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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108화 (108/375)

나 빼고 다 젊은이 108화

제108화

"방법이 있다고…?"

내게 말을 건 것은 드레인이었다.

하지만 도대체 무슨 방법이 있단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예스. 방법이 있어요. 하지만…."

"하지만…?"

"아마 브라더 밖에 가지 못할 거예요. 그건 브라더만 쓸 수 있는 스킬이거든요."

"나만 쓸 수 있는 스킬이라고…? 도대체 무슨 스킬을 말하는 거냐."

옆에 있던 견소룡도 궁금한지 그에게 물었다.

"드레인 형님 도대체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자세히 알려주십시오."

[주먹성, 레이트라가 물음표를 띄우며 엉덩이를 긁적입니다.]

잠깐 침묵한 드레인은 입을 열었다.

"브라더, 내가 만들어 준 옷을 잊었어요?"

"옷…? 이 정장 말이냐? 그게 왜?"

"흐음. 아무래도 자세히 안 살펴본 모양이네요."

그의 말과 동시에 창을 열었다.

그리고 그가 만들어준 정장의 정보를 살폈다.

[(리폼)황제펭귄의 괴짜 요리 정장 상의 – 세트 (정장 모드)]

등급: 영웅

내구력: 250/250 방어력 55

건강+10 민첩+5

-황제펭귄의 괴짜 요리 정장 상의

-황제펭귄의 괴짜 요리 정장 하의

-황제펭귄의 괴짜 요리 정장 장갑

-황제펭귄의 괴짜 요리 정장 구두

-황제펭귄의 괴짜 요리 정장 모자

아직은 평범하지만 숙련된 디자이너 드레인이 북극에서 배운 고드름 바느질로 한땀 한땀 정성스레 만든 정장 세트다.

북극에서 가장 희귀한 몬스터인 '황제펭귄'의 가죽이 옷감의 재료로 들어갔다.

착용자의 부끄러움을 감소시키기 위해 더욱 세련되게 리폼을 했고, 편의성과 성능이 추가되었다.

*정장 모드에서 모든 아이템 능력치 2배 상승

*요리사 모드에서 모든 요리 속도 2배 상승

*세트 효과가 있는 아이템입니다.

-세트를 모두 착용 시 모든 능력치 +50

-눈이나, 빙판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이동속도 10% 증가.

-물속에서 수영 속도 1.5배 증가.

-세트를 모두 착용 시 특수 스킬: 반짝이 보관(희귀) 사용 가능.

여기까지가 내가 알고 있는 이 옷의 정보였다.

특수 스킬인 반짝이 보관의 경우, 어떤 것이라도 빛나기만 한다면 크기에 상관없이 한 가지를 뱃속에 보관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사실 내게 큰 쓸모는 없는 스킬이었고, 추측하건대 황제펭귄의 가죽으로 만들어서 이런 스킬이 생성된 것 같았다.

원래 저건 황제펭귄이 물건을 보관할 때 쓰는 능력이니까.

하지만 내 눈에 띈 것은 그게 아니었다.

…리폼?

전에 봤을 때는 이런 게 없었다. 마침 드레인이 입을 열었다.

"브라더가 옷이 마음에 안 든다고 리폼 해달라고 했던 거 기억나요?"

"기억나지."

"사실 그때 리폼 스킬이 숙련도가 올라서 강화가 되었어요. 마침 강화된 스킬을 실험해볼 겸 옷을 뜯어 고쳤는데, 새로운 스킬이 하나 붙어버렸지 뭐에요."

"새로운 스킬이라고…?"

나는 다시 창을 훑었다.

그리고 특수 스킬의 밑에 또 다른 글귀가 적혀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리폼 스킬: 아이스 실크로드(영웅) 사용 가능.

"이건…?"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

나는 이 스킬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황제펭귄'이 거대한 북극을 돌아다닐 수 있었던 건 바로 이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올라가는 입꼬리에 드레인이 확신에 찬 어투로 말했다.

"그거라면 순식간에 윈디아로 갈 수 있을 거예요."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실소와 함께 입꼬리를 올렸다.

"고맙다. 드레인."

동시에 바다를 향해 뛰어올랐다.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바다에 빠질 생각이 없었다.

"아이스 실크로드."

[리폼 스킬: 아이스 실크로드가 발동합니다!]

[10분간 허공에 얼음길을 만들어 빠른 속도로 미끄러집니다.]

[1초당 10의 마력이 소모됩니다.]

콰드드드득!

허공이 얼어붙으며 기다란 얼음판 같은 것이 생겼다.

젊은이들이 스키장에서 타는 '스노우보드'라는 것과 비슷했다.

물론, 나도 이것을 타본 적이 있다.

아니, 아주 잘 탄다.

나는 회오리치는 눈보라의 위에 두둥실 떠 있었고, 입을 벌린 일행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먼저 가 있으마. 수정이를 부탁한다. 그리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수정이는 제가 잘 타이르겠습니다."

견소룡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때, 소란을 느꼈는지 김수정이 밖으로 나왔다.

나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아버님…!"

"아까는 미안했다."

"아니에요. 전…."

"윈디아는 걱정하지 마라."

마력이 들끓으며, 엄청난 크기의 얼음길이 눈앞에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젊은이들이 타는 '롤러코스터'라는 것과 비슷해 보였다.

나는 앞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난 죽은 사람을 세려고 숫자를 배운 게 아니거든."

콰아아앙-!!!

얼음판 위에 양발을 올리자, 폭음이 터졌다.

새까만 매연 대신 하얀 눈 폭풍이 뒤쪽으로 휘몰아쳤고, 양발이 얼어붙으며 얼음판과 하나가 되었다.

나는 몸을 기울임과 동시에 폭사했다.

콰유우우우웅!

목적지는 윈디아다.

* * *

그 무렵, 마이클은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식은땀이 아니라 더워서 흐르는 진땀이다.

그는 지금 사람들을 모래에 태워, 코볼트 광산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콰콰콰콰콰콰-!

"시청자 여러분 보고 계십니까! 엄청난 용암이 이곳 코볼트 광산을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마이클은 옆에 있는 리포터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조금이라도 집중력이 흩어진다면 죽는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계속해서 지껄이고 있었다.

'시끄럽군.'

"아쉽게도 제우스 길드조차 저 미노타를 무너트리지 못했습니다! 이대로라면 윈디아는 화산 폭발의 피해를 고스란히… 꺄악!"

마이클이 모래를 조종해 아무도 모르게 리포터를 용암 속으로 던져버렸다.

허공에 떠 있던 수정구슬도 함께 떨어졌으니, 이제 생방송은 끊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이 중에서 유일하게 생방송을 진행 중이었지만, 방송국이 하나가 아니듯 리포터도 한 명이 아니었다.

그들은 각자의 수정구슬로 지금 상황을 빠짐없이 녹화하고 있었다.

[전갈궁, 안타라스가 광소를 터트립니다.]

'제길. 제길…!'

일이 왜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모르겠다.

며칠 전 '안타라스'와의 대화를 통해 얻은 스킬인 윤회 침식. 손에 닿는 모든 사물을 말라 비틀어 모래로 만들어버리는, 궁극기나 다름없는 스킬이었다.

전체 마력의 80%를 소모하는 스킬이었지만, 그래도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렇게 미노타를 모래 속에 묻어버렸을 땐 다 이긴 줄 알았다.

유사의 파도 속에서 꺼져가는 화염을 보며, 승리를 확신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설마 거기서 더 강한 화염을 낼 수 있을 줄이야.'

미노타의 얼굴만 빼놓고 모래로 사지를 묶어 다 같이 공격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미노타가 초열지옥이라는 엄청난 화염계 스킬을 사용했고, 상황은 반전되었다.

그가 만들어 낸 모래들이 엄청난 폭염에 녹아 용암이 되어버린 것이다.

쿠구구구구구-!

"용암이 계속해서 쫓아온다!"

"어서 찍어! 어서! 이 긴박한 상황을 담아야 해!"

"카메라! 잘 찍고 있지?!"

'쓸모없는 인간들.'

도움도 안 되면서 입으로만 떠드는 부류를 마이클은 제일 싫어했다.

그는 다시 한번 모래를 조종해 그들을 떨어트리려 했지만, 누군가 어깨를 잡았다.

길드장 데미안이었다.

"흥분하지 마. 우린 여전히 최고라구."

"……."

"네가 항상 최고의 자리에 집착한다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세상엔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는 법이야. 미노타는 다시 잡으면 돼."

카푸치노와 라인하르트도 다가왔다.

"그래. 마이클. 우린 최선을 다했어. 다음에 또 잡는 거야."

"하하하! 이 몸이 너의 방패가 되어 주겠다고!"

레이나가 반대쪽 어깨를 짚었다.

"후후. 이런 모습은 당신에겐 어울리지 않아요. 물론, 더 좋은 점도 있지만…?"

마이클이 길드원들을 훑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정말이지 미워할 수 없는 친구들이다.

"…다들 고맙다."

[코볼트 광산 1층에 진입합니다.]

어느새 1층까지 올라왔다.

앞을 보니 저 멀리 밖으로 통하는 입구가 보인다. 밖으로 나오자, 쏟아지는 햇살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아래에 보였다.

그들은 제우스 길드의 팬들.

환호성을 지르는 그들에게 마이클은 소리쳤다.

"다들 피해!!"

하지만 용암은 이미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콰콰콰콰콰-!

"으아악!"

"용, 용암이잖아!"

"화산이 폭발했다!"

"다들 흩어져!"

"어서 피해!"

아래는 이미 아비규환이었다.

하늘을 보니, 맑았던 하늘은 화산재와 연기들로 가득했다.

저 멀리 꼭대기에 올라있는 거대한 미노타의 모습이 보였다.

온몸에 용암이 흐르는 엄청난 위압감.

'내가 저런 놈이랑 싸웠던 건가.'

용암을 머금은 미노타의 몸은 아까보다 훨씬 거대해져 있었다.

그 모습이 지옥에 나오는 괴수처럼 거대한 존재감이었다.

미노타가 포효하며 말했다.

"크르륵! 인간들을 모두 태워버리겠다!!"

경고와도 같은 미노타의 선언은 모두를 벌벌 떨게 만들기 충분했다.

일행들을 태운 모래는 어느새 윈디아에 도착했고, 광장에 내리니 이미 병사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파도처럼 몰려오는 화산재의 쓰나미를 보며, 겁을 먹고 있었다.

"저, 저게 뭐야!"

"기사단장님을 불러!"

"실피드 기사단은 주민들을 대피시켜라!"

부관으로 보이는 '베커'라는 남자는 신속히 주민들을 마을 밖으로 이동시켰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모두 잿더미가 되어라!!"

또 한 번 크게 포효한 미노타는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그리고 폭발의 잔재인 거대한 돌덩이들이 윈디아를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 유저가 입을 벌린 채 그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만, 만화에서만 보던 메테오를 실제로 보게 되다니…!"

콰아아앙-!

그게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비산하는 화산재와 불씨들 사이로 뜨거운 돌덩어리들이 떨어졌다.

실제로 운석을 떨어트리는 메테오와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위력은 그 못지않았다.

마이클이 하늘을 보며, 이를 악 물었다.

"데미안."

"그래. 무슨 말 할지 알아. 우리 책임이기도 하니까."

"…고맙다."

그와 동시에 마이클은 하늘로 뛰어올랐다.

모래의 권능을 이용해 떨어지는 돌덩어리 파편들을 잡고 안전하게 떨어트렸다.

라인하르트는 손에 부착된 방패를 거대하게 만들었고, 카푸치노는 각종 얼음 마법을 전개해 수많은 돌덩어리들을 얼렸다.

데미안과 레이나도 하늘을 향해 스킬을 날렸다.

그 모습에 유저들이 입이 닳도록 칭찬했다.

"역시 제우스 길드야!"

"그들이 이곳을 지키려 하고 있어!"

"힘내라! 제우스 길드!"

"정말 고맙습니다! 응원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지만, 마이클은 고래가 아니다.

그건 제우스 길드도 마찬가지.

쉼 없이 쏟아지는 불의 잔재들을 그들로만 막는 것은 무리였다.

그때,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실피드 기사단은 영주님을 대피시켜라!"

"예! 단장님!"

아래를 보니, 커다란 창을 손에 쥔 연녹빛 갑주를 입은 사람이 보였다.

그는 이곳의 기사단장인 듯했다.

"싫어! 싫다고! 난 영주야! 이곳을 지켜야 한다고!"

"시끄럽습니다. 어서 가십시오. 뭐해? 데려가지 않고."

"예!"

"으악! 이거 놔! 놓으란 말이야! 케레노스!!"

'저자가 윈디아의 영주인가. 꼬맹이였군.'

'케레노스'라고 불린 남자가 불끄기에 가세하자, 마이클은 부담이 덜어지는 것을 느꼈다.

케레노스가 창을 휘두르며 이쪽을 향해 외쳤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도와줘서 고맙소!"

"이렇게 된 건 우리 책임도 있어서."

"음? 일단 날아오는 것부터 해결하고 얘기합시다."

"그러지."

두 사람의 호흡은 생각보다 잘 맞았다.

케레노스는 폭풍창의 기술을 이용해 돌덩어리들을 되돌리거나 갈라버렸고, 마이클은 그가 놓친 것들을 모래로 잡고 불을 껐다.

케레노스가 말했다.

"그대의 모래를 잠깐 빌리겠소."

"……?"

"폭풍창 제2식."

케레노스가 창을 회전시키더니 거대한 돌덩어리를 향해 겨누었다.

마침 그곳에 마이클의 모래가 있었다.

"선풍!"

콰콰콰콰콰-!

모래를 집어삼킨 폭풍이 순식간에 돌을 부수고 불을 꺼버렸다.

그 모습에 마침 모래를 밟고 도약하던 레이나가 놀랐다.

"어머~? NPC치곤 제법인데…? 유저였으면 우리 길드로 내가 꼬셨을 텐데. 아쉬워라."

레이나가 케레노스를 보며 입술을 핥았다.

뒤이어 도약하던 데미안이 그녀에게 말했다.

"한눈팔지 마라. 레이나."

"어머~? 질투하는 거야?"

"헛소리하지 말고."

"으흥♡ 길드장은 너무 재미가 없다니깐."

그때, 모두의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엄청난 용암이 윈디아로 몰려옵니다.]

[막지 못하면 윈디아는 멸망하고 맙니다.]

[서둘러 남문으로 가서 막으십시오.]

"모두 내 모래에 타!"

마이클은 제우스 길드를 포함해 케레노스를 태웠다.

더 태우고 싶었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윈디아를 벗어난 상태였다.

지원군을 기대할 수는 없는 상황.

일행들은 순식간에 남문에 내렸고, 다가오는 용암을 보며 라인하르트가 중얼거렸다.

"미친. 저걸 우리가 막는다고…?"

"어떻게든 해야지."

그렇게 말한 카푸치노는 내리자마자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번엔 무영창이 아니라 영창 마법을 쓸 모양이다.

다가오는 용암의 파도를 보며, 모두가 침을 꼴깍 삼켰다.

데미안이 말했다.

"오늘 여기서 죽어도 나 원망하기 없기."

"어머, 난 죽을 생각 없는데?"

"빌어먹을."

"어떻게든 해보자고."

그렇게 쏟아지는 용암과의 거리가 100M 남았을 무렵.

마이클은 갑자기 모골이 송연한 느낌을 받았다.

'한기…?'

콰아아아아앙-!

갑자기 나타난 엄청난 냉기가 다가오는 용암을 식혀버렸다.

엄청난 수증기가 피어올랐고, 그 사이로 비치는 것은 가면을 쓴 남자의 뒷모습이었다.

그는 태연하게 허리를 두들기고 있었다.

"아이고, 아이고.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이야."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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