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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19화 (19/375)

나 빼고 다 젊은이 019화

제19화

잠시 후.

나는 1층에 자리한 가게에서 마시스와 잘머거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내려와 있었다.

"잭슨 님 이걸 받아주십시오."

잘머거스가 커다란 상자 같은 것을 내게 내밀었다.

라면박스 정도 되는 크기의 상자였다.

"이게 뭔가."

나는 상자를 열어 무엇이 들었는지 확인해보았다.

[알렉서스의 괴짜 요리정장 제작법을 획득하였습니다.]

[공중부양 냄비를 획득하였습니다.]

[잘머거스의 요리도구 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

메시지를 확인한 나는 더욱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처음에 제가 이걸 드린다고 약속했었지요. 다른 것도 넣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처음에 요리정장 제작법을 받기로 했었군.

이제야 생각 난 사실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그리고 이 냄비는 태양의 요리는 물론 다른 요리를 하실 때 꼭 필요하실 겁니다. 제 요리도구들도 마찬가지구요. 냄비 사용법은 보셔서 아시겠지만 부유석으로 만든 물건이라 그냥 공중에 던지기만 하면 알아서 뜰 겁니다."

나는 그의 말대로 냄비를 공중에 던져보았다.

둥실둥실 떠오르는 냄비를 보자 아이처럼 미소가 지어졌다.

잘머거스는 그런 내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자네, 이제 요리는…."

"전 이제 요리를 하지 못합니다."

"할아버지…."

"전 이제 많이 늙었습니다. 그리고 병들었지요. 어제 이후로 손이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요리가 제 생애 마지막 요리인 셈이지요. 저는 그것을 먹어준 사람이 잭슨 님이어서 오히려 기쁜 마음으로 포기할 수 있었습니다."

"……."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어쩌면, 내가 좀 더 일찍 아크스타를 시작했었다면, 그랬다면 잘머거스가 요리를 놓지 않게 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돌이키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이미 내가 있는 이곳은 현실보다 더 잔인한 가상의 현실이었고 나는 지나간 일을 후회하는 어리석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반성은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나는 결심했다.

혹시 또 누군가가 나에게 왕이 되라고 조언한다면 그게 누구라도, 어떤 시련이라도 피하지 않고 맞서보기로.

절대 망설이지 않기로.

그렇게 다짐했다.

그때 귓속말이 왔다.

- 크리스탈 : 아버님, 바쁘세요?

- 잭슨 : 아니다, 마침 나가려던 참이었어.

- 크리스탈 : 혹시 토벌대로 지원 와주실 수 있으세요??

- 잭슨 : 무슨 일이냐?

- 크리스탈 : 고블린들이 함정을 파놓는 바람에… 꺄악-!

뚝-.

[크리스탈 님이 귓속말을 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

불길하다.

다시 한번 귓속말을 보내보았지만 받을 수 없다는 메시지만 계속 뜨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앞에 있는 두 사람과 인사를 나누었다.

"미안하네. 크리스탈에게 아무래도 변고가 생긴 것 같아 먼저 가봐야 할 것 같구만."

"저희들은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말고 먼저 가보십시오."

"고맙네. 조만간 술 한잔할 수 있으면 하자고."

"조심히 가세요. 어르신."

"그래, 마시스. 또 보자."

그 말과 동시에, 나는 재빨리 집을 뛰쳐나왔다.

내가 향한 곳은 필로스가 있는 곳이었다.

"이보게! 필로스 있는가!"

나는 막사의 커튼을 열어젖히며 빠르게 필로스를 찾았다.

"잭슨 님!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안 그래도 부탁드릴 일이 하나…."

"토벌대가 위험하네."

"예…?"

필로스가 놀란 표정을 짓자, 나는 물었다.

"크리스탈이 그곳에 들어가 있네, 아는가?"

"예, 선발대로 신청해 합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나와 연락을 주고받던 중 소식이 끊어졌어.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야."

"그런…!"

"어서 병사들을 추가 지원시켜주게.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잭슨 님도 곧 병사들을 불러서 함ㄲ…."

"아니야. 나 혼자 가겠네."

"네…?"

필로스가 또 한 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병사들을 모아서 가기엔 너무 늦어. 그리고 동굴의 위치와 지형도 내가 잘 알고 있으니 보다 빠르게 그들을 찾을 수 있을게야."

"하지만…."

"괜찮네. 나를 믿게. 자네는 추가 지원병을 이끌고 오도록 하게나."

"알겠습니다. 이걸 받으십시오."

[토벌대원을 상징하는 신분패를 획득하였습니다.]

"고맙네. 나 먼저가지."

[고블린 부락을 토벌하라!]

난이도: C

드디어 발견된 고블린들의 비밀동굴. 수비대장 필로스는 그곳을 통해 놈들의 부락을 기습해서 놈들에게 죽어간 병사들의 복수를 하고자 한다. 고블린 부락을 토벌하고 그들의 복수를 하자.

-완료 조건: 고블린 부락의 토벌 0/1

-6인 이상의 파티를 권유합니다.

나는 눈앞에 뜨는 퀘스트 창을 보지도 않고 빠르게 나가버렸다.

그 모습을 보며 상황의 심각성을 느낀 필로스가 병사를 불렀다.

"이봐! 거기 누구 있나!"

"예!"

"당장 모든 병사들을 집결시켜! 빨리!"

크게 고함을 치며 호통을 치는 그의 모습에 병사가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ㄴ…네! 알겠습니다!"

젊은 병사가 짧게 거수경례를 하고, 후다닥 뛰쳐나가자, 필로스는 책상에 펼쳐진 지도를 향해 눈을 돌렸다.

안 좋은 예감이 드는지 그는 계속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대체 그곳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거지…."

* * *

뮬란의 서문.

뛰어오는 나를 발견한 경비병이 다가오며 물었다.

"이곳은 위험합니다. 돌아…."

나는 빠르게 신분패를 꺼냈다.

"토벌대원이셨군요. 이곳을 지나가셔도 좋습니다."

원래 서쪽은 일반인들에겐 통제된 곳이었다.

하지만 그날 내가 갈 수 있었던 것은 경비병 칼이 신입이라 잘 몰랐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선임인 다렌이 자느라 근무를 게으르게 섰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조금 시간이 지난 뒤의 일이었다.

신분패를 인벤토리에 넣은 나는 빠르게 단검을 장착했다.

그렇게 달려가던 중 저 멀리 고블린 5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인간이다!"

"비켜라."

휘리릭-! 팍!

머리에 단검이 꽂힌 채 잿빛으로 물들어가는 고블린.

나는 놈의 머리에 꽂혀있던 단검을 뽑으며 남아있는 놈들에게 빠르게 휘둘렀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현란한 단검술에 고블린들은 순식간에 정리되었고, 나는 떨어진 아이템을 줍지도 않은 채 빠르게 평원을 가로질렀다.

"조금만 기다리거라. 수정아."

비단 수정이 뿐만이 아니다.

내 가족이든, 친구든, 누구든. 내 사람을 건드리고 괴롭힌다면 나는 언제라도 찾아가 그놈들을 부숴버릴 것이다.

그것이 내가 선택한,

"왕의 길이다."

쿠구구구구-

[사도, '앞을 보는 불도둑'이 당신을 응원하며 힘을 더해줍니다.]

[사도 버프를 받았습니다.]

[30분 간 모든 능력치가 20% 증가합니다.]

씨익.

"고맙다. 불도둑."

콰아아아앙-!

순간, 넘쳐나는 힘을 만끽하며 비밀 동굴이 있는 곳을 향해 빠르게 질주하기 시작했다.

* * *

한참을 달려 나는 놈들의 부락으로 향하는 비밀동굴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는 저번처럼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혹시나 저번처럼 경비병이 지나가지 않을까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나가는 고블린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저번보다 더 기척이 없는 것 같은 동굴의 분위기에, 나는 필시 둘 중에 하나가 틀림없다는 생각을 했다.

토벌대가 전멸했거나.

고블린이 전멸했거나.

…아니. 토벌대가 전멸했을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연락을 했을 때, 그녀는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함정이랬지. 분명…."

상상해보건대 아마 기습을 당했으리라.

"일단 이곳을 돌파해 부락으로 가봐야겠군."

나는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10분이 지나고, 나는 이곳의 경비병 하나를 사로잡을 수 있었다.

"읍! 읍!!"

녀석은 뭉친 고블린 가죽으로 인해 입이 틀어 막혀있는 상태였고, 우연히 병사의 시체에서 구한 밧줄로 손과 발이 묶여있었다.

나는 녀석의 목에 시퍼런 단검을 가져다 대며 물었다.

"살고 싶나."

끄덕끄덕.

…참 다루기 쉬운 놈들이로군.

"그럼 내가 입을 풀어줄 테니 조용해야 한다. 아니면… 알지?"

끄덕 끄덕 끄덕 끄덕.

살짝 올라가는 입꼬리를 애써 감추며 녀석의 입에 물려있던 가죽 뭉텅이를 빼주었다.

"푸하, 살, 살고 싶다. 키익!"

"살고 싶으면 내 대답에 똑바로 대답하는 게 좋을 거다."

"키익. 좋다. 뭐든지 물어봐라!"

하여튼 겁이 많은 녀석들이라니까.

"여기에 토벌대가 왔다고 들었다. 그런데 그들은 다 죽어버렸나?"

"킥, 절반은 죽고 절반은 살았다."

"그게 무슨 말이지…?"

"남자는 죽이고, 여자는 식량으로 삼는다. 그들은 부락에 있는 감옥에 갇혀있다. 키익-"

…그럼 지금쯤 수정이는 감옥에 있겠군.

"어떻게 된 일이지? 너희들은 분명 기습공격을 받았을 텐데…?"

"우리 부족장님은 엄청 똑똑하다. 너희들이 그곳으로 올 걸 미리 알고 계셨다. 킥. 그래서 우리들이 이곳에서 미리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키잇."

그런 거였구만.

이제야 앞뒤가 맞는 것 같다.

아마, 수정이는 녀석들의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나에게 마지막으로 구원요청을 보냈으리라.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자."

"말해라, 인간."

"왜, 연약한 여인들만 식량으로 삼는 거냐."

"키익, 여인들만 먹는 건 아니다. 어린아이들은 좀 더 고기가 연하고 부드럽다. 그래서 자주 먹곤 한다. 키키키키. 어제도 먹었지."

순간, 분노가 치밀었다.

[사도, '앞을 보는 불도둑'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터트립니다.]

그래, 너도 열 받는다 이거지?

나도 그래.

"야."

"……?"

푸욱!

"끄아아-! 읍.읍읍!!"

나는 녀석의 어깻죽지를 얕게 찌르며 입을 틀어막았다.

"너도 우리들을 먹으니까, 나도 널 먹어도 되겠다. 그치…?"

"읍, 으읍!"

"시끄럽긴."

푸욱!

"으읍-! 으으읍!!"

"니가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처럼 그 아이들도 고통스러웠을 거다."

서걱-!

고블린의 한쪽 팔이 허공을 날았다.

고블린은 이제 말할 힘조차 없는지 눈빛이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나는 녀석의 눈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지옥에 가서 반성하고 살아라."

역수로 잡은 단검이 핑그르르, 날았다.

단검은 그대로 호선을 그리며 고블린의 목을 베어버렸다.

푸슈슈슛-!

[사도, '앞을 보는 불도둑'이 짜릿한 전율을 느낍니다.]

[고블린 손톱을 획득하였습니다.]

[고블린 가죽을 획득하였습니다.]

[고블린 고기를 획득하였습니다.]

"오랜만에 뚜껑 열렸군."

…근데 이게 그 식재료란 건가?

나는 마지막에 고기를 얻었다는 메시지를 보며 이제부터 몬스터에게 식재료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급히 상기했다.

즉석요리나 만들어볼까…?

수정이가 살아있다는 것도 확인했으니 이 정도 여유는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날씨 요리술."

화아아악-!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불꽃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불꽃은 금세 익숙한 형체를 이루더니, 나에게 말을 걸었다.

"당신이 나의 새로운 주인님?"

"그래, 내가 너의 새 주인이다."

[태양의 정령 - Lv.13 솔라]

마력 소모: 20

쿨타임: 1시간 / 지속시간: 30분

-날씨 요리술에서 불을 담당합니다.

-이름을 불러 전투를 위해 태양의 정령을 소환할 수도 있습니다.

-태양의 요리를 먹을 때마다 정령의 레벨이 증가합니다.

-레벨이 증가할수록 다양한 공격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썬 볼: 입으로 태양의 기운을 뿜어내 적을 공격합니다. (태양 데미지 390)

-태양의 저주: 사방 3m 안에 적이 있으면 3초마다 태양 데미지를 받습니다. (태양 데미지 50)

-백염의 분노: 자신이 가진 태양 에너지를 모두 태워 순간적으로 2배의 힘을 냅니다. 모든 힘을 발산하고 역소환되면 24시간 동안 소환할 수 없습니다.

-전투 시 솔라가 소환되는 동안 아래에 해당하는 버프가 지속됩니다.

-힘+5% , 방어력+5% , 화염 속성 공격력+5% , 화염 속성 내성+5%

그야말로 엄청난 길이의 메시지.

그것을 보며 놀랐던 것은, 솔라가 전투에도 능하다는 사실이었다.

…이름만 부르면 전투에도 부를 수 있다고?

레벨이 있는 걸 보면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뜻.

잘만 키우면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라가 말했다.

"기억난다! 알렉서스 님을 닮은 사람! 해해!"

그러고 보니 알렉서스란 말을 이 녀석에게 들었던 것이었군.

"내가 그 사람이랑 많이 닮았냐?"

"응, 엄청 닮았다! 그래서 좋다!"

꽤나 활기차게 웃는 솔라의 모습을 보며,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 불도둑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사도, '앞을 보는 불도둑'이 솔라에게 자신의 말을 전합니다.]

"날 태어나게 해주신 분이 전해달라는 말씀이 있다. 해해."

태어나게 해주신 분?

뭔가 불안했지만 안 들어 볼 수 없었다. 이놈의 호기심이란.

"말해봐."

"앞으로 나한테 욕하지 마라! 이 멍청한 인간 놈아!"

"……."

"난 도둑놈도 아니고, 성좌 따위도 아니다! 신이다!"

…신이라고?

"프로메테우스라는 이름을 가진 신이란 말이다!"

[사도, '앞을 보는 불도둑'이 자신의 진명(盡命)을 드러냅니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당신을 아니꼽게 바라봅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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