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빼고 다 젊은이-64화 (64/375)

나 빼고 다 젊은이 064화

제64화

<정체불명의 사내! 기자들을 향해 중지를 올리다!>

<오크 족장을 타고 온 늑대가면의 정체는 무엇?!>

<그는 왜 말이 없는 것인가! 신비주의 컨셉인가!>

<그의 정체와 직업은? 그리고 외모는 어떠한가!>

어제 화끈한 중지 올리기를 하고 난 다음 날 신문 1면에 실린 내용들이다.

나는 아침 댓바람부터 그 내용들을 천천히 읽어 내려가고 있었다.

'오크 족장 고르바와 함께 나타난 그는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로 보인다.'

…이 망할 놈이.

나는 언짢은 기분으로 또 다른 기사를 읽었다.

'가면을 쓴 것으로 보아 그는 못생긴 추남이 틀림없다.'

염병하고 있네.

정확히 말하면 늑대 가면이 아니라, 놀의 가면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개 가면' 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근데 왜 이놈들은 늑대로 오해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바로 밑에 또 다른 글이 보였다.

'오크들을 부려먹는 악덕 고용주. 그의 사악한 뒷모습.'

"에잉!"

나는 신문을 접어서 소파로 던져버렸다.

확실히 언론의 힘은 무시할 수가 없다.

누군가의 좋은 면이든 나쁜 면이든 기자들의 입맛대로 바꿔버리고 해석해버리니 말이다.

미간을 찌푸리며 관자놀이를 누르는데 미도가 다가왔다.

"할아버지! 어제 어디 있으셨어요?

자고 일어난 미도가 잔뜩 볼을 부풀리며 토라진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만나기로 했었는데… 끙, 하필 잊어도 그걸 잊다니.

"미안하구나. 접속을 했는데 오크에게 한 방에 죽어버렸어."

"치, 난 그것도 모르고, 분수대에서 기다렸잖아요."

"허허, 미안하다."

차마 진실을 얘기 할 수는 없었다.

지금 신문에 나오는 이 사람이 나라고 한다면 집안은 아마 발칵 뒤집어질 테니까.

안 그래도 언론에서 악의적으로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자중하는 것이 좋았다.

그렇다고 인터뷰에 응할 수도 없고….

이래저래 진퇴양난이었지만,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한숨을 쉬자 미도가 물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다. 그냥 요즘 무리해서 그런 것 같구나."

"쉬엄쉬엄하세요. 건강도 생각하셔야죠."

"껄껄. 알았다."

나는 눈웃음을 지으며, 곧장 TV를 틀었다.

채널이 117번에 맞춰져 있었는지, 마침 아크스타와 관련된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어제 윈디아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늑대가면이 화제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는 무려 200레벨이나 되는 오크 족장을 타고 왔는데요. 오크 족장이 그를 형제라고 부르는 장면이 포착되었습니다.

함께 뉴스를 보던 미도가 물었다.

"저 사람 대체 정체가 뭘까요?"

"…글쎄다. 잘 모르겠구나."

"어제 윈디아에 도착했을 때, 커다란 오크 한 마리가 도망쳤었는데, 사람이 타고 있었어요. 근데 그게 저 사람 같아요."

"그래?"

아무래도 미도가 그 자리에 있었던 모양이다.

-형제라는 호칭은 보통 친한 관계가 아니면 하지 않는 호칭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그의 말 한 마디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오크들을 보며, 저희들은 테이밍과 관련된 스타 프루츠 능력자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성이 좋지 않다는 소문이 있던데, 팩트 체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사실입니다. 화면을 보시죠.

띄워진 화면에는 내가 기자들을 향해 중지를 치켜드는 사진이 적나라하게 나오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손은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있었다.

"푸하하하. 되게 화끈하다. 저 사람."

옆에 있던 미도가 폭소를 터트리자,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넌 저 사람을 어떻게 생각 하냐."

"글쎄요. 만나보질 않아서 모르겠지만, 화끈한 성격인 건 확실한 것 같아요. 그리고 오크들을 이용해서 건물을 다시 짓는 걸 보면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구요."

…그래도 미도는 좋게 봐줘서 다행이네.

나도 모르게 또 손녀바보 미소를 지었다.

계속되는 토론은 내 정체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내가 가면을 쓰는 이유에 대해 추남이다 훈남이다를 따지며 싸우는 시시콜콜한 내용이었는데, 계속 보고 있자니 어이가 없어서 꺼버렸다.

그때, 미도가 말했다.

"할아버지. 오늘 뭐하세요?"

"음…? 아크스타 할 건데."

"아이 참. 아크스타 접속해서 뭐 하실 거냐구요."

"아…."

갑작스런 질문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말해야 할까.

지금 나는 오크들과 함께 동문을 복구하는 퀘스트를 진행 중이었다.

영주는 나를 그곳의 총책임자로 정했고, 아마 이틀은 더 그곳에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뭐라고 하지.

"하실 거 없으면 제가 쩔해드릴게요."

"쩔? 그게 뭐냐."

"음, 쉽게 설명하면 레벨 높은 사람이 레벨 낮은 사람을 키워주는 거예요."

"굳이 그럴 필요는 없는데…."

"아잉♡ 할아버지랑 같이 게임하고 싶단 말이에요."

갑작스런 손녀의 애교에 나는 무장해제되고 말았다.

제길… 이러면 안 되는데.

하지만 마음과는 정 반대의 말이 튀어나왔다.

"알았다. 같이 하자꾸나. 크허허! 허허허!"

내 귀는 김치만두처럼 벌겋게 달아 올라있었다.

* * *

미도에게 용돈을 준 나는 곧장 아크스타에 접속했다.

지금 내가 나타난 곳은 어제 접속을 종료했던 건설현장이었다.

그곳은 지금도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내가 나타나자 기자들도 나타났다.

"늑대가면이다!"

…젠장 또 몰려드는군.

익숙한 플래시 소리에 미간이 찌푸려졌다.

허공을 떠도는 수정 구슬을 보고 있자니 분노가 치솟았다.

단검으로 모조리 터트려버리고 싶었지만, 또 뉴스에 나오기는 싫었다.

…미도가 오기 전에 얼른 빠져나가야지.

나는 익숙하게 귀환석으로 포탈을 열었다.

어느새 영주성에 도착한 나는 곧장 연무장에 있는 케레노스를 찾아갔다.

"음? 어쩐 일이십니까. 영감님."

"오늘 내가 약속이 있다."

"예…?"

"네가 건설현장을 좀 지휘해라."

"예…?"

"부탁한다."

"예…? 아니…."

"시끄럽다. 이놈아!"

퍼억!

"악!"

나는 화끈한 바통 터치(?)를 하고 난 뒤, 중앙 분수대에서 미도를 기다리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저 망할 놈들이 또 쫓아오네."

어째 저번에 보다 나를 더 잘 찾아내는 것 같았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미간을 찌푸립니다.]

이 녀석도 짜증이 나는 모양이군.

"야. 그냥 썬 로드로 밀어버릴까?"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맘대로 하라고 말합니다.]

"아니야. 아니야. 그러면 또 악명이 쌓여서 골치 아파지겠지."

저번처럼 숨 막히는 추격전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고심 끝에 다른 방법을 떠올리기로 했다.

그때, 프로메테우스가 말했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묶어버리는 게 어떻겠냐고 말합니다.]

"묶어? 뭘로? 거미줄로…?"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흐음, 좋은 생각이었지만 누군가 풀어주면 또 쫓아올 게 뻔했다.

차라리 아무도 올 수 없는 그런 곳에… 아!

나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기자들을 향해 걸어갔다.

곧장 질문공세를 퍼붓는 기자들.

"레벨이 몇이신가요?!"

"직업이 어떻게 됩니까!?"

"저번에 하신 행동에 대해선 사과하실 생각이 없습니까?!"

수많은 질문들이 쏟아졌지만, 나는 검지를 입에 가져다대며 조용히 하라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조용해지는 기자들.

나는 그중 펜과 종이를 들고 있는 기자에게 그것을 달라는 시늉을 했다.

"이거요? 이걸 달라구요?"

고개를 끄덕이자 선선히 건네주는 남자.

나는 그곳에 이렇게 적었다.

'내가 누군지 알고 싶다면 따라오시오.'

그것을 보는 기자들의 눈이 번쩍 뜨여졌다.

그러자 또다시 질문 세례가 퍼부어졌다.

"드디어 정체를 밝히실 생각이십니까?!"

"나이는 어떻게 되시나요!"

"스타 프루츠의 능력자가 맞습니까?!"

아, 더럽게 시끄럽네….

나는 다시 종이에 글자를 적었다.

'자꾸 시끄럽게 굴면 모조리 죽여버리겠습니다.'

그러자 기자들은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누군가 딸꾹질을 하는 소리도 들렸지만, 그제야 나는 마음에 안식을 얻을 수 있었다.

…이제야 좀 낫네.

나는 그들을 이끌고 유르니아 숲으로 향했다.

기자들은 자꾸 어디로 가냐고 물어왔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목소리를 냈다간 왠지 들킬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익숙한 벼랑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나는 다시 종이에 글을 적었다.

'카메라는 꺼주십시오. 그럼 질문에 답해드리겠습니다.'

"카메라를 끄라구요? 하지만 그럼 방송의 의미가 없는데요."

"혹시 무슨 이유라도 있나요?"

10명의 기자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시선이 몰리니 귀가 빨개지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아무 말이나 둘러댔다.

"제가 카메라 공포증이 있습니다."

그러자 기자들이 서로 상의를 하더니, 모두 카메라를 끄기 시작했다.

역시, 추측대로 저 수정 구슬이 카메라였던 모양이다.

나는 속으로 고소를 삼켰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낄낄거립니다.]

그렇게 카메라가 모두 꺼지자, 나는 드디어 입을 열었다.

"따라 오십시오."

"뭐야 말 할 수 있었잖아?"

"아깐 왜 말하지 않으신 거죠?"

"저희들을 무시하는 겁니까?!"

굳이 답해줄 의무는 없었다.

나는 근처에 있는 튼튼한 나무에다가 거미줄을 발사했다.

"뭐, 뭐야?"

"저 스킬은 뭐지?"

"거미줄?"

"스파이더맨??"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고, 나는 그들을 향해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그들은 잠깐 망설이는 듯했지만, 이내 따라오기 시작했다.

투덜거리는 그들의 목소리와 함께 벼랑을 내려왔고, 중간쯤 이르자 나는 본색을 드러냈다.

[스파이더 클라이밍을 시작합니다.]

"뭐, 뭐야?! 어떻게 벼랑에 옆으로 서있는 거지?"

"진짜 스파이더맨이잖아?!"

"당신 도대체 정체가 뭡니까!"

나는 그들에게 거미줄을 발사했다.

"닥쳐라."

파파파파팟-!

"뭐야 X발!"

"이게 뭐야!"

"으아아악!"

무방비 상태에서 거미줄을 얻어맞은 그들은 무기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껌을 벽에 붙인 것처럼 벼랑에 붙어 있는 그들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져 있었고, 그중 한 명이 나를 향해 고함을 쳤다.

"X발. 무슨 짓이야! 당신 우리들한테 이래도 돼?!"

"돼."

빠악-!

얼굴을 얻어맞은 기자는 얼굴이 시뻘개지며 욕지거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이 미친놈아! 이러고도 무사 할 줄 알아! 어?! 내가 누군ㅈ…"

푸슛-!

나는 거미줄을 발사해 그의 입을 틀어 막아버렸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사이다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렇게 모두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들은 꼼짝없이 거미줄에 걸린 나비 신세가 되었고, 나는 발버둥 치는 그들을 보며, 유유히 절벽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물론, 타고 내려온 거미줄을 끊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 깜빡했네."

하마터면 이 말을 못할 뻔했다.

제일 중요한 건 이 말인데 말이지.

"내 데이트를 방해한다면 그땐 진짜 죽여버리겠다."

왠지 내일 아침이 기대되는 발언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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