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장. 특별 콘서트 (2)
HTB는 아이돌 그룹들 중에서 콘서트를 자주 하는 편이 아니었다.
팬 서비스 그리고 팬들과의 소통이 부족해서 그런 건 아니었다.
그냥 순전히 멤버들이 다 바빠서 그랬다.
이제는 말 안 해도 알 수 있는 우리 HTB만의 개성이 있다.
멤버들 전체가 다 헌터로 활동했었다는 점이다.
최근 음반 활동 이전까지는 엄청 자주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알음알음 몬스터들이 계속 출몰했었다.
언제, 어디서 몬스터들이 튀어나올지 몰랐기에 우리들은 함부로 콘서트 일정을 잡을 수가 없었다.
혹여나 콘서트 같은 많은 인원들이 모이는 대형 이벤트를 기획했다가 공연장 바로 위에서 게이트가 열리기라도 한다면, 솔직히 답도 없다.
내가 아무리 강하다 할지라도 그 자리에 있는 여러 명의 민간인들까지 일일이 다 보호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내가 랭크가 높은 건 맞지만, 이 말이 신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래서 콘서트를 기획할 시간도, 생각도 못 했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팬들 입장에서는 애간장이 탔을 것이다.
HTB의 단독 콘서트를 보고 싶은데, 소속사에서 아예 기획조차 안 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한때는 우스갯소리로 소속사 측에서 일부러 HTB 멤버들이 콘서트를 못 하게 막고 있는 거 아니냐는 루머가 돌 정도였다.
더 웃긴 것은, 이게 기사화까지 되었다는 거였다.
이래서 기레기라는 말이 나오는 거지. 사실관계도 확인 안 해 보고 사람들 말만 믿고서 바로 기사로 실어 버리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이해가 아예 안 가는 건 아니었다.
기자들 입장에서 보면, 나와 HTB 관련 소식은 항상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소한 소식이라도 어떻게든 자신들이 특종거리로 낼 만한 것들이 있나 없나 계속해서 살피는 거였다.
우리들이 자체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긴 하지만, 이런 루머를 이용해서 허위 기사를 실을 경우에는 우리가 사전에 차단할 방법이 없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후속 조치뿐.
그런 종류의 허위 기사를 실었던 기자는 우리가 가할 수 있는 모든 법적 책임을 지게 만들었다.
이렇게 한번 강경하게 대응하고 나니까, 우리에 관련된 허위 기사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기자들도 설마 내가 이렇게까지 강하게 나올 줄은 몰랐겠지.
‘여태껏 그런 적이 없었으니까.’
아무튼, 다시 돌고 돌아서 본론을 꺼내 보자면.
“콘서트를 원하고 있다, 이거죠?”
“네, 대표님.”
우리 팬 매니저의 의견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냥 말로만 하면 당연히 큰 신빙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팬 매니저 역시 그걸 모르지 않았다.
그래서 실제로 팬들의 댓글 여러 개와 함께 팬 카페 내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했던 콘서트 관련 투표 결과들도 나와 멤버들, 그리고 관계자들에게 직접 보여 줬다.
“너무 오랫동안 콘서트를 안 하긴 해서요. 개인적으로는 규모가 크지 않아도 좋으니까 한번이라도 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팬심을 달래 줄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내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콘서트 무대에 서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나, 그리고 우리 HTB 멤버들이니까.
“너희는 어떻게 생각해?”
먼저 숙소에서 지내고 있는 3인방에게 의견을 물었다.
형들을 제치고 준서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저는 팬 매니저님 말에 찬성입니다. 이제 저희가 발표한 노래 제법 쌓이지 않았습니까? 부를 노래 많은데, 까짓것 한번 하죠!”
준서는 우리가 뭘 말해도 늘 거절하는 법이 없다.
무조건 오케이.
그래서 한때 우리들 사이에서 불렸던 준서의 별명이 ‘Yes맨’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좀 더 어른이 되었어도 준서는 여전히 무한 긍정의 태도를 보였다.
“다른 사람들은?”
“저는 준서랑 같은 생각입니다.”
“저도요.”
니암, 딜런도 준서와 뜻이 같음을 알렸다.
다수결로 따진다면, 이미 팀 내에서는 콘서트를 하자고 결론이 난 셈이다.
그러나 딱히 다수결로 정하겠다고 말을 한 건 아니고.
그리고 아직 나와 데이브, 두 사람의 생각을 들려준 적이 없다.
“데이브는?”
“너부터 말해.”
데이브가 갑자기 나에게 턴을 넘겼다.
별일이네. 뭐든지 나보다 더 먼저 하려고 하던 녀석이.
“나도 콘서트는 한 번쯤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려던 찰나였거든. 잘됐네.”
이렇게 해서 찬성이 네 표다.
마지막으로 모두의 시선이 데이브에게로 향했다.
데이브는 짧게 의견을 표출했다.
“찬성.”
“오케이. 그러면 만장일치인 걸로. 양 팀장님, 콘서트 준비해 줄 수 있죠?”
“예, 알겠습니다.”
어떤 식으로 콘서트를 꾸밀지. 수용 가능 인원수나 장소 등은 좀 더 자료들을 살펴보고, 장소를 물색해 본 다음에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눠 보기로 했다.
오늘은 이거 했으면 좋겠다, 저거 했으면 좋겠다 하는 식으로 전반적인 방향성만 정하는 것뿐이니까.
이런 식으로 일단은 가볍게 정하고 넘어가도 된다.
* * *
막 우리가 1집을 발표했을 때에는 콘서트를 연다고 해도 어떤 식으로 노래를 채우면 좋을지 고민이 많았었는데.
이제는 앨범을 여러 개 발표한 가수가 되다 보니까 이런 고민이 많이 사라지게 되었다.
이래서 경력이 중요하다고들 말하는 거 같다.
중요한 건 역시 장소다.
서울이 1순위가 될 수밖에 없겠지만.
이번에는 우리들을 계속 기다려 주는 팬들을 위한 특별한 콘서트를 열고 싶다.
그러면 이전에 우리가 펼쳤던 방식의 콘서트와는 약간 차별화된 식으로 구성을 했으면 좋겠는데.
좋은 아이디어가 어디 없을까?
고민 끝에 최용하 프로듀서가 솔깃할 만한 아이디어 하나를 제안했다.
“그건 어떻습니까? 전국 투어 말입니다. 그러면 멀리 지방에 떨어져 살던 팬들도 우리 콘서트를 쉽게 접할 수 있을 테고. 팬들 입장에서는 여러 번 HTB 콘서트를 볼 수 있어서 좋고. 우리는 콘서트가 흥행하면 여러 가지로 얻어 가는 것들이 많을 테니까요. 서로가 윈윈 아니겠습니까.”
“오, 프로듀서님 아이디어 괜찮은데요?”
나쁘지 않다.
게다가 우리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전국 투어 콘서트를 해 본 적이 없었다.
이런 거를 한번 경험해 봐야 나중에 월드 투어 같은 것도 할 수 있을 테고 말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경험이 중요한 법이다.
경험을 쌓아 둬야 나중에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
나나 데이브의 경우에는 나름 오랫동안 방송 활동을 해 와서 어떤 걸 시켜도 가능하긴 하지만, 아직 우리 막내 라인들은 좀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할 필요가 있었다.
더 높은 곳으로 향하기 위해서.
“그럼 멤버들한테는 제가 대신 전달할게요. 전국 투어로 해 보면 어떻겠냐고요.”
“네, 알겠습니다. 양 팀장한테는 제가 가는 길에 미리 말을 해 두겠습니다.”
방향성이 정해져서 그런 걸까.
막연하게만 보이던 앞이 이제야 눈앞에 훤히 드러나는 기분이다.
전국 투어라고 했으니까 몇 회 정도를 할지, 지역은 어떻게 분배할지. 이런 것들도 나중에 상의하는 과정에서 알아서 결정될 것이다.
‘간만에 안무 연습 좀 해야겠네.’
보컬 연습도 빼놓을 순 없다.
앨범 활동 기간이 끝난 이후에는 가수 강태오가 아니라 배우 강태오로 한동안 계속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니 목을 자주 풀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게다가 전국 투어니까.
지역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많은 곡들을 불러야 한다.
그 전에 미리미리 대비를 해 두는 게 좋다.
단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면.
“저희 콘서트 때 몬스터만 안 나왔으면 좋겠네요.”
그놈의 몬스터라는 변수가 늘 신경이 쓰인다.
* * *
전국 투어 콘서트가 결정되고 난 이후.
기자들을 통해서 이와 같은 사실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서 일부러 기사를 내보내게끔 정보를 전달했다.
HTB 전국 투어 결정!
이 소식이 뜨자마자 인터넷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팬 카페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전국 투어 콘서트가 열리기로 결정된 것까지는 정말 좋지만.
팬들의 걱정거리가 하나 생기게 되었다.
바로 티켓팅 문제다.
오랜만에 우리가 앨범 활동할 때마다 묵었던 숙소를 찾은 나는 준서, 니암, 딜런. 이렇게 셋과 마주 앉은 채 콘서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준서가 전국 투어 콘서트에 관해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우리들에게도 들려줬다.
“인기 있는 가수들은 티켓팅 한번 하는데 그야말로 전쟁이래요, 전쟁.”
“그렇게 힘든가?”
딜런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준서의 말에 의문을 드러냈다.
딜런은 살면서 단 한 번도 누군가의 콘서트장에 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우리가 타 가수의 콘서트 무대에 게스트로 초청되어 서 본 적은 있어도, 직접 표를 구해서 관객으로서 참가해 본 기억은 없다.
나도 그렇고 말이다.
대부분은 그 가수한테서 직접 VIP 티켓을 받고 가니까 굳이 우리가 티켓팅에 도전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티켓팅이 힘들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서까지는 잘 모른다.
“어제 제가 몰래 팬 카페 한번 들어가 봤는데, 벌써부터 티켓팅 연습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팬분은 가족들, 친척들까지 싹 다 동원해서 도전할 거래요.”
들으면 들을수록 우리를 향한 팬들의 사랑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분이 좋으면서, 한편으로는 티켓팅으로 서로 경쟁을 벌이게 될 팬들을 생각하니까 조금 찝찝하긴 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세상 일이라는 게 모두가 다 만족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이만큼 고생을 해서 티켓팅에 도전하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무대 열심히 준비하도록 하자. 방송 아니라고 대충하는 법 없이 평소보다도 더 빡세게. 알았지?”
“네!”
전의를 다지는 팀원들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오랜만에 무대에 설 생각을 하니까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 * *
전국 투어 일정을 타이트하게 잡진 않기로 했다.
우리도, 그리고 팬들도.
적어도 숨 돌릴 틈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콘서트끼리의 간격도 적당히 두면서 천천히,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조율을 해 보기로 했다.
대신에 연습만큼은 여유롭게 해선 안 된다.
숙소에 가서 막내, 멤버들에게 여러 차례 말을 했듯이, 팬들은 비싼 돈을 주고서 우리 콘서트를 보기 위해 올 것이다.
그런 팬들에게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을 만들어 줘야 하는 것이, 바로 가수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내가 연습생 시절 때에도 그렇게 배웠다.
물론 모든 가수들이 이렇게 생각하면서 행동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속한 HTB는 이런 식의 마음가짐을 지니고 있는 그룹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오늘도 연습을 위해 우리가 한자리에 모여들었다.
방송을 막 마치고 돌아온 데이브까지 합류하고 나서야 그제야 HTB 완전체로 연습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간만에 호흡 맞춰 보는 거니까 처음은 부담 가지지 말고 자유롭게 해 보고. 그다음부터 빡세게 가자. 오케이?”
“네, 알겠습니다!”
마치 스포츠 단체전 경기에 나가는 사람들처럼, 우리는 파이팅이 넘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