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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20화 (20/375)

나 빼고 다 젊은이 020화

제20화

"미친놈."

"뭐, 뭣?!"

"네놈은 그냥 내비게이션이다."

"내비… 뭐? 그게 뭐냐."

"길잡이라는 뜻이다."

"크윽. 감히 신에게 대들다니 무섭지도 않느냐! 천벌을 내릴 것이다!"

"천벌? 내려 보든가."

"이이익-!"

솔라는 분한지 얼굴을 화르륵 불태우며 얼굴이 뜨거워졌다.

…아, 원래 불이었지?

그나저나, 솔라 녀석 뭘 저렇게 실감나게 연기해? 눈에 푸른 불꽃은 또 뭐지…?

"이놈! 두고보자. 내가…."

치이이익-!

나는 녀석의 말을 애써 무시하며 단검에 꽂아둔 고블린 고기를 근처에 가져다 굽기 시작했다.

잘머거스가 이렇게 했던 것 같은데 되려나 모르겠다.

아니나 다를까,

지글지글-!

구워지기 시작하는 고기. 맛있는 냄새가 코를 가득 찔러왔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침을 꼴깍 삼킵니다.]

나는 고기가 알맞게 구워지도록 단검을 이리저리 돌리며 구웠고, 이내 완성되었다는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띠링-!

[별미! 즉석 고블린 구이!]

새로운 요리의 발견은 새로운 별의 발견보다 인간을 더 행복하게 만들곤 한다.

태양으로 구운 고블린 구이는 무명의 날씨 요리사에게 거룩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

-맛 스타: ☆

-유통기한: 1일

-생명력 회복: 100

효능: 이 요리를 먹은 이들은 하루 동안 고블린에 대한 공격력이 5% 증가합니다.

생명력 최대치 8% 상승.

-태양의 가호: 힘, 방어력, 화염 내성, 화염 공격력 5% 증가

[최초로 날씨 요리술에 성공하셨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 증가합니다.]

[태양의 정령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불 조절을 조금 더 세심하게 할 수 있게 됩니다.]

…오호. 이거 봐라?

앞으로 포션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음식을 먹었을 뿐인데 버프라니.

뮬란에서 먹었던 음식에는 태양의 가호란 것이 없었다.

아마 내가 얻은 직업과 관련이 있는 것이리라.

나는 지금 얻은 직업이 생각보다 좋은 직업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와그작-!

"음, 맛있네."

태양으로 구운 훈제 고블린 구이는 그야말로 천상의 맛이었다.

달콤하고 쌉싸름하게 흐르는 육즙이 입을 타고 퍼져갔고,그것은 마치 콸콸 흐르는 폭포수처럼 청량한….

"야."

망할 내비게이션….

"왜."

"…한입만."

"내가 왜."

"아, 한입만!"

"어차피 먹지도 못하는 놈이, 솔라가 먹는 거지 네가 먹는 거냐?"

"제물로 바치면 된다."

"제물? 그건 또 뭐냐."

"내가 음식을 태우면 그게 곧 제물이 된다. 그것을 나는 불의 제물이라고 부른다."

…제삿밥 챙겨 달라는 얘기군.

"귀찮다."

"아, 왜!"

"그냥."

"이이익…!"

이 녀석, 왠지 본모습을 보게 되면 어린아이의 모습이지 않을까?

이런 유치한 장난에도 속아 넘어가는 걸 보면 말이다.

나는 남은 고기를 재빠르게 구워 녀석에게 나누어 주었다.

"자. 먹어라."

"오! 인간, 역시 넌 착하구나!"

…다루기 쉬운 놈이군.

앞으로 쓸모가 많은 녀석 같으니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섞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고기가 불로 기화 되는 모습이 보였다.

진짜 제삿밥이었을 줄이야.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 가 요리에 흡족한 미소를 짓습니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 가 자신의 능력 일부를 전해줍니다.]

[사도스킬: '혜안'을 배웠습니다.]

…혜안? 이건 또 뭐야?

[혜안][액티브]

등급: 전설

마력 소모: 10

쿨타임: 24시간 / 지속시간: 1분

짧은 시간 동안 상대의 공격 경로를 미리 볼 수 있습니다.

공격 경로를 미리 볼 수 있다라.

꽤 괜찮은 스킬이었지만, 쿨타임이 너무 길었다.

정도 녀석 말에 의하면 저건 다시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하는 시간이랬는데….

이 자식 나에게 쓰레기를 주다니.

길 안내나 시켜야겠구만.

"이놈아, 길 안내나 좀 해보거라. 저번처럼 좋은 아이템 있으면 좀 알려주고."

"그런 거 없다! 이 영감탱이야!"

* * *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솔라는 너무 눈에 띄어서 다시 돌려보냈다.

역시나 이곳엔 경비병이 아예 없지는 않았고, 거의 텅 비어 있었지만 부락의 입구만큼은 확실히 경비가 삼엄했다.

나는 그곳을 보며 어떻게 몰래 들어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길안내를 시작합니다.]

…큭큭큭. 그러면 그렇지.

네놈은 그 내비게이션 짓이 가장 잘 어울린다. 이놈아.

앞으로 잘 굴려주면 괜찮은 내비게이션을 하나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나는 녀석의 안내대로 들키지 않게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그렇게 내가 도착한 곳은,

창고잖아…?

이곳의 지도를 한번 본적이 있기에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녀석이 안내한 곳은 바로 지도에 있었던 그 창고가 맞았다.

문제는 왜 이곳으로 데려왔냐는 건데….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앞에 있는 폭약을 챙기길 원합니다.]

"뭐…?"

순간 어이가 없었다.

들키지 않게 가도 모자랄 판에 폭약이라니, 설마 이걸 터트리겠다는 소리는 아니겠….

그렇군.

"네 녀석 의도를 알겠다."

나는 재빨리 앞에 있는 천을 치우며 폭약을 챙겼다.

[폭약을 획득하셨습니다. x4]

이곳에 폭약이 있는 이유야 뻔하다.

이곳 동굴을 뚫기 위해선 폭약의 힘이 필요했겠지.

"어디 보자. 그 스킬이 어딨더라."

나는 스킬 창을 열어 빠르게 목록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한곳에서 멈추었다.

"찾았다."

[불 뿜기][액티브]

등급: 일반

소모 마력: 초당 1

요리사의 기본적인 덕목중 하나는 불을 잘 다루는 것입니다. 불을 잘 다루는 요리사는 언제 어디서든 불을 피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모든 요리사들은 기본적으로 불을 뿜어낼 수 있습니다.

나는 스킬 창을 보며 음침하게 웃기 시작했다.

"후후후. 소란 한번 피워보자고."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당신과 함께 사악하게 웃습니다.]

잠시 후.

내가 도착한 곳은 부락의 입구와는 살짝 떨어진 외벽이었다.

"불장난은 오랜만인데 말이지."

나는 악마 같은 미소와 함께 폭약을 꺼내 아까 보았던 [불뿜기]를 사용했다.

아직 레벨이 낮아서 그런지 가스레인지 정도의 화력이었지만, 지금은 그 정도의 화력으로도 충분했다.

치이이이익-

불이 붙자마자 빠르게 폭약을 벽에 던져버리고 재빨리 안전한 곳으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콰아아앙-!!

엄청난 소리와 함께 외벽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화력 한번 끝내주네.

3개의 폭약은 남겨두었다.

언젠가 쓸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냐! 엄청난 소리가 났다!"

"키잇! 저기다! 저쪽이 수상해!"

역시 경비병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부락의 입구와도 가까웠기에 경비를 서던 고블린들이 몽땅 몰려오고 있었다.

…이 짓도 꽤 재밌구만. 껄껄.

나는 그들 몰래 유유히 동굴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동굴을 빠져나오자 나타난 곳은 숲이 우거진 밀림이었다.

"이번엔 밀림인가."

나중에 사막도 나오는 거 아냐…?

들고 있던 단검으로 풀을 쳐내면서 조심스럽게 부락으로 접근해갔다.

그렇게 거리가 100m 정도 남았을 무렵, 누군가의 기척을 느꼈다.

나는 어느새 몸을 숨기고 있었다.

"크크. 오늘은 인간 고기로 여는 축제라고 하더군. 키릭."

"맛있겠어. 몇 년 만에 먹는 것인지. 키이익."

"정말 오랜만에 부락에서 축제가 열리니 좋은 것 같다. 키익! 오늘 정말 즐거운 날이다! 캬캬캬."

…축제?

동굴에 경비가 허술했던 것은 아마 축제 때문이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지금 모든 고블린들이 거의 저 부락 안에 있다는 뜻인데….

나는 구출이 조금 어려워 질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얼굴이 굳어졌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길안내를 시작합니다.]

피식.

또 한 번 부탁하마.

나는 녀석이 가리키는 경로를 따라 조심스럽게 부락으로 잠입했다.

* * *

둥-! 둥-! 둥-!

부우우우우-

불길하게 울리는 북소리와 나팔소리가 부락에 가득 울려 퍼졌다.

허름한 나무로 지어진 감옥.

그곳에 손과 발이 묶인 채 붙잡혀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바로 토벌대에 지원했다가 살아남은 유저들.

그들을 통솔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김수정이었다.

"흑흑. 흐윽."

"여기 너무 더러워. 나 집에 갈래."

"춥고, 배고프고 너무 힘들어."

"여긴 거울 없나? 내 피부…."

"조금만 기다리세요. 분명히 지원군이 올 거예요. 제가 아주 든든한 사람을 불렀거든요."

"든든한 사람이요? 그게 누군데요?"

"아, 그게…."

김수정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차마 그녀들에게 지원군이 할아버지라고는 얘기할 수 없었다.

사실 믿을지도 의문이라서 그냥 침묵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아마 아버님도 생각이 있다면 병사들을 이끌고 오시겠지.'

그때였다.

휘리릭-! 팍!

보초를 서던 유일한 고블린 하나가 날아온 단검에 심장을 맞고 한방에 절명하고 말았다.

"저건…?"

그녀는 저 단검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모를 수가 없었다.

너무나 익숙한 것이었으니까.

"다친 데는 없냐?"

"아버님!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내비게이션 따라왔다."

"네…?"

뚱딴지같은 말에 김수정은 어리둥절했다.

그때 옆에서 또 다른 유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정 씨, 이분은 누구…?"

"아, 지원군이에요."

"지원군이요…?"

"네, 아주 든든한 지원군."

그때였다.

"침입자다! 여기 침입자가 있다!"

* * *

"쯧,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결국 들키고 만 건가."

나는 단검을 역수로 쥐며 들이닥쳐 올 고블린들을 맞이하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녀석들의 숫자.

우르르르-

결국, 아껴두었던 냄새나는 고블린 갑옷 세트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이건 진짜 가급적이면 입고 싶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지.

[냄새나는 고블린 가죽갑옷 상의를 착용하셨습니다.]

[냄새나는 고블린 가죽갑옷 하의를 착용하셨습니다.]

[냄새나는 고블린 가죽 부츠를 착용하셨습니다.]

[냄새나는 고블린 가죽 장갑을 착용하셨습니다.]

[세트 효과가 있는 아이템 입니다.]

[모든 능력치 +10 증가합니다.]

[특별효과가 발동합니다.]

[몸에서 악취가 납니다. 고블린들이 접근하지 못합니다.]

[고블린에게 선공을 당하지 않습니다.]

"다들 코 막아요!"

"네…?"

김수정의 외침에 감옥 안에 있던 모든 여인들이 머리에 물음표를 띄웠다.

그리고 그들은 금세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스멀스멀.

"어머, 이 냄새 뭐야?"

"꺅-! 최악이야!"

"지독해! 도대체 어디서 나는 거지?"

"뭘 먹으면 이런 냄새가 나는 거야?!"

…미안합니다.

나는 속으로 그녀들에게 사과를 하며 한손으로 코를 막았다.

그리고 고블린을 향해 단검을 겨누며 말했다.

"이 썩을 놈들. 이걸 다시 입게 만들다니, 네놈들은 다 죽었다."

다음 순간, 프로메테우스가 준 버프와 음식을 먹어서 얻은 버프로 올라간 신체능력이 내 다리에서 터져 나왔다.

엄청난 속도로 그들을 향해 돌진한 나는, 가늠할 수 없는 속도로 단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악!"

끝없이 이어지는 고블린들의 비명소리.

그들은 짧은 팔로 인해 코를 찌르는 냄새를 막지 못하고 있었다.

너무나 안쓰러운 모습.

"키이잇-! 이게 무슨 냄새냐!!"

"썩은 냄새가 난다! 키익!! 도저히 못 참겠다!!"

"저 인간은 더럽게 맛없을 것 같다! 냄새가 지독하다! 크악!"

나는 자꾸 더럽다고 경멸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고블린들에게 한마디 했다.

"이거 네놈들 거다 이 썩을 놈들아!!!"

나는 쉬지 않고 고블린들을 무쌍했다. 감옥 안에 있던 여자들의 표정은 더 가관이었다.

"……."

모두 입을 벌린 것이, 전부 똑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단 한 사람만 빼고.

"크, 역시 우리 아버님이 짱이야."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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