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242화 (242/250)

제62장. 2차 레이드 시대 (5)

몬스터와의 싸움은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

오래 끌 것 없이 능력이 된다면 바로바로 토벌해 주는 게 좋다.

몬스터를 지상에 오래 남겨 둬 봤자 아무런 득이 될 게 없기 때문이다.

게이트도 마찬가지고.

아무튼 차원을 넘은 무언가들이 지구상에 계속 남아서 득을 볼 수 있는 경우는 던전 내에서 획득한 이로운 광물이나 아니면 아이템 정도뿐이다.

텍사스로 향하는 차에 올라탄 나는 현재 그쪽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보고가 들어온 것들을 확인하면서 머릿속으로 정리에 나섰다.

특히나 텍사스 쪽은 일반 몬스터들뿐만 아니라 던전도 같이 등장했기 때문에 그쪽으로 파견된 헌터들이 더 애를 먹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던전 난이도도 꽤 된다고 한다.

만약에 MML 버프가 없었더라면, 그곳에서 몬스터들과 전투를 펼치고 있는 헌터들은 거의 전멸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어떤 던전이길래 그러는지 모르겠네.’

영상으로 봤을 때에는 그냥 흔하게 볼 수 있는 동굴 형태의 던전처럼 보였는데.

내용물은 많이 다른 모양인가 보다.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머릿속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봤자 크게 달라질 건 없다.

중요한 것은.

‘역시 현장에 가서 직접 확인해 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이동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는 말을 들었다.

승훈이 형한테 체력 비축을 위해서 한숨 자고 있을 테니까, 도착할 때 되면 나를 깨워 달라는 말을 남겼다.

눈을 감고서 수면에 집중했다.

헌터 생활을 하다 보면 언제 어디서든 잘 수 있는 능력은 기본적으로 몸에 배게 되기 때문에 달리는 차 안에서 자는 것 정도는 쉬운 일이다.

이 정도면 거의 침대 위에서 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몇 시간이 흘렀을까.

승훈이 형이 조용히 나를 깨웠다.

“태오야, 도착했다.”

우리가 탄 차량이 현장을 눈앞에 두고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나는 여러 차례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지옥이 따로 없네.”

여기저기 보이는 몬스터와 헌터 들의 사체들.

이 광경이 이곳에서 벌어졌던 전투들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증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승훈이 형뿐만 아니라 우리와 함께 텍사스로 넘어온 일행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눈앞에 벌어진 참극의 흔적에 애도를 표했다.

혹여나 생존자가 있나 싶어서 찾아보려 했지만.

생명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다른 헌터들은요?”

내가 묻자, 헌터협회 관계자 한 명이 흐릿한 앞을 가렸다.

“저기 저 안개 속에 있습니다.”

안개로 인해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뭐라고 해야 하나. 하늘 위에 떠 있던 먹구름을 지상으로 가져와서 땅 위에 살포시 올려 둔 것처럼 보였다.

여기는 밖이라서 시야가 탁 트여 있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한 치 앞도 안 보이겠네요.”

“그것 때문에 헌터들이 몬스터들한테 많이 당한 거 같습니다.”

“안개 속 어둠에 갇힌 건 헌터들뿐만 아니라 몬스터들도 마찬가지잖아요.”

“저 안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 안개와 전혀 다른 형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지역에 자연적으로 생기는 안개는 아니고요. 저희가 추정컨대, 던전 안에서 흘러나오는 안개가 저렇게 쌓이고 쌓여서 겹겹이 층을 이루게 된 거 같습니다.”

헌터들로부터 시야를 빼앗은 존재가 던전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면 던전을 클리어하면 모든 문제는 다 해결되겠네요?”

“그렇죠. 근데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서요.”

그 말이 맞다.

하지만 쉽지 않다고 했지, 불가능하다고 말한 건 아니었다.

성큼성큼. 앞을 향해 힘차게 걸음을 내디뎠다.

우리를 따라온 다른 헌터 한 명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한테 물었다.

“설마, 저쪽으로 들어가실 겁니까?”

“저기로 가야 던전이 나온다면서요. 그러면 갈 수밖에 없죠.”

던전을 클리어하려면 내부로 들어가야 한다.

왜냐하면 보통 그곳에 던전 보스가 있기 때문이다.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던 순간, 안개 안에서 몰래 숨어 있던 몬스터들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함정이라는 것을 노골적으로 알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크게 상관이 없었다.

함정이 뭐 어때서.

어차피 던전을 없애야 게이트가 닫히는 건 변함없기에 나는 계속해서 걸음을 재촉했다.

던전이 위치한 곳과 가까워질수록 덤벼드는 몬스터들의 숫자도 급속도로 증가했다.

“귀찮은 놈들.”

2차 레이드 시대에 맞춰 주로 사용하기 시작한 잡몹 퇴치용 검을 빼 들었다.

검 끝이 지면에 박히자, 몬스터들이 공중에서 보이지 않는 다수의 칼날들에 의해 베이며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잡몹 퇴치할 때에는 이만한 아이템이 없다.

‘중심부에 던전이 있다고 했었지.’

내가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현장을 맡았던 헌터들이 얻은 데이터들을 다시금 머릿속으로 상기시켰다.

들은 그대로 던전이 등장했다.

역시나, 평범한 외형을 취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위화감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뭐지?’

겉으로 봤을 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던전인데.

느낌이 달랐다.

발을 디디려고 하던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위험하다고.

몸을 뒤로 빼는 순간.

엄청난 불길이 던전 입구에서 뿜어져 나왔다.

영혼마저 불태워 버릴 것처럼 뜨거웠다.

만약에 머리가 생각하는 거에 따라 몸이 움직였으면, 나는 분명 이 자리에서 통구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끝까지 방심을 안 하고 있던 게 내 목숨을 구했다.

쿵,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던전 천장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거대한 생명체가 지상 위로 모습을 나타냈다.

녀석을 본 순간,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레드 드래곤.

그렇다면.

“그냥 일반 던전이 아니라…… 드래곤 레어였나 보네.”

벌집을 건드린 기분이다.

* * *

레드 드래곤의 포효가 안개들 사이로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그러더니 나를 내려다보면서 시선을 고정시켰다.

-본모습으로 만나는 건 이번이 두 번째네.

지난번에 봤던 그 여자의 목소리였다.

“역시, 너였냐.”

드래곤들은 참 간사하다. 나를 유인하기 위해 이런 함정을 다 파 놓고 말이다.

물론 내가 그 전에 눈치챈 덕분에 레드 드래곤의 필살의 일격이 빗나가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레드 드래곤은 크게 아쉬워하는 눈빛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내가 피할 걸 알고 있었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네가 이런 걸로 죽을 헌터였더라면, 내 동족한테 진작 죽임을 당했겠지.

정답이다.

이런 허술한 작전으로는 나한테 흠집 하나 낼 수 없다.

그렇다고 드래곤 브레스가 약한 공격이라는 소리는 절대로 아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아무리 나라도 저런 걸 정통으로 맞으면 무사하지 못한다.

내가 공격을 허용할 일은 절대로 없겠지만 말이다.

갈라진 틈새 사이로 각종 금은보화와 아이템들이 보였다.

던전이라고 생각했던 곳이 알고 보니 녀석의 레어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드래곤은 자신의 레어를 굉장히 귀중하게 생각한다.

인간으로 따지면 자기 집과 마찬가지니까.

낯선 사람에게 함부로 본인의 집을 알려 주고 보여 주지 않는 것처럼, 드래곤도 이와 비슷하다.

그런데 드래곤 레어를 꺼내 올 정도라면.

나를 진심으로 상대하기 위해서 이 같은 수작을 벌였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레드 드래곤이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네가 저지른 커다란 실수가 뭔지 아나?

“글쎄. 너무 많이 저지르며 살아와서 그런지 단번에 떠오르지가 않는데.”

-처음 내가 너에게 제안했던 것을 거절한 일이다.

다시 한번 녀석의 브레스가 쏟아졌다.

아까는 방심해서 아슬아슬하게 피했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드래곤의 공격 한 방 한 방은 묵직하고 위력적이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충분히 피할 수 있는 공격들이었다.

특히나 브레스의 경우가 그렇다.

몸을 옆으로 날리면서 녀석의 일격을 가볍게 회피했다.

뿜어져 나오던 브레스가 내가 있는 쪽으로 궤도를 틀었다.

숨바꼭질이라도 하듯, 나와 브레스 기둥의 추격전이 계속 이어졌다.

안 되겠다 싶은 모양인지, 레드 드래곤이 다른 공격을 퍼부었다.

하늘 위에서 불덩이가 쏟아졌다.

고위 등급 마법인 메테오였다.

헌터들 중에서 저 마법을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직 마법의 종족이라 불리는 드래곤이기에 가능한 기술이었다.

“아주 그냥 있는 지랄 없는 지랄을 다 하는구만!”

들고 있던 검을 지면에 꽂아 넣었다.

파사삭! 퍽!

대상을 공격하는 데에는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상관없다.

내가 적으로 인지하는 순간, 모든 것들이 다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내가 있는 곳 주변은 손쉽게 방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떨어져 내리는 모든 불덩이들을 전부 다 베어 버릴 수는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있었다.

‘주변에 도시나 마을이 없어서 천만다행이네.’

만약 인근에 사람이 사는 지역이 있었더라면, 분명 더 큰 피해가 발생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한 차례 녀석의 마법을 견뎌 낸 나는 거대한 덩치를 뽐내고 있는 레드 드래곤을 올려다보면서 한쪽 입꼬리를 스윽 위로 말아 올렸다.

그리고 이렇게 물었다.

“다 끝났냐?”

-천만에.

레드 드래곤이 나를 향해 자신의 꼬리를 휘둘렀다.

드래곤은 마법 능력도 능력이지만, 강인한 신체 또한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높은 마법, 물리 방어력을 지닌 피부는 그 자체만으로도 웬만한 방어구 아이템 뺨치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드래곤이 상대하기가 굉장히 힘들다는 말이 나오는 거였다.

날아오는 꼬리를 끝까지 바라보던 나는 두 다리에 힘을 불어 넣으면서 그대로 공중을 향해 도약했다.

마치 줄넘기를 하는 것처럼 내 발 밑으로 묵직한 꼬리가 한 차례 지면을 훑고 지나갔다.

근처에 있던 구조물들은 레드 드래곤의 꼬리 휘두르기 공격 한 방에 태풍이라도 만난 것처럼 전부 다 휩쓸려 나갔다.

녀석의 공격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사방에 마법진이 생성되더니, 얼음 창들이 형성되어 나에게 집중적으로 날아들었다.

몸에 걸치고 있던 망토가 크게 펄럭였다.

부유 아이템을 활성화시킨 나는 날아드는 얼음 창들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빠르게 비행했다.

그러나 피해야 할 건 얼음 창만이 아니었다.

휘우웅-!

레드 드래곤이 다시 한번 자신의 꼬리를 휘둘렀다.

나를 압사시키고 싶은가 보다.

망토에 더 많은 양의 마나를 불어 넣었다.

그러자 망토가 다시 한번 세차게 펄럭이면서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를 냈다.

가속을 이용해서 레드 드래곤의 일격을 정면으로 돌파해 냈다.

들고 있던 검을 크게 휘두르면서 녀석의 등쪽을 공략했다.

그러나 예상대로.

팅! 하는 소리와 함께 드래곤의 비늘에 막혀 내 검이 허무하기 튕겨 나왔다.

예상은 했지만.

‘단단하네.’

지난번에 1차 레이드 시대에 싸웠던 그 드래곤보다도 더 단단한 비늘을 가지고 있는 거 같았다.

둘 다 싸워 본 경험을 가지고 있는 나였기에 그 둘이 자연스레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레드 드래곤 쪽이 더 강하다.

확실하다.

‘오늘 땀 한번 제대로 흘리겠네.’

미리 각오를 다져 두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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