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빼고 다 젊은이 128화
제128화
[당신의 훈련병들이 승리하였습니다!]
[4강은 3판 2선승제입니다.]
[다음 경기에서 이긴다면 최종 승리하게 됩니다.]
[압도적인 격차로 이겨서 추가적인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음, 효과가 아주 좋구만."
백무열은 손에 쥐여진 마력 이발기를 껐다 켰다 반복하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상태창을 열어보니 어느새 5레벨이 되어있었다.
역시나 힘에다가 모두 투자했고, 저 멀리 노기를 터트리는 머머리의 모습이 보였다.
많이 열 받았나 보네.
"이런 젠장!"
그는 휘하의 훈련병들을 잠깐 닦달하더니, 포션을 나누어 주기 시작했다.
예상했지만, 역시 이번에도 그는 편법을 쓰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 저 빡대가리가 또 버프 포션을 쓰는군.'
이미 예상을 했던 바다.
한 번 쓴 편법을 두 번 쓰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하지만 사람을 잘 보고 썼어야지.
백무열은 홀가분하게 내려오는 일행들을 향해 걸어갔다.
"다들 조용히 들어라. 예상대로 저 빡대가리가 버프 포션을 쓰고 있다."
"쳇. 내 그럴 줄 알았지."
"도대체가 정정당당이라는 걸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그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고, 해바는 걱정스러운 얼굴을 내비쳤다.
아무래도 우리가 질까봐 그런 것이겠지.
"회장님 저희가 불리한 거 아닙니까?"
"아마 어려운 싸움이 되겠지."
"이길 수 있겠습니까…?"
"걱정마라. 만반의 준비는 해두었으니까."
백무열은 품속에 숨겨둔 버프 포션을 꺼냈다.
특훈을 마치며 잡화상점에 들러 산 것. 그들에게 건네주자, 일행들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그것을 꿀꺽 마셨다.
그들 중 한 명이 말했다.
"으흐흐. 저놈들이 깜짝 놀랄 표정이 상상되는구만."
"아까처럼만 하자구요."
"모두 뭉개 버려주마. 기다려라."
"…맛있군."
모두의 눈빛이 활활 타올랐다. 그들은 이미 승리를 확신하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최선을 다해라. 아니면… 알지?"
찰칵거리는 소리와 함께 섬뜩한 마력 이발기가 울었다.
그들이 침을 꼴깍 삼켰고, 백무열은 진중한 눈빛으로 다시 말했다.
"나는 한다면 하는 놈이다. 이번엔 한 놈이라도 떨어진다면 모조리 밀어버릴 것이다. 내 성격 알지…?"
그 섬뜩한 말에 일행들이 모두 무기를 꽉 쥐었다.
그들의 분노가 5조의 먹잇감들에게 향하는 순간이었다.
"5조, 7조 다시 자리로!"
라칸의 외침과 동시에 모두가 올라갔다.
흉흉한 서로의 기세가 제법 날카롭다. 하지만 백무열은 속으로 웃었다.
'내 회심의 한 수는 아직 하나가 더 있다. 빡대가리.'
건너편에 민머리를 빛내며 노려보는 머머리가 보였다.
그는 이번엔 이길 수 있다는 자신만만한 얼굴이었고, 동시에 징이 울리며 경기가 시작되었다.
"야이 개자식들아!!"
"다 죽여라!!"
"으야아아악!!"
포문을 연 것은 일행들의 거친 욕설이었다.
5조의 훈련병들은 피식 웃었지만, 그들의 표정이 굳어버린 것은 시간문제였다.
"뭐, 뭐야?!"
"왜 우리가 밀리는 거야?!"
"젠장! 막아!!"
방심한 탓에 선제공격을 허용한 5조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밀리고 말았다.
누군가 두들겨 맞기 시작했고,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드는 일행들을 보며 백무열은 호탕하게 웃었다.
"크하하하!"
퍽! 퍼억! 퍼어억!
살이 터지는 찰진 소리가 들렸고, 일행들은 발길질도 서슴지 않으며 5조를 쉼 없이 몰아붙였다.
그 중심에 해바가 있었다.
"나는 빡빡이가 될 수 없다. 이 개새들아!!"
"나는 지옥에서 다시 올라왔다!!"
"다들 밀어붙여요!!"
"…민다!"
어느새 수세에 몰리던 5조의 훈련병들이 뒷걸음질 치며 우르르 넘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그들은 모두 장외로 떨어지고 말았다. 백무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만! 승자는 7조다!"
주변의 함성이 요동쳤다.
[여섯 번째 일기토가 끝이 났습니다!]
[7조가 결승전에 진출하였습니다!]
[2연승을 하여 추가적인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5분 뒤 결승전이 시작됩니다.]
"…이겼군."
백무열의 입꼬리가 찢어질 듯이 길어졌다.
고성이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썅! 이건 무효야!! 무효라고!!!"
손에 쥔 목검을 땅에 내던진 머머리가 이곳을 향해 삿대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가 성큼 걸어오며, 멱살을 잡았다.
"야이 늙은이야! 대체 무슨 술수를 쓴 거야. 어?! 설마 병사들에게 버프 포션이라도 먹인 건 아니겠지!!"
그의 한 마디에 모두가 술렁거렸다. 아마 머머리도 내가 버프 포션을 사용했다는 것을 눈치챈 것 같았다.
그래도 그렇지 지자마자 나한테 뒤집어씌울 생각을 하다니.
허 참….
"무슨 소리지? 먼저 버프 포션을 쓴 것은 네놈이 아니었나?"
그 말에 머머리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증거가 있나?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지. 지금 당신 입으로 버프 포션을 사용했다고 말했지 않나?"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누군가는 분개하기도 했고, 누군가는 잠자코 지켜보았다.
부장 라칸이 물었다.
"백무열 교관. 정말 버프 포션을 사용한 것이 맞나?"
"예. 사용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훈련병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사기꾼!"
"7조를 응원했던 내가 한심하다!"
"당장 사과해라!"
이미 그들은 우리들을 사기꾼으로 낙점하고 있었다.
저 멀리 4조에 앉아있는 손자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아까 말했듯, 회심의 한 수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들 조용!"
쿤타의 호통에 모두가 잠잠해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한마디에 모두가 경악했다.
"내가 허락한 일이다."
술렁거리기 시작하는 훈련병들. 그것은 교관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이게 무슨 일인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쿤타의 말이 이어졌다.
"나는 사전에 백무열 교관으로부터 머머리 교관이 몰래 버프 포션을 사용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들었다."
모두의 시선이 머머리에게로 향했다.
그가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다.
"그, 그건 오, 오해입니다!"
쿤타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가 직접 보았다. 머머리 교관. 만약 그대가 버프 포션을 쓰지 않았다면 백무열 교관도 버프 포션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와 나는 그렇게 약속을 했고, 먼저 버프 포션을 쓴 것은 결국 그대였다."
날카로운 그의 한 마디에 머머리가 털썩 무릎을 꿇었다.
주변의 훈련병들은 싸늘한 눈초리로 머머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럴… 수가."
백무열은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한 손엔 마력 이발기가 쥐어져 있었다.
"아직 겨드랑이가 남았지…?"
찰칵.
위이이이잉-!!!
* * *
약간의 소란이 지나가고, 겨드랑이 삭발식이 진행되었다.
경건한 분위기 속에 마력 이발기의 소리가 엄중하게 울려 퍼졌다.
훈련병들은 킥킥 대기도 하고, 차마 그 광경을 지켜볼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돌리는 사람도 있었다.
사각. 사각.
머머리는 겨드랑이에 마력 이발기가 닿을 때마다 움찔거리고 있었다.
"아흑! 따흐흑!"
이윽고, 온몸의 털이 모두 밀린 그는 눈물을 쏟고 말았다.
"내 소중한 털들이…! 크흐흑!"
머머리는 땅에 떨어진 겨드랑이 털을 움켜쥐며 울분을 토했다.
백무열은 그의 어깨에 손을 짚었다.
"앞으로도 언제든지 덤벼라. 난 너의 도전을 기다리겠다."
"…크윽. 백무열 교관."
띠링-!
[특별 퀘스트 <머머리 교관의 자존심> 이 완료되었습니다.]
[교관 NPC '머머리'는 이제부터 당신을 업신여기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언제든 그는 당신에게 도전할 것입니다.]
'흐음. 도전이라…. 귀찮아졌네.'
옛날 생각이 났다.
춘택이와 함께했던 그 시절. 많은 적들이 있었지만, 종종 도전장을 내미는 놈들이 있었다.
그때마다 백무열은 가장 먼저 나서 놈들을 박살 내버렸고, 그 뒤로 복수하겠다는 놈들도 더러 있었다.
'뭐, 어차피 곧 떠날 거니까. 상관은 없으려나.'
이번 뮬란의 밤이 끝나면 교관의 자리를 내려놓고 세상을 주유할 생각이다.
7조의 일행들은 이번 일이 끝나면 자신을 따라나서기로 이미 약속을 해놓은 상황.
생각에 잠겨있는데,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부터 결승전을 시작하겠다!"
* * *
[당신의 훈련병들이 패배하였습니다.]
[당신의 조는 2위를 하여 승점 8점을 얻었습니다.]
[곧 훈련병의 밤 두 번째 전통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사실 기대하지는 않았다. 손자가 4조에 있는 한 이길 것이라는 기대는 이미 버린 지 오래였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무참하게 질 줄이야.
'성찬이 녀석 그새 또 성장했군.'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손자는 '노력하는 천재'였다.
하나를 가르쳐 주면 열을 안다는 말은 아마 손자를 두고 하는 말이리라.
"일기토의 우승은 바로 4조다!"
"우와아아아-!"
4조의 함성이 우렁차게 퍼졌고, 모두가 박수를 쳤다.
그들은 우승으로 승점 10점을 받았다. 우리와는 2점의 차이. 쿤타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이제 두 번째 전통을 시작하겠다! 두 번째 전통은 이곳이 아닌 장소를 옮겨서 진행하겠다! 모두 나와 교관들을 따르도록!"
우르르르-
많은 인파가 움직였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산이었다.
하지만 왠지 익숙하다.
'여긴…?'
눈을 감고도 훤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지리. 각종 지형지물과 산세, 그리고 매복하기 좋은 장소.
보지 않아도 백무열은 모두 꿰고 있었다.
왜냐면 여긴 우리가 특훈을 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전통은 바로 '머리띠 빼앗기'다. 룰은 간단하다. 이번 경기는 교관들도 함께 할 수 있고, 교관들은 각자 팀을 상징하는 머리띠를 착용한다. 단체전이고, 일정 시간 안에 가장 많은 적의 머리띠를 빼앗은 사람이 우승이다. 역시 순위 별로 승점이 주어질 것이고, 무기는 살상 능력이 없는 것에 한해 자유롭게 허용한다! 단, 시합이 끝나기까지 5분이 남았을 때는 모두 꼭대기로 모여야 할 것이다. 늦게 오는 팀은 탈락이다."
그 말과 동시에 백무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설마하니 여기가 두 번째 경기 장소였을 줄이야. 이거, 거저먹겠구만.'
미소를 띤 것은 백무열만이 아니었다. 뒤에 있는 7조의 훈련병들도 마찬가지.
그들은 지난 일주일간 미친 듯이 이곳을 뛰어다니며 도망쳤다.
백무열은 그들을 쫓아다니며 잡히면 목검으로 패버리는 '죽음의 술래잡기'를 해왔던 것이다.
지난 시간들이 떠오르는지 해바가 으스스한 목소리로 웃었다.
"흐흐흐. 다 죽었어."
"빨리 사냥을 하고 싶군."
"이번엔 우리가 우승이다."
"…이긴다."
[훈련병의 밤 두 번째 전통 '머리띠 빼앗기'를 시작합니다!]
[이번 전통은 교관들도 참전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현재 교관입니다.]
[머리띠를 빼앗기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각 교관들에게 하얀 머리띠가 주어졌다. 각자 마련된 시작 장소로 흩어졌고, 호루라기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며 경기가 시작되었다.
삐이이익-!
백무열이 목검을 빼들며 말했다.
"우린 오늘 전설이 된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목검. 그리고 '바리깡'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