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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8화 (8/375)

나 빼고 다 젊은이 008화

제8화

[오블리에 식당의 주인 '상해스'와의 호감도가 대폭 하락합니다.]

[가지고 있던 소지금 500달러를 모조리 빼앗겼습니다.]

[당신의 성향이 악(惡)으로 눈곱만큼 기웁니다.]

"에이, 썩을 놈. 호감도? 하락 하라지! 염병하고 있네. 잘 먹고 잘살아라. 이놈아!"

"뭐라고?! 이 영감탱이가!"

고기 망치를 들고 달려오는 상해스의 모습이 보이자, 나는 빠른 속도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출렁거리는 뱃살과 앞치마를 휘날리며 달려오는 모습이 흡사 코끼리와 같았다.

그의 손에 쥐어진 고기 망치가 섬뜩하게 와닿았다.

"오메 염병할꺼."

빠르게 도망친 내가 도착한 곳은 아까 사람이 많던 분수대가 있는 광장이었다.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오랜만에 식은땀을 흘렸다.

젠장. 고블린과 싸울 때도 이 정도로 힘들진 않았는데….

"망할놈이, 5분이나 쫒아오다니…. 후우."

[식후 운동으로 인해 포만도가 100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동속도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래도 좋은 점도 있네.

"그럼 이제 다시 돌아가볼까?"

* * *

"포만도를 채우고 왔습니다."

"자네 표정이 좋은 걸 보니 맛난 걸 먹은 모양이구만."

"꽤나 괜찮은 식사였습니다."

…쫒겨난 것만 빼면.

"음, 이제 다음 일을 맡을 준비가 되었군."

준비라는 말에 나는 피식, 입 꼬리를 말아 올렸다.

하루 빨리 그놈들에게서 미도를 떼어 놓기 위해선 강해져야했다.

준비는 필수!

"전 언제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오오, 자네는 역시 타고난 모험가로구만! 역시 내 안목이 틀리지 않았어! 그러고 보니 자네 이름을 여태 모르고 있었군. 이름이 무엇인가?"

"잭슨입니다."

"그래, 잭슨. 실은 자네에게 맡길 일이 하나 있다네."

"무엇입니까."

그는 꽤나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지,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음, 실은 며칠 전 이곳의 훈련소장 쿤타가 나에게 직접 부탁을 한 일이 있다네. 이곳 서쪽으로 가면 조그만 산들이 있지. 그곳에 고블린들의 부락이 생긴 모양이야."

"고블린들의 부락…?"

"그렇네. 수비대장이 쿤타에게 병사를 좀 지원해달라 해서 보냈다는데 출정하고 나서 아직 소식이 없다더군."

"그렇군요."

"아무래도 훈련소장이 걱정이 많은 모양이야. 나에게 찾아와서 모험가들에게 말해 부락에 대한 정보를 좀 모아달라고 하더군."

"음, 그럼 제가 할 일은 부락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것이겠군요."

"부탁해도 되겠나? 위험 할 수도 있네만."

"물론입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였습니다.]

[고블린 부락을 찾아서]

난이도: D

뮬란의 촌장 첸이 두 번째 일거리를 주었다. 요즘 자꾸만 늘어나는 고블린들이 부락을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놈들이 숨어있는 은거지를 찾아 보고하자.

-퀘스트 완료 조건: 고블린 부락에 대한 정보 0/1

-4인 이상의 파티를 권유합니다.

"부탁함세. 그리고 웬만하면 여러 명이서 가는 게 좋을 거야. 그곳엔 고블린들이 정말 많이 나오거든."

"그렇습니까?"

이거 잘하면 이번에 10레벨 찍겠는데…?

고블린들이 많이 나온다는 말에 또 한 번 피가 끓는 것 같았다.

"이건 포션값 하라고 내가 주는 걸세."

첸이 낡은 가죽으로 쌓인 돈뭉치를 건네주었다.

[500달러를 획득하였습니다.]

…줄 거면 좀 빨리 주지.

방금 전 50달러가 모자라서 예정에 없던 달리기 운동을 했던 것이 생각나자 잠깐이지만 찔끔 눈물이 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역시 돈은 좋은 것이다.

금세 이렇게 기분이 좋아진 걸 보면 말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웬만하면 혼자 가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네. 그곳은 고블린들이 부락을 이루고 사는 곳이야. 그 수가 절대 만만치 않을 걸세. 알아듣겠는가?"

"알겠습니다. 일행들을 구해보지요."

그렇게 나는 광장으로 가 함께 할 일행들을 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일행들을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가 없었다.

젊은이들이 갖가지 이유를 둘러대며 거절을 해왔기 때문이다.

"죄송해요. 저희들은 궁수를 구하고 있어요."

"죄송해요. 저흰 20대들만 모여서 가기로 했어요."

"죄송해요. 저흰 30대만."

"죄송해요."

"죄송해요!"

나는 계속 거절을 당했지만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나도 잘 싸울 수 있는데.

그때 한 젊은이가 몰래 하는 이야기를 듣고는, 나는 일행들을 구하는 것을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 내용인즉슨, 내가 너무 나이가 많다는 것이었다.

청년은 50대 아저씨랑 함께 사냥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너무 굼뜨고 민폐가 되는 행동에 결국 사냥에 지장이 생겨 죽고 말았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다른 젊은이들도 마찬가지였고, 50대 이상은 파티에 끼우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젊은이들 사이에선 팽배했던 것이다.

…고얀 놈들.

어쩔 수 없이 나는 혼자 사냥하기 위해 제일 처음 왔던 골목시장을 다시 방문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익숙한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내가 처음으로 말을 걸었던 NPC였다.

"이보게~ 잘 있었는가."

"음…?"

"포션을 좀 사러 왔네."

"아~ 아까 저한테 길을 물어봤었던 그 어르신이시군요. 하하, 잘 오셨습니다. 좋은 포션들이 많이 들어왔죠. 한번 보시겠습니까?"

"그래."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눈앞에 창이 나타났다.

[딜런의 잡화상점]

최하급 생명력 포션 - 1$

최하급 마력 포션 - 1$

하급 생명력 포션 - 2$

하급 마력 포션 - 2$

…이게 그 포션이라는 거군.

멍하니 창을 보며, 어떤 것을 사는 게 좋을지 고민이 들었다.

최하급 포션은 50의 생명력을 채워 주었고, 하급 포션은 100의 생명력을 채워주었다.

잠깐의 고민 끝에 나는 하급 생명력 포션 200개를 사기로 했다.

첸의 말도 있고 하니 좋은 걸 많이 사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 였다.

[하급 생명력 포션 200개를 구매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잡화상점 주인 딜런의 호감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많이 사서 그런가? 호감도가 상승하네.

나는 무슨 게임이 이렇게 자본주의에 물들었냐며 욕을 하려다가, 눈앞에서 싱글벙글 웃고 있는 딜런을 보곤 다시 입을 닫았다.

"고맙네. 많이 팔게나."

"감사합니다. 또 오십쇼~"

딜런의 잡화상점을 나오자마자, 나는 뮬란의 서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튼튼한 나무로 지어진 울타리와 높은 나무탑에 올라있는 병사들이 인상적인 곳이었다.

나는 입구를 지키는 경비병 하나를 불렀다.

"이보게 경비병."

"네! 이등병 칼! 누ㄱ…."

아마 내가 간부인 줄 알았던 모양이다.

그는 긴장이 풀렸는지 헛기침을 하며 물었다.

"큼, 무슨 용건이십니까?"

"다름이 아니라 혹시 토벌대가 갔다는 곳이 어디쯤인가 해서 말이야."

나는 그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어깨에 묻은 흙을 손으로 탁탁 털어주며 물었다.

움찔하는 것이 들어온지 얼마 안된 신병인듯했다.

칼이 물었다.

"그건 왜…?"

"그냥 궁금해서 그러네."

"저쪽입니다만…."

칼이 손가락으로 여러 개의 산들 중 가운데에 있는 산을 가리켰다.

그곳을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뒷짐을 지며 천천히 성문을 나서기 시작했다.

뒤에서 다급한 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아버지! 이곳은 위험한 곳이라 혼자 나가시면 안 되ㄴ…."

그때 고블린 하나가 앞에서 알짱거리며 달려들었다.

"캬아아아!"

"에잉! 비켜라. 이눔아!"

파라라라락! 빠아악-!

[치명타를 입혔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고블린 손톱을 획득하였습니다.]

공중 2회전 뒤돌려차기를 턱을 맞고 날아간 고블린은 잿빛으로 물들었다.

나는 다시 칼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방금 뭐라고 그랬나?"

"아, 아닙ㄴ… 딸꾹!"

나는 칼의 얼굴을 보며 피식, 웃었다.

…많이 놀랐나보군.

그는 계속해서 딸꾹질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앳된 얼굴을 보니 아직 스무 살이 채 안 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며 옛날에 둘째 녀석 입대했을 때가 생각났다.

나는 슬며시 다가가 다시 한번 그의 옷매무새를 여며주었다.

"이, 이등병! 칼!!"

"그럼 있다가 보자고. 젊은이."

나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준 뒤, 가운데 있는 산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 * *

파라라라락! 빠악!

파라라락! 빠악! 빠아악!

숨쉴 틈도 없이 몰아치는 화려한 발차기의 향연!

그것을 맞고 마치 악당의 최후 같은 대사를 날리며 잿빛으로 소멸하는 고블린이 있었다.

"원통하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나는 그 대사를 귀담아 듣고 있지 못했다.

눈앞에 뜨는 메시지들을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고블린 손톱을 획득하였습니다.]

[고블린 가죽을 획득하였습니다.]

[냄새나는 고블린 가죽갑옷 상의를 획득하였습니다.]

"갑옷 상의…? 이게 뭐지?"

나는 보라색으로 되어 있는 글자를 보며 인벤토리를 불러왔다.

구석에 자리해 있는 가죽갑옷이 보이자, 익숙하게 정보 창을 열었다.

[냄새나는 고블린 가죽갑옷 상의 - 세트]

등급: 희귀

내구력: 62/120 방어력: 22

건강+2

-냄새나는 고블린 가죽갑옷 상의

-냄새나는 고블린 가죽갑옷 하의

-냄새나는 고블린 가죽 부츠

-냄새나는 고블린 가죽 장갑

유독 악취가 심했던 한 고블린이 끼던 갑옷. 얼마나 평소에 잘 씻지 않았는지 갑옷에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

-세트효과가 있는 아이템입니다.

-세트를 모두 착용 시 모든 능력치 +10 증가.

-세트를 모두 착용 시 숨겨진 특수 효과가 발동합니다.

"호오… 이런 것도 있나?"

나는 신기하다는 듯 아이템의 설명을 읽어 내려가다, 어느 한 곳에서 멈칫하고 말았다.

악취…?

그리곤 조심스럽게 갑옷을 꺼내 냄새를 맡아 보았다.

킁킁.

"에~헤이!"

이건 뭐, 어떻게 형언할 수가 없는 냄새였다.

그야말로 납득 할 수가 없는 냄새!

이해 자체가 불가능한 냄새였다.

아니, 이해해서도 안 된다.

간절히 말하자면 절대로 이해하지 않기를 바라게 되는 향이 내 머릿속을 지배해오는 것 같았다.

절로 미간이 찌푸려진 나는 한쪽 손으로 코를 막고 한마디 했다.

"이 썩을 놈들 진짜 몸이 썩었나…."

뭐라 표현 할 수가 없었다.

발 냄새도 땀 냄새도 아닌 그냥 퀴퀴한 홀아비의 냄새랄까.

"끙, 재수 없게 주워도 하필 이런 걸 주웠구만. 에잉!"

나는 투덜거리며 갑옷을 다시 인벤토리에 던져버리고 재빨리 닫아버렸다.

개발자란 놈들이 만들어도 이런 걸 만들다니. 쯧쯧.

혀를 차며 개발자들의 뒷담을 하는데, 멀리서 또 다른 고블린이 나타났다.

"인간이다!"

"그래, 내가 인간이다. 망할 놈들. 하아…."

또다시 지겹게 달려오는 고블린들을 보며, 나는 다시 단검을 고쳐 쥐었다.

아까 놈들의 체취를 맡아서 그런 것인지, 내 표정은 꽤나 많이 찌푸려져 있었다.

힘껏 손으로 구긴 검은 봉지 같다고나 할까.

"니들 대장이 누군지는 몰라도 만나서 빨래 교육 좀 시켜야겠구나."

그렇게, 나는 속으로 고블린들의 참 빨래 프로젝트를 다짐했다.

이건 나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래, 변명을 좀 하자면.

"…모두를 위하여."

꽤 거창한(?) 대의와 함께 나는 또 한 번 고블린 무리들을 향해 뛰어올랐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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