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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80화 (80/375)

나 빼고 다 젊은이 080화

제80화

차가운 북극의 추위는 살을 에는 듯 우리들을 괴롭혔다.

하지만 솔라가 있어서 얼어 죽는 것만은 면할 수 있었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솔라의 지속시간이 끝나간다고 말합니다.]

나는 잠깐 일행들을 멈춰 세웠다.

"잠깐 정지!"

일행들이 멈춰 서자, 솔라가 불을 흩트리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이 마치 꺼지기 직전의 촛불 같았다.

마침내 솔라가 사라졌고, 쿨타임이 돌아오자, 나는 다시 솔라를 소환했다.

[태양의 정령 - 솔라가 소환되었습니다.]

[주변에 있는 얼음을 녹입니다.]

[일정 범위 내에 있는 대상에게 한기에 대한 내성을 부여합니다.]

김수정이 물었다.

"솔라를 좀 더 자주 소환하실 수 있게 되셨네요?"

"그래. 50레벨이 넘어가니 쿨타임이랑 소환시간이랑 같아지더구나."

"아하."

사실 내심 안도하고 있었다.

만약 프로메테우스 녀석이 솔라의 레벨을 좀 더 올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하지 않았더라면, 나와 일행들은 이곳에서 동사하고 말았을 테니까.

"아버님, 근데 이곳에 대해 공부하셨다고 하셨죠?"

"음? 그래. 그랬지."

"여기는 몬스터 같은 것 없어요?"

그녀의 말에 순간 의문을 가졌다.

그러고 보니, 원래 이곳엔 몬스터들이 있었던 거 같은데….

얼음이 가득한 곳답게 이곳은 얼음 속성의 몬스터들이 나오는 곳이었다.

우리들은 10분가량 달렸지만, 아직 몬스터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계속 이렇게 안 나와 준다면 좋겠는데….

하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크워어어억!"

눈보라의 정경 속에서 우리들은 땅이 흔들리는 충격을 느꼈다.

순간 중심을 잃은 김수정이 넘어지려하자, 나는 어깨를 잡아주었다.

"고, 고맙습니다."

"몬스터가 나올 모양이다."

"그런 것 같네요."

나는 자연스레 견소룡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는 언제든 몬스터를 공격하기 위해 전투태세에 돌입해 있었다.

파지지직.

…역시 듬직한 녀석이군.

이렇게 아군일 땐 든든하지만, 언젠가 나는 그와 콜로세움에서 결투를 벌일 예정이었다.

젠장. 그냥 싫다고 할걸.

[주먹성, 레이트라가 지금부터 벌어질 싸움을 기대합니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해 오름의 공격이 약해질 거라 말합니다.]

나는 재빨리 비천기상무를 추며 해 오름을 전개했다.

김수정은 레벨이 오르며 새롭게 얻은 버프들을 우리들에게 걸어주었다.

"빛의 보호, 성스러운 축복, 블레스, 빛의 자유!"

블레스까지는 알고 있었지만 빛의 자유라는 스킬은 새로 보는 것이었다.

[빛의 자유가 가득합니다.]

[공격속도와 이동속도가 10분간 1.5배 증가합니다.]

오호. 괜찮은데.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잠시 뒤, 지진을 일으키며 걸어오던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Lv.180 아이스 골렘]

지진의 정체는 거대한 아이스 골렘. 그러고 보니, 기억 속에도 있는 몬스터였다.

원래는 마력이 있는 돌이 붙어서 이루어진 몬스터였지만, 지금 보니 그 돌의 역할을 얼음이 대신하고 있었다.

녀석의 거대한 한쪽 팔이 하늘로 치솟더니 땅으로 내리쳐졌다.

콰아앙-!

우리들은 재빨리 그것을 피해냈다.

수정이는 움직임이 느려서 내가 대신 안고 피했고, 나는 재빨리 땅에 붙은 녀석의 팔을 공격했다.

파라라락-! 쾅!

[대상이 얼음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태양 속성의 공격력이 절반으로 감소합니다.]

[물리 공격 또한 약간 감소합니다.]

"젠장. 역시 이렇게 되나."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공격이 먹히지 않았다.

태양 속성 공격이야 당연하다 싶었는데, 물리 공격도 감소되다니, 이건 예상 밖의 상황이었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태양 속성은 적의 물리 방어력을 무시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랬던 건가.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태양 속성이 약해졌으니, 방어 무시 데미지도 약해졌던 것이다.

하지만 낙담하지 않았다.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애초부터 전부 예상했던 것들이었으니까.

나는 아이스 골렘의 옆구리를 공격하고 있는 견소룡을 불렀다.

"소룡아!"

"예, 형님!"

"이리로 와봐라!"

그가 앞에 서자 나는 익숙하게 주먹을 내밀었다.

견소룡의 고개가 갸우뚱했다.

"성단(星團)을 열려고 하십니까? 그건 이미 열…."

"그거 아니다. 시간 없으니까 일단 내밀어."

그러자 그가 빙긋 웃으며 주먹을 갖다 댔다.

툭.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레이트라. 네 힘이 필요하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

[주먹성, 레이트라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프로메테우스와 레이트라가 서로 주먹을 맞댑니다.]

그 순간. 갑자기 하늘에서 푸른 번개가 내려쳤다.

콰콰콰쾅-!!

"이, 이건?!"

견소룡은 꽤나 놀란 눈치였다.

그럴 수밖에.

이건 레이트라의 푸른 번개니까.

[레이트라의 푸른 번개가 당신에게 일시적으로 깃듭니다.]

[번개에 대한 내성이 부족합니다. 30분의 제한시간이 주어집니다.]

[번개의 위력이 절반으로 감소합니다.]

"…절반이라."

옆에 있던 견소룡이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진짜 놀란 모양이네.

"대체 어떻게…?"

하지만 나는 그 말에 대답을 해주지 못했다.

아이스 골렘이 다시 한번 팔을 휘둘러 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번엔 위에서 아래가 아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둘러졌다.

나는 머릿속을 타고 흐르는 레이트라의 기억과 함께 스킬 이름을 외쳤다.

"뇌보법."

번개가 튀는 파찰음과 함께 다리에 푸른 번개의 힘이 깃들었다.

온몸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짜릿한 느낌이 온몸을 관통했다.

[성좌 스킬, '뇌보법'을 활성화 시킵니다.]

[번개의 기운이 신경을 자극합니다.]

[순간 가속력이 3배 증가합니다.]

순식간에 사라진 나는 어느새 아이스 골렘의 어깨에 올라와 있었다.

나는 얼굴을 걷어차며 말했다.

"뇌룡각."

콰콰콰콰쾅!

화염과 번개의 축제가 벌어졌다.

나는 쉬지 않고 머리를 걷어찼다.

해 오름과 뇌룡각의 콜라보레이션이었다.

꽈르릉! 콰쾅! 콰콰콰쾅! 꽈릉!

…죽이네.

설마 했는데,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레이트라의 번개가 아이스 골렘을 마비시켰고, 방어력도 꿰뚫고 있었다.

당연히 해 오름의 데미지도 정상적으로 들어갔고, 그것은 엄청난 시너지를 낳고 있었다.

툭.

순식간에 넝마가 되어버린 아이스 골렘의 머리가 떨어졌다.

하지만 아직 경험치 획득 메시지가 뜨지 않았다.

무릇 골렘이란 마력이 응집되어있는 핵으로 움직이는 존재들.

그 말인 즉, 핵이 없어야 움직이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머리가 없는데도 움직이려 하는 아이스 골렘의 모습을 보며, 서둘러 핵을 찾았다.

"여깄구만."

나는 곧장 발로 아이스 골렘의 가슴을 걷어찼다.

훤하게 드러나는 핵의 모습.

마치 차가운 수정구슬처럼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곧장 손을 뻗어 핵을 뽑아내려 했다. 그런데.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멈추라고 말합니다!]

"…왜?"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녹여서 만져야한다고 말합니다.]

아차, 그랬지.

하마터면 오른손이 날아갈 뻔했다.

아이스 골렘의 핵은 보통의 방법으로 취할 수가 없다.

자칫하면 냉독(冷毒)에 걸릴 수가 있기에 화염 마법을 사용해 녹이거나….

"솔라야."

태양으로 녹이면 된다.

"왜 그러냐. 주인아! 해해."

"이거 좀 살짝 녹여줄래?"

"알았다! 금방이다!"

솔라가 핵에 다가서자, 얼음이 금방 녹는 것이 보였다.

그러자, 수정구슬 안에 있던 진짜 핵이 드러났다.

나는 재빨리 핵을 잡았다.

[아이스 골렘의 핵을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x3]

여기 생각보다 좋은 사냥터인데…?

한 마리 잡았을 뿐인데, 3레벨이 올랐다.

나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핵의 정보를 확인했다.

[아이스 골렘의 핵]

등급: 영웅

북극에만 존재하는 아이스 골렘의 핵이다.

평범한 방법으로 핵을 취하려 하면 냉독에 걸리기 때문에 화염으로 충분히 녹여야만 얻을 수 있는, 그야말로 마력의 결정체이자 최고의 마력 재료중 하나다.

만약 이것을 마법사 길드에 판다면 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섭취 시 최대 마력의 50%를 천천히 회복합니다.

-얼음 속성 공격력이 일시적으로 증가합니다.

…역시 생각한 그대로군.

사실 아이스 골렘을 보는 순간 이게 가장 먼저 떠올랐다.

어떤 마력의 양이라도 무조건적인 절반의 마력 회복.

물론, 나는 마력을 많이 쓰는 편은 아니라서 쓸 생각은 아니었다.

하지만 팔면 꽤 돈이 될게 분명했다.

"이걸로 우리 미도 검 바꿔줘야지."

며칠 전 보았던 피의 도살자라는 검이 무척 신경 쓰였다.

물론 기능은 두말 할 것 없이 좋았지만, 외향적인 모습이 좀 별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별로인 것은 그 김현우인가 뭔가 하는 놈이 선물해주었던 것이란 사실이었다.

…고얀 놈. 내가 우리 손녀를 뺏길 줄 알고?

부리부리한 눈으로 핵을 내려다보는데 뒤에서 견소룡이 다가왔다.

"형님은 항상 절 놀라게 하십니다."

"많이 놀랐냐?"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하하."

어이가 없는지 견소룡이 이빨을 보이며 웃었다.

김수정도 물었다.

"아니, 대체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 거예요??"

"천성(天星)이 같으면 가능하다."

…물론, 나는 상관없지만.

"그걸 대체 어떻게 아시는 건데요…?"

젠장. 계속 대답해주기도 귀찮네. 미안하다. 프로메테우스.

"프로메테우스가 말해주더라."

"…아버님은 엄청난 성좌를 얻으셨네요. 진짜 부럽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자신은 성좌가 아니라며 화냅니다.]

프로메테우스가 말했지만, 그녀는 듣지 못했다.

그녀는 아직 스타 프루츠의 능력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견소룡이 말했다.

"뇌룡각은 또 뭡니까?"

"음? 레이트라 놈이 말 안 해주더냐?"

"예."

"네놈도 고생이다. 쯧쯧."

나는 그에게 레이트라의 번개에 대한 얘기해주었다.

사실 레이트라의 번개는 주먹에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녀석이 주먹으로 성좌에 오른 녀석이다 보니 미처 얘기해주지 못한 모양이었다.

뭐, 사실 얘기 해줄 필요도 없어보였지만.

"알아도 넌 쓸 필요가 없다. 네 주먹은 그만큼 대단하니 자부심을 가져도 돼. 나야 발차기가 편해서 발에 운용한 것이지만 말이야."

견소룡은 큰 깨달음을 얻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웰시 울프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름은 모르지만 첫째라고 불린 가장 큰 몸집을 자랑하는 늑대가 걸어왔다.

"도움이 필요할 줄 알았는데, 강한 인간들이었군."

"그래. 우리도 레벨업을 해야 하니까."

"레벨업? 그게 뭐지…?"

"강해져야한다는 뜻이다."

"그렇군. 그럼 우린 가만히 있으면 되나?"

"그래주면 고맙겠군."

[늑대성, 로믈라나가 당신들의 승리를 축하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이 녀석도 있었지.

원래 조용한 성격인가…? 하긴, 약간 귀부인 같은 느낌이긴 한데.

성좌마다 각자 개성 있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누구는 발랄하고, 누구는 기품 있고, 누구는 까불기도 하고 장난기가 많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로믈라나는 기품을 가진 성좌였다.

그에 반해 이놈들은….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레이트라에게 코딱지를 묻힙니다.]

[주먹성, 레이트라가 박수를 치다 쌍화차를 쏟습니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옷이 젖었다며 레이트라의 뒤통수를 때립니다.]

…시끄러워 죽겠네.

기품이라곤 1도 찾아볼 순 없는 놈들이었다.

그놈의 정이란 게 뭔지. 에휴.

김수정이 어딘가를 가리킨 건 그때였다.

"저기 좀 보세요! 눈보라가 몰려오고 있어요!"

그녀의 말과 동시에 모두의 고개가 돌아갔다.

정말로 눈보라가 몰려오고 있었다.

그것은 점점 다가오며, 익숙한 형체를 띄었다.

[Lv. 185 아이스 골렘]

[Lv. 181 킹콩 설인]

[Lv. 190 프리저 타우루스]

……

……

"…염병하네."

나는 웰시 울프들을 향해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들은 문워크를 하며 뒷걸음질 쳤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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