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247화 (247/250)

제63장. 최후의 전투 (3)

꼼수에는 같은 꼼수로 대처한다.

이것이 내 전투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레드 드래곤은 굉장히 심기가 불편하다는 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지만, 그래도 내 말이 틀린 건 아니었기에 차마 반박은 못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쪽이 영악하게 나오니까.

나도 영악하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레드 드래곤은 마지못해 내 말에 답했다.

-인정하도록 하지.

누가 봐도 심기가 많이 불편해 보이는 그런 대답이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본인이 자초한 일이니까.

레드 드래곤이 먼저 융통성 있게 나왔더라면, 나도 이렇게까지 빡빡하게 조건을 맞추려고 하진 않았을 것이다.

헌터들 덕분에 나는 마음 놓고 레드 드래곤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일전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레드 드래곤의 주변에 강력한 화염구들이 형성되었다.

그것들은 오로지 나 하나만을 노리며 빠른 속도로 날아들었다.

화염구 하나하나가 강력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하나 정통으로 맞으면, 그 즉시 골로 간다는 것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었다.

물론 맞아 줄 생각도 없지만 말이다.

바로 옆에 아슬아슬하게 화염구가 스쳤다.

쏟아지는 불덩이를 해치면서 나는 최대한 가까이 드래곤과 거리를 좁혔다.

오른 주먹에 마나를 가득 실어 휘둘렀다.

어차피 맨주먹으로 녀석의 비늘을 뚫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 대신.

‘내상은 입힐 수 있겠지!’

뻐어억-!

둔탁한 타격음이 서울 상공을 가로질렀다.

레드 드래곤의 눈빛이 변했다.

-소용없는 짓이다!

녀석의 몸 온도가 급격하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몸을 뒤로 뺐다.

그러자 녀석의 몸이 붉은빛을 띠더니, 주변에 엄청난 폭발을 형성했다.

조금만 늦었으면 저 폭발에 휘말렸을지도 모른다.

자욱한 연기구름이 반파된 헌터협회 위를 어둡게 물들였다.

일시적으로 시야가 차단되었을 때.

무언가가 빠르게 내게 달려드는 기척을 느꼈다.

순간 몸을 옆으로 틀면서 회피 동작을 펼쳤다.

드래곤에서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외형을 변화시킨 레드 드래곤이 묘한 미소를 흘리면서 말했다.

“감이 좋은 인간이군.”

“이 감 덕분에 몇 번이나 살아남을 수 있었지.”

지금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일부러 최대한 기척을 숨기기 위해 몸 사이즈를 줄이고 내게 접근해서 마나 블레이드를 휘둘러 봤지만, 나는 녀석의 일격에 쉽게 당해 주지 않았다.

블레이드 날을 더 크게 키운 레드 드래곤이 그것을 수평으로 크게 휘저었다.

부유 아이템에 마나를 불어 넣으면서 내 위치를 조정했다.

아래로 빠르게 하강하면서 녀석의 공격을 흘린 뒤.

반파된 헌터 협회 건물 방향으로 오른손을 뻗었다.

그러자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여러 개의 아이템들이 내게 날아들었다.

검 한 자루와 팔목 보호대 두 개, 그리고 나이프 하나와 팔에 장착할 수 있는 작은 크로스보우 아이템까지.

빠르게 중무장을 한 나는 고개를 좌우로 돌리면서 레드 드래곤을 향해 여유를 부렸다.

“이제야 싸울 태세가 갖춰졌네.”

지금까지의 싸움은 어린애들 장난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식으로 말했다.

내 도발이 어느 정도 먹힌 모양인지, 레드 드래곤의 표정이 변했다.

“허풍 하나는 일류군.”

“허풍이 아니라는 걸 조만간 알게 될 거다.”

크로스보우 한 발을 발사했다.

실제 화살을 넣어서 발사하는 형태가 아니라 마나를 화살 모양으로 변환시켜서 쏘는 거였기 때문에 화살 개수 제한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었다.

대신에 사용할 때마다 주기적으로 보유자의 마나를 소모해야 한다는 단점도 같이 공존한다.

그럼에도 한 발 한 발의 위력이 굉장히 센 데다 내가 원하는 속성 부여까지 할 수 있기 때문에 원거리 전투를 주로 선호하는 헌터들에게 있어서 이 아이템은 선망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없어서 못 사는 그런 고가의 아이템이다.

발사된 마나 애로우가 순식간에 개수를 늘려 갔다.

유도 기능을 가진 매직 미사일처럼 사방으로 흩어졌다가 동시에 레드 드래곤을 노리듯 빠르게 움직였다.

레드 드래곤은 인간 형태에서 다시 드래곤 폼으로 자신의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꾸며 내 원거리 공격에 대응했다.

퉁! 투둥!

마나 화살은 드래곤의 비늘에 가로막힌 채 그대로 튕겨 나왔다.

‘놈이 인간 외형으로 모습을 바꿨을 때를 노려야겠어.’

내가 가진 아이템으로 녀석의 비늘을 뚫을 방법이 많지 않아 보였다.

결국은 인간 폼일 때를 노려야 한다는 건데.

‘한번 유도해 볼까.’

검을 크게 휘두르면서 여러 개의 검기를 날렸다.

커다란 몸집으로는 이 검기들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내 예상대로, 레드 드래곤은 다시 인간 폼으로 외형을 바꾸면서 민첩함을 택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볍게 내가 날린 검기들을 회피하는 사이.

나는 부유 아이템에 마나를 쏟아부으면서 빠르게 녀석에게 접근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뒤에 검 끝을 녀석의 심장에 겨눴다.

있는 힘껏 검을 찔러 넣었다.

나와 레드 드래곤의 몸이 빠르게 지면으로 낙하했다.

쿠우웅-!

충격파가 우리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퍼졌다.

여성의 심장을 관통했어야 할 검은 피부조차 뚫지 못한 채 그대로 가로막혀 있었다.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반대로 레드 드래곤은 여유가 느껴지는 미소로 나를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내가 인간의 모습을 했다고 너희 같은 하등 생물과 동등해졌다고 생각하나?”

레드 드래곤이 일시적으로 마나를 방출했다.

그 여파에 밀려 내 몸이 공중으로 크게 치솟았다.

레드 드래곤이 나를 향해 오른손을 뻗었다.

거대한 화염 불길이 나를 급습했다.

왼쪽 손목에 착용한 팔목 보호대가 빛을 뿜었다.

이와 동시에 내 주변에 원형의 마나 배리어가 형성되었다.

뜨거운 불길이 내 전신을 감쌌다.

간발의 차이였음을 깨닫는 순간, 식은땀이 절로 흘러나왔다.

‘무시무시한 녀석이네.’

결국 녀석을 쓰러뜨리려면, 저 무식하리만큼 높은 방어 능력을 뚫어 버려야 한다.

방금도 나름 전력을 다한 일격이었는데.

이것조차 통하지 않는다면, 내 입장에선 꽤나 난감하다.

이기기 위해서는 녀석이 지닌 절대 뚫리지 않는 방패를 무력화시켜야 하는데.

지금 당장으로선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일단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녀석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졌다.

그러나 레드 드래곤은 내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으려는 모양인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내게 몸을 날렸다.

빠른 속도로 나를 향해 날아오더니, 다시 한번 마나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이번에도 왼쪽 팔목 보호대를 이용해 녀석의 일격을 막아 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내 마나 배리어에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나는 레드 드래곤의 방패를 뚫을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는데.

녀석은 압도적인 마법 능력으로 내 수비 능력을 무력화시켜가고 있었다.

누가 먼저 상대의 일격을 허용하느냐.

결국은 한 방 싸움이다.

승기는 레드 드래곤 쪽으로 조금씩 기울고 있었다.

한편, 아래에서 나와 레드 드래곤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해 가고 있었다.

데이브가 목소리를 높이면서 외쳤다.

“야, 강태오! 너, 질 생각 하지도 마라! 네가 지면…… 아무튼 어떻게 되는지 다 알고 있잖아!”

기자들을 포함해서 여러 사람들이 지금의 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심지어 이 장면을 생중계로 내보내는 카메라맨도 있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인지 데이브는 내가 레드 드래곤과 맺은 계약 조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야기를 꺼내는 즉시 우리를 향해 엄청난 원성이 쏟아질 게 뻔했기 때문이다.

이건 나중에 무덤까지 가지고 가는 게 좋다.

협회가 괜히 극비 딱지를 붙인 게 아니다.

“걱정하지 마라.”

데이브를 안심시켜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하나만을 바라보고 있을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을 위해 외쳤다.

“내가 반드시 이길 테니까.”

인류 전체의 목숨이 내 양어깨에 걸려 있다.

쉽게 물러설 수는 없는 입장이다.

* * *

반드시 이기겠다는 내 말에 레드 드래곤은 코웃음을 쳤다.

“끈질긴 건 좋은데, 그것도 어느 정도 가능성이 보여야 효과가 있는 거지, 희망조차 없는 일에 무의미하게 도전해 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왜 모를까?”

“희망이 왜 없냐.”

나는 다시 힘 있게 검을 쥐어 들었다.

“충분히 보이는데.”

“아직도 그런 허세를 떨 기운이 남아 있나 보네.”

“아까도 말했지? 허세 아니라고.”

검에 마나를 불어 넣었다.

푸른 기운이 검 끝에 맺혔다.

레드 드래곤은 알아서 해 보라는 식으로 내게 양손을 뻗었다.

드래곤의 머리 같은 모양을 닮은 화염 기둥들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서로 나를 잡아먹기 위해 안달이 난 짐승처럼 보였다.

검을 들고서 크게 휘두르자, 칼날 바람이 용의 형상을 한 화염 기둥들의 머리를 그대로 잘라 내 버렸다.

머리를 잃은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곧바로 새로운 머리가 자라나 나를 끝까지 추격했다.

“그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벨트에서 작은 구체 여러 개를 꺼냈다.

제이커가 테러를 자행할 때 주로 사용했던 마나 폭탄들이었다.

이철민 소장이 특별히 위력을 배로 강화시켜 준 것으로, 비상시에 대비해서 헌터들에게 일시적으로 보급했던 소모 아이템이기도 하다.

마나를 살짝 불어 넣는 것만으로도 기폭 장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

여러 개의 마나 폭탄들을 흩뿌리듯 사방으로 던졌다.

퍼벙! 펑! 퍼어엉-!

사방에서 마나 폭발이 이어졌다.

푸른빛을 띠는 마나들이 안개를 형성하면서 화염 기둥들의 움직임을 제안했다.

점점 위력이 약해지더니, 이내 화염 기둥들은 전부 소멸해 버렸다.

그 틈을 노려 나는 다시 한번 레드 드래곤에게 덤벼들었다.

레드 드래곤이 재차 손을 뻗었다.

붉은 빛이 번쩍이면서 강화된 브레스 마법을 발동시켰다.

“……!”

몸을 잽싸게 비틀어서 강화된 브레스를 피했다.

그러나 완전히 피하진 못했는지, 왼쪽 팔에 기다란 상처가 남았다.

벌어진 상처 틈새로 내 피가 뚝뚝 흘렀다.

그럼에도 나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목표는 레드 드래곤의 심장에 검을 꽂아 넣는 것.

카아앙!

내가 든 검이 레드 드래곤의 가슴팍에서 멈췄다.

여전히 드래곤의 비늘이 큰 방해가 되었다.

절대로 뚫리지 않는 방패를 지녀서인지 레드 드래곤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생성되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재미있었다, 인간.”

레드 드래곤이 나를 붙잡으려고 했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있는 힘 없는 힘을 끌어모아 검에 집중시켰다.

“소용없어.”

“아니, 이번에는 다를 거다.”

푸욱-!

내 검이 놈의 심장을 꿰뚫었다.

레드 드래곤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어떻게……!”

녀석의 몸이 아래로 낙하했다.

심장에 검이 꽂힌 채 피를 흘리며 나를 올려다보는 레드 드래곤.

녀석을 향해 나는 어느 순간부터 내 오른쪽 귀에 꽂혀 있는 인이어를 가리켰다.

“이걸 잊고 있었나 보네.”

인이어 사이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

절망의 끝자락에서 노래가 나에게 힘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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