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228화 (228/250)

제60장. 불길한 징조 (1)

일단 앨범 작업이 미뤄진 것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나는 멤버들과 같이 회사로 향했다.

당연하게도 멤버들의 표정 역시 매우 어두웠다.

준서는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진짜로 게이트가 다시 열리기 시작한 거 맞아요? 혹시 이번만 이례적으로 열렸을 뿐이라든지…….”

최 프로듀서가 쓴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글쎄요. 저는 헌터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습니다.”

최 프로듀서의 말이 맞다.

음악 쪽에 관해서는 최 프로듀서가 전문가가 맞지만, 몬스터나 게이트 쪽은 오히려 우리가 전문가다.

그러나 문제는 이 전문가 중에서도 왜 다시 게이트가 열리게 되었는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거였다.

드래곤의 형상을 본 나조차도 이게 정말로 숨어 있던 또 다른 드래곤의 소행인지 어떤지 확답을 줄 수 없었다.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은 없기 때문이었다.

준서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내게 뭐라 말을 꺼내기 전에, 내가 먼저 선수를 쳤다.

“나도 모른다.”

“형, 저번에 헌터협회에 가서 뭔가 말 듣고 오신 거 아니었어요?”

“협회도 모르는데, 무슨 말을 듣고 오겠어.”

“아니면 이철민 소장님이라든지…….”

“조사 중이래.”

결과부터 말하면, ‘아무도 모름’이다.

데이브도 의자에 몸을 깊숙하게 묻은 채 생각에 잠겨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데이브도 이래저래 신경 쓰이는 게 많을 것이다.

왜 갑자기 게이트가 열리게 되었는지. 일말의 흔적조차 없으니까 답답할 수밖에 없다.

게이트는 게이트고.

우리가 이곳에 모이게 된 본론으로 다시 돌아오기로 했다.

최 프로듀서가 방향키를 잡고서 뱃머리를 원래의 동선 방향으로 돌렸다.

“일단 앨범 작업 취소는 불가피할 거 같습니다. 대표님께서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추이를 살핀 다음에 정하자고 하더라고요.”

“준서 말처럼, 일회성으로만 게이트가 열렸을지도 모르고요.”

“맞습니다.”

지금 전 인류가 다시 등장한 게이트로 인해서 공포에 떨고 있는데, 마음 편히 방송 활동을 이어 갈 수는 없었다.

앨범 작업이야 사실 추친하려면 계속하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의 앨범은 그냥 일반 노래가 아니라, 헌터들의 전투력을 증강시키는 MML 버프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 효과가 있다는 건 이미 대중에게도 다 알려진 사실이고.

그래서 게이트가 다시 열리게 된 이 마당에 우리가 앨범 작업을 서두르겠다는 기사가 나가도 욕먹을 걱정은 없다.

우리가 노래를 많이 발표하면 많이 발표할수록 인류를 지키는 일에 더 큰 기여를 하게 되니까.

그러나 지금 당장 앨범 제작이 급한 건 아니기도 하고.

우선은 게이트에 관련된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 상황을 지켜본 다음에 거기에 맞춰서 대응하는 게 좋다고 판단이 들어서 일시적으로 작업을 중단하기로 한 거였다.

최 프로듀서도 내 말에 동의했다.

사실 회사 차원에서는 이미 결론이 난 내용이지만, 그래도 멤버들의 의견은 또 다를 수 있으니까. 그래서 일부러 이렇게 다 같이 모이는 자리를 만든 거였다.

“혹시 나는 이럴 때일수록 더 빨리 앨범 작업을 하는 게 좋아 보인다고 생각하는 사람 있어?”

내가 멤버들에게 직접 물었다.

멤버들은 손을 드는 대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희도 지금은 기분이 굉장히 심란해서…… 작업을 억지로 진행한다고 해도 제대로 즐기면서 앨범 작업을 할 수 있을지 어떨지 자신이 없습니다.”

“저도요.”

“저도 딜런 형의 생각하고 같아요.”

노래는 마음이 중요하다.

부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같은 노래라 할지라도 느낌이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다.

헌터들의 초미의 관심 대상은 우리들의 앨범이 아닌 게이트다.

그렇다 보니 멤버들이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데이브, 너는?”

“나도 애들하고 같은 생각이다.”

여태껏 말을 아끼고 있던 데이브도 무겁게 말문을 떼면서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오케이. 그러면 앨범 작업은 잠시 보류하는 걸로 하자.”

“형, 그러면 HTG는요?”

아이돌 그룹 중 가수와 헌터를 겸직하는 그룹은 우리 HTB만 있는 게 아니었다.

HTG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서는 내가 바로 해답을 줄 수 있었다.

“그쪽도 오늘 아침에 회의했었는데, 우리하고 같은 결론이 나왔대.”

“그러면 문제없겠네요.”

“그렇지.”

대신에 HTB하고 HTG만 그렇지, 해피모드를 포함해서 우리 HT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되어 있는 일반 가수, 배우, 방송인 들은 계속해서 방송 활동을 이어 나가도 상관없다.

그들이 헌터도 아니고.

본업에 충실할 뿐인데, 욕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대신에 이 점에 대해서는 꼭 강조하고 싶었다.

기자들이 우리 소속 아티스트 중 평범한 연예인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건넬 수 있다.

HT 엔터테인먼트는 게이트가 다시 열린 이 시국에 맞춰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혹은 HTB와 HTG의 활동 방향성이 어떻게 되는지.

우리와 관련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왜냐하면 같은 소속사에 속해 있으니까. 제3자들보다는 그래도 조금이라도 들은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 때문이다.

벌써부터 기자들 중에 몇몇은 우리 소속 아티스트를 따라다니면서 나한테 뭐 들은 게 없는지에 대해 노골적으로 묻기 시작했다는 말을 들었다.

“당분간 경호 인력들을 더 배치해야겠어.”

괜히 이런 걸로 우리 소속 아티스트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으니까.

레이드 시대에도 느꼈던 거지만.

몬스터들보다 사람들이 간혹 우리들을 더 곤란하게 만들 때가 있다.

지금이 그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 *

평화의 시대가 도래하고 등장하게 된 첫 게이트.

그 사건이 벌어진 지 이제 2주가 지나가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2주가 지나는 시점까지 추가로 게이트가 열리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혼란은 여전히 계속되었다.

TV를 틀면 여전히 2주 전에 갑자기 서울 상공에 등장했던 그 게이트 이야기밖에 나오지 않았다.

특별히 엄청난 피해를 입은 건 아니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TV에서 각종 전문가들이 등장해 이번 게이트는 어떻고, 저번 게이트는 저쩌고, 이런 시답지 않은 이야기들을 잔뜩 하고 있었다.

진짜 전문가인 내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들로 가득했다.

마음 같아선 내가 저 스튜디오로 쳐들어가서 헛소리 좀 하지 말라고 확실하게 따지고 싶은데.

‘그랬다간 더 난리 나겠지.’

내 한마디 한마디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는 시기인 만큼 더더욱 입조심을 해야 한다.

괜히 어설프게 사람들 안심시키려고 달려들었다가 더 불안감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협회 측에서도 이걸 인지하고 있는 덕분에 나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데이브나 아이리스 같은 헌터들에게 당분간은 아무 이야기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특히 기자들 앞에서는 그냥 ‘저는 모릅니다.’라는 태도로 일관하라고 지침이 떨어졌다.

옳은 대처 방식이다.

잘 말할 자신이 없으면, 침묵이 답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뉴스를 보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살펴보고 있는 사이, 승훈이 형이 우리 집을 방문했다.

“미쳤다, 미쳤어. 밖에 기자들이 아예 진을 치고 앉아 있더라.”

“맞아. 용케도 그 많은 인파를 뚫고 왔네?”

“어쩔 수 없지, 뭐. 저번에 네가 드래곤 막 쓰러뜨렸을 때가 저절로 생각나더라. 그때도 이렇게 집 앞에 기자들이 엄청 많이 있었는데.”

“그러게 말이야.”

그게 불과 몇 년 전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안 좋은 일로 다시 한번 기자들이 우리들 앞에 자리를 잡게 될 줄은 몰랐다.

“기자들한테는 뭐 별다른 이야기 안 했지?”

“어. 나도 아는 게 많지 않으니까. 하고 싶어도 못 하지.”

“잘했어. 안 그래도 내가 너희 집 간다고 하니까, 협회장님이 태오가 쓸데없는 이야기 한 적 있는지 없는지부터 체크하라고 그러시더라.”

“협회장님은 나를 너무 불안 요소로 본단 말이야.”

“자업자득이지. 너 헌터로 활동할 때 생각 안 나냐? 그때 네가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협회가 제대로 역풍 맞아서 기자회견까지 열고 그랬잖아.”

아, 그때.

기억난다.

당시에 기자 중에 한 명이 나한테 충분히 쉽게 몬스터를 퇴치할 수 있었을 텐데, 일부러 시간을 끌었던 거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길래 뭐라고 한 소리를 해 줬던 일이 있었다.

나를 도발하기 위해서 일부러 말도 안 되는 추측성 발언을 던졌던 것이다.

당시의 나는 너무 어리기도 했고. 그리고 그때 나와 같이 출전했던 동료들도 크게 다치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어서 멘탈이 그다지 좋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그때 순간 한번 욱해서 기자를 쏘아붙인 적이 있었다.

지금의 나라면…… 그렇게 안 했을 것이다.

“그때 가운뎃손가락이라도 날려 줬어야 했는데.”

오히려 현재의 나는 더 강경하게 대응했을지도 모른다.

내 말에 승훈이 형이 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네 심정은 나도 이해해.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그러면 네 이미지만 실추될 뿐이니까. 아, 참고로 너한테 이상한 말해서 도발했던 그 기자, 재판 결과 나왔더라.”

“어떻게 됐어?”

“벌금형 중에서 가장 센 처벌로 받아 냈어.”

“잘됐네. 얼마 전에도 합의 좀 해 달라고 연락 왔다고 들었는데.”

내가 절대로 해 주지 말라고 했다.

아마 돈 갚느라 당분간은 꽤 고생 좀 하게 될 것이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헌터라는 존재가 생기면서 이 헌터들에 관련된 특별법 조항도 여러 개 생겨났다.

여기에는 헌터들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권한들이 있는데, 그 기자가 이 권한을 침범하는 우를 범한 경우가 있는지. 이것도 법적으로 면밀하게 검토한 다음에 추가 소송을 제기할 거라고 들었다.

‘재판 겨우 끝났다!’ 하고 안심할 때, 뒤통수를 세게 때려 주고 싶었기에 일부러 이렇게 시간을 끄는 중이다.

나야 어차피 내 대리인들이 알아서 해 줄 거고.

그 기자는 본인이 직접 법원을 왔다 갔다 하면서 어떻게든 잘못을 빌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게 나만의 복수 방법이다.

“아무튼 그런 사달이 벌어지는 건 최대한 지양해야 하니까. 이번에는 그냥 조용히 있어. 기자들이 너한테 뭐 물어보려고 해도 그냥 무시해 버리고.”

“알고 있어. 누나한테는 기레기 안 달라붙었대?”

“아송 씨? 어, 아직까지는 그렇다네.”

우리 회사 소속 아티스트들조차도 몇몇 극성 기자들한테 질문 공격을 받고 있는 중인데.

하물며 우리 친누나는 어떨까?

그래서 내심 걱정이 되고 있었는데. 승훈이 형이 괜찮다고 하니까 조금이나마 안심이 된다.

“형은 나 걱정할 필요 없으니까, 우리 누나만 잘 챙겨 줘.”

“알았어, 그렇게 할게. 그리고 또 필요한 거 있어?”

“필요한 거는…….”

없다고 말을 하려고 하던 찰나였다.

또다시 재난 상황을 알리는 경고음이 들렸다.

긴급 출동 명령 내용을 확인한 순간,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망할.”

두 번째 게이트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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