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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148화 (148/375)

나 빼고 다 젊은이 148화

제148화

대륙 최대의 카지노를 추구하는 포트랜드.

그곳을 상징하는 심볼은 바로 6개의 꽃잎이다.

이것은 바로 '망우초'라는 꽃인데, 6~8월이면 군락을 지어 피는 야생화로, 꽃말은 소망이 이루어짐. 그리고 욕망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에이단은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근심 걱정을 잊고 바라던 바를 이루라는 뜻으로 이런 심볼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심볼이 걸려있는 방.

[노블레스 룸].

평소에는 가까운 귀족들을 모아놓고 회의를 하는 방이지만, 지금은 오직 카지노의 주인인 자신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방이었다.

그리고 에이단은 지금 그 망우초로 만든 담배를 피고 있다.

"후우우. 이게 그 신상 담배인가? 그 이름답게 모든 근심을 잊게 만들어 주는 것 같군. 아주 마음에 들어."

"마음에 드시다니 다행입니다."

건너편에 서서 고개를 숙이는 여인의 이름은 라냐.

이곳 카지노에 숨겨진 암시장을 운영하는 실질적인 지배자라고 할 수 있는 여인이었다.

그녀는 암시장의 경매를 직접 주도하는 마담으로 활동하기도 하지만, 그 진정한 정체는 암시장에 숨어서 활동하는 암살자 길드를 지원하고, 의뢰를 받아 연결해주는 무서운 일을 하고 있었다.

"암살 의뢰를 해야겠다. 괜찮은 자들을 연결해주면 보수는 섭섭지 않게 챙겨주지."

"알겠습니다. 혹시 대상이 누구인지 가르쳐 주실 수 있습니까?"

라냐의 물음에 에이단은 눈앞에 있는 술을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고 제법 강하게 내려놓으며 눈가에 핏발을 세웠다.

"헬레나."

"……!"

"흐흐, 뭘 그리 놀라나. 설마 내가 아내였던 여자를 말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지?"

라냐의 눈은 잠깐 휘둥그레지더니, 자신과 눈을 마주치자 다시 고개를 숙였다.

에이단은 그 모습이 흡족스러웠다.

"큭큭. 모든 여자들이 자네처럼 고분고분하면 좋을 텐데 말이야."

"과찬이십니다. 마침 새로 등록한 암살자 길드가 있는데…."

"그래? 실력이 괜찮은가?"

"좀 독특한 자들입니다."

"그게 무슨 뜻이지…?"

에이단이 묻자, 라냐가 대답했다.

"이들은 암살뿐만 아니라, 돈만 주면 그 어떤 악행도 서슴지 않고 대신해준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습니다. 평범한 암살자 길드들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지요."

"호오. 그래? 흥미가 생기는군."

"아까 피셨던 망우초 담배도 이 자들이 가져온 것입니다. 직접 조제했다하더군요."

"재밌는 자들이군. 좋아 이 자들로 해보지. 당장 연결시켜줘."

"알겠습니다."

라냐가 짧게 고개를 숙인 뒤 사라졌다.

그리고 5분이 지났을까.

다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똑똑.

"들어와."

문이 열리며 들어온 것은 아까 전 나갔었던 라냐였다.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것은 두 사람.

한 명은 덩치가 큰 것이 곰처럼 체격이 좋아 보였고, 바로 옆에 있는 남자는 날카로운 인상에 굉장히 피곤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라냐가 말했다.

"이자의 이름은…."

"안녕하십니까. 최불룡이라고 합니다."

별안간 최불룡이라는 사내가 라냐의 말을 가로채더니 자신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는 아까 전 체격이 좋다고 생각했던 자였다.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고개를 숙이는 것이 제법 예의를 아는 자다.

에이단은 라냐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으니 나가보라는 의미.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끼익-

문이 닫혔다.

* * *

"일단 앉지. 이름이…."

마담 라냐의 연락을 받고 온 최불룡은 에이단이 자리를 권하자, 잽싸게 앉았다.

"최불룡이라고 합니다."

"그래. 최불룡. 발음이 어렵군. 혹시 불사의 인간인가?"

"맞습니다. 다음 대 상왕으로 가장 유력하신 에이단 님을 만나 뵙게 되어 무한한 영광입니다."

최불룡은 다시 한번 깍듯하게 예의를 차려서 말했다.

눈앞의 NPC는 다음 대선에서 상왕(商王)으로 가장 유력한 인물.

이렇게 아부를 떨어두면 언젠가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다행히 에이단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귀족에 대한 예의를 아는군. 마음에 들어. 그래. 옆에 자넨 이름이 뭐지?"

"아, 여기는 그…."

에이단이 다리를 꼬며 옆에 있는 윤서원을 가리키자, 최불룡은 대신 대답하려 했다.

하지만 윤서원이 손을 들어 자신을 막았다.

"코카인이라고 합니다."

"그렇군. 근데 자네도 암살자 출신인가? 왠지 좀 약해 보이는데…."

"전 암살자가 아닙니다."

"음…? 그럼 여긴 어떻게 온 거지?"

찌푸려지는 에이단의 미간에 최불룡이 재빨리 대답했다.

"저랑 함께 일하는 동업자입니다."

"동업자? 그게 무슨 뜻이지…?"

"실은 저희가 담배 사업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아, 들었네. 망우초 담배였지. 펴봤더니 제법 괜찮더군."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군요. 사실 에이단 님을 뵙고자 한 것은…."

"아아, 됐네. 자네가 이렇게 아부하는 건 뻔하지. 혹, 담배에 대한 상업적인 허락을 원하는 것이라면 되었네. 난 오늘 그것 때문에 온 것이 아니니 더 말하지 말게."

'제길.'

누가 상인 출신 아니랄까봐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빠르다.

최불룡은 잠깐 표정이 썩어들어갔지만, 이내 다시 눈웃음을 되찾았다.

"그럼 저흴 부르신 연유는…."

"암살을 좀 해줬으면 좋겠군."

암살이라는 말에 최불룡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대상이 누구입니까."

"내 둘째 부인이었던 헬레나."

"예…?"

생각지도 못한 말에 최불룡이 동공이 커졌다.

그것은 옆에 있던 윤서원도 마찬가지. 에이단의 말이 이어졌다.

"돈만 주면 어떤 악행도 서슴지 않고 한다면서?"

"예? 아, 예. 그건 저희 특기이긴 합니다만…."

"천만 달러."

"처, 천만 달러요?"

"너무 작나? 그럼 2천만으로 하지."

귓속말이 온 것은 그때였다.

바로 건너편에 앉은 윤서원에게서 온 것.

-코카인: 형. 무조건 수락해요. 당장!

-최불룡: 야, 그래도 이게 돈이 갑자기….

-코카인: 무려 2천만 달러라잖아요. 뭘 망설여요? 이거 현금으로 전환하면 1억이라구요!

그건 자신도 알고 있다.

아크스타의 화폐인 달러와 현실의 돈에 대한 교환 비율은 1:5.

정말 말도 안 되는 비율 탓에 많은 이들이 이곳 세상에 뛰어들었다.

오죽하면 청년과 노인의 취업난을 유니온에서 한꺼번에 해결했다고 찬사를 하겠는가.

환전은 모두 회장인 '이건명'의 명령으로 유니온 소속 은행에서 해주고 있었다.

자기가 번 돈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는 대신 이렇게 하겠다나 뭐라나.

아무튼 최불룡 또한 자주 애용하고 있었고, 단골 고객이라 등급이 꽤 높은 편이었다.

퀘스트 창이 뜬 것은 그때였다.

띠링-!

[귀족 퀘스트 – 포트렌의 귀족 에이단의 암살 의뢰]

난이도: A-

무역 도시 포트렌에서 다음 대 상왕(商王)으로 가장 유력한 에이단이 당신에게 암살 의뢰를 했다. 그 대상은 바로 그의 둘째 부인이었던 '헬레나'. 그녀를 죽여 에이단의 눈에 든다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완료 조건: 헬레나의 죽음 0/1

*보상: 에이단의 신뢰, 2천만 달러.

'음….'

최불룡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

보상은 에이단의 신뢰와 2천만 달러.

침이 꼴깍 삼켜질 정도로 먹음직스러운 보상이지만 많은 생각이 들었다.

1억이 어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최불룡은 나름 사업수완이 좋은 편이었다.

그는 결단을 내렸다.

"돈은 절반인 1천만 달러로 받겠습니다."

"호오."

"대신 성공한다면 저희들에게 포트렌 담배에 대한 독점권을 주십시오."

"흐음. 또 그 얘기군. 독점권이라…."

예상치 못한 제안이었는지 에이단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는 이마의 주름을 깊게 만들더니 턱수염을 쓸며 중얼거렸다.

"지금 포트렌의 담배는 조카인 갈단이 맡고 있는데…."

몇 번 더 중얼거리던 그는 자신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내가 허락한다면 수입의 얼마를 줄 거지?"

"조카이신 갈단님과 똑같이 수입의 절반을 드리겠습니다."

"흐음. 절반이라…."

이미 시장조사는 끝내놓았다.

현재 포트렌에 있는 담배는 아이올리아를 갈아 만든 것.

주변 환경에 따라 피는 맛이 달라지는 신기한 담배였는데, 최근 화산폭발로 인해 주변 공기가 안 좋아지면서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파르타 공국에서 기계 담배를 들여오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데, 누가 가상현실에서까지 그걸 피겠냐고.

자신이라도 그건 안 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만든 망우초 담배는 다르지.'

망우초는 마약 같은 중독성을 지녔지만, 마약이 아니었다.

그것은 크나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었고, 맛도 훌륭한 것은 덤이었다.

담배라서 몸에 안 좋기는 하지만 아이올리아 담배는 모든 능력치의 10%를 일시적으로 감소시키는 반면, 망우초 담배는 무려 절반인 5%의 감소치만을 가졌다.

충분히 상품성이 있는 것이다.

"좋아. 내가 펴보니 꽤 맛이 좋더군. 충분히 상품 가치가 있어 보여. 그렇게 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대신 확실히 해야 할 거야. 실패한다면 자네들은 이곳 포트렌에 발도 못 붙이게 되겠지."

"명심하겠습니다!"

"흠. 돈은 선불로 주지. 투자금이라고 생각해도 좋고. 마담에게 얘기해놓을 테니 돈은 알아서 찾아가게. 아, 내 저택에 담배 100보루 정도 보내놓고."

"물론이지요! 감사합니다!"

과연 포트렌 자본력 2위의 위엄이다.

1천만 달러 정도는 우습다 이건가. 남자가 이렇게 한번 거창하게 살아 봐야 하는데….

띠링-!

[퀘스트의 보상이 일부 변경됩니다.]

[2천만 달러 ->   '1천만 달러'로 변경됩니다.]

[추가 보상으로 '포트렌 담배 독점권'이 주어집니다.]

- 코카인: 이야!!! 불룡이 형 대박!!!

- 최불룡: 봤냐. 짜식아. 사업은 이렇게 하는 거야.

- 코카인: 하하하. 이제 담배 독점권을 얻는 일만 남았네요!

- 최불룡: 이제 우리 앞길은 탄탄대로다. 흐흐흐.

- 코카인: 제 람보르기니로 달리시죠!

현재 담배를 제조하면서 든 돈은 모두 대출을 통해 얻은 것이다.

저번에 이프리트의 팔찌를 잃어버린 후 또 한 번의 대출이었지만, 이번엔 아이템을 사는 것이 아니라, 담배를 제조해 파는 것이었다.

오히려 돈을 더 벌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포트렌은 자본주의 도시지. 만약 여기서 수입의 절반을 떼어주더라도 크게 이문이 남는 장사야. 지금은 대출 이자 갚기도 빠듯하지만, 독점권을 얻을 수 있다면 떼부자가 되는 건 시간문제야.'

이미 윤서원과도 얘기를 마친 상태다.

그는 자신이 하는 사업에 더 투자해서 키워낸 다음 프랜차이즈처럼 운영하고 싶다고 했다.

성신그룹의 회장인 윤석철이 지원을 약속했으니, 잘 되는 건 따놓은 것이나 다름없는 양상.

에이단이 말했다.

"아, 대신 추가적으로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네."

"예? 어떤…."

"음, 그건 말이지."

누가 문을 두드린 것은 그때였다.

끼익- 하며 문이 열리더니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아까 전 자리를 피해주었던 마담인 라냐.

그녀가 에이단을 보며 말했다.

"저기…."

"무슨 일이지?"

"음. 그게…."

라냐가 망설이자 에이단의 미간이 찌푸렸다.

궁금한 것은 최불룡도 마찬가지.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불쑥 들어온 것이냐."

에이단이 재촉하자, 라냐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나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왜?"

"잭팟이 터졌습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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