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219화 (219/250)

제57장. 특별 콘서트 (4)

부산에서 열리는 첫 번째 전국 투어 콘서트 준비가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수많은 스태프들이 무대 하나만을 위해 매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나와 HTB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각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콘서트를 개최하는 동안, 우리들은 팬들에게 한 가지 재미있는 이벤트를 열기로 했다.

각 콘서트별로 특별 게스트를 섭외하기로 한 거였다.

부산 콘서트에 참여할 게스트가 누군지, 사람들은 굉장히 많이 궁금해했다.

그러나 미리 알려 주면 재미없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들은 특별 게스트에 대한 정보를 일체 공개하지 않았다.

오직 콘서트에 와서 보는 사람들만이 가장 먼저 이 특별 게스트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리허설을 위해 나와 HTB 멤버들이 무대에 섰다.

바닥에 붙여 둔 테이프에 따라 각자의 포지션을 잡기 전에, 우리와 마찬가지로 오늘 리허설을 가질 특별 히든 게스트, 이빈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무대 엄청 크네!”

“그렇지?”

“고마워. 덕분에 이런 곳에서 무대도 가져 보고. 나, 여기서는 한 번도 콘서트 해 본 적이 없거든.”

게스트로 참가하기로 한 덕분에 이빈이는 본의 아니게 마음 한편에 남아 있던 미련을 풀 수 있게 되었다.

무대감독이 마이크를 들고 우리들에게 말했다.

“세트리스트 1번부터 가겠습니다. 리허설이니까 1절 부분만 짧게 하고 끝낼게요. 대충 어떤 식으로 무대를 꾸미면 되겠구나 하면서 감만 잡으시면 됩니다.”

“예, 알겠습니다!”

멤버들이 기운차게 외쳤다.

현장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갈 때쯤.

첫 번째 곡이 흘러나왔다.

인이어를 최대한 얼굴 가까이에 붙인 나는 반주에 맞춰서 무대 앞으로 치고 나갔다.

우리 HTB의 노래 중에서 내가 센터를 맡는 노래가 거의 대다수였다.

그렇다 보니 나는 포지션 변경이 크게 없었다.

처음부터 대열을 이끌어 가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지금의 위치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대신에 다른 멤버들이 더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그럼에도 멤버들은 힘들다는 티를 전혀 내지 않았다.

이유는 뻔했다.

우리가 일반 가수팀이 아니니까.

이 정도면 헌터 훈련소에서 훈련 과정을 거칠 때보다 훨씬 쉽다.

웃으면서 리허설을 받을 수 있다는 말도 할 정도니까.

이러면 말 다 한 셈이다.

리허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첫 번째 곡에 이어서 바로 두 번째 곡이 시작되었다.

아무리 1절 파트까지만 연습하고 끝낸다 할지라도, 연달아 무대를 소화하는 것 자체가 사실 굉장히 피곤하고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헌터 활동을 통해서 다져 놓은, 지치지 않는 체력 덕에 끝까지 리허설을 마칠 수 있었다.

관객들의 입장 시간은 오후 3시부터다.

그 전까지 우리들에게 주어진 짧은 자유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서 나는 곧바로 대기실로 향했다.

조금이라도 눈을 붙이려는 것이었다.

승훈이 형이 이런 나를 보면서 피식 웃었다.

“잠 못 잤나 보네.”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가 봐.”

“예전에는 길바닥에서도 잘만 자던 녀석이, 이제는 침대나 베개, 이불 하나 바뀌었다고 잠을 못 자?”

“평화의 시대잖아.”

레이드 시대의 나였더라면 승훈이 형이 말한 것처럼 아무 데서나 꿀잠을 잘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평화의 시대에는 내가 돈이 아예 없어서 노숙자 생활을 자처하지 않는 이상,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눈을 붙이는 동안, 다른 멤버들도 각자의 시간을 가지면서 첫 번째 전국 투어 콘서트로 인해 쌓인 긴장감을 풀기 위해 노력했다.

나하고 데이브는 무대 경험이 많은 편이었기에 크게 긴장되진 않았다.

그래서 그러려니 하는 편이었지만, 그 외 멤버들은 그렇지 못했다.

그나마 랩 경연 프로그램에 나가서 우승을 차지했던 니암 정도만 덜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다였다.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오후 3시가 다가왔다.

2시간 뒤인 5시에 콘서트의 막이 열릴 예정이다.

우리가 쉬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속속들이 현장을 채워 가기 시작했다.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관객들로 꽉꽉 들어찼다.

대기실에서 나와 몰래 현장을 감시하고 돌아온 준서가 호들갑을 떨면서 우리들에게 말했다.

“형들! 완전 만석이에요, 만석!”

나는 오히려 좋았다.

열심히 콘서트를 준비했는데, 정작 봐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 그것만큼 기운이 빠지는 일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데이브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모양인지 ‘잘됐네.’라고 짧게 말을 흘렸다.

나와 데이브의 반응을 말없이 살피던 준서가 너털웃음을 흘렸다.

“형들은 진짜 강심장이네요.”

“이래야 강한 몬스터들을 만났을 때 살아남을 수 있거든.”

신체 능력이 얼마나 강한지도 중요하지만.

역시 멘탈이 가장 중요하다.

비록 레이드 시대가 끝이 나긴 했지만, 나는 니암이나 딜런, 그리고 준서가 우리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 * *

잠깐이나마 눈을 붙였다가 무대에 다시 서니 한결 컨디션이 괜찮았다.

역시, 적은 시간이라 할지라도 숙면을 취하는 게 도움이 된다.

잠을 자야 에너지도 보충되는 법이니까 말이다.

우리 다섯 멤버들은 무대 아래에 옹기종기 모여 등장하는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탁! 탁! 탁!’ 소리와 함께 실내를 밝히던 조명들이 모두 꺼졌다.

동시에 팬들의 환호성이 퍼졌다.

우리가 슬슬 무대로 모습을 드러낼 거라는 사실을 미리 눈치채서였다.

팬들의 예상대로.

마침내 우리가 등장할 시간이 다가왔다.

먼저 반주가 울려 퍼졌다.

팬들의 입에서 나오던 환호성의 크기가 더욱 커졌다.

우리 콘서트를 찾아온 팬들이라면, 지금 나오는 노래가 어떤 노래인지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다.

1집 타이틀곡, ‘지지 않는 태양’이 밴드 멤버들의 열띤 연주와 함께 펼쳐졌다.

이후에 우리가 서 있던 공간이 점점 위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연기가 무대 아래에 짙게 깔리고.

그 안에서 우리 다섯 명이 웅크린 채 모습을 드러내자, 팬들이 우리들의 이름을 각자 연호하기 시작했다.

노래가 시작되는 타이밍에 맞춰서 내가 먼저 웅크렸던 몸을 폈다.

몰아쳐라, 빛의 폭풍.

널 향한 나의 사랑이

지지 않는 태양처럼 타오르고 있어.

Burn my heart, heart

이미 어떻게 하면 콜을 넣을 수 있는지, 응원법을 숙지해 온 팬들이었기에 적절한 타이밍에 추임새를 넣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많은 인원들이 콜을 넣어 주니, 오히려 내 목소리가 묻힐 정도였다.

오디오 볼륨을 최대로 높여도 내 목소리가 잘 안 들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좌석 앞자리나 2층의 경우에는 그나마 괜찮다.

문제는 저 멀리, 가장 끝 열에 서 있는 팬들이었다.

나는 단독 전국 투어 콘서트를 계획하면서 이런 결심을 품은 적이 있다.

여기에 온 모두가 다 공평하게, 행복하게 우리 무대를 즐겼으면 하는 그런 바람 말이다.

그러나 만약에 누구는 무대 앞이라서 현장감이 넘치는 최고의 공연이었다고 말하는데, 누구는 하필이면 맨 뒷좌석이어서 제대로 공연을 즐기지 못했다고 말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나도 충분히 이해한다. 재미있게, 그리고 즐겁게 우리 무대를 보러 왔는데 노랫소리도 잘 안 들리고, 그리고 우리가 무대에서 뭘 하는지 보이지도 않고. 그러면 당연히 아쉬움이 크게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한 가지 꼼수…… 아니지. 내가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부리기로 했다.

손등에 있는 내 각성 문양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왔다.

능력을 사용할 때 발동되는 표식이었기에 나와 같이 무대를 펼치는 멤버들의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갑자기 능력을 사용한다고?

왜?

몬스터가 나온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보는 것도 당연했다.

그러나 내 행동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이것 때문이다.

지지 않아

너라는 태양을 지키기 위해

난 다시 일어서

wake up, burning up

아까보다 내 목소리가 한층 더 커졌다.

이렇게 하면, 맨 뒷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도 내 목소리가 무조건 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제야 내 의도를 알아차린 멤버들이 나와 똑같이 각성 능력을 발동하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팬들의 환호성에 우리들의 목소리가 묻히는 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이렇게 각성 능력을 빌리면, 그런 걱정은 아예 할 필요가 없어진다.

대신에 음향 감독이 많이 괴롭겠지.

자신의 의지대로 볼륨 조절이 안 되니까 말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팬들에게 동일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 우리들의 일이니까.

* * *

이렇게 해서 무사히 첫 번째 콘서트가 모두 마무리되었다.

중간에 내가 각성 능력을 사용한 덕분에 스태프들이 잠시 당황하긴 했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팬들 모두가 다 만족할 만한 콘서트 자리가 되었기에 뒷말이 크게 나오지는 않았다.

대신에 당부를 들었다.

“태오 씨, 각성 능력으로 목소리를 키우실 때에는 저희한테 미리 한 마디라도 해 주세요. 첫 스테이지부터 당황해서 멘탈 나갈 뻔했잖아요.”

“김 감독님 말이 맞습니다.”

무대감독과 음향 감독이 나를 찾아와서 순차적으로 이야기를 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나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앞으로는 그렇게 할게요. 바로 다음 콘서트에서도 아마 이렇게 하지 않을까 싶네요.”

두 감독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부산 콘서트가 끝났으니까.

다음은 광주로 넘어갈 예정이다.

여기 있는 감독들과 스태프들이 아예 처음으로 나와 이번 콘서트를 꾸며 보는 사람들도 아니고.

이미 몇 차례 호흡을 맞춰 봤기에 내가 갑작스럽게 오늘과 같은 행동을 한다 할지라도 그들 입장에선 ‘태오 씨가 또…….’라고 말하면서 그냥 넘어갈 정도의 경지에 이르렀을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 자리에서 바로 잔소리가 쏟아졌을 테니까 말이다.

게다가 오늘 일의 경우에는 취지가 좋지 않은가.

무대감독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대신에 방금처럼 미리 말씀만 해 주신다면 괜찮습니다. 아셨죠?”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졸지에 트러블 메이커로 지목받게 되었다.

* * *

광주에서 열린 콘서트에서도 나는 지난번에 사용했던 각성 능력을 이용해서 나의 목소리 크기를 비약적으로 크게 높였다.

그런 뒤 부산과 광주, 이렇게 두 번의 단독 콘서트가 끝나고 나서 사람들의 반응이 어떤지, 후기를 찾아봤다.

우리 콘서트를 찾은 사람들은 마치 바로 옆에서 내가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음질이 좋았다는 의견이 굉장히 많았다.

장비를 좋은 거 쓰나? 이런 물음도 있었는데.

여기에 대해서 나는 이렇게 답해 주고 싶었다.

각성 능력 덕분이라고.

어차피 관객들이야 우리 HTB 멤버들 전원이 헌터 출신이라는 걸 모를 사람은 없고.

그래서 우리가 무대에서 갑작스럽게 각성 능력을 사용한다 할지라도 크게 당황해할 만한 사람들은 없었다.

당황하는 건 오히려 스태프들의 몫이지.

두 번의 전국 투어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덕분인지 사람들의 기대감이 한층 더 올라갔다.

‘이다음은 대전이었지?’

전국 투어 콘서트 일정이 모두 끝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니까.

그럼에도 뭐랄까.

‘다음 콘서트에서는 뭘 할까?’

벌써부터 다음 콘서트가 기대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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