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218화 (218/250)

제57장. 특별 콘서트 (3)

전국으로 예정되어 있는 콘서트 일정을 위해서 우리들은 구슬땀을 흘리면서 안무 연습에 매진했다.

오랜만에 데뷔 앨범 곡들을 가지고 안무 연습도 해 보고.

뭐랄까, 옛 추억……이라고 하기에는 그렇게까지 오래된 건 아니지만, 아무튼 이전에 발표했던 곡들을 가지고 다시 연습을 하려니까 기분이 굉장히 신선했다.

‘그때는 자려고 하다가도 머릿속에 계속 노래가 맴돌아서 잠을 제대로 못 자고 그랬는데.’

그랬던 곡이 신선하게 느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한 곡만 가지고 계속 연습하기보다는, 이렇게 익숙한 곡 여러 개를 가지고 연습하는 편이 더 재미있기도 하고.

그리고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아니었다.

멤버들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머릿속에 품고 있었던 모양인지,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을 먼저 꺼내는 모습을 보였다.

“여러 곡 돌려 가면서 연습하는 게 차라리 나은 거 같은데요?”

“맞아. 아무리 맛있는 음식일지라도 그것만 계속 먹으면 질린다고들 하잖아. 딱 그런 기분이네.”

니암이 핵심을 아주 잘 꼬집어서 말했다.

사실 그렇긴 하다.

좋은 곡도 마찬가지다.

그것만 계속 들으면, 좋다기보다는 괴롭다는 느낌을 먼저 받을 수밖에 없다.

무슨 신종 고문도 아니고.

그러나 내 노래를 들어야 MML 버프를 받을 수 있었기에 헌터들은 내가 솔로로 활동하던 초창기 때 울며 겨자 먹기로 억지로 몇 곡만 반복해서 들었던 적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헌터들의 고충을 최소한으로 줄여 주기 위해서 일부러 단기간에 여러 곡들을 뽑아내려고 했었다.

그러다가 이렇게 HTB라는 그룹도 결성하게 되었고 말이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헌터들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노래를 들으며 스스로 고통을 감수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는 의견이 매우 많아졌다.

여기에 HTG라는 걸출한 걸 그룹들의 노래도 나오니까, 헌터들이 들을 수 있는 노래 목록이 한층 더 풍성해졌다.

이제는 헌터들이 우리의 노래를 즐기는 정도까지 오게 되었다.

헌터들 이야기가 나오자, 문득 어떤 아이디어 하나가 스쳤다.

“우리 말이야. 일반 콘서트 말고 헌터들을 위한 콘서트도 열어 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 보니까 헌터들만을 위한 콘서트를 열어 본 적이 없었다.

우리가 발표하는 음원들은 전부 헌터들의 전투력 상승을 목적으로 만든 노래인데, 정작 주 타깃층이라고 할 수 있는 헌터들에게 우리가 뭔가 해 준 게 없으니까.

그래서 이런 식으로나마 이벤트를 여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물론 누군가와 회의를 통해서 이런 아이디어를 낸 건 아니고 단순히 내 머릿속에서 나온, 나 혼자만의 생각이다.

그러나 이게 의외로 멤버들에게, 그리고 근처에 있던 승훈이 형이나 다른 스태프들한테도 의외의 호응을 얻었다.

“좋은데요?”

“대표님, 그 아이디어 굉장히 좋은 거 같습니다!”

“실제로 한번 실행해 보면 어떨까요? 어차피 전국 투어 일정 때문에 콘서트 여러 번 해야 하는데. 나중에 따로 준비하는 것보다 같이 끼워서 헌터들 특별 콘서트 기획해 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이렇게까지 반응이 뜨거울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내가 여기 대표라서 직원들이 열심히 내 말을 받아 주기 위해 사탕발림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진짜로 추진하려고 하는 걸 보니까, 빈말은 아니었나 보다.

헌터들이 몬스터들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기도 하고.

그리고 아직 대다수의 헌터들이 레이드 시대에 고생했던 것만큼의 보상을 받지 못했다.

이번 콘서트가 그들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 지친 마음이라도 달래 주고자 콘서트를 열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물론, 헌터들에 한해선 입장료를 받지 않을 생각이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헌터들이 많다는 걸 나도 잘 아는데. 그런 내가 비싼 콘서트 티켓비까지 받으려고 한다면, 헌터들을 위로하기 위한 콘서트라는 의미가 없지 않은가.

비용 부담이야 전부 우리가 감당하면 되는 거고.

헌터들은 그저 와서 즐겁게 놀다가 가기만 하면 된다.

이런 생각까지도 모두 스태프들에게 들려줬다.

“정말 하실 거예요?”

내가 돈까지 안 받겠다고 하니까, 그럼 사람들의 의견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재차 되물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추진해 보겠습니다.’라는 태도를 보였다.

“대표님께서 허락만 해 주신다면요.”

우리 직원들의 의지가 대단하다.

나보다도 더.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하지 마.’라고 말할 수가 있을까.

“알겠습니다. 그럼 한번 해 보죠.”

“네!”

이렇게 해서 우리들의 추가 콘서트가 또 한 번 결정되었다.

* * *

전국 투어 콘서트를 돌면서 추가로 헌터들만을 위한 무료 콘서트를 열겠다는 우리들의 결정이 기사를 통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전달되었다.

헌터들만을 위한 특별 콘서트는 HTB뿐만 아니라 HTG도 같이 나와서 준비를 할 예정이다.

평소에 헌터들이 전장에서 자주 듣던 노래를, 이제는 전장이 아닌 콘서트장에서 편히 앉아서 들을 수 있도록 만전의 준비를 할 생각이었다.

헌터들의 반응은 당연히 폭발적이었다.

여기에 또 하나 더, 다행인 점이 있었다.

“일반 사람들도 그렇게까지 큰 반감은 없나 보네.”

승훈이 형이 인터넷 커뮤니티들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의 반응들을 모니터링해 본 결과.

방금 형이 말한 대로 왜 헌터들만 특별 대우하냐, 같은 식의 댓글은 없었다.

그만큼 헌터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는…… 아니지, 아직 몬스터들이 남아 있으니까, 여전히 고생하고 있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도 다 알고 있는 듯했다.

물론 아직도 반헌터 시위를 이어 가는 사람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 안 하고 있겠지만, 그래도 그들 역시 헌터들이 레이드 시대에 많은 고생을 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헌터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려는 게 아니라, 헌터들이 앞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위해를 가할지 모르니까 강력한 처벌 법안을 추진하자는 쪽이 그들의 의견이었으니까.

이건 뭐,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나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고 있었다.

대신에 권주영이나 제이커 같은 꿍꿍이를 가진 자들의 시위는 예외로 치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아직까지 그런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특별 콘서트도 한국에서 할 거야?”

“그래야겠지?”

사실 마음 같으면 미국에서 하고 싶었다.

헌터들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곳이 바로 미국이니까.

그래서 미국으로 넘어가서 콘서트를 할까 고민을 해 봤었는데.

전국 투어 중간에 이런 특별 콘서트를 여는 것이었기 때문에 미국까지 넘어가서 무대를 준비할 여력이 없을 거 같았다.

그래서 이번 특별 콘서트는 어쩔 수 없이 한국, 서울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헌터들만을 위한 특별 콘서트가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 건 아니었다.

“이후에 반응이 좋으면 계속 이어 나갈 거니까. 그러면 그때 미국으로 넘어가서 해 보든가 해야지.”

웬만하면 좋은 반응들이 이어질 거 같긴 한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그래서 일단 한국에서 먼저 테스트를 겸해서 헌터들을 대상으로 콘서트를 열어 보고, 나머지는 그다음에 정하기로 했다.

우리 회사 간부들도 이런 내 생각에 큰 이견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에 주의할 게 하나 있었다.

마침 승훈이 형이 이 주의점을 언급했다.

“아무리 헌터라고 해도 인간은 인간이니까, 전국 투어 진행하는 동안 체력하고 컨디션에 신경 많이 쓰도록 해.”

“그래야지.”

가수로서 컨디션 조절은 권고 사항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필수 사항이다.

나의 목 상태에 따라 관중이 접하는 노래의 만족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껏 시간 내서 콘서트를 보러 왔는데, 정작 내가 최악의 컨디션으로 노래를 부르면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할까.

시간 날려 먹었다는 생각을 할 게 분명하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이번 콘서트 준비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형, HTG 쪽은 일정 조율하기로 했지?”

“어. 그리고 다른 가수 팀들도 우리 콘서트 도와주고 싶다고 하던데. 어떻게 할래?”

“우리 회사 소속 아티스트들 말하는 거야?”

“그것도 포함해서. 다른 소속사 가수팀 중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

좋은 취지로 여는 콘서트니까.

승훈이 형이 말한 것처럼, 우리와 크게 연관이 없는 가수팀조차도 참가를 희망한다고 연락이 오는 편이었다.

나는 오려는 사람은 막지 않는 성격이다.

“그러면 좋지, 뭐.”

“오케이, 알았어. 나중에 내가 참가 희망하는 가수팀들 명단 정리해서 너한테 가져다줄게.”

“땡큐.”

이런 걸 볼 때마다 가끔씩 드는 생각이 있다.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고.

* * *

전국 투어 콘서트, 대망의 첫 번째 지역은 부산으로 정해졌다.

시작은 부산에서. 그리고 끝은 서울에서. 이렇게 예정을 잡아 뒀다.

서울의 경우에는 콘서트가 두 번 열릴 예정이다.

첫 번째 콘서트는 전국 투어 마침표의 의미로.

그리고 두 번째 콘서트는 이전에도 말이 나온 헌터들만을 대상으로 한 특별 콘서트의 무대로 꾸며지게 될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 소화해야 할 일정들을 정리해서 쭉 살폈다.

최대한 간단하게 요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뭔가가 많네.’

마치 우리가 음원을 발표하고 앨범 활동에 막 들어갔을 때의 초기 스케줄표를 보는 듯한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 정도로 굉장히 빽빽하게 보였다.

‘뭐, 어쩔 수 없지.’

전국 투어니까.

이동하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릴 테고. 그리고 매번 콘서트 장소가 달라지다 보니 무대를 철거하고 다시 설치하고, 이러는 과정이 계속해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래서 전국 투어 콘서트에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하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다.

그래도 마냥 싫지만은 않았다.

우리들의 콘서트를 애타게 기다려 왔던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리고 그 사람들이 하루하루가 기대된다고 말을 해 줄 때마다 몸은 힘들어도 기분은 굉장히 좋았다.

나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싫어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인지 첫 번째 지역인 부산에서 콘서트 준비를 하는데도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

현지 적응을 위해 부산에 도착한 나와 HTB 멤버들은 안무 연습을 안 할 때에는 따로 휴식을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거나 하며 시간을 보냈다.

중간에 우리들을 알아보는 사람들에게 팬 서비스를 해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오빠들, 콘서트 힘내세요!”

“응원하고 있을게요! 사랑해요!”

여성 팬들의 열렬한 응원에 나와 멤버들은 가볍게 손을 흔들어 보이면서 고맙다는 말을 들려줬다.

짧은 시간 동안 해운대 바다를 본 뒤에 차에 올라탄 우리들은 다시 임시 숙소로 돌아갔다.

콘서트가 바로 내일이다.

내일이면 전국 투어의 시작이어서 그런지, 준서가 부담감이 가득 담긴 목소리를 냈다.

“내일 저희, 잘할 수 있겠죠?”

데이브가 준서의 말에 가장 먼저 반응했다.

“잘할 수 있을까 걱정할 게 아니라, 잘해야지.”

이번만큼은 나도 데이브의 말이 맞다고 답해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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