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221화 (221/250)

제57장. 특별 콘서트 (6)

헌터들만을 위한 특별 콘서트는 이제 겨우 막을 올린 셈이다.

아직 시작하려면 멀었다.

지금 느껴지는 이 열기도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뜨거워져도 됩니다, 여러분!”

내 말에 헌터들의 목소리가 한층 더 커졌다.

참고로 우리가 지금 공연을 펼치고 있는 이 콘서트장은 레이드 시대가 펼쳐진 이후에 설계되고 완공된 건물이다.

레이드 시대에 지어진 건물과 레이드 시대가 시작되기 이전의 건물은 차이가 심하다.

어떠한 외부 충격에도 버틸 수 있는 내구성을 지니고 있는 게 레이드 시대 당시 지어진 건축물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간단하게 말해서.

매우 튼튼하다.

이 한마디에 모든 설명을 축약할 수 있다.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냐 하면.

헌터들이 아무리 큰 소리를 질러도 그 정도는 이 콘서트장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함이다.

현장에서 대기 중인 스태프들도 이런 사실을 잘 알기에 내가 관객들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봐주고 있는 거였다.

다 좋은데.

대신에 우리 노래가 묻히지 않을 정도만 소리를 질러 줬으면 하는 게 나의 소박한 바람이다.

물론 그만큼 우리들이 더 큰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면 그만이지만 말이다.

다시 시작된 무대.

이번 특별 콘서트는 지금 우리 HTB가 진행하고 있는 전국 투어 콘서트와 약간 의미가 다르다.

이전의 콘서트 현장에서는 우리 HTB가 대부분의 무대를 소화하고 특별 게스트 한 팀을 모셔서 무대에 올려보내는 식으로 진행되었다면, 이번 특별 콘서트는 게스트들의 비중이 좀 더 커진다고 보면 된다.

출연하는 가수팀들의 숫자도 훨씬 많다.

“그럼 첫 번째 게스트팀을 모셔 보겠습니다. 여러분, 즐길 준비 되셨습니까!”

“네에에-!”

사람들이 내 물음에 우렁찬 함성으로 답했다.

분위기 실컷 띄워 뒀으니까.

이다음은 앞으로 무대에 올라올 가수팀이 책임지면 된다.

나와 HTB 멤버들이 무대를 내려오고, 바통 터치를 하듯 바로 다음 팀이 올라왔다.

우리 HT 엔터테인먼트 초기 때부터 활동하고 있는 걸 그룹, 해피모드다.

꼭 이번 특별 콘서트에 MML 버프를 줄 수 있는 가수팀만 오르라는 법은 없었다.

부산에서는 이빈이가 게스트로 섭외된 적 있었고.

특별 콘서트에는 더 많은 일반 가수팀들이 해피모드의 뒤를 이어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해피모드의 등장에 관객들의 환호성은 배가 되었다.

무대 아래로 먼저 내려온 준서가 장난스러운 어투로 아쉬워하는 말을 꺼냈다.

“형! 관객들이 우리가 무대에 올랐을 때보다도 더 크게 환호하는 거 같은데, 기분 탓 아니죠?”

“어, 아니야.”

나도 그렇게 들리고 있었다.

그래도 뭐, 기분이 나쁘거나 그렇진 않다.

우리도 처음에 무대에 올라서 첫 공연을 펼칠 때 저만큼의 환호성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무대에 오를 게스트 가수팀이 많아서 생기는 장점이 하나 있었다.

그만큼 우리들도 쉴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점이었다.

노래 연달아 몇 곡 부르고, 잠깐 MC 타임을 가졌다가 또 노래 부르고. 이러기를 반복해야 했는데, 오늘 특별 콘서트에서는 딱히 그럴 필요가 없었다.

비는 시간은 다른 게스트팀이 알아서 채워 줄 테니까.

그리고 오늘 섭외한 가수팀들 중에는 신인급이 없다.

웬만큼 활동했던 팀들로만 모집을 한 덕분에 굳이 우리가 이거 해야 한다, 저거 해야 한다 지시하지 않아도 본인들이 알아서 잘 무대를 꾸며 갈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실제로 해피모드를 필두로 다들 그런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중이었다.

덕분에 나도 꽤나 안심이 된다.

무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동료 가수팀이 있다는 게 이렇게 의지가 되는 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우리가 생각만큼 다른 가수팀하고 협업을 잘 안 해서 그런가 보네.’

뭐랄까, 우리도 가수로 활동하고 있긴 하지만, 애초에 활동 목적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일반 가수팀하고는 보이지 않는 벽 같은 걸 가끔 느낄 때가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그 벽이 완전히 허물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대에서 내려온 지 한참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쪽 구석에 앉아서 연달아 무대를 꾸미는 다른 게스트팀들을 지켜봤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나도 객석에 앉은 관객들과 같은 기분이었다.

* * *

그렇게 고생하는 헌터들의 마음을 달래 주려 노력하다 보니.

이런 취지에서 시작된 특별 콘서트도 어느새 막바지에 이르게 되었다.

마지막 무대는 우리 HTB가 맡기로 했다.

마지막 곡을 부르자, 사람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외치기 시작했다.

“앙코르! 앙코르! 앙코르!”

라스트 곡을 더 원하는 그런 목소리였다.

콘서트에서 빠지면 섭한 게 이런 앙코르 요청이지 않을까 싶다.

막상 앙코르 요청이 없으면, 우리 무대를 재미없게 봤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래서 몸이 피곤하더라도 차라리 사람들이 우리에게 앙코르를 외쳐 줬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다.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은 연예인으로서의 당연한 소양이다.

잠시 무대 아래로 내려갔던 나는 HTB 멤버들과 함께 다시 관객들 앞에 마주 섰다.

우리가 모습을 나타내자, 사람들은 다시 한번 열띤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여러분, 이대로 헤어지기에는 너무 아쉽지 않습니까?”

“네!”

“오늘 고생한 가수팀들을 다 같이 모셔 볼까 하는데, 괜찮죠?”

사람들은 당연히 괜찮다고 답했다.

한편, 무대를 지켜보던 가수팀들은 설마 내가 오늘 출연했던 가수들을 모조리 무대 위로 불러 모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을 못 했는지 살짝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이 출제 분위기에 어울리고 싶어진 모양인지 해피모드와 HTG를 필두로 가수들이 전부 무대에 올라섰다.

리허설을 할 때, 그리고 우리 HTB의 무대를 펼칠 때, 하염없이 넓게만 느껴지던 이 무대가 지금은 많은 가수들로 인해 꽉 차 있었다.

설마 이 무대가 좁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것도 다 관객들의 앙코르 요청 덕분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 마지막 곡은 뭐로 할까요?”

내가 가수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러자 해피모드 멤버들이 동시에 입을 모아 외쳤다.

“‘나의 길’ 불러요!”

‘나의 길’은 내 솔로 데뷔 앨범의 첫 타이틀곡이다.

이 곡을 시작으로 가수 태오가 탄생했고, HTB와 HTG, 그리고 우리 회사에 소속되어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가수들이 생기게 되었다.

내게 있어서 상당히 의미가 깊은 그런 곡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축제 분위기의 대미를 장식할 수 있는 신나는 곡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럴까요. 다른 분들은 어때요? ‘나의 길’로 해도 괜찮아요?”

“네!”

“좋죠!”

“무조건 오케이입니다!”

가수들도 동의했다.

그러면 굳이 길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가수들이 원한다는데, 원곡자인 내가 ‘안 됩니다.’라고 말하는 건 좀 그렇지 않은가.

“알겠습니다. 그럼 ‘나의 길’로 오늘의 마지막을 장식해 보겠습니다. 음악, 준비되셨죠?”

전국 투어 콘서트를 돌 때 내 솔로곡도 부른 적 있으니까.

준비가 안 되어 있을 리가 없다.

음향감독이 내게 오케이 손동작을 보여 줬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의 길’ 전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무대에 올라온 가수들도, 그리고 팬들도, 동시에 어깨를 들썩였다.

마이크가 내게로 넘어왔다.

첫 스타트는 역시 원곡을 불렀던 가수가 해 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뜻이 가득 담겨 있었다.

나는 그대로 마이크를 들고서 목소리를 크게 높였다.

바람이 거칠게 불던 날.

모든 것이 너의 기억과 함께 사라져 버렸어.

No way.

‘나의 길’을 부르는 것 자체는 오래된 일이 아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HTB 콘서트 세트리스트에도 이 곡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헌터들 앞에서, 그리고 다른 가수팀과 함께 내 솔로 데뷔곡을 부르는 것은 난생처음 있는 일이었다.

직접적으로 말은 안 했지만.

‘은근히 감동이 있네.’

지금 느끼는 이 기분.

이 감정.

한동안 여운이 길게 남을 것 같다.

* * *

전국 투어 콘서트를 기획할 당시에 떠올렸던 헌터들만을 위한 특별 콘서트가 마침내 마무리되었다.

콘서트가 끝나자마자 사람들의 후기가 인터넷을 가득 채워 갔다.

헌터들이 과연 우리들의 무대에 어떤 평가를 줬을지, 굉장히 궁금했다.

그래서 나는 뒷풀이도 잊은 채 곧바로 숙소에 들어와서 인터넷부터 접속했다.

결과는 대호평이었다.

고생한 헌터들만을 위한 공연이 여태껏 없었는데, 강태오가 그 시작점을 끊어 줘서 너무 좋았다는 댓글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콘서트 내용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퀄리티 있고 좋았다고 말하는 댓글들도 꽤나 자주 보였다.

내가 원했던 칭찬 댓글이기도 했다.

취지가 좋으면 뭣하랴. 사람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콘서트라면, 아무리 좋은 취지를 가진 자리라 할지라도 오히려 안 본 것만도 못하게 되어 버린다.

나는 이게 가장 걱정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사람들의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고생한 보람이 있어서 다행이네.’

연습실에서 흘렸던 땀방울들이 헛된 게 아님을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특별 콘서트는 끝났고.

이제 3일 뒤에 전국 투어의 마지막 지역인 서울에서의 콘서트만 잘 마무리를 지으면 될 것 같다.

우리가 오랜 기간 동안 준비한 프로젝트인 만큼, 마지막은 확실하게 좋은 소리를 들으면서 막을 내리고 싶었다.

‘그러고 난 뒤에는 천천히 다음 앨범 준비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되겠어.’

그렇게 차근차근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 가면서 나는 천천히 잠을 청했다.

* * *

전국 투어 마지막 지역, 서울.

콘서트를 보기 위해 벌써부터 많은 인파가 줄을 길게 이루고 있었다.

뉴스에서 나와서 이 광경을 카메라에 담아 갈 정도였다.

우리나라 기자들뿐만이 아니었다.

외신들도 HTB의 마지막 전국 투어 콘서트라는 것을 대서특필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나라 가수가 이렇게까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일은 아마 없을 거 같은데.

그래서인지 기분이 굉장히 새로웠다.

마지막이라는 점이 멤버들에게도 많은 용기를 줬다.

“오늘 끝나면 앞으로는 푹 쉴 수 있는 거죠? 네?”

준서가 혹시나 해서 나와 승훈이 형에게 물었다.

승훈이 형은 대답 대신 내 쪽을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건 여기 있는 너희 리더한테 물어보는 게 좋지 않을까.”

“태오 형!”

준서의 눈빛을 보고 있자니, 마치 협박이라도 당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긴, 준서가 이번 콘서트로 참 고생이 많았지.

몸이 힘든 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첫 전국 투어 콘서트라는 점이 우리 그룹의 가장 막내에게 많은 부담을 줬던 모양인가 보다.

그래서 콘서트 중간에 많이 힘들어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이번 경험 덕분에 준서는 많이 성장했다.

그것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했으니까.

“어, 이번에 콘서트 끝나면 원 없이 쉬게 해 주마.”

숨 쉴 틈 정도는 줘야 하지 않겠나.

준서가 큰 소리로 환호하면서 마지막 콘서트를 향한 의욕을 불태웠다.

저리도 좋을까.

하여간 별난 녀석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