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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33화 (62/375)

나 빼고 다 젊은이 033화

제33화

나를 포함한 그 자리에 있던 모두는 알에서 새어나오는 하얀 빛에 눈을 뜨지 못했다.

그야말로 찰나의 시간이었고, 따뜻한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느끼며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잠들어 있던 아이올로스의 알이 깨어납니다.]

…뭐?

쩌적.

쩍.

쩌저쩍.

알이 깨진다…?

손으로 빛을 가리며 알에서 나는 소리를 확인해보았다.

믿을 수 없었지만 진짜 알은 금이 가고 있었다.

설마 부화한다고?

쩌적. 쩍쩍. 쩌저적.

옅은 빛을 흩뿌린 알은 태동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듯한 기세였지만, 금은 계속해서 가고 있었다.

곧장 깨진 금 사이로 연녹색의 빛이 스멀스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미 눈앞에 거칠고 짙었던 갈색의 알은 없었다.

생동감 넘치는 모습과 함께 알이 두둥실 떠오르자, 플로라가 탄성을 뱉었다.

"아아."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놀란 표정을 짓습니다.]

알은 연녹색의 가루 빛을 만들어내며 익숙한 형체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아마 지금 가장 놀란 것은 플로라이리라.

그녀가 혹시나 하는 의문을 띄었다.

"설마…?"

플로라는 알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사랑, 그리움, 그리고 놀라움.

이 모든 게 복잡하게 얽힌 표정이었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평생을 그리워했던 그녀가 사모해왔던 사람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마침내 연녹색 빛이 익숙한 형체를 만들었다.

빛이 입을 열었다.

"나의 사랑 플로라…."

[최초로 위대한 존재를 마주하였습니다!]

[명성이 1,000 올랐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5 올랐습니다.]

"아아…."

"미안하오. 플로라, 나의 선택으로 인해 당신이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았구려…."

아이올로스는 플로라를 보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예전의 아름다웠던 모습은 없었지만, 그는 눈앞에 있는 늙은 여인이 바로 플로라인 것을 곧장 알아챌 수 있었다.

"플로라, 나는 알렉서스를 구하고 죽는 그 순간에도, 그 후에도 당신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오.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플로라, 당신은 언제나 나만의 꽃이라오."

플로라는 계속해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이런 못난 나를 용서해주어서 고맙소. 이제야 나는 무거운 짐을 덜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소…."

아이올로스를 이루던 연녹색의 빛이 발밑에서부터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아, 아이올로스 님…! 안 돼!"

플로라가 아이올로스를 잡으려 힘겹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사르륵.

손가락 사이로 흩어지는 빛무리가 그녀와 아이올로스를 갈라놓고 있었다.

"슬퍼하지 마시오. 어차피 우리는 곧 만날 수 있을 거요."

"하지만 아직… 아직 할말이!"

"플로라, 그대가 무슨 말을 할지 다 안다오. 나는 당신을 원망하지 않소. 당신도 그렇지 않소…?"

어느새 허리까지 사라져버린 빛.

안타깝다.

너무나 가련한 사랑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그를 붙잡고 싶었다.

하지만 내겐 그럴 힘이 없었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솔라의 몸에 빙의합니다.]

"아이올로스."

"그대는… 프로메테우스인가."

"오랜만인데 금방 헤어져야겠구나."

"아쉬워하지 마라. 친구여. 어차피 나는 별의 요람으로 가게 될 터. 우리들은 언젠가 만나게 될 것이다."

"그래, 그렇겠지."

뭐야, 이 녀석들 아는 사이인가…?

"저자가 새로운 후인인가보군."

"그래, 그랑 닮았지?"

"…그래. 그렇네."

두 사람은 내 얼굴을 보며 함께 웃고 있었다.

뭔가 기분이 묘했지만, 아이올로스가 말을 걸어와서 금세 잊을 수밖에 없었다.

"후인이여."

"……?"

"나의 영혼은 별들의 요람으로 돌아가지만 새로 태어날 아이는 그대와 함께할 것이다."

…뭐?

"나의 알과 함께 바람의 신전으로 가라. 더 자세히 알려주고 싶지만 시간이 별로 없구나."

아이올로스는 어느새 가슴까지 사라졌다.

그가 팔을 뻗어 앞에 있는 플로라의 양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그녀의 이마에 작은 이별의 키스를 남겼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내가 죽어가는 아내에게 했던 행동과 같았기 때문이다.

"위에서 먼저 기다리겠소. 우리 못 다한 이야기는 그때 합시다. 사랑하오. 플로라… 사랑하ㅇ… 사랑하ㅇ…."

사르륵.

아이올로스가 흩어졌다.

플로라는 흐르는 눈물과 함께 눈을 감고 서있었다.

흩어지는 산들바람과 함께 마음을 흔드는 목소리가 있었다.

[가련한 사랑의 군주의 자격을 개화하였습니다.]

* * *

띠링-!

[<플로라를 위한 만찬>   완료]

"감사해요. 덕분에 아이올로스 님을 만날 수 있었어요."

"아닙니다. 후인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잭슨 님이라면 분명 알렉서스를 뛰어넘는 훌륭한 요리사가 될 수 있을 거예요."

"과찬이십니다."

그때 뒤에 있던 케레노스가 작은 목함 상자를 내밀었다.

플로라가 말했다.

"받아주세요. 제 작은 성의랍니다."

[아이올리아의 씨앗 100개를 획득하였습니다.]

[비전 스킬북 - 마력발아 비법서를 획득하였습니다.]

"이건…?"

"알렉서스는 제가 주었던 아이올로스의 씨앗으로 큰 영감을 얻었다더군요. 아마 잭슨 님께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녀의 말에 가죽 주머니 안을 살펴보았다.

작고 고운 씨앗들이 촘촘히 주머니 안에 담겨져 있었다.

근데 이 책은 뭐지…?

"그 책은 저희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마력으로 씨앗을 키우는 비법서랍니다."

"이걸 왜 제게…."

"사실 그냥 씨앗을 드리는 것보다는 이것을 같이 드리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아무래도 아이올리아를 키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겠어요?"

아. 그렇겠네.

플로라의 세심한 배려에 나도 모르게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사실 저희 집안은 대대로 왕실의 정원을 관리해오던 가문이었어요. 마력을 이용해 씨앗을 순식간에 키울 수 있는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랍니다. 이 책은 그것에 대한 비법이 담긴 저희 집안의 자랑이에요."

"귀한 것이었군요.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내민 것은 아이올로스의 알이었다.

찬란한 연녹색으로 빛나는 그녀의 삶의 이유.

이제는 그것이 내게로 건너와 한층 더 무거운 삶의 무게가 되어있었다.

"그분의 아이를 부탁드려요."

[아이올로스의 알을 획득하였습니다.]

* * *

뮬란과 바람의 언덕 사이에 위치한 어느 울창한 숲속.

그곳에는 나무에 숨어 지나가는 행인들을 관찰하는 이들이 있었다.

"야. 한불아. 정말 그 영감탱이가 이곳으로 간 거 확실해?"

"그렇다니깐요. 큰형님. 네불이랑 육불이가 뮬란 입구를 철통같이 지키고 있지 않습니까. 아직 마을로 들어오지 않은 게 확실합니다."

"아이씨. 근데 왜 하루 종일 코빼기도 보이지 않냐고. 설마 게임을 접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아닐 겁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보십쇼. 분명히 금방 올 겁니다."

"후우, 그래, 얘들아! 불룡파의 이름을 걸고 그 영감을 꼭 처단한다. 알겠냐!"

"예!!"

나무 뒤에 숨어 있던 수십 명의 남자들이 동시에 대답했다.

그런 그들을 지휘하는 남자의 이름은 최불룡. 네불이와 육불이의 큰형님이자 불룡파의 보스였다.

'멍청한 놈들. 어떻게 영감탱이 하나를 못 당해서… 쯧.'

그는 어제 뮬란의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중이었다.

그곳에 마음에 드는 여자 NPC가 있어서 함께 술을 마시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네불이와 육불이가 속옷만 입은 채로 들어와 다짜고짜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을 본 여자 NPC는 변태라고 기겁을 하며 도망갔고 결국 다시는 만날 수 없었다.

'젠장. 한참 잘되고 있었는데… 그렇다고 내가 큰형인데 체면상 화를 낼 수도 없고… 끙. 어떤 영감탱이인지 몰라도 걸리기만 해봐라 아주 아작을….'

"형님. 나타났습니다."

"그래? 어디냐."

"저쪽입니다."

저 멀리 단검을 들고 있는 백발의 노인이 보였다.

한눈에 보아도 네불이와 육불이가 말했던 생김새와 일치했다.

그는 들고 있던 대검을 꽉 쥐며 전의를 불태웠다.

"맞는 것 같네."

최불룡이 손짓하자 나무 뒤에 숨어있던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물론 그도 함께였다.

"야. 야! 나와! 쫌! 새키들아. 덩치는 산만한 놈들이 왜 길을 쳐막고 있어. 이씨."

그가 투덜거리며 덩치 큰 동생들의 뒤통수를 때리면서 나타났다.

영감탱이가 살짝 움찔하는 것이 보이자 최불룡은 썩은 미소를 지었다.

'후후, 영감탱이 쫄았나보군.'

"크흠. 당신이 바로 내 동생들을 건드린 사람인가?"

"동생…?"

"그래. 네불이와 육불이라고 들어봤을 텐데."

최불룡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하지만 영감의 반응은 예상외였다.

"에혀, 따라와라."

"뭐…? 푸하하하."

그는 어이가 없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싹싹 빌어도 모자랄 판에 이런 도발이라니. 영감의 객기에 박수를 치고 싶었다.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아이템을 뺏는 맛이 나지. 동생들 몫까지 모조리 빼앗아주지.'

어차피 영감이 도망칠 곳은 없었다.

그래서 최불룡은 동생들을 데리고 순순히 따라가기로 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강가.

하지만 계속해서 드는 의문이 하나 있었다.

'저 영감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의문은 금방 풀렸다.

"네놈 혹시 그 응급실 용대가리 아니냐?"

"응급실 용대가리…?"

순간, 뇌리를 스치는 한 장면이 있었다.

응급실에서 숟가락 하나로 자신들을 제압했던 한 노인이 생각난 것이다.

최불룡의 눈이 찢어져라 커졌다.

"아…! 그때 그 망할 영감!!"

"쯧쯧, 버르장머리하고는. 그때 그 용대가리는 잘 붙었냐?"

"크윽…."

최불룡은 그날 있었던 굴욕이 떠오르자 그때 꿰맸던 용 문신이 욱신거리는 듯했다.

그날 이후로 잘생겼던 용이 못생긴 용이 되어버렸다.

지우고 새로 하고 싶었는데, 무슨 문신 하나 지우는데 이리 가격이 비싼지.

결국 지우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었지만 최불룡은 문신을 볼 때마다 치욕스러웠다.

그날 이후로 목욕탕도 갈 수 없어서 집에서 씻고 있었는데 하늘이 날 돕는 것인가.

이렇게 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저절로 굴러들어오다니.

"유언은 그게 단가 영감? 그때는 어이없이 당했지만 이곳은 가상현실이라고?"

최불룡은 영감이 입은 옷을 보며 레벨 20도 채 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반면 동생들은 평균 15레벨이었다. 수적으로도 훨씬 우위에 있는 것이다.

'마침 대출로 산 아이템을 시험해볼 좋은 기회가 되겠군.'

"크하하하. 얘들아, 쳐라!!"

"예, 형님!"

손짓과 동시에 달리는 동생들이 보였다.

그 모습이 꽤나 장관이었다.

그때 영감이 말했다.

"노인공경 하랬더니 노인공격을 하고 있구나."

그 말과 동시에 영감이 춤을 추는 것이 보였다.

"…응?"

최불룡은 갑자기 영감탱이가 허공에 발길질을 해대자 어리둥절했다.

동생들도 마찬가지.

"뭐야…?"

"왜 춤을 추는 거지?"

"신종 자살법인가?"

달려가던 그들은 머리에 물음표를 띄웠다. 그리고 영감의 현란한 발재간에 빠져들었다.

"비천기상무(飛天氣象舞)"

"……?"

"해 오름(日)"

콰아아아아아앙!!!!!

[파티원 '칠불이'가 사망하였습니다.]

"?????"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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