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250화 (에필로그) (250/250)

에필로그

2차 레이드 시대가 끝나고.

평화의 시대가 도래한 지 이제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세상은 많이 변했다.

오늘, 나는 인류 앞에 다시 새로운 선언을 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이번에도 2차 레이드 시대가 끝났음을 선언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공식 선언이 이어질 예정이었다.

그로 인해 헌터협회와 나는 아침부터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태오야! 연설문 다 확인했지?”

“예. 일주일 전부터 확인했으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협회장님.”

“오늘은 전 세계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으니까 괜히 말실수하지 말고. 알았지?”

“예, 예. 저도 아니까 너무 그렇게 압박 주지 마세요.”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협회장의 걱정은 변함이 없었다.

협회장뿐만 아니라 협회 직원들 역시 행사 준비로 매우 바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유일하게 나만 한가한 거 같다.

오전 10시.

행사가 시작되는 시간이다.

MC로 나선 인물은 나빈이의 언니인 유이빈이었다.

“바쁘신 와중에도 이곳에 참석해 자리를 빛내 주신 내빈 여러분들에게 다시 한번 헌터협회를 대신해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일반 방송 무대가 아닌 공식 석상이라 그런지 이빈이는 굉장히 사무적인 어투로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이빈이의 저런 모습은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기분이다.

아니지, 실제로 오랜만에 보는 거 맞다.

그동안 방송상에서만 이빈이의 모습을 접했었으니까.

정장을 차려입은 나는 야외 행사장에 앉아 조용히 무대를 지켜봤다.

그러나 옆에 앉은 준서는 뭐가 그리 불안한지 나한테 재차 물었다.

“형, 저, 넥타이 똑바로 되어 있는 거 맞죠?”

“어, 내가 아까 확인해 줬잖아.”

준서도 이제는 20대 중반인데.

그럼에도 여전히 애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우리 그룹의 막내라서 그런지, 이런 느낌은 더욱 진하게 느껴졌다.

반대로 데이브는 말을 아낀 채 무게감 있는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중이었다.

협회장, 그리고 연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준서와는 다른 의미에서 주책을 떨고 있는 인물이 한 명 더 있었다.

바로 이철민 소장이었다.

“하필이면 야외에서 이런 걸…….”

이철민 소장은 야외에 굉장히 취약한 모습을 보여 주는 사람이다.

철저한 실내파이기 때문에 햇빛은 이철민 소장에게 있어서 적이라 할 수 있었다.

협회장이 작게 웃으면서 이철민 소장에게 말했다.

“너무 연구실에만 처박혀 있는 것보다 이렇게 밖에 나와서 바깥 공기도 쐬고, 그래야 사람이 건강해지는 법이지. 안 그래?”

“이론상으로는 맞지만, 체질에 안 맞는 사람들은 오히려 이런 외향적인 활동이 스트레스를 가중시켜 몸의 건강을 더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협회장님께서도 부디 이런 사실을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역시 이철민 소장답게 한마디를 안 지는 모습을 보여 줬다.

내 주변 사람들은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변함이 없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거 같다.

이빈이의 식순 멘트에 따라서 행사가 계속 진행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강태오 씨의 선언이 있겠습니다.”

내 이름이 불렸다.

나는 머릿속으로 미리 건네받았던 대본을 떠올리며 천천히 단상에 올랐다.

모든 사람들, 그리고 모든 카메라 앵글이 전부 나를 향해 집중되었다.

이 전경은 2년 전, 내가 2차 레이드 시대가 끝났음을 사람들 앞에서 선포했을 때와 똑같았다.

그래서인지 낯설지가 않았다.

“2차 레이드 시대가 종결되었음을 알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날을 기점으로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군요.”

내 주변 인물들은 크게 변한 게 없어 보였지만.

인류 전체를 놓고 본다면 그동안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변했다.

가장 확실하게 눈에 띄는 건 역시 몬스터들의 침공으로 인해 멈췄던 인류 문명의 발전이었다.

2년이라는 시간은 아픈 상처를 치유하는 것과 더불어서 더 나은 과학기술과 문명을 이룩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여기에 더 강한 추진력을 보태기 위해서.

나는 오늘, 중요한 말을 꺼낼 예정이다.

“이미 기사를 통해서 아실 만한 분들은 많이 아실 겁니다. 하지만 그동안 공식적으로 저희가 발표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죠. 그래서 이번에 이런 자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표정에 묘한 미소가 깃들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이미 다 아는 듯한 반응이었다.

더 많은 이목이 내게 집중되었다.

“긴말 필요 없겠죠. 짧게, 여러분들 앞에 선언하겠습니다.”

단상 아래쪽에서 협회장이 ‘대본 다 무시해 버렸네.’라며 한탄 섞인 혼잣말을 흘리는 모습이 보였다.

내가 대본 내용을 잊어버려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

너무 길어서 그런다.

그냥 핵심만 딱 요약해서 알려 주면 되는 것을. 구구절절하게 낭독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빨리 끝내고 빨리 퇴근하면, 싫어할 만한 사람들도 없을 테고.

아까보다 더 목소리에 힘을 주면서 난 이렇게 말했다.

“이제 더 이상 지구상에 몬스터란 존재는 남아 있지 않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합니다.”

게이트가 닫히고 난 이후에도 아직 지구상에는 퇴치하지 못했던 잔여 몬스터들이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서 1차 레이드 시대가 끝나고 헌터들과 헌터협회는 계속해서 몬스터들을 퇴치하는 토벌 작전에 투입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2차 레이드 시대가 끝나고 2년이 지난 지금.

그 남아 있던 몬스터들의 흔적이 모두 사라졌음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몬스터들의 습격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오늘부터는.

인류가 다시 이 지구를 완벽하게 되찾게 되었다.

* * *

잔여 몬스터들조차 남아 있지 않은, 완전한 평화의 시대를 맞이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내 모습이 며칠 동안 반복해서 TV에 송출되었다.

어느 채널을 돌려도 내가 나왔다.

뭐, 가수 겸 배우로 활동 중이었으니까 이런 내 모습이 TV에 나온다 할지라도 크게 어색할 건 없는데.

‘나와도 너무 나오는 거 아닌가.’

보는 내가 다 민망할 정도였다.

마치 스크린 독점 현상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나는 이런 걸 전혀 원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아무튼, 완전한 평화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말에 사람들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어딜 가도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은연중에 깔려 있던 몬스터라는 이름의 공포심에서 완전히 벗어났으니까.

이제는 정말로 두 발 뻗고 자도 된다.

그러나 헌터들은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1차 레이드 시대가 끝난 후에도 생활고에 시달리는 헌터들이 있었으니까.

그런 헌터들에게 내가 약속한 게 있었다.

지금 겪고 있는 생활고들은 내가 반드시 해결해 주겠다고.

2년이라는 준비 기간 동안, 헌터협회는 대한민국을 포함해서 세계 각국의 정부들과 연이어 논의를 이어 갔다.

은퇴한 헌터들, 혹은 현재 생활고에 시달리는 헌터들을 어떻게 지원할지에 대한 방안 마련이 주목적이었다.

다행스러운 점이라고 본다면, 잠깐 펼쳐졌던 2차 레이드 시대를 겪으며 사람들은 헌터라는 존재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래서인지 헌터에 대한 복지 혜택 반대 목소리가 예전만큼 크지 않았다.

덕분에 각국 정부들도 사람들 눈치 볼 것 없이 헌터들의 지원 정책을 속도 있게 마련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서 이제는 은퇴한 헌터들이 생활고에 시달릴 일이 없어지게 되었다.

정부에서 매달 꾸준히 지원금과 연금이 나오고 있으니까.

오래 걸리긴 했으나, 그들과의 약속을 지키긴 한 셈이었다.

무사히 복지 정책이 마련되고 난 이후.

은퇴한 헌터들로부터 많은 감사를 받게 되었다.

나를 향한 지지가 높아진 셈이었다.

몇몇 사람들은 차라리 내가 국회에 입성했으면 한다는 말까지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건 협회장이나 연 대표가 알아서 잘할 테고.

나는 무대 체질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정계 진출 이런 건 꿈도 꿀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중이다.

사람들하고 얼굴 붉히면서 언쟁하고. 이러고 싶지도 않고 말이다.

오늘도 나는 HTB 멤버들과 함께 가요무대에 오르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녹화 시작하겠습니다! HTB 여러분들, 준비해 주세요!”

“네!”

스태프의 말에 따라 준서가 기운차게 대답했다.

“형들, 우리 이제 올라가야 할 거 같은데요.”

“그래야지.”

준비는 다 끝났다.

아니, 아직 하나가 남았다.

이번에는 데이브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기합 넣고 가자고.”

데이브가 스스로 이런 걸 다 하자고 하고.

2년 전에 비하면, 너무나도 많이 달라진 데이브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런 모습이 우리들에게 더 익숙했다.

짧게 파이팅을 외친 우리들.

무대로 오르기 전에, 앞서 무대를 펼쳤던 HTG 멤버들과 프로그램 MC를 맡게 된 아이리스가 우리를 향해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잘하고 오세요, 선배님.”

“오빠, 힘내! 뒤에서 지켜보고 있을게!”

열띤 응원을 받으면서 무대에 오른 우리들.

무대에 오르자, 팬들의 함성 소리가 다시금 펼쳐졌다.

그래, 역시 나는 무대 체질이다.

팬들의 환호성을 듣고 난 다음에 나는 다시 깨달을 수 있었다.

* * *

오늘은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이다.

승훈이 형과 내 친누나의 결혼식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회는 아이리스가, 축가는 우리 HTB가 맡았다.

결혼식장에 서서 노래를 부르는 게 처음이라 그런지 마이크를 막 들었을 때에는 굉장히 어색했지만.

이것도 익숙해지니까 금세 괜찮아졌다.

무엇보다도 웨딩드레스를 입은 누나의 모습을 보니까 뭐라고 해야 할까.

기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했다.

내가 노래를 시작하기도 전에 누나의 눈가에는 이미 눈물방울들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누나, 울지 말고. 오늘의 주인공인데 웃는 모습 보여 줘야지. 안 그래?”

누나가 억지로 입꼬리를 말아 올리면서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승훈이 형. 우리 누나, 평생 사랑해 줘야 해. 누나 고생시키면 내가 형 찾아가서 따질 테니까.”

“그래, 알았어. 걱정하지 마. 아송 씨는 내가 평생 여왕님처럼 모시면서 살 테니까.”

엄마 대신, 아빠 대신 나를 먹여 살리기 위해 고생한 누나를 위해서 진심을 다해 노래를 불렀다.

누나와 승훈이 형, 오직 둘만을 위해 부르는 노래는 뭔가 특별했다.

그렇게 기쁨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결혼식을 마치고.

나는 HTB 멤버들과 같이 회사로 돌아왔다.

승훈이 형 없이 다른 매니저가 대신 운전대를 잡으니까 약간 어색했지만.

‘신혼여행 가 있는 동안만큼은 참아야지, 뭐.’

최용하 프로듀서를 포함해서 HT 엔터테인먼트의 최정예 스태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HTB 멤버들도 한 명도 빠짐없이 회의에 참석했다.

우리가 이곳에 모인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다음 앨범 슬슬 준비해야죠.”

평화의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계속해서 노래를 만들고, 그리고 부를 생각이다.

우리는

들이니까.

<나라를 구한 톱스타>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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