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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99화 (99/375)

나 빼고 다 젊은이 099화

제99화

츠츠츠츠츳-!

엄청난 스파크가 내 전신을 타고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순식간에 내 몸을 감싼 황금빛 스파크는 나와 무두르의 피를 멀어지게 만들고 있었다.

끊어질 것만 같은 의식 속에서 나는 분명히 볼 수 있었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의 <강림>  이 시작됩니다.]

강림…? 이 녀석 설마?

쿠구구구구.

터질 것만 같은 강대한 힘이 주변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옆에 있던 솔라의 두 눈이 푸른 불꽃을 일렁이며 변하고 있었다.

거대해진 태양은 사람의 형상을 띄었고, 내가 알고 있는 익숙한 모습이 되어있었다.

나를 둘러싼 무두르의 피가 아래로 후두둑, 떨어지자 슈벤이 당황한 표정으로 고성을 질렀다.

"이, 이 무슨…!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취이익!"

[블러디 오크화 진행률 50%]

…정확히 절반에서 멈춘 건가.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프로메테우스. 너…!"

"…말 시키지 마. 지금 밀어내는 것도 힘드니까."

푸른 눈의 솔라, 정확히는 솔라의 몸에 강림한 프로메테우스의 주위로 피의 강이 갈라지고 있었다.

나는 간신히 바닥에 착지할 수 있었고, 피를 머금었던 땅은 축축하고 습한 느낌이 들었다.

이 녀석. 날 구하기 위해 무리를….

파지직-!

젠장. 벌써 시작된 건가.

프로메테우스의 머리 위로 무지갯빛 스파크가 튀고 있었다.

나는 저 빛의 정체를 안다.

"…금제(禁制)를 깨다니."

성좌들은 인간 세상에 있어도 금제(禁制)를 받지 않는다.

그들은 인간계를 수호하기 위해서 그곳에 존재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신들은 조금 다르다.

신들은 인간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큰 피해를 줄 수가 있다.

태초 신 가이아는 그것을 막기 위해 금제(禁制)를 만들었다.

신들의 힘을 제약하고 이 땅의 인간들을 지키기 위해 눈물을 머금은 선택을 한 것이다.

"이, 이게 무슨…?"

슈벤은 겁에 질린 듯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설마 이런 상황이 되리라고는 예상도 하지 못했겠지. 하긴, 나도 그랬으니까 이해는 간다.

하지만 그게 날 배신한 것에 대한 용서의 이유는 될 수 없다.

"프로메테우스. 얼마나 버틸 수 있냐."

"지금의 내 힘으로는 5분…. 젠장 말 시키지 말라니까."

주변으로 갈라진 피의 파도가 불의 벽과 함께 꿀렁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잘게 흔들리는 걸 보면 아무래도 오래 버티진 못할 것 같았다.

…빨리 끝내야겠군.

나는 해 오름을 전개해 슈벤을 향해 달렸다.

슈벤이 잠시 당황하는 듯하더니 손가락을 움직여 내게 공격을 퍼부었다.

"죽어라!"

콰콰콰콰콰-

그의 손끝에서 뻗어 나온 차가운 기운이 나를 덮쳤다.

아까 전 그가 썼던 죽음의 눈보라라는 마법이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나는 없었다.

나는 드레인이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으니까.

콰직.

드레인과 슈벤을 연결하던 어둠의 사슬을 손으로 잡아 뜯자, 드레인의 포박이 풀리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여긴 내가 맡으마, 넌 그 틈에 도망쳐라."

"하지만…."

"네가 있으면 방해가 될 거다."

방해라는 말에 드레인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안타깝지만 사실이었다.

지금의 그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인질이 되면 방해만 될 뿐.

"조금만 기다려요. 내가 소룡이랑 수정이를…."

"크륵. 죽어라!"

콰콰콰쾅!

슈벤이 마법을 퍼붓기 시작했다.

얼음으로 된 공격이 주였지만, 화염, 어둠, 그리고 약간의 저주 공격도 섞여 있었다.

가뿐히 피할 수 있는 공격이었지만 고스란히 받아쳐야만 했다.

지금 내가 막지 않으면 드레인이 죽고 말테니.

"어서 가라!"

"큭, 브라더 조금만 기다려요! 알았죠? 돈 워리!"

멀어지는 드레인의 뒷모습을 나는 볼 수 없었다.

슈벤이 광소를 터트렸다.

"크하하하. 과연 제법이구나! 하지만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다. 내가 다시 무두르 님과 하나가 되게 만들어 줄 테니까."

그가 지팡이를 들고 중얼거리자 프로메테우스가 막고 있던 피의 파도가 나를 향해 움직였다.

그것은 날카로운 가시처럼 모양을 바꾸며 찔러왔다.

마치 살아있는 듯한 느낌.

"염병하네. 진짜."

나는 슈벤의 공격과 피의 파도가 찔러오는 무차별적인 공격을 동시에 피해야 했다.

하지만 내 체력은 이미 많이 떨어져 있었다.

아까 전 있었던 무두르의 부활에 대한 의식 때문이었다.

[당신의 몸은 현재 정상이 아닙니다.]

[모든 능력치가 절반으로 감소한 상태입니다.]

[5분간 앉아 쉬어야만 회복할 수 있습니다.]

해 오름으로 모든 능력치를 2배로 올렸기에 그나마 버틸 수 있었지만, 모두를 피할 수는 없었다.

조금씩 떨어져 가는 생명력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 순간 프로메테우스의 메시지가 보였다.

[사도 버프를 받았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50% 올랐습니다.]

"프로메테우스 너…!"

"젠장. 또 신격을 낭비했군. 3분이야! 3분 안에 끝내!"

아마 이 일이 끝나면 프로메테우스는 며칠간 잠을 자야 할지도 모르겠다.

금제를 깬다는 건 신들에겐 그만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조금만 버텨라."

나는 온몸의 태양 에너지를 끌어올리며 썬 로드를 사용했다.

퍼어어엉-!

엔진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폭발하는 힘으로 슈벤을 향해 달렸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았다.

날카롭게 찔러오는 고드름을 피하고, 나를 향해 쇄도하는 어둠의 구체를 지나, 각종 저주마법과 피의 송곳을 제치며 달렸다.

썬 로드는 드레인이 가르쳐 준 것처럼 이름 그대로 '태양의 길'이었다.

"잿더미가 되어라."

나는 그의 다리 사이를 지나며 태양의 춤을 췄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솟아오르는 태양의 기둥이 그의 몸을 감싸며 용오름처럼 솟아올랐다.

콰콰콰콰콰!

"크어억!"

뜨겁게 피어오르는 연기 사이로 슈벤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그는 멀쩡했다.

약간의 피해라도 있어야 했건만 그는 너무도 멀쩡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무슨?"

다음 순간 나는 그의 몸을 감싸고 있는 피의 장막을 보며 경악했다.

슈벤은 무두르의 피를 끌어와 보호막으로 사용한 것이다.

"크륵. 하마터면 위험할 뻔했군. 하지만 여기까지다."

다시 한번 지팡이를 뻗자 그의 몸을 보호하던 피의 장막이 순식간에 송곳처럼 나를 찔러왔다.

갑작스러운 공격을 피할 수 없어서, 나는 송곳을 양손으로 잡을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 멈춰선 송곳을 보며 프로메테우스가 소리쳤다.

"영감!"

"아직… 괜찮다. 이놈아. 크윽."

약간의 소리만 쳤을 뿐인데도 동굴 안이 요동치는 게 느껴졌다.

역시 신의 강림은 목소리만으로도 위협이 된다.

내 양손이 피로 물들었고, 무두르의 피인지, 내 피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취이익. 끈질긴 놈이군…."

슈벤의 주변으로 또 다른 마법의 구체들이 떠오르는 것이 보였다.

…젠장. 저거 맞으면 진짜 끝인데.

이미 나는 한계였다.

그건 프로메테우스도 마찬가지.

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나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해 오름>  의 마지막 오의를 기억하냐고 묻습니다.]

"뭐야. 너 왜 간접 메시지로…."

고개를 돌려 그의 몸을 확인하는 순간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 수밖에 없었다.

프로메테우스의 몸을 이루던 태양의 불꽃이 점점 꺼져가고 있었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지금부터 그걸 할 거라고 말합니다.]

"뭐라는 거냐. 그건…."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그 방법밖에 없으니 조용히 하라고 말합니다.]

"그걸 쓰면 넌 더 많은 신격(神格)을 쓰게 될 거다. 그럼 넌…."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걱정 말라고 말합니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당신을 믿는다고 말합니다.]

처절하도록 슬프게 들려오는 메아리. 그 메시지를 보며,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꺼져가는 프로메테우스의 몸을 보며,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슈와아아악-!

프로메테우스의 몸을 이루던 태양의 불꽃이 내 다리를 향해 스며들기 시작했다.

커져 가는 태양의 힘을 느끼며, 나는 먹먹한 비감을 느꼈다.

"…미안하다. 프로메테우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당신을 보며 웃습니다.]

비감이 가득한 얼굴로 슈벤을 돌아보았다.

그는 여전히 욕망이 넘치는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크하하. 멍청한 놈! 넌 이제 끝이다! 취이익!"

그 순간 오른발로 강하게 진각을 밟았다.

콰아아아앙-!

프로메테우스가 없어지자, 나를 향해 쇄도하던 피의 파도가 또 한 번 불의 벽에 막혀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아까는 프로메테우스가 다루던 힘이었다면, 이번엔 내가 그 힘을 다루고 있었다.

그가 쏘아낸 갖가지 마법들도 내 몸을 감싼 태양의 불꽃을 뚫지 못하고 있었다.

이건 내 몸에 있는 모든 태양 에너지를 단 한 번의 공격에 쏟아붓는 해 오름의 최종 오의.

"가자. 프로메테우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계속해서 쏟아지는 슈벤의 마법을 무시하며, 나는 슬픈 태양의 춤을 췄다.

그동안 수많은 태양의 춤을 췄지만, 이토록 슬픈 적은 처음이었다.

비처럼 쏟아지는 공격에 내가 쓰러지지 않자, 슈벤이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말, 말도 안 돼! 어찌…!"

나는 망연한 얼굴로 그를 보며 입을 열었다.

"…해 오름(日) 최종오의."

쿠구구구구.

그 순간 모든 정경이 불타올랐다.

땅에서 솟아오르기 시작한 태양의 불꽃은 거대한 형상을 띄었고, 모든 것을 지워버릴 것 같은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나는 타오르는 화염의 폭풍 속에서 슈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불길한 예감을 느낀 슈벤은 말을 더듬었다.

"이, 이건 불가능해. 불가능한…."

화염의 폭풍은 거대한 용의 형상이 되었다.

이윽고 내가 움직이자, 용의 머리도 함께 움직였고, 나는 공중에서 자세를 취하며 슈벤을 향해 날아올랐다.

마침내 거대한 용의 아가리가 입을 벌렸다.

"태양룡(太陽龍)."

콰콰콰콰콰-!

거대한 용의 입이 슈벤을 집어삼키며 그를 잿더미로 만들기 시작했다.

태양룡(太陽龍)은 동굴을 무너트릴 듯이 집어삼켰다.

"으, 으어어어억! 으어어어…."

그것이 슈벤의 마지막이었다.

그는 약간의 존재조차 남기지 못한 채 사라져 버렸다.

잿더미조차 삼켜버린 태양이 모든 것을 무(無)로 만든 것이다.

나는 레벨이 올랐다는 메시지도 무시하며, 프로메테우스의 간접 메시지를 기다렸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사라져가는 태양의 힘을 느끼며 나는 깊은 슬픔을 느꼈다.

이 힘은 원래 지금 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솔라가 좀 더 성장을 해야만 쓸 수 있는 최종오의.

지금의 힘은 프로메테우스가 마지막 남은 신격(神格)을 쥐어짜 강제로 만들어 낸 힘이었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의 눈이 점점 감깁니다.]

온몸을 휘감던 태양의 힘이 완전히 사라지자 내 몸도 무거워졌다.

그래도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가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하는 말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뒷일을 부탁한다고 말합니다.]

"…그래. 걱정 마라. 내겐 네가 준 기억들이 있으니까."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고 그게 마지막 메시지였다.

많은 말은 필요치 않았다.

알렉서스 만큼은 아니겠지만, 이젠 그와의 유대도 제법 깊어졌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불과 예언의 신, '프로메테우스'가 모든 신격(神格)을 소모하였습니다.]

[프로메테우스가 금제의 저주로 인해 기약 없는 잠에 빠집니다.]

[신격(神格)을 회복하지 않는 한 프로메테우스는 깨어나지 못합니다.]

[블러디 오크가 되는 피의 의식이 중단되었습니다.]

"빌어먹을…."

혹시나 했지만, 역시 프로메테우스는 금제의 저주에 걸리고 말았다.

그 어떤 신도, 태초 신 가이아가 걸어놓은 금제의 저주는 피할 수가 없었다.

천궁에 편하게 누워있을 최고신 유피테르라 할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그때였다.

[크르륵. 이 망할 몸뚱이는 뭐냐.]

무두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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