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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75화 (75/375)

나 빼고 다 젊은이 075화

제75화

케레노스와 함께 영주성에 도착한 나는 곧장 에드워드에게도 똑같이 말했다.

에드워드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정말 그 괴물을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예, 그렇습니다."

지금 내 머릿속에 있는 방법대로 된다면 말이다.

"그게 대체 뭐야? 알려줘! 부탁할게!"

"저도 궁금합니다. 영감님."

두 사람이 동시에 물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며, 영주에게 말했다.

"우선 이곳 대륙의 지도가 있으면 가져다주십시오. 그 다음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잠시 후. 기사 하나가 책상 위에 커다란 지도를 폈다.

그리고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도가 조금 다른데?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바뀌어버린 지도에 침음합니다.]

그러고 보니, 처음 시작할 때 프시케가 내게 '아크 랜드'라고 했었던 기억이 났다.

지금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은 '판게아 대륙'인데 말이다.

그런 내 표정을 읽었는지, 옆에 있던 케레노스가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영감님."

"내가 알던 지도와 조금 다르구나."

"예? 어떻게 말입니까."

"내가 기억하기론 여기 가운데 바다는 없었는데…."

판게아 대륙과 아크 랜드의 차이는 바로 가운데 있는 거대한 바다였다.

아크 랜드는 마치 거대한 도너츠 같은 모양이었는데, 가운데도 바다가 있고 주위에도 바다로 둘러싸인 그런 모양새였다.

조금 특이한 모습에 나는 혀를 내둘렀다.

그때, 케레노스가 말했다.

"저도 500년 전에는 이곳이 육지였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신들이 대홍수를 일으켜서 이곳을 메워버렸다더군요. 그때 주변에 있던 대륙들이 떠올라 살아남았는데, 그 뒤로 방주라는 뜻의 '아크'를 붙여 아크 랜드가 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미간을 찌푸립니다.]

프로메테우스의 불쾌한 기분이 나에게 까지 느껴졌다.

왜냐하면 지금 바다가 되어있는 곳이 원래는 알렉서스가 세웠던 왕국이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토사구팽(兎死拘烹)은 아니겠지?

사냥이 끝난 사냥개는 잡아먹는다는 뜻이었다.

나는 내심 이것만은 아니었으면 좋겠고 생각했다.

그럼 유피테르라는 놈은 진짜 개자식이라는 뜻이니까.

"지도가 마음에 안 드십니까? 다른 지도를 가져오라할까요?"

"아니다. 이걸로도 충분해."

사실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가운데를 제외한 다른 대륙은 내가 알던 그 기억 속 그대로였으니까.

나는 앞에 있는 두 사람을 보며, 말을 이었다.

"저는 이곳으로 갈 생각입니다."

에드워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북극? 여기까지 간다고? 여긴 아직 미개척지인데?"

"예. 이곳에 소고기를 아주 좋아하는 늑대들이 있습니다."

"그 늑대들이 대체 누굽니까? 아까부터 계속 말씀해주시지도 않고."

케레노스가 투덜거리자, 나는 피식 웃었다.

"웰시 울프들이다."

"웰시 울프요? 전 처음 듣는데요?"

"난 알아. 아버지께서 말씀해주셨어!"

…안다고?

케레노스가 모르는 것을 조그만 꼬마 영주 녀석이 안다니 조금 의외였다.

아버지 이름이 칼리아 백작이랬나?

"아버지는 그곳에서 스타피스를 가지고 오셨다고 했어."

"이거 말입니까…?"

나는 하얀 펜던트를 꺼냈다.

"맞아. 아버지는 스타피스의 힘으로 미노타를 쫓아내곤 하셨어. 바람의 신전에 우물이 있는데 그곳에 '신성한 바람'이 있거든. 우리들은 그걸 자루에 담아 신성한 풍차인 디모르테에 뿌리곤 해. 그럼 디모르테가 황금빛을 뿌리며 윈디아의 작물을 풍요롭게 만들지. 우리에겐 없어서는 안 되는 아주 중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런 이유가 있었군.

북쪽에 있어야 할 스타피스가 이곳에 있어 조금 어리둥절했는데, 그 의문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우물은 내가 신전에서 봤던 그걸 말하는 것 같은데….

나는 영주에게 물었다.

"처녀를 바치는 이유가 그 괴물 송아지를 쫓아내지 못해서라던데 사실입니까?"

"…맞아. 아버지가 미노타를 쫓아내기 위해 신전에 들어가셨는데, 무슨 이유인지 스타피스가 통하지 않았어. 결국 돌아가시고 말았지. 우리들은 어쩔 수 없이 처녀를 바치고 '신성한 바람'을 제공받을 수밖에 없었어."

"…그렇군요."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판도라의 조각 때문이라 말합니다.]

그 의견엔 나도 동의했다.

아마 에드워드의 아버지는 [스타피스]의 모든 힘을 끌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통하지 않았다면, 내가 보았던 그 [판도라의 조각]이 이유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긴, 내가 공격했을 때도 빙결이 잘 통하지 않았으니까.

무엇보다 '얼음 땡 요정'은 높은 공격력을 지닌 성좌가 아니었다.

에드워드가 말했다.

"사실 잭슨이 그 스타피스를 사용하는 걸 보고, 미노타를 몰아내달라고 부탁을 하려 했었어. 나는 그 스타피스를 사용하지 못하니까 말이야."

"그랬습니까…?"

나는 통찰로 에드워드의 정보를 살폈다.

[통찰 정보]

이름: 에드워드 레벨: 8

신분: 윈디아의 영주.

천성(天星): 참다운 지혜의 군주

힘: 5 민첩: 6

건강: 5 지식: 20

스킬: 없음

약점: 육체적인 능력이 많이 부족합니다.

-당신이 자신의 기사가 되길 원하고 있습니다.

-현재 호감도: 90% (100% 달성시 동료 영입 가능)

참다운 지혜의 군주라… 이러니 스타피스를 사용 못하지.

근데 아직도 내가 기사가 되길 바랄 줄이야.

진짜 고집불통이네.

'얼음 땡 요정'의 손은 '친절한 인내'를 타고난 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스타피스였다.

아버지인 칼리아 백작과는 타고난 천성이 다른 에드워드는 쓰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영주님은 이 스타피스와는 맞지 않습니다. 천성이 달라서 사용할 수가 없어요."

"어? 정말??"

옆에 있던 케레노스가 물었다.

"영감님이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난 알 수 있다."

"그러니깐 어떻게요."

"시끄럽다. 이놈아.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야."

"아니…."

"너 스타피스 쓸 수 있냐?"

"아니요."

"그럼 말을 말아라. 이눔시키야."

케레노스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나는 다시 영주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영주님은 타고난 지식이 높은 편이라 몸을 쓰는 것보단 마법을 익히는 편이 더 좋습니다."

참다운 지혜의 군주.

프로메테우스의 기억 속에 가이아는 이 별을 타고나는 자는 마법에 재능이 있을 것이라 말하고 있었다.

"케레노스. 들었지?"

"아니, 아무리 그래도…."

"나 이제 검술 훈련 안 받을 거야. 마법 익힐 거야."

"하아, 알겠습니다."

축 늘어진 케레노스의 어깨를 보며, 나는 웃음보가 터졌다.

"이야기가 샜군요. 아무튼 이 웰시 울프의 왕들을 만나 미노타에 대한 이야기를 할 생각입니다. 그들은 옛날부터 앙숙이었거든요. 아마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그 괴물을 몰아낼 수 있을까?"

"몰아내는 게 아니라,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얼음 땡 요정'은 원래 방어와 관련된 성좌라 공격력이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만나러 가는 그들은 다르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늑대가 아니니까.

"좋아. 그럼 잭슨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할게. 제물을 바치는 날까지 한 달이 남았어. 그 안에 미노타를 꼭 해치워줘."

띠링-!

[미노타를 물리쳐라!]

난이도: S+

윈디아의 남쪽에 바람의 신전이 있다. 그곳에 사는 '미노타'때문에 마을의 처녀들이 희생된다고 한다. 한 달 안에 '미노타'를 물리쳐 윈디아를 구해내라!

-완료 조건: 미노타의 죽음 0/1

-보상: 알 수 없음

-현재 남은 시간 : 31일

-20인 이상의 파티를 권유합니다.

S+ 난이도라….

내가 받아본 퀘스트 중 가장 험난할 것 같군.

어차피 예정된 고난이었다.

아이올로스의 알 때문에라도 바람의 신전을 가야하는 나로서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였습니다.]

"아마 배를 타는 게 좋겠지?"

"구할 수 있습니까?"

"내가 구해줄게."

…잘됐군. 육지로 돌아가면 조금 오래 걸릴 것 같았는데.

이럴 때는 역시 돈이 좋은 것 같다.

뭐, 내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지만, 그래도 없는 것 보단 확실히 있는 게 좋았다.

"그럼 전 함께 갈 사람들을 구해보겠습니다."

* * *

다음 날.

익숙한 말발굽 소리와 함께 나는 마차 안에서 바깥을 내다보고 있었다.

마차의 주변은 윈디아의 기사들이 지켰고, 우리들은 이곳에서 한 시간 거리인 [무역도시 포트렌]으로 향하고 있었다.

바다로 가기 위해서는 포트렌에서 배를 타야했기 때문이다.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 참. 드레인 할아버지, 그게 아니라니까요."

"미스 킴 이게 맞아. 자 봐."

나는 함께 갈 사람으로 수정이와 드레인을 불렀다.

두 사람은 포트렌으로 가는 동안 실뜨기를 하며, 시간을 때웠다.

그리고 새롭게 합류한 인물이 있었다.

진짜 올 줄은 몰랐는데….

건너편에 견소룡이 눈을 감은 채 팔짱을 끼고 앉아있었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그가 입을 열었다.

"형님, 무슨 할 말 있으십니까? 아까부터 절 힐끗 쳐다보시던데."

"…아니. 그냥 네가 오겠다고 한 게 의외라서. 솔직히 그냥 해본 말이었거든."

"형님이 빨리 성장하셔야 저랑 대결을 하죠. 아직 60레벨도 못 찍으셨다면서요."

그의 대답에 피식 웃고 말았다.

"그건 그렇지. 아무튼 와줘서 고맙다."

"별 말씀을요."

사실 견소룡이 데리고 있는 성좌는 이번 원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예정이었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데려갈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순순히 따라와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며, 쏟아지는 햇살을 만끽했다.

그때 말을 탄 케레노스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거의 도착했습니다."

그의 말과 동시에 널따란 바다가 가장 먼저 보였다.

그 옆으로 갈매기가 날아다니고, 수많은 배들이 일렬로 있었다.

나는 속으로 역시 무역이 발달한 도시구나 싶었다.

옆에서 김수정이 탄성을 터트렸다.

"이렇게 넓은 바다는 처음 봐요!"

"나도 처음 보는구나."

"와우, 어메이징한 바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멋진 풍경에 감탄합니다.]

[주먹성, 레이트라가 어깨를 으쓱입니다.]

견소룡은 익숙한 풍경인지 살짝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콸! 콸!"

오랜만에 바깥에 나와서 기분이 좋은지, 케르가 짖자 마음이 개운해지는 느낌도 들었다.

탁 트인 바다, 시원한 바람.

나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포트렌의 무역항에 멈춰선 우리들은 마차에서 내렸고, 바로 에드워드가 샀다는 배로 향했다.

"와, 엄청 큰데요?"

"오 마이 갓!"

"콸!"

…허어, 왜 저렇게 큰 걸 샀지.

케레노스가 말했다.

"영주님이 최대한 안전한 배를 준비하라고 하셨습니다."

"험, 돈 아깝게 뭘 이렇게까지."

말은 이렇게 해도 내심 기분은 좋았다.

내가 언제 이런 커다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보겠는가.

"완전 거대한 요트에요. 요트!"

"후후, 뷰리풀한 요트네요. 내 생애 첫 항해가 되겠어요."

어느새 배에 올라간 수정이와 드레인이 호들갑을 떨며 배 이곳저곳을 뒤지고 있었다.

케르는 마음껏 뛰어놀 수 있어서 기분이 좋은지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숨을 헐떡였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껄껄."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폭소를 터트립니다.]

[주먹성, 레이트라가 폭소를 터트립니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레이트라를 때리며 웃습니다.]

[주먹성, 레이트라가 아파합니다.]

케레노스도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전 여기까지군요. 함께 못 가서 죄송합니다."

"죄송은 무슨. 됐다 이놈아. 자기 집 지키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냐."

"그래도요. 크리스탈이랑 드레인 님이 걱정인데…."

견소룡이 말했다.

"그건 걱정 마십시오. 제가 안전하게 지키겠습니다."

"그대 같은 실력자라면 믿을 수 있지. 부탁하겠소."

그렇게 우리들은 배에 올라탔다.

닻을 올리고 돛을 올렸다.

에메랄드 빛 바다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었고, 휘날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선장이 외쳤다.

"출항한다!"

쏴아아-

굽이치는 파도와 함께 육지가 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케레노스와 실피드 기사단이 손을 흔들었고, 갈매기가 끼룩끼룩 날아다녔다.

나는 배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갔고, 갈매기가 어깨에 앉는 것이 느껴졌다.

"너도 여기가 명당인걸 아나 보구나. 껄껄."

나는 미소 지으며 햇살이 내리쬐는 바다를 보았다.

어쩌면 고난은 이제부터 시작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절망하지 않을 것이다.

쉽게 절망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여전히 이렇게 아름다울 테니까.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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