때였다.

웬 직원 하나가 갑자기 무대로 올라오더니, 마담의 귀에 속삭였다.

그녀가 몇 번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 어…. 귀빈실에 손님께서 부르셨습니다. 110코인.

"뭐?!"

최불룡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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