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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129화 (129/375)

나 빼고 다 젊은이 129화

제129화

[마력 이발기]

등급: 일반

공격력: 1~1

내구력: 100/100

뮬란의 잡화상점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마력으로 돌아가는 이발기. 주로 누군가의 머리를 깎는 데 쓰인다.

버튼을 올리면 소지한 사람의 마력이 소모된다.

-1분당 2의 마력이 소모.

-머리를 잘못 깎을 경우, 100% 확률로 상태 이상 '동공 지진' 발동. 최초는 약 3초간 멍을 때리게 되며, 중첩 시 확률이 20%씩 감소하고, 지속시간은 1초로 고정된다. (정신력이 너무 강한 존재나 정신력이 너무 떨어지는 존재는 통하지 않음.)

이것은 지금 손에 쥐어진 마력 이발기의 정보창이다.

그저 흔하디흔한 일반 등급의 아이템.

잡화상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지만, 백무열은 이것이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100% 확률로 3초간 멍을 때리게 된다라….'

이것은 생각보다 좋은 무기였다.

물론, 공격력은 거의 없다시피 하고, 대상의 정신력에 따라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고수는 무기를 가리지 않는 법."

그의 손에 쥐어진 마력 이발기가 울었다.

지금 그가 매복한 곳 밑으로는 2조의 훈련병과 교관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백무열이 고개를 끄덕이자, 함성이 터졌다.

"가즈아아아!!"

"이 시벌롬들아!!!"

"다 뒤졌어 썅!!"

"…죽인다."

일행들이 거친 욕설과 함께 튀어나갔다.

백무열도 뒤를 따랐고, 곧장 1조의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뭐야! 매복이다!"

"어디야?!"

"뒤다!"

그들이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진열이 무너진 뒤였다.

목검이 살을 때리는 소리가 찰지게 들려왔고, 그 중심엔 백무열이 있었다.

위이이이잉-!!

사각!

"으아아악!! 내, 내 머리카락!!"

한 손엔 목검을 쥐고 패던 백무열이 1조 훈련병 중 하나의 구렛나루를 바짝 밀어버렸다.

아무래도 정신적인 충격이 꽤 심한 모양이다.

이런 메시지가 뜨는 것을 보면.

[대상의 머리카락을 실수(?)로 밀어버렸습니다.]

[상태 이상 '동공 지진'이 발동합니다!]

[3초간 대상이 나라 잃은 표정을 짓습니다.]

"으으으! 이, 이럴 수가아아앍!!"

그가 서늘해진 머리칼을 만지는 사이, 백무열은 손에 쥔 목검으로 그의 뚝배기를 터트렸다.

퍽! 퍽! 퍼어억!

순식간에 곤죽이 되어버린 놈을 뒤로하고, 이어서 다음 사람의 머리를 밀었다.

이번엔 옆머리가 아니라 뒷머리. 손에 쥔 목검으로 공격을 막고, 날카로운 이발기를 들이밀었다.

서거거거걱.

[대상의 머리카락을 실수(?)로 밀었습니다.]

[상태이상 '동공 지진'이 일어납니다!]

[3초간 대상의 정신력이 붕괴됩니다.]

[너무 많은 머리카락을 밀어 마력 이발기가 1초간 정지합니다.]

'어이쿠. 이번엔 좀 많이 밀어버렸구만.'

괜스레 미안함이 밀려온다.

얼마나 많이 밀었는지, 마력 이발기가 잠깐이지만 멈추는 현상도 일어났다.

아무래도 너무 많이 밀면 일시적으로 먹통이 되는 듯하다.

뭐, 그래도 효과는 좋다.

"으아아아악! 미, 미친!! 영감탱이 지금 제정신이야?!"

"시끄럽다. 이놈아!"

퍽퍽퍽!

아웃.

어느새 1조의 훈련병들은 모두 나가 떨어졌고, 남은 것은 1조의 교관인 '더치' 교관 뿐이었다.

백무열이 여전히 울고 있는 마력 이발기를 손에 쥔 채 걸어갔다.

"하, 항복! 항복하겠다! 내 머리는 건들지 말아줘!"

'더치'가 손수 머리띠를 벗어, 건네주었다. 백무열은 흡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운이 아주 좋구만."

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공격하라!"

"이야아아!"

'더치' 교관의 뒤로 새로운 조가 나타났다. 그들은 바로 3조의 훈련병들.

아무래도 소란을 듣고 이곳을 찾아낸 모양이다.

백무열은 입꼬리를 올리며 일행들을 돌아봤다.

"지쳤나?"

"아닙니다!"

"할 수 있습니다!"

"우린 이제 시작입니다! 흐흐흐!"

"…할 수 있다."

그들의 눈빛은 여전히 타올랐고, 식을 줄 몰랐다.

백무열이 말했다.

"가자. 썩을 놈들아."

자신을 포함한 4명의 일행들이 그들을 향해 돌진했다.

목검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숲을 울렸고, 그 사이로 튀는 건 역시 백무열의 마력 이발기였다.

위이이잉-!

"으아아악! 이런 미친!"

"이건 또 뭐야! 시발!!"

"이 미친 노인네가!!"

[대상의 머리카락을 실수(?)로 밀어버렸습니다.]

[대상의 머리카락을 실수(?)로 밀어버렸습니다.]

[대상의 머리카락을 실수(?)로 밀어버렸습니다.]

[10명이 넘는 사람의 머리카락을 실수로 밀었습니다.]

[칭호 <무자비한 이발사>  를 획득하였습니다.]

[대륙에 있는 대머리들이 당신의 무용을 좋아할 것입니다.]

[대륙에 있는 탈모 환자들이 당신에게 호감을 가질 것입니다.]

[하늘에 있는 한 성좌는 당신의 미적 감각을 싫어할 것입니다.]

화려한 목검의 향연 속에서도 마력 이발기의 위용은 여실히 드러났다.

하지만 모두에게 통하는 것은 아니었다.

위이이잉-!

[대상의 정신력이 강한 편입니다.]

[상태 이상, '동공 지진'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딴 건 내게 통하지 않는다!!"

"호오. 자넨 정신력이 꽤 강한 편이구만."

앞머리부터 뒷머리까지 고속도로가 생겼음에도 눈앞의 훈련병은 눈도 껌뻑하지 않았다.

백무열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뿐이었다.

"그럼 어디 내 몽둥이도 한번 받아보게."

뒷짐을 진 그의 목검이 바람을 갈랐다.

흩날리는 낙엽과 머리카락 사이로 무자비한 공격이 퍼부어졌다.

위, 아래, 왼쪽, 오른쪽.

결국, 그는 버티지 못하고 곤죽이 되고 말았다.

"이럴… 수가."

무릎을 꿇은 채 기절한 남자를 발로 밀며, 백무열은 또 한 번 움직였다.

잠시 뒤, 우리들은 또 하나의 머리띠를 회수할 수 있었다.

'총 3개의 머리띠를 빼앗았군.'

지금까지 빼앗은 머리띠는 1조와 3조. 그리고 6조의 것이었다.

백무열은 일부러 빡빡이 놈들의 조를 피해 다니며 그들을 습격했는데, 그것은 마력 이발기의 상성 때문이었다.

'그놈들은 밀어버릴 머리가 없으니까.'

그리고 꽤 강한 훈련병들을 가진 것도 한몫했다.

아마 그들은 서로 싸우며 공멸하게 될 것이다.

백무열은 그들이 지친 틈을 노리려는 것이었다.

"해바야."

"예. 회장님."

"몇 분 남았냐."

"이제 10분 남았습니다."

"슬슬 꼭대기로 가야겠구나."

일행들을 이끌고, 산의 꼭대기로 향했다. 이미 많이 다녀본 곳이었기에 지름길로 쉽게 올 수 있었다.

그곳엔 이미 2개의 조가 미리 도착해 싸우고 있었다.

아니, 자세히 보니 3개 조다.

"강, 강하다."

"훈련병이란 게 믿기지가 않아."

지금 대립하는 것은 손자 녀석이 있는 4조와 머머리와 타르모가 있는 5조, 7조의 연합.

아무래도 빡빡이들은 손을 잡은 듯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4조를 이길 수 없었다.

이미 5조와 7조의 훈련병은 얼마 남지 않은 상태. 성찬이는 교관들보다 월등한 무기술로 그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해바가 피식 웃었다.

"가르친 보람이 남다르시겠습니다."

"스펀지 같은 재능이지. 무서울 정도야."

그 모습에 일행들이 침을 꼴깍 삼켰다.

"영감님 손자를 저희가 이길 수 있겠습니까?"

"네놈들 실력으론 어림도 없지."

"그럼 지는 거 아닙니까?"

"망할 놈. 구렛나루 밀리고 싶냐?"

"큼. 죄송합니다."

"손자 녀석은 내가 맡으마. 너희들은 단번에 교관을 습격해 머리띠를 빼앗아라. 쓰러지는 놈은 아까 말했듯, 삭발이다."

위이이이잉-!

마력 이발기의 소음과 동시에 우리는 들이닥쳤다. 일행들이 향한 곳은 바로 4조의 뒤편.

"으라차차차!!"

"머리띠를 내놔라!!"

"다 때려눕혀!!"

기습에 당황한 4조 교관 케이아스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우리들은 빠른 속도로 포위망을 뚫었다.

딱! 따닥! 딱!

서거걱!

백무열이 제일 앞에서 날뛰며 마력 이발기를 휘둘렀고, 7조의 훈련병들은 합공을 통해 빠르게 그들을 제압했다.

교관과의 거리가 5미터 남았을 무렵. 앞을 막는 이가 있었다.

"할아버지. 뒤치기는 너무 치사한 거 아니에요?"

"어쩔 수 없구나. 네가 워낙 강해서 말이다."

"손에 들린 그건 뭐에요?"

"바리깡."

"…그걸 왜 들고 계세요?"

"곧 알게 될 거다."

선공은 백무열이었다. 그의 목검이 날카롭게 찔러 들어갔다.

딱! 따닥! 따악!

한참이나 합을 주고받던 두 사람.

왼손에 쥐어진 마력 이발기가 찔러 들어간 것은 순식간이었다.

당황한 백성찬이 흠칫 놀라며 고개를 뒤로 뺐다.

스륵.

얇게 베인 손자의 앞머리가 폴폴 날렸다.

백성찬이 실소를 머금었다.

"아니, 지금 그러려고 그걸 들고 계셨던 거예요?"

"생각보다 효과가 좋더구나. 그래도 우리 손주에겐 통하지 않는 모양이야. 크하하하!"

감탄과 호탕함을 섞으며 고개를 젖힌 백무열이 정색하며 말했다.

"미안하구나. 이제 진지하게 해보자. 오랜만에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확인해볼까?"

인벤토리에 마력 이발기를 넣은 백무열은 한 손으로 거머쥐던 목검을 양손으로 강하게 잡았다.

두 사람 사이에 차가운 바람의 기류가 불었다.

동시에 사라진 것은 순간이었다.

따아아아악-!

서로의 목검을 맞댄 손자와 할아버지. 그들은 주변도 신경 쓰지 않은 채 대련을 이어갔다.

그들에게서 들려오는 것은 나무가 부딪히는 소리뿐이었다.

딱! 딱딱! 따악! 딱딱! 딱!! 딱!!!

빈틈을 노리고, 그걸 역이용해 공격하고, 그걸 다시 역이용하는 고수들의 격돌.

주변에 있던 훈련병들은 어느새 대결을 잊은 채, 그들의 검무에 빠져들었다.

"와, 시발. 개 멋있다."

"할아버지의 실력이 저 정도였다고? 제길 7조에 남아 있을걸."

"근데 반대편의 저 사람도 지지 않는데? 놀라운 실력이야."

"이건 진짜 돈 주고도 못 볼 대결이다."

그렇게 대결은 3분 가까이 쉬지 않고 이어졌다.

두 사람은 서로의 체력을 고르며 숨을 헐떡였고, 교관들은 감탄 어린 눈빛을 보냈다.

특히 머머리와 타르모가 가장 초롱초롱했다.

"타르모. 아까 이발기 쓰는 거 봤냐?"

"어, 완전 멋있군. 저렇게 머리를 잘 밀 줄이야."

"이발기를 빼앗긴 건 분하지만, 저걸 저렇게 쓸 줄은 몰랐다."

"동감이야. 리치도 짧은 마력 이발기를 무기처럼 쓰다니. 사실 처음에 졌을 땐 분했는데,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보니, 이젠 존경스러워지려고 한다."

[뮬란의 교관, NPC '타르모'가 당신에게 호감을 가집니다.]

[뮬란의 교관, NPC '머머리'가 당신에게 호감을 가집니다.]

'염병하고 있네.'

손자와의 거리를 벌린 백무열이 옷자락을 휘날리며 멈춰섰다.

두 사람 사이에는 엄청난 긴장감이 흘렀다.

[뮬란의 교관, NPC '더치'가 당신의 실력에 감탄합니다.]

[뮬란의 교관, NPC '케이아스'가 당신을 교관으로 인정합니다.]

[뮬란의 훈련소장, NPC '쿤타'가 두 사람에게 호승심을 가집니다.]

[뮬란의 훈련부장, NPC '라칸'이 두 사람을 보며 경악합니다.]

'더 싸웠다간 난리가 나겠군.'

어느새 시간은 1분여 정도를 남겨놓고 있었다.

백무열은 눈알을 굴리며, 멍하니 있는 케이아스를 찾았다.

마침 그의 주변엔 해바가 있었다.

"해바야!"

긴말은 필요치 않았다.

그와는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많은 시간을 보냈고, 해바는 알아들었는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재빨리 케이아스의 머리띠를 벗겨버렸다.

동시에 호각이 울리며, 경기가 끝났다.

삐이이이익-!

훈련소장 쿤타의 목소리가 산세에 울려 퍼졌다.

"이번 전통의 우승은 7조다!!"

"우와아아아아아!!!!!!"

모두가 산이 떠나갈 듯 소리를 질렀다.

가장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은 해바 녀석이었다.

그는 그동안의 설움을 한 번에 폭발시킨 듯, 목청껏 소리치며 포효했다.

"내 머리칼은 소중하다아아앍!!!"

저걸 아직 신경 쓰고 있을 줄은 몰랐지만.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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