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220화 (220/250)

제57장. 특별 콘서트 (5)

대전 콘서트 일정을 끝내고, 추가로 예정되어 있던 몇 번의 콘서트까지 마치니까 어느새 우리가 기획했던 전국 투어 콘서트 일정의 대부분이 흘러간 상태였다.

이제 마지막, 서울에서의 콘서트만 남아 있다.

헌터들을 위한 특별 콘서트, 그리고 전국 투어 마지막 콘서트.

이렇게 두 번만 더 하면 우리의 모든 콘서트 일정이 마무리된다.

오랜만에 숙소로 돌아온 우리들은 편안함을 느끼면서 조금이라도 쉬기 위해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역시 집이 좋긴 하구나.’

아니지, 집은 아니고 숙소다.

원래 앨범 활동 기간이 아닐 때, 나와 데이브는 각자의 집에서 생활하고, 준서하고 나머지 외국인 멤버들은 이곳 숙소에서 머무르는 편이긴 한데.

전국 투어 콘서트 기간에는 특별히 앨범 활동 기간이 아니라 할지라도 이렇게 다 같이 모여서 숙소 생활을 하기로 했다.

콘서트에 대해 중간에 누군가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면 그 자리에서 우리들끼리 자체적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괜찮다 싶으면 회사 측에 말해서 최종 협의를 본 다음에 그것을 콘서트에 적용시킨다.

이럴 목적으로 짧은 숙소 생활을 이어 나가기로 한 거였다.

그러나 특별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진 않았다.

그냥 그간의 회포를 달래는 용도로 숙소 생활을 활용하는 게 다였다.

물론 아직 콘서트 일정이 모두 끝난 건 아니었지만.

“어차피 두 번만 더 하면 끝이지 않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한잔하시죠!”

니암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 맥주 캔을 먼저 들어 올렸다.

바로 내일 콘서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다음 주였기 때문에 오늘 정도는 한잔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 자리를 마련하게 된 거였다.

우리와 모여서 술 마시는 일이 거의 없는 데이브조차도 오늘은 군말 없이 얌전히 이곳에 참석했다.

“건배!”

서로 손에 든 맥주 캔을 부딪쳤다.

콘서트 일정 때문에 가끔 술을 마시고 싶어도 못 마시는 경우가 있었는데.

오늘은 그럴 걱정 없이 마셔도 되니까 안심이 된다.

그리고 어디 가게도 아니고 우리 숙소니까.

괜히 술에 취해서 다른 사람들과 시비가 붙고, 이럴 걱정도 없어서 좋다.

연예인들이 가장 조심해야 할 게 바로 술이다.

이놈의 술 때문에 음주 운전 문제도 터지고. 멀쩡했던 연예인도 한순간에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은근히 많으니까.

그래서 나도 지금은 한 그룹의 멤버이자 가수로 이 자리에 있는 거긴 하지만, 회사 대표로서 늘 우리 소속 아티스트들에게 술 조심하라는 말을 여러 차례 강조하는 편이다.

물론 술 말고도 조심해야 할 게 많긴 하지만 말이다.

연예계에는 위험 요소가 너무 많다. 나 혼자만 노력한다고 이런 게 모두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결국은 스스로가 조심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한창 술과 함께 즐거운 밤을 보내고 있을 때, 딜런이 살짝 취한 모양인지 나한테 말했다.

“형. 저, 물어볼 거 있는데요.”

“뭔데 그렇게 진지한 표정을 하고 말하는 거냐. 말해 봐.”

나는 딜런이 뭐 고민 상담 같은 거라도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도 못한 질문이 튀어나왔다.

“형, 아이리스 씨하고 진짜로 사귀는 거 아닌가요?”

푸읍!

마시던 맥주를 살짝 뿜고 말았다.

물론 내 지인들한테는 한 번씩 들어 본 질문이긴 했다.

그만큼 너무 다정해 보이니까.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실제로 우리가 사귀는 사이 아니냐고 오해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다.

아는 동생. 친한 오빠.

딱 이 정도 수준이다.

그럼에도 내가 맥주를 뿜을 정도로 놀란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질문을 꺼낸 사람이 딜런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좀처럼 감정적으로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데이브조차도 딜런의 폭탄 발언에 놀라고 말았다.

“네가 다른 사람의 연애사를 궁금해하는 건 처음 보는데.”

나도 데이브의 생각과 같다.

나름 멤버들과 오랫동안 지내 오면서 대충 어떤 타입들인지 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아직도 한참 먼 것 같다.

“사귀는 사이 아니야. 그리고 그런 질문을 할 거면, 데이브가 없는 곳에서 하는 게 더 좋지 않겠어?”

내 말에 이번에는 데이브의 미간이 살짝 일그러졌다.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려고 그러는 거냐.”

“그냥 사실대로 말해 주려는 거지. 그래도 아이리스의 오빠가 바로 옆에 있는데, 아무리 진실대로 말해 준다 해도 눈치가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잖아. 안 그래?”

“얼씨구? 네가 내 눈치를 본다고?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짜식, 한국말 많이 늘었네. 이런 표현도 할 줄 알고.

데이브는 내가 자기의 눈치를 보는 일은 앞으로도 절대 있지 않을 거라면서 딱 선을 그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나도 그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나와 아이리스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에서 마무리를 하고 싶은데.

어떤 걸로 화제를 전환할까 잠깐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이때, 마침 타이밍 좋게 내 아이템 창고를 관리해 주는 업체 측에서 연락이 왔다.

“여보세요. 네. ……아, 그래요? 알았습니다. 그러면 저도 그때 일정 맞춰서 가는 쪽으로 하겠습니다. 제 이름 걸고 여는 건데, 제가 빠지면 섭하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 보죠.”

통화를 끊자, 준서가 내 통화 내용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뭐예요, 형?”

“내 아이템 창고 관련해서 전화가 왔네. 너희도 뉴스 봐서 알지, 이거? 사람들에게 전시해서 다 보여 주려고. 박물관 형태로 개조해서 조만간 오픈할 거야.”

“아! 그거요? 네, 봤어요. 대박이던데요! 저도 만약에 열게 되면 무조건 보러 가려고요!”

헌터라서 그런지 준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내 아이템 콜렉션이 관심을 보였다.

준서뿐만이 아니었다.

니암 그리고 딜런까지. 자신들이 첫 손님이 되겠다는 의욕을 강하게 보였다.

데이브는 어떨까?

슬쩍, 시선을 돌려서 데이브 쪽을 바라봤다.

조용히 맥주 캔을 비우던 데이브가 살짝 짜증이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난 안 가.”

“왜? 내가 공짜로 입장시켜 줄게.”

“네놈이 얻은 전리품들 중에서 내가 놓친 것들도 꽤 있을 텐데, 뭐 하러 거기 가겠냐? 내 배만 아플 뿐이잖아.”

그러고 보니 그렇다.

나를 제외하면 데이브가 헌터 서열 1위니까.

그래서 강한 몬스터들을 두고 나와 계속 경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서 늘 승자는 나였다.

그렇다 보니 데이브는 매번 고가의 아이템과 몬스터의 부산물을 나에게 고스란히 헌납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곧 개장하게 될 박물관에 가서 그런 아이템들을 직접 접한다면.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이 들까?

단언컨대, 좋은 생각은 안 들 것이다.

내가 데이브라면 분명 그렇다.

* * *

서울에서 열리는 두 차례의 콘서트를 위해 우리는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었다.

오늘은 헌터들만을 위한 특별 콘서트가 열리는 날.

헌터 한정 초대였기 때문에 직원들은 이걸 유의해서 헌터임을 입증하는 증빙 자료들을 검토하느라 입장 시간이 꽤 지연되었다.

헌터 협회에서 따로 자격증을 발급하긴 하지만, 설령 이걸 가지고 오지 않았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었다.

왜냐하면 각성 문양 자체만으로도 그 사람이 헌터인지 아닌지를 바로 판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반 각성 능력자와 헌터는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

각성 능력을 지닌 사람들 중에서 헌터로 활동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꽤 되니까.

협회로부터 도움을 구하면 바로 확인이 가능하지만, 현장에서 바로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건 결국 그 사람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1차적으로 간단한 신원을 확인하고, 2차로 헌터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니까 이 두 번의 과정만으로도 충분히 선별해 낼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었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오늘의 특별 게스트로 출연하기로 되어 있는 가수 팀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기 위해 나란히 손을 모았다.

“하나, 둘, 셋!”

“파이팅!”

각오를 다지면서 우리가 먼저 무대에 올라섰다.

헌터들의 우렁찬 함성 소리가 우리들의 귀를 강타했다.

역시, 각성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일반인들에 비해서 지르는 함성의 크기도 훨씬 더 크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마냥 싫은 건 아니었다.

내가 늘 가지는 생각이 있다.

팬들의 호응이 있어야 우리가 무대에 서는 의미가 있다고.

반대로 말하면, 팬들이 없으면 무대에 설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나 혼자서 이곳에 멀뚱히 올라가 있으면 무슨 소용인가.

내가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누군가가 보고 즐거워해 줘야 그제야 나는 가수가 될 수 있다.

가수는 나 혼자 ‘앞으로 날 가수라 불러라!’라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내 능력을 인정해 줘야 가수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처럼 사람들이 열띤 환호성을 보내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일반인이든, 헌터든.

이건 변함이 없다.

첫 번째, 두 번째 곡을 연달아 소화한 나는 MC 타임을 이용해서 마이크를 들고 자기소개를 했다.

“안녕하세요. HTB에서 리더를 맡고 있는 가수 태오입니다. 반갑습니다!”

사람들의 뜨거운 환호성이 짧게 이어졌다.

“아마 여러분들 중에서 저와 같이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 몬스터들을 잡고 그랬던 헌터들이 있을 겁니다. 그때는 몬스터 피 잔뜩 뒤집어쓰곤 했었는데, 오늘은 이렇게 말끔한 차림으로 여러분들 앞에 서니까 기분이 굉장히 새롭네요.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사람들이 ‘좋아요!’라고 크게 외쳤다.

전장이 아니라 이렇게 다 같이 웃고 떠들 수 있는 콘서트장에서 이들과 다시 만나게 된 게 나는 참 좋다.

이래야 평화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 거지.

매우 만족스럽다.

콘서트는 우리나라에서 열렸지만, 헌터 한정이라서 그런지 외국에서도 많이들 찾아왔다.

헌터 자격증만 가지고 있으면 우리의 콘서트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니까.

게다가 헌터 한정으로 콘서트를 기획하는 거였기 때문에 일반인들과 치열하게 티켓 전쟁을 벌이지 않아도 된다.

이런 메리트 덕분에 외국에서 헌터로 활동 중인 사람들도 우리나라를 많이 찾아오게 되었다.

본의 아니게 우리나라의 관광 산업에 일조한 셈이었다.

“간단한 설문 조사 한번 해 볼까요. 몬스터와 싸울 때 HTB의 노래를 가장 많이 듣는다, 1번. 아니다, HTG의 노래를 가장 많이 듣는다, 2번.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가수 태오의 솔로곡을 많이 듣는다, 3번. 원하시는 대로 손을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1번!”

내 외침에 따라 사람들이 순차적으로 손을 들었다.

1번과 2번, 그리고 3번.

투표 결과는.

“1번이 가장 많네요.”

우리 HTB의 이름을 전면으로 내세운 콘서트라서 그런지, 그룹 노래를 듣고 힘을 낸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앞으로는 HTB 앨범을 더 많이 내야겠네.’

이런 것 하나하나가 다 유의미한 설문 조사니까.

앞으로 더 신경 써야겠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