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빼고 다 젊은이 106화
제106화
데미안이 쏘아낸 얼음탄은 미노타의 머리에 정확히 명중했다.
아무래도 덩치가 크니, 명중률은 백발백중이나 마찬가지였다.
그와 동시에 카푸치노의 마법이 완성되었다.
"아이시클 스톰!"
콰아아아아-!
조그만 얼음 폭풍 두 개가 미노타의 전신을 때리기 시작했다.
주문을 외지 않는 무영창 마법임에도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마법이다.
잠에서 깨어난 미노타가 화염을 방출하며 일어났다.
"크륵. 미천한 인간들이 또 다시 왔구나! 나의 단잠을 방해하다니, 죽어라!"
얼음 폭풍을 뚫고 일어난 미노타는 옆에 놓인 해머를 쥐며, 엄청난 속도와 힘으로 내려치기 시작했다.
콰앙! 쾅! 쾅!
하지만 제우스 길드는 빨랐다.
미노타는 한 번도 그들을 맞추지 못했고, 콧김을 내뿜었다.
"크르륵. 쥐새끼 같은 놈들!"
그때, 누군가 미노타의 아킬레스건을 베고 지나갔다.
레이나의 전용 무기인 사이드 낫. 하지만 높은 방어력 탓에 큰 데미지는 주지는 못했다.
"어머나, 방어력이 생각보다 더 높네?"
어느새 공중으로 도약한 마이클이 그녀에게 말했다.
"레이나. 알아서 피해라."
모래의 권능을 이용해 허공을 도약한 마이클이 검 하나를 땅으로 찍었다.
그곳은 미노타의 발 아래였고, 곧 익숙한 스킬을 사용했다.
"사막의 해바라기."
[성좌 스킬, '사막의 해바라기'를 발동합니다.]
[주변 반경 10M가 사막으로 변합니다.]
[빨려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마이클과 레이나는 재빨리 그곳을 벗어났다.
한두 번 맞춰본 것이 아니었기에 신호도 필요 없었다.
하지만 역시 이걸로는 부족하다.
사막의 해바라기는 작은 몸을 가진 존재들은 대거 쓸어버릴 수 있는 좋은 스킬이었지만, 거대한 몸을 가진 이들에겐 그다지 좋지 않은 스킬이다.
미노타의 오른발을 빨아들이던 사막의 해바라기는 어느 정도 선에서 멈추고 말았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전갈궁, 안타라스가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봅니다.]
'…두고 봐라. 네 독이 없어도 난 이놈을 쓰러트릴 테니까.'
마이클이 다시 거리를 벌렸고, 데미안이 다시 얼음탄을 발사했다.
그가 쏘는 곳마다 얼음 꽃이 피었고, 미노타는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와 동시에 많은 길드원들이 미노타의 다리로 붙었다. 그 선봉엔 '라인하르트'가 있었다.
"핵주먹!"
콰아아아아앙-!
핵주먹은 지금의 '라인하르트'를 있도록 만들어준 궁극의 펀치였다.
탱커 임에도 한방이 있는 일격필살의 만능 탱커. 그게 '라인하르트'라는 사내였다.
"크으윽, 이놈들!"
아무래도 제법 강력한 공격이었던 모양이다. 갑작스러운 폭발에 미노타는 다리가 휘청거렸다.
다시 한번 해머가 휘둘러졌고, 이번엔 위에서 아래가 아닌 옆으로 궤적을 그렸다.
"다들 피해라!"
'라인하르트'의 외침에 달려오던 길드원들이 걸음을 멈추었다.
하지만 그는 피하지 않았다. 그의 건틀렛에 부착된 강철 방패가 거대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강철의 벽!"
과아아아앙-!
마치 거대한 징을 울리는 것 같은 소리. 미노타가 재밌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 해머를 막다니. 인간 치곤 제법이로구나! 크륵."
한쪽 입꼬리를 올린 미노타는 가차 없이 방패를 두들겼다.
어느새 모래에 빠졌던 오른발도 다시 원 상태로 돌아왔고, 거대한 소는 호쾌하게 해머를 휘두르고 있었다.
콰앙! 콰앙! 쾅!
'라인하르트'의 입에서 피가 울컥 솟자, 데미안이 외쳤다.
"전부 돌격!"
* * *
그 무렵. 유민석은 팀장실에서 차진철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그는 긴 이야기가 끝나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게 사실이야…?"
"예, 믿을 수 없지만 그렇습니다."
지금은 일과시간이었기에 차진철은 존대를 했다.
언제나 그렇지만 그는 공과 사가 확실한 성격이다.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고, 그는 차진철에게 말했다.
"아니, 이게 말이 안 되는데…. 일단 영상 틀어봐."
들고 온 노트북을 조작하던 차진철은 이내 어떤 화면을 띄웠다.
유민석은 이어지는 동영상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시점은 거대한 배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익숙한 얼굴이 나타나자 차진철이 입을 열었다.
"참고로 저분의 성함은 최춘택이라고 합니다."
"한국사람? 근데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운이 좋게 저분의 손녀를 게임 속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친해졌고, 그래서 저분을 만날 수 있게 됐었죠. 물론 독살 당했지만요."
이어지는 화면은 거대한 머슬 크랩이 배를 공격하는 장면. 유민석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뭐야, 저거 견소룡아니야? 그 뭐더라, 기적의 8인?"
"8인의 초신성입니다."
"그래. 아무튼 저 사람이 왜 저기 있어?"
"아무래도 동료인 듯합니다. 마차를 같이 타고 오더라구요."
"아니, 무슨 할아버지 인맥이…."
- 꽈르르릉-!
우레와 같은 천둥소리와 함께 머슬 크랩이 죽었다. 유민석이 말했다.
"이걸로는 저 할아버지가 다른 성좌의 능력을 쓴다는 건 불확실한 것 같은데? 물론, 견소룡의 주먹에 있는 번개와 할아버지의 발에 있는 번개가 비슷하긴 하지만 저 할아버지의 능력일 수도 있잖아?"
"시간을 좀 빨리 돌려보죠."
그가 화살표 키를 누르자, 빠른 속도로 화면이 흘러갔다.
이어지는 화면은 눈보라가 치는 배경에 거대한 검은색의 늑대를 마주하는 장면. 유민석이 물었다.
"저기가 어디야?"
"북극입니다."
"뭐? 거긴 아직 미개척지잖아? 그럼 저 할아버지가 최초로 북극을 뚫었다고??"
"믿기지 않지만 그렇습니다."
"아니, 대체 뭐하는 사람이야…?"
"아직 놀라시긴 이를 겁니다."
'놀라긴 이르다고…?'
그때, 화면이 거대한 암흑세계에 잠기기 시작했다.
조그만 흑색의 늑대들이 소환되었고, 아무래도 저 검은 늑대의 능력인 듯했다.
차진철이 그 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저 거대한 늑대는 성좌입니다."
"역시. 저 정도의 능력을 가진 존재는 성좌들밖에 없지."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는데 유민석의 눈이 갑자기 휘둥그레졌다.
거대한 어둠 속에서 갑자기 하얀 빛이 터지더니, 아까 그 할아버지가 늑대를 소환하기 시작한 것이다.
"뭐, 뭐야? 저건 아까 그 늑대랑 같은 능력이잖아!"
이어지는 화면은 놀라움 투성이었다. 그들은 동굴로 도망쳤고, 갑자기 또 다른 성좌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거대한 하얀 늑대였다.
- 크워어어어억!
그야말로 괴수들의 전쟁. 웬만한 액션 영화 뺨치는 박진감이 혼자 보기가 아까울 정도였다.
할아버지가 하얀 늑대의 등으로 올라섰고, 이어지는 화면은 충격적이었다.
"저런 능력도 가지고 있었다고…?"
아까 봤던 백광이 할아버지의 몸을 감쌌고, 야광 빛을 띤 반딧불들이 거대한 보호막을 만들고 있었다.
그것은 하얀 늑대의 몸을 감싸며, 생명력을 회복시키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상처가 아무는 것이 엄청난 회복력이다.
"저 능력은 또 뭐야?"
"아까 새로운 성애자(星愛者)가 나타났다는 소식 들으셨죠?"
"들었지."
"그게 지금 나타나는 저 여자입니다."
"뭐…?"
갑자기 나타난 여자는 보호막을 더욱 강고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반딧불들을 사용해 엄청난 대공습을 퍼붓기 시작했다.
- 콰콰콰콰쾅!
"저 여인은 할아버지를 통해 스타 프루츠를 먹었고, 성좌를 골랐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할아버지는 모든 성좌를 알고 있다는 듯한 말투였습니다."
"그건 말이 되지 않아. 어떻게 저 할아버지가 그런 정보들을 안다는 건데?"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분은 진짜 알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기나긴 싸움의 종말이 찾아왔고, 검은 늑대는 스스로 포효하며 목숨을 끊었다.
온 세상이 환한 빛에 잠겼고, 잠시 뒤 남은 것은 고고한 하얀 늑대뿐이었다.
유민석이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
"설마… 아니, 진짜 그렇다면 우린 저분이 필요해. 연락 가능해?"
"손녀와는 가능합니다. 우선 할아버지를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달한 상태구요."
"그래. 그렇단 말이지. 저 할아버지가 정말 성좌들의 정보를 알고 있다면 우리도 이 지긋지긋한 야근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 후후후."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김지수입니다."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온 김 비서는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냈다.
"곧 미노타의 레이드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그래…?"
현재 유니온은 미노타의 레이드에 집중하고 있다.
현존하는 최고 레벨의 보스 몬스터.
아마 그곳엔 많은 강자들이 모일 것이고, 스타 프루츠의 능력자도 나타날 것이라는 게 그들의 예측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정확했다.
"이번엔 어떤 길드지?"
"제우스 길드입니다."
"제우스 길드라면… 그 '마이클'이 있던 길드였나?"
"네."
"음, 아직 그의 정보를 모두 모으진 못했었지. 가자 차 대리."
"예. 팀장님."
세 사람은 모니터링 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엔 지금 미노타 레이드에 대한 생방송이 이어지고 있었다.
마침 그 자리에 이석준 부장도 함께 있었다.
"부장님까지 와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오, 어서 와 유 팀장. 내가 마이클의 팬이라서 말이야. 하하."
"그러셨군요."
이석준 부장은 이건명 회장의 둘째 아들이다. 장남인 이명준과는 달리 명석하고 사업수완도 좋다는 것이 회사 내의 평이었고, 아마 이건명 회장이 죽고 나면 유니온의 계승 1순위는 이 사람이 될 것이라는 게 유민석의 생각이었다.
'꼭 그래야지. 아니면 내가 당신 동아줄을 잡은 의미가 없으니까.'
마침 리포터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녀는 아비규환 속에서도 열혈 정신을 발휘해 상황을 전달했다.
- 대단합니다! 역시 제우스 길드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저 연계 좀 보십시오! 그야말로 세계 1위 길드의 위엄이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마이클은 정말 명불 허전입니다!
이석준 부장이 호탕하게 웃었다.
"역시 마이클이야. 하하하."
하지만 상황은 그리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미노타가 온몸의 고열을 내뿜으며 폭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 콰아아아아앙-!
엄청난 폭발력에 100명에 가까운 길드원들이 전멸했다.
남은 것은 약 50명의 길드원들과 간부들, 그리고 마이클 뿐이었다.
-휴, 위험했군요.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제우스 길드도 결국 실패하고 마는 걸까요?!
그 순간 마이클이 뭐라고 외치더니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는 모래를 밟고 허공을 날고 있었고, 갑자기 사라진 그를 보며 리포터는 당황을 금치 못했다.
-마이클이 이동합니다! 어디로 가는 걸까요?! 저 모래를 밟으면 어떤 느낌일지 정말 궁금합니다.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움직임입니다!
마이클은 거대한 동굴의 천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곳에 발 디딜 곳은 전혀 없었다.
오로지 그는 모래를 밟고 있었고, 이내 그는 천장에 손을 대었다. 그리고 갑자기 무너지기 시작하는 거대한 공동.
쿠구구구구!
엄청난 지진이었다.
하늘에서 모래가 후두둑 떨어지더니, 천장을 가득 메우던 돌들이 모래가 되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내, 갑자기 엄청난 모래의 파도가 미노타를 휩쓸었다.
쏴아아아아아!!!
- 아앗, 대단합니다! 미노타가 모래를 뒤집어쓰기 시작합니다! 엄청난 고열이 순식간에 진압됩니다! 그런데 모래가 너무 많이….
콰콰콰콰콰!!
2차, 3차, 4차로 이어진 모래의 파도가 공동을 가득 채웠다.
리포터는 너무 많은 양에 당황하는 눈치였다.
- 이, 이게 대체?!
어느새 천장은 텅 비어있었다.
거대한 공동의 천장과 벽들이 전부 모래로 변해버렸고, 쓰나미가 되어 그들을 덮쳤다.
하지만 그때, 리포터의 몸이 두둥실 떠올랐다.
- 어어엇?
그녀는 어느새 모래 위에 올라와 안착했다.
모든 제우스 길드가 그곳에서 모래의 쓰나미에 쓸려가는 미노타를 보고 있었다.
이석준이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이야! 역시 마이클이라니까! 저런 한 방이 있을 줄은 몰랐는걸!"
유민석도 내심 감탄했다.
설마 저런 식으로 미노타를 잡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아마 미노타는 숨도 쉬지 못한 채 모래 속에 파묻혀버릴 것이다.
하지만 그때였다.
[폭염의 미노타가 <초열지옥> 을 준비합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