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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76화 (76/375)

나 빼고 다 젊은이 076화

제76화

쏴아아-

굽이치는 파도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지금 타고 있는 배는 아크 랜드에서 가장 중앙에 위치한 아틀란 해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선장 골드가 키를 잡으며 배를 조종했고, 나는 갑판에서 한가로이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허이짜!"

쒸이이익-

허리를 튕기며 날아간 낚시찌가 저 멀리 안착했다.

나는 갑판에 준비된 의자에 앉았고, 물고기가 바늘을 물기만을 기다렸다.

뒤에서 김수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라? 아직 한 마리도 못 잡으신 거예요?"

"그래. 이놈의 물고기들이 다 도망가는구나."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형편없는

낚시 실력을 비웃습니다.]

[주먹성, 레이트라가 자기가 잡는 게 빠르겠다고 말합니다.]

이 썩을 놈들이….

"야, 이놈들아. 그럼 네놈들이 잡아!"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할 수만 있다면 그랬을 거라 말합니다.]

[주먹성, 레이트라가 자신도 마찬가지라고 말합니다.]

김수정이 웃으며 물었다.

"또 성좌들이 말썽이에요?"

"…그래. 저 망할 놈들이 자꾸 나보고 낚시 못한다고 놀리잖냐."

"그래도 부러워요. 저도 스타 프루츠 능력자였다면 성좌랑 대화하면서 놀고 그랬을 텐데. 심심하지도 않구요."

"부럽기는. 밥만 축내는 놈들인데."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자신은 거지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주먹성, 레이트라가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에휴, 말을 말아야지.

프로메테우스는 레이트라와 만난 뒤부터 부쩍 말이 많아졌다.

아마, 500년간 혼자였다가 친구가 생기니 기분이 좋은 거겠지.

물론, 나는 더 귀찮아졌지만.

"어어! 저기 찌가 가라앉아요!"

"음?!"

나는 재빨리 낚시대를 감았다.

하지만 보이는 것은 텅 빈 낚시 바늘 뿐이었다.

아무래도 물고기가 미끼만 먹고 도망친 모양.

"또 허탕이네."

"괜찮아요. 아직 저녁까진 많이 남았는걸요."

"그래도 오늘은 꼭 매운탕을 해주마. 바다에서 먹어야 맛있지."

그렇게 말한 나는 다시 낚시대를 던졌다.

그때 어딘가로 사라진 김수정이 낚시대를 들고 와 옆에 앉는 것이 보였다.

"이렇게 하면 더 빨리 잡겠죠?"

"낚시할 줄 아냐?"

"아뇨. 가르쳐주세요."

"그래. 알았다."

나는 그녀에게 낚시하는 법을 가르쳤다.

미끼를 꿰는 법부터 시작해 낚싯대를 던지고, 언제 들어 올려야 물고기를 낚을 수 있는가 하는 것까지.

내가 알고 있는 모두를 알려주었다.

김수정은 낚시 스킬이 생기자 찌를 던지며 내 옆에 자리 잡았다.

"파도 소리가 참 좋네요."

"그 맛에 하는 거지."

"왠지 알 것도 같아요."

"나는 물고기를 잡는 것보다 이렇게 세월을 낚는 게 더 좋더구나."

나는 껄껄거리며 웃었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물고기나 잡고 그런 말을 하라고 말합니다.]

[주먹성, 레이트라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것들이 진짜 쌍으로….

나는 애써 그들의 말을 무시했다.

김수정이 입을 열었다.

"그럼 저도 세월을 한번 낚아볼게요."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그녀를 만류합니다.]

[주먹성, 레이트라가 그러지 말라고 말합니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배고프다고 아우성칩니다.]

[주먹성, 레이트라가 쌍화차로 허기를 채웁니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시끄럽다. 이놈들아!! 콱! 그냥!"

나는 하늘을 보며, 또 한 번 짜증을 냈다.

김수정이 폭소를 터트렸다.

"이번엔 또 뭐래요?"

"네가 세월을 낚는다니깐 막으라는구나. 별 거지같은 놈들을 다 보겠네."

"푸하하하!"

김수정이 배를 잡으며 웃었다.

그녀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진짜 재밌는 애들이네요. 내 성좌였으면 좋겠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이 자식이 그래도….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모른 척 휘파람을 붑니다.]

도끼눈을 뜨며, 하늘을 보자 잠잠해지는 프로메테우스. 나는 다시 드넓은 지평선을 바라보며 그녀에게 물었다.

"드레인은 아직도 속이 안 좋다냐?"

"네. 계속 누워있으세요."

"하긴, 처음 타는 거랬지."

드레인은 평생 배를 타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어렸을 적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일이 있어서 배와 바다를 멀리 했는데, 게임 속이라 괜찮을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하긴 기억 속의 냄새마저도 구현하는 기술을 가진 유니온인데 뱃멀미라고 재현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소룡이는?"

"저 앞에 있어요."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가 보니, 열심히 주먹을 휘두르는 견소룡의 모습이 보였다.

배의 가장 앞부분이라 심하게 흔들릴 텐데도 그는 중심을 잡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흐트러짐 없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중국에서 잘나가는 액션 배우였다더니, 사실인가 보네.

사실 나는 그를 잘 모른다.

하지만 수정이가 그를 잘 알고 있었고, 중국에서 '영춘권'이라는 무술로 유명한 사람이라고 했다.

영화도 몇 편 찍었다던데.

"주먹 엄청 빠르네."

"그러게요. 저도 이렇게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인데 대단하네요."

[주먹성, 레이트라가 어깨를 으쓱이며 자랑스러워합니다.]

그러고 보면 이 녀석도 주먹으로 성좌에 오른 녀석이었지….

레이트라는 본래 수인족이었다.

수인족 중에서도 팔다리를 잘 쓰는 것으로 유명한 '바라나 족'이었는데, 이들의 정체는 바로 전투를 숭상하는 원숭이들을 뜻하는 말이었다.

저번에 별 다방에 초대 받았을 때, 프로메테우스가 '천둥벌거숭이'라고 칭한 게 괜한 헛말이 아닌 것이다.

왜냐하면 천둥벌거숭이는 레이트라를 상징하는 또 다른 말이기도 하니까.

…그러고 보면 이 녀석도 참 운이 좋단 말이야.

레이트라가 번개를 다룰 수 있게 된 건 그야말로 우연이었다.

유피테르가 실수로 떨어뜨린 번개를 줍게 된 레이트라는 감전 사고를 당했고, 그것을 알게 된 유피테르가 가엾게 여겨 그를 번개에 대한 내성이 있는 몸으로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레이트라는 번개를 가진 몸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 뒤로 녀석은 '바라나족' 내에서도 승승장구하게 되어, 등성 전쟁에서도 살아남아 2등성의 자리에 올랐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 건 그때였다.

"브라더. 낚시는 할 만해요…?"

"그래. 넌 괜찮냐?"

"노우, 안 괜찮… 우웁."

드레인은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은 기세였다.

다크 서클이 입까지 내려온 걸 보니 뱃멀미가 심하긴 한 모양이다.

한 손으로 입을 막은 드레인은 곧장 바다로 토악질을 했다.

하지만 어제부터 거의 먹지 못했던 그는 헛구역질만 할 뿐이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등을 토닥여주었다.

"쯧쯧. 그러게 배를 못 탄다고 진작 말을 했어야지."

"게임 속이라 괜찮을 줄 알고…. 우웨엑."

…많이도 토하네.

허기가 져서 뭔가를 주워 먹은 모양이다.

내가 모르는 음식들이 토악질에 섞여 나오고 있었다.

"허약한 놈. 쯧. 이럴 때는 깜짝 놀래키는 게 직빵이긴 한데."

"후우. 브라더. 그건 딸꾹질 아니에요? 그리고 나 무서운 거 싫어하는 거 알잖아요."

"그래서 지금 참고 있다. 네 녀석 기절할까 봐."

"지저스, 이걸 고맙다고 해야 할지…."

그때였다.

"아버님! 찌가 내려갔어요! 물었나 봐요!"

"그래?!"

나는 재빨리 옆에 있던 낚시대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거세게 저항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꽈아아악-!

낚시대 손잡이에서 엄청난 인력이 느껴졌다.

"크윽. 엄청 큰 녀석인가 본데…?"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당신의 어복을 기대합니다.]

[주먹성, 레이트라가 드디어 밥을 먹을 수 있겠다며 박수를 칩니다.]

낚시대가 부러질 듯이 휘었고, 생각보다 더 엄청난 힘에 나는 깜짝 놀라고 있었다.

옆에 있던 김수정이 힘을 보탰다.

"하나, 둘, 셋 하면 땡길게요. 자, 하나, 둘, 셋!"

"흐읍!"

그녀가 가세했음에도 우리들은 여전히 힘에서 밀렸다.

심지어 우리가 바다 쪽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토하고 있던 드레인이 엉덩방아를 찧으며 소리쳤다.

"쒯!! 저게 뭐야?!"

동시에 바다 쪽에서 물보라가 올라왔다.

푸화아아악-!

물보라 속에 있던 거대한 그림자가 형형한 안광을 빛냈다.

흉흉한 눈빛이 굉장히 매서워 보였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불길함을 감지합니다.]

[주먹성, 레이트라가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젠장. 그런 건 얘기해주지 않아도 안다고!

어느새 낚싯줄은 끊어져 있었고, 우리들은 멍하니 거대한 그림자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림자가 정체를 드러냈다.

[Lv.180 머슬 크랩]

"엥. 꽃게잖아??"

"어, 엄청 큰 꽃게네요…?"

예상외의 정체에 나는 조금 당황하고 있었다.

영화에서 보면 이럴 때 거대한 바다뱀이라던가, 거대한 문어가 나오던데.

설마하니 꽃게가 나올 줄이야.

근데 꽃게는 바다에서 헤엄을 못 칠 텐데. 어떻게 된 거지…?

파파파파팟-!

…그건 또 아닌 모양이네.

이래서 선입견이 무섭다.

머슬 크랩이라는 이름을 가진 몬스터는 온몸이 울퉁불퉁한 근육 투성이였다.

심지어 다리도 근육이었는데, 왠만한 수영선수 뺨치는 허벅지였다.

머슬 크랩이 양손의 집게를 움직이며 울부짖었다(?)

"게렉 게레렉. 게-이-"

김수정이 말했다.

"…진짜 이상하게 우네요."

"…그러게 말이다."

머슬 크랩은 집게로 위협을 하며 다가왔다. 녀석의 집게에 배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꽈자자작.

배가 기울었고, 주변에 있던 선원들과 선장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머슬 크랩이다! 공격해!"

"집게를 집중 공격한다!"

"포탄 발사 준비!"

나는 재빨리 해 오름을 전개해 머슬 크랩의 집게를 찼다.

콰아아앙-!

[머슬 크랩은 수속성 몬스터입니다.]

[화염 속성 데미지가 절반으로 감소합니다.]

"염병하네."

예상은 했었지만, 이 정도로 데미지가 안 들어갈 줄은 몰랐다.

그나마 물리적인 공격은 먹혔는데, 그것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선원들이 검을 뽑아 머슬 크랩의 집게에 생채기를 내기 시작했다.

"게레레레렑!"

머슬 크랩이 입에 게거품을 물었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집게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선원들은 쓰러졌고, 익숙한 인영이 머리 위로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뇌룡권!"

꽈르르르릉-!

오른손에서 출사된 푸른 번개가 머슬 크랩의 집게를 강타했다.

순식간에 구워진 집게가 모락모락 연기를 냈고, 주먹이 닿은 곳은 날카로운 송곳에 꿰뚫린 것처럼 구멍이 뚫려 있었다.

…역시 저 녀석을 데려온 건 최고의 선택이었어.

지금 내가 향하는 북쪽은 굉장한 추위가 있는 곳이었다.

그만큼 얼음 속성을 가진 몬스터들이 많았고, 화염 속성을 가진 나는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번개 속성을 가지고 있는 레이트라는 그야말로 그들의 천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건 수속성이라도 마찬가지.

츠츠츠츳-!

푸른 스파크와 함께 뇌룡권이 또 한 번 머슬 크랩의 집게를 관통했다.

양손을 뒤로하며 뇌룡 연타를 준비하는 견소룡.

그가 도망을 가려는 머슬 크랩을 향해 뛰어올랐다.

"거기 서라!"

그 말과 동시에 수많은 푸른 번개가 날았다.

그것들은 머슬 크랩의 온몸을 관통했고, 마비시키기도 했다.

마지막 공격은 견소룡의 몫이었다.

"죽어라!"

콰아아앙-!

사실 번개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진귀한 광경이다.

그리고 번개로 꽃게를 굽는 것 또한 마찬가지.

온몸에 푸른 번개를 두른 견소룡은 머슬 크랩과 함께 바다로 가라앉았다.

순간 바다에 엄청난 전류가 흘렀다.

파지지지직-!

잠시 후.

견소룡이 배위로 올라왔다.

그의 온몸은 물에 젖어 있었다.

저 멀리 머슬 크랩의 시체가 둥실둥실 떠있었고, 선원들은 눈을 빛내며 환호성을 질렀다.

나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감전사할 줄 알았는데. 용케 살았구만."

"전 번개에 대한 내성이 있어서 죽지 않습니다."

알고 있는 얘기였지만, 농으로 한 말이었다.

나는 그에게 또 물었다.

"이 정도면 네가 더 센 거 아니냐? 굳이 콜로세움에서 우리가 붙을 이유가 있을까 싶은데…?"

"이건 속성 때문에 그런 거지 않습니까. 전 형님이랑 순수하게 겨뤄보고 싶은 겁니다."

"끙, 할 말 없게 만드는군."

이래나 저래나 그는 나와 제대로 붙어보고 싶은 모양이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날을 준비해야 할 것 같았다.

그때, 누군가 외쳤다.

"우와아아아!!"

고성을 지른 사람은 이곳의 선원.

그가 바라보는 곳은 배의 바로 아래쪽이었다. 우리들의 시선도 그를 따라갔다.

나는 그곳을 보며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허 참."

"와, 이게 다 물고기예요??"

우리들은 견소룡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는 무안한지 손가락으로 볼을 긁고 있었다.

나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동생아."

"예, 형님."

"이제 낚시는 네 담당이다."

희대의 강태공. 아니, '견태공'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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