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233화 (233/250)

제61장. 원흉 (2)

갑자기 등장한 여성의 모습에 사람들은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다.

인터넷에서도 저 여자가 누구인지 묻는 글들이 쇄도했다.

사실 여기에 명확하게 대답을 내려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딱 한 명 있었다.

제이커. 지금은 죽어서 말이 없는 자.

결국은 지금 당장 해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뜻이다.

여성은 화면 안에서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촬영 장소를 보아하니.

“저기, 방송국 같은데?”

승훈이 형이 말한 대로였다.

그냥 여자가 어디서 해킹을 해서 강제로 영상을 내보내게 하는 것도 아니고.

당당히 방송국으로 쳐들어가서 영상을 촬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낯이 익은 채널과 스튜디오.

“아송 씨가 진행하는 뉴스 프로그램 스튜디오 아니냐?”

승훈이 형의 말을 듣자마자.

내 뚜껑이 그대로 열렸다.

문을 박차고 나가려던 나를 승훈이 형이 급하게 말렸다.

“야야! 어딜 가려고!”

“어디긴. 뻔하잖아. 지금 당장 방송국으로 쳐들어가서 저 여자 내 손으로 끝장내 버리려고 그러지.”

방송국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저 여자의 말에 협조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좋은 의도로 협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협박을 했거나.

아니면 정신 조작 계열의 마법을 사용하고 있거나.

둘 중에 하나로 추정될 뿐, 확신은 없었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었다.

“내 가족 건드리면, 누구도 용서 못 해.”

나에게는 가족이 누나밖에 없다.

그래서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존재다.

그런데.

감히 내 누나를 건드렸다?

눈이 뒤집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승훈이 형은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라고 내게 소리쳤다.

“지금 당장 쳐들어가 봤자 무슨 소용이 있다고! 저 여자가 네가 본 그 드래곤일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지금처럼 막무가내식이 통하겠냐고, 어?”

“…….”

드래곤과 직접 싸워 본 기억이 오랜만에 머릿속에 떠올랐다.

드래곤은 다른 몬스터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비교가 안 될 정도의 강함을 가지고 있고.

게다가 머리도 뛰어나다.

인간 이상의 지능을 가진 존재였기에 나도 녀석을 제압하는 데 꽤나 애를 먹었다.

녀석도 분명 뭔가 꿍꿍이가 있어서 이렇게 대담한 작전을 펼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 확실하다.

원래 급박한 상황일수록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

헌터 훈련소에서 배우는 첫 번째 철칙이기도 하다.

“기다려 봐. 일단 아송 씨한테 먼저 연락해 볼 테니까.”

“알았어.”

그동안 나는 협회 측에 연락해서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상황 파악에 나서기로 했다.

우리 둘이 나눠서 서로 바쁘게 연락을 주고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승훈이 형이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송 씨는 현장에 없대!”

“정말로?”

“어! 방송 시작하기 전이라서 커피라도 마실 생각으로 나왔는데, 그때 이 사달이 벌어졌나 봐.”

다행이다……라고 하기에는 애매했다.

결국은 인질이 잡힌 건 동일하니까.

상황이 나아진 건 없었다.

단지 내 가족이 그 인질이라는 범위 안에 들어가 있느냐, 아니냐 이 차이일 뿐이지.

마침 협회장한테서 직접 내게 연락이 왔다.

-어, 태오야.

“상황이 어떻게 된 겁니까, 협회장님?”

-우리도 지금 알아보고 있는 중인데. 방송국에 있던 사람들 말 들어 보면, 갑자기 어떤 여자가 와서 방송국 사람들에게 자기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게 있으니까 준비하라고 강제로 협박했다고 하더라.

“그 여자가 지금 TV에 나오고 있는 저 여자 맞죠?”

-어, 맞아.

그리고 제이커와 같이 행동했던 그 장신의 여자이기도 하고 말이다.

둘 다 동일 인물이다.

그리고 동시에 드래곤일 가능성도 매우 큰 존재다.

-근처에 있던 헌터들이 먼저 현장으로 향했는데, 방송국 근처에 얼씬도 할 수가 없대.

“왜요?”

-그 여자가 마법으로 뭔가 수작이라도 부린 거 같더라. 방어진 때문에 접근조차 불가능하다고 들었다.

방송국을 중심으로 통째로 결계를 쳐 뒀다고 한다.

현재로서는 이 결계를 부술 수 있는 헌터가 없다고 들었다.

그래서 협회장이 내게 직접 연락을 취한 거였다.

-태오야, 아무래도 네가 나서 줘야 할 거 같다.

“걱정 마세요, 협회장님.”

나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떻게든 제 손으로 끝장내 버릴 테니까요.”

모처럼 연예인으로 데뷔해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는데.

이 기회를 다시 날려 버리고 싶지 않다.

* * *

승훈이 형과 함께 방송국으로 향하는 동안, 나는 여자가 반복해서 송출하고 있는 내용에 눈과 귀를 기울였다.

-요즘 게이트가 다시 열리기 시작해서 많이 당황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뭐, 대충 예상하고 있겠지만, 그 게이트 말이야, 내가 열었어.

자기 자신이 드래곤임을 스스로 실토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방송국 스태프로 추정되는 이의 비명 소리가 오디오를 통해서 그대로 전달되었다.

소리가 굉장히 거슬린 모양인지, 여성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붉은 피가 사방에 뿌려졌다.

-모처럼 내가 이야기하고 있는데, 소리 지르면 안 되지. 내 목소리에 잡음 섞이는 거, 나 굉장히 싫어하거든.

여성은 마치 작은 곤충의 생명을 빼앗은 것처럼, 사람을 죽여 놓고도 태연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아마 헌터라는 놈들도 내 방송을 보고 있을 거야. 너희들한테 경고하는데, 이번에는 내 동족을 죽였을 때처럼 일이 쉽게 풀리진 않을 거야.

“…….”

노골적인 도발이 이어졌다.

우리를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 같은데.

“절대로 안 넘어가지.”

내 말에 운전대를 잡은 승훈이 형이 작게 웃으면서 말했다.

“이미 한번 넘어갈 뻔했으면서.”

승훈이 형이 저렇게 말하니까 솔직히 할 말은 없었다.

내 누나가 저 현장에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 순간, 앞뒤 생각 안 하고 무작정 뛰쳐나갈 뻔했던 건 사실이니까.

저 여성이 왜 갑자기 이런 수작을 부리려고 하는지, 좀 더 방송에 집중해 봤지만.

딱히 목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냥 헌터들을 도발하는 내용이 다였다.

“이런 방송을 왜 내보내려고 하는 걸까?”

“그건 나도 모르지. 우리가 드래곤의 사고방식을 예전부터 꿰뚫고 있었더라면, 레이드 시대도 좀 더 일찍 종결되지 않았을까.”

“그렇긴 하겠네.”

드래곤이 언제, 어디서 게이트를 열지, 이런 것도 실시간으로 다 파악했을 테니까.

승훈이 형의 말이 맞다.

그렇게 우리들끼리 여자가 몰래 감추고 있는 꿍꿍이에 대해 추측하는 사이.

어느새 우리가 탄 차가 방송국 근처에 도착했다.

나를 보자마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태오야!”

누나의 목소리였다.

“누나! 괜찮아? 어디 다친 곳은 없지?”

“어, 나는 괜찮은데…… PD님하고 스태프들은 저 안에 있어서 괜찮을지 모르겠어.”

아직 누나는 방송에 대한 내용을 모르는 듯했다.

스태프들 중 몇몇은 이미 저 여자에게 어이가 없는 이유로 죽임을 당한 지 오래였다.

누나의 멘탈을 생각해서 나는 일부러 이에 대해 말을 아끼기로 했다.

“승훈이 형, 우리 누나 좀 잘 부탁해.”

“알았어.”

방송국 주변에 쳐져 있는 결계 쪽으로 향했다.

두꺼운 마나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확실히 일반 헌터들이라면 이 벽을 절대로 부수지 못할 것 같았다.

웬만한 전투 능력이 아니고서는 힘든 일.

그러나.

나한테는 해당 사항이 없다.

주먹을 가볍게 말아쥐고서, 마나벽을 향해 있는 힘껏 내려쳤다.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마나벽에 커다란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이 광경을 바로 근처에서 지켜보던 헌터들이 입을 쩍 벌리며 경악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가 했을 때에는 흠집조차 안 나던 벽이었는데…….”

“확실히 랭킹 1위는 뭐가 달라도 다르네.”

그러나 아직 마나벽이 부서진 건 아니었다.

다시 한번 주먹 쥔 손으로 마나벽을 후려갈겼다.

이번에는 아까보다도 더 강한 힘을 줬다.

그러자 균열 정도가 아니라 아예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박살 난 마나벽을 통해 나와 헌터들이 바로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아직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갑자기 위화감이 몰아닥쳤다.

익숙한 감각이었다.

하늘 위를 올려다본 순간, 나도 모르게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망할.”

세 번째 게이트가 열렸다.

* * *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강한 마법 능력.

그리고 게이트를 열 수 있다는 것까지.

내가 이전에 상대했던 드래곤이라는 존재와 굉장히 흡사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로써 여자의 정체가 드래곤이라는 게 확실시되었다.

열린 게이트 사이로 몬스터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방송국 근처에 있던 민간인들이 비명을 질렀다.

설마 게이트가 열릴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물론 나 역시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민간인들이 몰려 있는 지역에 게이트가 열린 상황이라면, 우리들의 목적은 몬스터를 토벌하는 게 아니라 민간인들의 대피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일보다는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몬스터는 제가 유인할 테니까, 여러분들은 어서 민간인부터 대피시키세요!”

“예, 알겠습니다!”

헌터들이 내 지시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몬스터들을 향해 미리 챙겨 온 아이템을 꺼내 들었다.

이전에도 사용했었던 검 아이템을 꺼내 거꾸로 들고서 지면에 박아 넣었다.

‘파사삭!’ 하는 소리와 함께 몬스터들이 공중에서 보이지 않는 형체에 의해 몸이 두 동강으로 갈라졌다.

게이트에서 뛰어내릴 때만 하더라도 멀쩡히 살아 있던 녀석들이 내 일격에 의해 순식간에 사체가 되어 지면으로 낙하했다.

투둑, 툭!

하늘 위에서 몬스터들의 사체가 쏟아졌다.

순식간에 피비린내의 역함이 주변을 가득 채웠다.

몬스터를 토벌하는 장면을 바로 눈앞에서 처음 본 민간인들 중 몇몇은 구토를 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저건 나은 편이다.

정말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이 자리에서 바로 혼절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몬스터들이 튀어나왔지만, 나의 지속적인 공격으로 인해서 몬스터들은 민간인들한테 쉽게 위해를 가하지 못했다.

사실 잡몹들은 크게 상관없다.

불안한 건 바로 보스 몬스터다.

게이트가 열렸다는 건, 분명 엘리트급으로 분류될 만한 몬스터도 같이 등장할 거라는 소리인데.

그게 어떤 녀석일지 한번 봐야 알 것 같다.

이번에 열린 세 번째 게이트에서 나온 녀석들 역시 우리가 여태껏 본 적 없는 새로운 형태의 몬스터들이었다.

이 때문에 놈들이 얼마나 강한 녀석들인지, 좀처럼 가늠을 할 수가 없었다.

운이 좋게 살아남은 녀석들은 지상에서 대기 중이던 헌터들이 마저 처리하기로 했다.

헌터들과 몬스터들의 전투를 바라보면서 나는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잡몹들의 전투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대강 추측할 수 있었다.

‘꽤 센 놈들인가 본데.’

B랭크 헌터조차도 한 마리를 상대하는 데 약간 버거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성이 방송으로 일부러 어그로를 끈 이유.

‘설마 우리들을 함정에 빠뜨릴 생각으로 한 건가?’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