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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123화 (123/375)

나 빼고 다 젊은이 123화

제123화

나와 청년은 함께 마을 어귀를 거닐었다.

아직 개발이 진행 중인 곳이라 경치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썩 괜찮았다.

"이름이 뭐지?"

"조셉 리입니다. 제가 미국에서 태어나서요. 아이디도 조셉이니까 편하게 조셉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그렇군."

그와 함께 길을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알고 보니 그는 전쟁터를 누비던 종군기자 출신이었고, 그는 저명한 언론인인 '조셉 퓰리처'와 이름이 같아서 기자가 되었다고 한다.

듣자 하니, 최근엔 돈을 벌기 위해 파파라치 일을 하는 중이라 했다.

딸린 식구가 셋이라나. 뭐라나.

…어쨌든 내게는 큰 관심이 없다고 하니 잘됐군.

"저기…."

"……?"

함께 걷던 조셉이 말을 흐렸다.

"혹시 여자는 아니시죠? 아까부터 여자 목소리가 나오니 적응이 안 돼서요. 참고로 전 임자 있습니다. 하하."

"…헛소리 하지 마라."

"아, 예."

조셉은 무안한지 카메라로 주변을 찍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저 카메라는 대체 어디서 얻는 거지…?

상점에서는 파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문득 궁금해진 나는 그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가 대답했다.

"전 게임 시작을 '파르타 공국'에서 시작했습니다. 그곳은 기계 문명이 꽃피운 곳이라서요. 보통 저 같은 기자들은 그곳에서 시작해야 카메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거긴 이곳과 달리 민주주의를 채택하는 곳이라 언론의 자유도 보장되거든요."

어렴풋이 기억이 스쳤다.

영주실에서 본 거대한 지도에 분명 그런 이름의 나라가 있긴 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분명 북극의 바로 옆에 있는 곳이었는데….

"조만간 난리가 나겠군."

"예?"

"아니다."

조만간 그곳은 12월의 침략자가 활동하게 될 것이다.

그럼 한동안 거기는 떠들썩해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강제적으로 경제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테니까.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나는 뒷짐을 지며, 조셉에게 물었다.

"여긴 왜 들어오려고 한 거지? 나한테는 관심 없다면서."

"뭐, 기자다 보니 아예 관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제가 최근 의뢰를 받은 것이 있어서요. 포트렌에서 거대한 부를 쌓고 있는 귀족인데, 부인이 바람을 피우는 것 같으니 조사를 좀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귀족의 부인…? 누구랑?"

"음, 그건 의뢰인의 기밀이라 말씀드리기 곤란하네요."

"…뭐 어쩔 수 없지."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각보다 예의가 바른 친구로군.

나는 그를 친구로 등록했다.

[유저, 조셉 님을 친구로 등록하였습니다.]

그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이건 자주 들어와도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내 사진을 찍어서 퍼트리지만 않는다면."

"음…. 사실 찍고 싶긴 하지만 어쩔 수 없죠. 좋습니다. 저도 이번엔 크게 한탕 할 생각이니까요.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는 건 바보죠."

그렇게 또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다.

그의 이름은 조셉.

직업은 '파파라치'였다.

* * *

[바람의 신전의 공사비로 100만 달러가 재정에서 빠져나갑니다.]

…시부럴. 이제 재정이 1만 달러도 안 되네. 거지가 됐구먼.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다.

이곳 세상도 어느새 6일이 흘렀고, 그동안 나는 계속 요리에만 매진했다.

치이이익-!

마을 사람들의 신뢰를 올리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요리'.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바로 밥정이라지 않던가.

기름이 튀는 소리와 함께 그릇에 담으니 메시지가 떴다.

[일품! 코카트리스 치킨!]

닭을 죽인 자는 미워해도, 튀긴 자는 미워하지 말라!

근처에 사는 '코카트리스'를 숙련된 솜씨로 분해해서 튀긴 날씨 요리사의 솜씨가 가히 일품이라 할만하다.

코카트리스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오니, 이것을 먹는 이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누군가 다리를 양보한다면 그는 바로 진정한 친구!

하지만 원수는 닭다리 집다가 만날 수도 있으니 조심해서 먹어야 한다.

그래도 닭살 돋을 만큼 맛있을지도 모른다.

-맛 스타: ☆☆☆☆

-유통기한: 4일

-생명력 회복: 400 / 마력 회복: 400

효능: 이 요리를 먹는 이들은 하루 동안 목청이 2배로 좋아집니다.

조류 계열의 몬스터에게 공격력이 2배 증가합니다.

마력 회복속도 10% 증가.

이동속도 5% 증가.

*태양의 가호: 30분간 힘 40%, 방어력 40% 화염 속성 공격력 40% 화염 내성 40%가 증가합니다.

*바람의 가호: 30분간 민첩 40%, 바람 속성 공격력 40%, 바람 내성 40%가 증가합니다.

[날씨 요리술의 숙련도가 증가하였습니다.]

[근방에 있던 음유시인들이 요리에 대한 소문을 들었습니다.]

[목청에 관심이 많은 그들은 언젠가 이곳을 방문할 것입니다.]

[맛 스타의 한계가 6개까지 늘어났습니다.]

[솜씨 능력치가 4 증가하였습니다.]

[초감각 능력치가 8 증가하였습니다.]

[바람의 신수, 풍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풍희의 레벨이 또 올랐군.

창을 열어보니, 어느새 40레벨 가까이 올라있었다.

하지만 솔라는 진화를 하고 나서 조금 정체된 느낌이다.

뭐, 급할 것은 없겠지.

이제 게임을 시작 한지 한 달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풍희야."

"푸우우웅-♡"

이제는 꽤 익숙해진 모양이다.

풍희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무슨 부탁을 할지 알고 있었다.

허공에 두둥실 떠오른 풍희가 마을 이곳저곳을 빠르게 움직였다.

[바람의 신수 - 풍희가 음식의 냄새를 널리 퍼트립니다!]

신수를 이렇게 활용한다는 걸 누군가 안다면 놀라 자빠지리라.

그래도 효과는 확실했다.

저렇게 우르르 몰려오는 걸 보면 말이다.

[마을 주민 데일라가 음식의 냄새를 맡았습니다.]

[해당 음식을 먹을 경우 맛이 1.5배 증가합니다.]

[마을 주민 갈루스가 음식의 냄새를 맡았습니다.]

[마을 주민 유리아가 음식의 냄새를 맡았습니다.]

……

50명이나 되는 인파들이 이곳으로 모였다.

그들이 각자 주린 배를 움켜쥐며, 나를 닦달하기 시작했다.

"오오, 촌장님! 오늘은 치킨입니까! 맛있겠는걸요!"

"촌장님 저 닭다리 하나만 주세요!"

"오늘은 양이 많네요? 잘 먹겠습니다!"

"할아부지! 저 날개 하나만요!"

이미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은 내게 넘어온 상태다.

퀘스트로 받았던 마을 주민들의 인정 또한 거의 얻은 상황.

하지만 모두의 신뢰를 얻은 것은 아니었다.

…도대체 이 세 놈은 왜 신뢰를 얻을 수 없는 거지?

앞으로 남은 시간은 하루였다.

그때까지 퀘스트를 완료하지 못한다면, 조금 곤란해질 상황.

6일 동안 사냥도 못하고 요리를 하며 갖은 고생을 다했는데, 공든 탑이 무너지려고 하니 억장이 무너질 것 같다.

…소룡이랑 약속한 날짜가 코앞인데. 이래도 되나 모르겠네.

어제 그 녀석에게 귓속말이 왔다.

일주일 남았는데, 준비 잘하고 있냐는 평범한 안부인사.

사실 그는 이미 내가 요리에 매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견소룡은 내게 진지하게 임해줬으면 한다고 했었다.

물론 나는 '알겠다.'라고 대답했다.

슬슬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데….

옹기종기 모여 앉은 마을 사람들을 보는데, 뒤에서 여러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우, 브라더! 치킨이군요! 난 이거 정말 좋아해요! 러브!"

"와, 맛있는 냄새가 저 멀리서도 나는 거 아세요? 풍희야 너 진짜 대단하구나?"

"푸웅♡"

비단결 같은 하얀 털을 부비는 풍희. 김수정은 기분이 좋아보였다.

그녀는 요즘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며 신성 형화 침술을 수련 중인데, 아픈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곤란을 겪는 중이었다.

그때, 무언가 콰직! 하는 소리가 발밑에서 들려왔다.

"…케르야. 배고프면 말을 하지. 왜 깨물고 그러냐."

"콸."

이곳에 오자마자 케르는 방생하며 기르는 중이다.

사실 소환수도 아닌데, 계속 데리고 다니기도 불편하고, 그렇다고 인벤토리에만 넣어 놓자니 불쌍했기 때문이다.

…이 녀석은 맨날 밥 때만 되면 잘 찾아온단 말이야.

신기한 건 뭘 주어도 잘 먹는다는 것이다.

식성이 웬만한 사람보다 더 좋았고, 치킨을 뜯어서 그릇에 놓으니 순식간에 없어졌다.

케르가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올려보았다.

좌우로 움직이는 꼬리가 앙증맞다.

"이제 없다. 이놈아."

"콸."

"뭐. 인마."

"콸."

"더 달라고?"

"콸."

…내가 뭐하는 건지.

말도 통하지 않는 녀석이지만, 뚱한 얼굴을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어이가 없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그놈의 정.

에휴.

치이이익-!

인벤토리를 열어 새로운 식재료를 꺼낸 나는 곧장 새로운 치킨을 튀기기 시작했다.

사실 내일 먹으려고 했는데, 상관은 없을 것 같다.

어차피 내일이면 퀘스트는 끝나니깐.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야. 어르신 대단한데요? 이 군침 도는 냄새!"

그는 바로 조셉이었다.

신기하게도 그는 내 얼굴을 보고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

물론 처음엔 "이걸 제보했다면 특종이었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하긴 했지만, 내가 꿀밤 몇 대 때리니까 금세 잠잠해졌다.

뭐, 사실 명예만 있을 뿐 큰돈이 되는 건 아닌지라 그도 관심은 없다고 했다.

조셉이 마을 사람들의 옆에 앉아 치킨을 베어 물었다.

"이야. 이 좔좔 흐르는 기름기 봐라. 내가 사진을 찍게 만드네."

그는 카메라를 들고, 치킨의 속살을 찍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김수정이 웃음을 터트렸다.

"풉. 오빠. 뭐 그런 걸 찍고 그래요. 돈도 안 되는데."

"야, 그래도 인생이 돈이 전부는 아니잖냐."

"일부는 되죠."

"크으. 역시 수정이는 뭘 좀 안다니깐."

…얼씨구.

둘은 죽이 아주 척척 맞았다.

조셉이 결혼을 한 유부남이었기에망정이지.

아니었다면, 내가 눈에 쌍심지를 켰을 것이다.

뭐, 그래도 친하게 지낸다니 보기가 좋다.

"영감님. 오늘도 치킨입니까? 슬슬, 물리는데."

케레노스가 거들먹거리며 걸어오자, 나는 그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시끄럽다. 이놈아! 반찬 투정할거면 먹지 마라!"

"아, 누가 먹기 싫다고 그랬습니까? 물린다고 그랬지."

구시렁거리는 케레노스가 천연덕스럽게 앉아서 치킨을 뜯자 실피드 기사단도 차례대로 앉아서 치킨을 뜯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실소가 터졌다. 며칠 전만 해도 내가 여기서 치킨을 튀기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어쩌다 일이 이 지경까지 되었나 몰라.

나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퀘스트 창을 열었다.

-잘생긴 낚시꾼 키스의 신뢰 0/1

-부지런한 농부 헨리의 신뢰 0/1

-평범한 아낙네 다이애나의 신뢰 0/1

…역시 아직 안 올랐군.

키스 놈이야 원래 좀 싸가지가 없다고 쳐도, 나머지 두 사람은 왜 오르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다.

턱수염을 만지며 생각에 잠겨있는데 조셉이 부른 배를 쓸며 다가왔다.

"무슨 걱정 있으세요?"

"아니다."

"에이. 있는 것 같은데 말해보세요. 혹시 모르잖아요? 제가 도움이 될지."

잠깐 고민을 한 끝에 나는 사실대로 얘기했다.

그러자 그가 물었다.

"누구, 누구인데요?"

"저기 낚싯대 든 놈이랑, 상인이랑, 여인이다."

그들의 면면을 살피던 조셉이 씩 웃었다.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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