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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58화 (57/375)

나 빼고 다 젊은이 058화

제58화

"괜찮냐?"

흩어지는 불꽃의 사위와 함께 케레노스에게 물었다.

그의 몸은 이미 상처투성이였다.

생명력도 간당간당했고,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아슬아슬 했군. 그림자 놀이가 아니었으면 늦을 뻔 했어.

"크흐흐, 일어설 힘도 없습니다."

"쯧쯧, 허약한 놈. 쉬고 있어라!"

작은 호통과 함께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이곳은 사람 사는 곳이 아니었다.

내가 알고 있는 윈디아가 맞나 싶을 정도.

가는 길에 미도를 캡슐방에 내려다 주느라 조금 늦었는데, 하마터면 케레노스를 잃을 뻔했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아까 회오리는 네 녀석이 만든 거냐?"

"예. 어쩔 수 없었습니다."

…대단한 녀석이로군.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의 힘을 숨기고 있었을 줄이야.

그럼 그때는 나를 봐줬던 건가?

…고얀 놈 같으니라고.

고르바가 일어선 것은 그때였다.

"크르륵. 인.간.을.죽.인.다."

익숙한 눈빛을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쿵! 하는 지진과 함께 뒤에서 케레노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감님. 저 녀석…."

"안다. 이성을 잃었구나."

"뒤를 부탁드립니다. 전 좀 자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스르륵, 눈을 감는 케레노스.

아마 힘이 다한 듯했다.

그와 동시에 고르바가 달려왔다.

쿠웅! 쿠웅! 쿠웅!

땅을 울리는 지진과 동시에 직접 마주하니 실감이 났다.

완전한 판단 착오. 고르바의 눈빛은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귓속말이 온 건 그때였다.

-크리스탈: 역시, 아버님이셨네요! 아까 불기둥 아버님이 쓰신 거죠?

-잭슨: 그래. 늦어서 미안하다.

-크리스탈: 아니에요. 이제라도 오셔서 안심이에요.

-잭슨: 미안한데,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크리스탈: 네…?

뛰어오는 고르바의 생명력을 보니 한숨이 나왔다.

직격타는 아니었지만 썬 로드의 불기둥을 맞고도 70%의 생명력이 남아있었다.

아까 그 거대한 회오리를 맞았던 것도 생각해보면 고개가 저어졌다.

…케레노스 놈이 왜 저런 상태였는지 알겠구만.

-잭슨: 이놈 강해. 나 혼자만으로는 무리일지도 몰라.

-크리스탈: 그 정도란 말이에요?!

직접 보진 않았지만 적잖이 당황했을 것 같은 그녀의 표정이 머릿속으로 그려졌다.

김수정이 이어서 말했다.

-크리스탈: 아버님 혹시 천성(天星)이 어떻게 되세요?

천성…?

갑자기 그런 건 왜 묻는 거지? 그러고 보니 내 천성이 뭐였더라?

대답은 프로메테우스가 했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찬란한 약속의 군주라고 말합니다.]

아, 그래 그거였지.

그 순간 고르바의 도끼가 빠른 속도로 내리쳐졌다.

도끼질 한 번에 바위가 솟아올랐다.

저 팔뚝에 맞으면 뼈도 못 추릴 거란 생각은 들었지만, 이 정도였을 줄이야.

근데 이놈이 어르신 말씀하시는데 버릇없게….

또 한 번 도끼가 날아왔다.

"염병하네."

보통 덩치가 크면 속도가 느려야 정상인데, 이놈은 힘도 힘이지만 속도 또한 만만치 않았다.

아슬아슬하게 스치는 도끼를 보며, 등골이 오싹해졌다.

나는 최고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스슥. 스슥.

흩어지는 잔상과 함께 고르바의 주위를 맴돌았다.

다행스럽게도 고르바의 민첩은 아직 나를 뛰어 넘진 못하는 모양이었다.

-크리스탈: 아버님? 괜찮으세요? 별일 없으세요?

-잭슨: 미안하구나. 내가 지금 좀 바빠. 아, 그리고 천성은 '찬란한 약속의 군주'다.

-크리스탈: 네? 그런 천성은 처음 듣는데… 아니, 그런 게 있다구요?

쿠웅!

고르바가 발을 굴렀다.

바위가 솟아오르며 길이 막혀버리자, 순간 주춤하며 다리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제기랄.

머리까지 똑똑한 놈이네.

-잭슨: 미안한데, 지금 싸우는 중이니 용건만 말해줄래?

-크리스탈: 아, 죄송해요! 영주가 스타피스를 가지고 있어요!

스타피스…? 그게 뭐지?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눈을 동그랗게 뜹니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스타피스를 가져오라고 말합니다!]

-잭슨: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가져오거라.

-크리스탈: 네? 하지만 사용 제한이….

-잭슨: 프로메테우스가 가져오래.

-크리스탈: 알겠어요. 최대한 빨리 갈게요!

그녀도 어느새 프로메테우스를 신뢰하고 있는 듯했다.

하긴, 그동안 들려준 이야기가 있었으니, 그럴 수밖에.

제기랄. 또 휘두르기 시작하네.

나는 도끼를 피하며 프로메테우스에게 물었다.

"야, 무슨 방법 없냐?"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지금 이기긴 힘들 거라고 얘기합니다.]

…물어본 내가 잘못이지. 그래도 뭔가 해야 할 것 같은데.

나는 빈틈이 보이자 재빨리 고르바의 오른발을 공격했다.

콰아앙! 하는 소리와 함께 데미지 창이 떴다.

그런데,

[대상의 물리 저항력이 강합니다.]

[80%의 물리 데미지가 감소합니다.]

[대상의 속성 저항력이 높습니다. 화상이 걸리지 않습니다.]

"이런 미친…."

데미지가 전혀 안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고르바의 왼다리가 기습해왔다.

나는 갑작스런 공격을 피할 수가 없었다.

"흡!"

콰앙! 하는 소리와 함께 건물에 부딪힌 나는, 몸에 덮인 파편을 치우며 걸어 나왔다.

"…혜안도 안 통할 것 같은데."

예측한다고 피해질 속도가 아니었다.

그러기엔 녀석과 나의 능력치가 너무 차이가 났다.

발길질 한방에 반절의 생명력이 닳은 것을 보면 말이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통찰을 사용하라고 말합니다.]

"통찰? 그거 사람한테만 쓸 수 있는 거 아니었냐?"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코딱지를 튕기며 아니라고 말합니다.]

"아니면 아닌 거지. 코딱지는 왜 튕겨 더러운 놈."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두 손가락으로 코딱지를 팝니다.]

"자꾸 그러면 네가 먹을 요리에 내 코딱지를 넣을 거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당황합니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의 코에서 피가 흐릅니다.]

아무튼 녀석의 말대로 나는 통찰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고르바는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이성을 잃어서 그런지 멀어지면 움직임이 조금 굼뜬 것 같았다.

아마 이성을 되찾으면 감당이 안 될지도.

"통찰."

[사도스킬: 통찰을 사용합니다.]

[대부분의 정보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어이가 없네.

대부분의 정보를 알 수 없다니, 그럼 통찰의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

작은 한숨과 함께 정보창이 떴다.

[통찰 정보]

이름: 고르바

레벨: 200

출신: 푸른 이빨 부족의 족장

능력치: ?

스킬: ?

약점: 목걸이를 벗기면 지배에서 풀려납니다.

*어떤 힘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습니다.

-현재 호감도: 0% (100% 달성시 동료 영입 가능)

역시, 능력치랑 스킬은 알 수 없는 건가.

다행히 약점은 알 수 있군.

"목걸이라 이거지."

그러고 보니, 고르바의 목걸이와 라그너스의 구슬 조각이 공명을 했었다.

아마 그것이 이유인 듯 보였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숨을 골랐고, 고르바를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재빨리 주위를 돌며 거미줄로 다리를 묶었다.

푸슛! 푸슛! 푸슛-!

다리를 포함한 팔까지 묶었지만 소용없었다.

고르바가 조금 힘을 주자, 투둑! 하며 거미줄이 끊어져버린 것이다.

"…힘으로 이걸 풀어버리네. 진짜 무식한 놈이로군."

북파공작원 시절 배웠던 로프 매듭법이었다.

적이 쉽게 풀지 못하도록 하는 매듭법이었는데, 지금껏 이걸 힘으로 푸는 사람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하긴, 저놈은 사람이 아니니까."

새삼 다시 깨달았다.

이곳은 현실이 아닌 가상현실이라는 사실을.

풀려난 고르바가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 자세를 취했다.

그런데, 저게 뭐지…?

츠츠츠츠츳-!

푸른 번개가 이곳을 향해 오고 있었다.

너무나 빠른 속도에 나도 모르게 번쩍 눈이 뜨여졌다.

순간. 푸른 번개가 뛰어올랐다.

파츠츠츳.

"…사람?"

그것은 사람이었다.

푸른 번개를 두르고 있었고, 한손에는 푸른 스파크가 튀었다.

어느새 고르바의 근처에 도달한 그는 푸른 주먹을 고르바의 얼굴로 내질렀다.

꽈르릉-!

커다란 천둥소리와 함께 넘어지는 고르바.

그의 거대한 몸체가 또 한 번 지진을 일으켰다.

푸른 번개를 두른 남자는 어느새 내 옆에 와있었고, 너무나 빠른 속도에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견소룡이라고 합니다. 도와드리러 왔습니다."

40대 정도의 젊은이로 보이는 그는 중국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포권을 취하며 인사하고 있었다.

왠지 나도 따라해야 할 것 같은 느낌에 포권을 취했다.

"잭슨이라고 하네. 도와줘서 고맙구만."

"아닙니다. 혹시, 다른 파티원들은 어디에…?"

"그런 건 없네. 나 혼자 녀석을 상대하고 있었어."

"예…?"

그는 적잖이 놀란 듯 보였다.

아무래도 파티를 하고 싶은 모양이다.

[유저 '견소룡' 님에게 파티를 신청했습니다.]

[파티가 결성되었습니다.]

견소룡이 파티창을 보며 당황했다.

"4, 41?!"

그는 내 레벨을 보며 경악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나도 마찬가지.

…이 친구 레벨이 높네.

나는 곧바로 통찰을 사용했다.

[통찰 정보]

이름: 견소룡 레벨: 102

천성(天星): 고독한 우정의 군주.

성호: 주먹 성애자(星愛者)

능력치: ?

스킬: ?

약점: 주먹 공격에 집중되어 있어 발 기술이 약합니다.

…천성이 고독한 우정의 군주로군. 근데 '주먹 성애자'라고?

"자네 스타 프루츠를 먹었구만."

"그걸 어떻게…? 절 아십니까?"

"아니, 나도 스타 프루츠를 먹은 사람이거든."

"예…?"

그는 또 한 번 놀라는 듯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프로메테우스가 말했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그와 주먹을 맞대보라고 말합니다.]

주먹을 맞대라고…?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견소룡에게 주먹을 내밀었다.

어느새 고르바는 일어서서 달려오려 하고 있었다.

"나와 주먹을 맞대게."

"……?"

"설명할 시간 없으니 어서."

그가 주먹을 맞대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성단(星團)이 결성되었습니다.]

[성단의 이름은 '별 다방(多房)'입니다.]

[성단의 주인은 '프로메테우스'입니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입장합니다.]

[주먹성, 레이트라가 입장합니다.]

…성단? 별 다방? 아니, 이게 무슨? 레이트라는 또 누구야??

당황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견소룡도 당혹스러운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당황스러운 건 더 있었다.

[주먹성, 레이트라가 프로메테우스에게 고개를 숙입니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그의 어깨를 두드립니다.]

이게 대체 무슨….

당장 물어보고 싶었지만, 고르바의 도끼가 날아왔다.

콰아앙!

멀리서 점프한 고르바가 지진을 일으키며 착지했고, 빠르게 주먹을 내질렀다.

갑작스런 공세에 우리들은 정신이 없었다.

비산하는 먼지 사이로 견소룡이 덤볐다.

"뇌룡권!"

꽈르르릉-!

하지만 그의 공격은 고르바의 팔에 의해 막혀버렸다.

당황하는 견소룡.

"이걸 막아…?"

고르바의 오른팔이 그를 향해 내질러졌지만, 내가 불꽃을 휘감은 발로 튕겨냈다.

"괜찮은가?"

"감사합니다. 저 녀석 강하군요. 지금껏 저런 녀석과 혼자 싸우셨던 겁니까?"

"싸우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지. 자네가 온 덕에 처음으로 공격을 성공시킬 수 있었어."

"그럼 합동 공격으로 가시죠."

"좋지."

그와 함께 녀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고르바는 갑자기 두 명으로 늘어나니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왕좌왕하며 누구를 공격해야 할지 망설이자, 내가 먼저 공격했다.

콰콰쾅-!

…역시, 방어력이 너무 강해. 이런 공격만 해봤자 해 오름의 횟수만 닳을 뿐이야.

나는 그대로 놈의 몸을 타고 올라갔다.

혹시나 싶었는데 스파이더 클라이밍은 몬스터의 몸도 올라갈 수 있었다.

나는 중력을 거스르며 고르바의 등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썬 로드를 개방했다.

퍼어어어엉-!

지옥의 폭주기관차가 다시 한번 운행됐다.

엄청난 폭염이 고르바를 휘감았고, 나는 등을 가로지르며 발자국을 아로 새겼다.

견소룡도 거들었다.

"뇌룡 연타."

그의 양 주먹이 푸른 번개로 물들며 엄청난 속도로 번개를 출사했다.

불과 번개의 축제가 시작되었고, 고르바가 비명을 질렀다.

"크아아아악!"

고르바는 동쪽의 성벽과 함께 무너졌다.

무너진 성벽사이로 드넓은 초원이 나타났다.

제법 화염저항이 높은 녀석이라 많은 데미지를 주진 못했지만, 견소룡의 공격은 제법 많은 생명력을 깎았다.

어느새 50%의 생명력이 남은 고르바를 보며, 우리들은 숨을 헐떡였다.

"후우, 엄청 단단한 녀석입니다."

"그러게 말이야. 자네도 대단하구만."

"과찬이십니다. 헉. 허억."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손뼉을 칩니다.]

[주먹성, 레이트라가 주먹을 불끈 쥡니다.]

…이 녀석들 신났네.

견소룡도 같은 메시지를 봤는지 나와 눈이 마주치자 피식 웃어버렸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고르바의 <생존 본능>  이 발동되었습니다.]

[고르바의 생명력이 10% 회복됩니다.]

[방어력이 2배로 증가하고 모든 저항력이 50% 상승합니다.]

이게 뭔 염병할….

당황스러웠다.

아직 생명력이 50%나 남았는데 더 단단해진다니, 그리고 10% 회복이라니.

이 무슨 청천벽력 같은 일이란 말인가.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기침을 합니다.]

[주먹성, 레이트라가 미간을 찌푸립니다.]

"환장하겠네."

그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버님!"

뒤를 돌아보니 김수정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녀의 곁에는 윈디아의 기사들과 영주가 함께 있었고, 잠시 뒤, 그들이 내 앞에 도착했다.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스타피스는?"

"오랜만이야 잭슨. 여깄어."

에드워드가 내민 것은 작고 하얀 펜던트였다.

그가 물었다.

"정말 이걸 사용할 수 있는 거야?"

…사용? 난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나는 김수정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아마 영주를 설득하기 위해 그렇게 말한 모양이다.

나는 에드워드에게 말했다.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방법이 있을 겁니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솔라를 부르라고 말합니다.]

나는 녀석의 말대로 솔라를 불러냈다. 불꽃이 휘몰아쳤고, 기사들은 당황했다.

솔라에게 빙의한 프로메테우스가 입을 열었다.

"스타피스의 주인이여, 찬란한 약속을 지킬 때가 왔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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