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205화 (205/250)

제53장. 간만에 본업 (2)

지상에 있는 크라겔 놈들은 얼추 정리되었고.

이제 하늘에 둥둥 떠 있는 몇몇 녀석들만 남았다.

크라겔은 헌터들 사이에서도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몬스터라고 할 수 있다.

헌터들의 주 수입원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이 쓰러뜨린 몬스터들의 사체, 혹은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존재하는 돈 많은 사람들 중에서 특이한 취향을 지닌 사람들이 꽤나 많다.

특히나 레이드 시대가 끝난 이후, 아이템이나 몬스터에 관련된 물건들의 가격이 말 그대로 폭등했다.

재벌들 중에서는 이런 물건들을 자신의 것으로 소유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꽤나 된다.

레이드 시대의 기념품이라고 할까.

역사의 산물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일에 많은 만족을 느끼는 모양인가 보다.

나는 잘 이해가 안 되지만 말이다.

그러나 크라겔의 경우에는 사체라는 게 남지 않는다.

애초에 일반 몬스터와 달리, 액체로 육신이 구성되어 있으니까.

핵을 파괴하면, 파이어골렘처럼 흔적도 없이 그대로 증발해 버린다.

한마디로 말해서.

‘돈이 안 되는 놈들이지.’

그래서 헌터들이 크라겔을 싫어한다.

그 와중에 나는 다시 한번 슈드릭 보우의 활시위를 잡아당겼다.

마지막까지 남은 놈들을 처리하기 위함이었다.

데이브도 창을 회수하자마자 다시 장궁 아이템에 자신의 창을 화살 대신 걸었다.

마치 둘 중에 누가 더 많은 몬스터들을 잡느냐, 서로 싸움을 하는 듯했다.

나는 처음엔 그런 생각이 없었지만, 바로 옆에서 데이브가 계속 창을 날려 대니까 왠지 모르게 승부욕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세 마리 더 추가다!”

데이브가 저 멀리 날아가는 자신의 창을 보면서 말했다.

창을 날리고, 그 창이 얼마나 많은 크라겔을 쓰러뜨리고 있는지 눈으로 직접 체크하고 있었다.

그렇게나 나를 이기고 싶어하는 듯했다.

어차피 오늘은 데이브한테 한번 져 주기로 했으니까, 적당히 분위기만 맞춰 주는 형태로 계속해서 화살을 날려 댔다.

그런데.

“저기 저 녀석한테는 안 닿네.”

비행 타입의 몬스터로 모습을 전환한 크라겔 중에 가장 높이 날고 있는 녀석한테 화살이 닿지 않았다.

고도도 고도지만, 민첩력이 어느 정도 있는 모양인지 우리가 날리는 화살과 창을 절묘하게 피해 내는 모습을 보였다.

데이브가 멀리서 저격을 하기 위해 이번에는 장궁이 아닌 자기의 팔힘으로 직접 투창을 시도했다.

슈우웅-!

마치 미사일이 발사되는 것처럼, 데이브가 날린 창이 일직선으로 쭉 뻗어 나갔다.

그러나 날개 달린 크라겔은 데이브의 이 공격을 아주 가볍게 피해 냈다.

가까이에 있었더라면 데이브의 창에 몸에 꿰뚫렸을 게 분명하지만.

서로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제아무리 잡몹이라 할지라도 피할 시간은 충분히 있는 것 같았다.

데이브의 창이 빗나가자, 녀석이 짧게 혀를 찼다.

“잽싼 녀석이 하나 섞여 있었군.”

“그렇게 무작정 공격을 날려 봤자 못 없앤다.”

“그러면, 뭐 방법이라도 있냐?”

“있지.”

나는 슈드릭 보우를 땅에 내려놓은 채, 미리 신고 온 신발 아이템을 가동시켰다.

주변에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가죽 신발 아이템.

데이브가 이것을 보자마자 어떤 아이템인지 알겠다는 식으로 반응했다.

“부유 마법이 걸려 있는 건가?”

“정답.”

방금 전까지는 지상에서 하늘 위로 몬스터들을 저격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었지만, 그랬다간 저 하늘 위에 솟아 있는 녀석을 없애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가야지.”

가서 놈의 날갯죽지를 찢어 버리고 올 생각이었다.

데이브는 마음대로 하라면서 자신의 무기를 모두 거둬들였다.

어차피 남은 크라겔은 저 한 마리뿐이니까.

그리고 데이브가 이미 나보다도 더 많은 숫자의 크라겔을 잡았다.

저거 한 마리 잡는다고 내가 데이브를 역전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저거는 특별히 20마리로 쳐주면 안 될까?”

데이브의 한쪽 눈썹이 격하게 꿈틀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내가 잡으러 간다.”

“그냥 농담으로 해 본 말이야. 짜식, 왜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이려고 하는 거야. 말하는 사람이 더 민망하게.”

데이브는 절대로 양보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상대가 누구든, 데이브는 절대로 일부러 봐주는 성격이 아니다.

늘 최선을 다한다.

그게 상대방에 대한 예우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나한테는 그런 매너 같은 건 안 갖춰도 충분히 이해해 줄 텐데.

데이브가 이런 것까지 다 생각할 리는 없었다.

“그럼 간다.”

“가서 후딱 없애라. 시간 초과하면 너한테 기회 줄 것도 없이 내가 바로 나설 테니까.”

“걱정 붙들어 매라. 나, 강태오야.”

인류 유일의 SSS급 헌터.

크라겔 한 마리에게 당할 일은 없을 것이다.

부유 마법을 발동시킨 뒤에 남은 크라겔을 제거하기 위해 내 몸이 하늘로 솟구쳤다.

공중을 날게 해 줄 수 있는 아이템을 이용한 비행 같은 것은 훈련소에서 이미 여러 차례 받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크게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가끔은 이렇게 날 때가 더 편한 적도 있었다.

뭐랄까, 하늘을 난다는 행동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유분방함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런 것도 나쁘진 않아 보였다.

점점 위로 올라가자, 저 멀리 크라겔 한 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가 가까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비행 타입의 크라겔은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저런 식으로 전투 능력이 뛰어난 크라겔은 다른 놈들에 비해서 머리가 굉장히 좋은 편이다.

분명 내가 이 근처까지 왔다는 것도 알고 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나의 기척을 아예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뭐지?’

이렇게 허술하다고?

내 예상과는 너무나도 달라서 솔직히 많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뭐, 차라리 잘된 일일 수도 있다.

녀석만 제거하면, 이번 몬스터 토벌은 굉장히 성공적으로 끝날 테니까 말이다.

허리에서 나이프 아이템 하나를 꺼내 들었다.

슈드릭 보우를 가져오려고 했지만, 어차피 한 마리밖에 안 남았고. 그리고 이렇게 근거리에서 공격을 하려면 오히려 나이프를 가져오는 게 더 빨랐다.

나이프에 마나를 불어 넣었다.

마나를 상징하는 파란색 기운이 나이프 날에 모이기 시작했다.

데이브가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 나이프를 거꾸로 쥔 채 투척 자세를 취하려고 했다.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갑자기 하늘에서 거대한 짐승의 입 같은 게 튀어나오더니. 그대로 크라겔을 먹어 치우는 게 아닌가.

“……!”

녀석은 먹구름 뒤에 숨어 완전히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언제부터 저런 식으로 숨어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몰라도 상관없다.

‘이제부터 알아 가면 되는 거니까.’

신발에 마나를 더 주입했다.

그러자 내 몸이 아까보다도 더 높게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점점 더 위로.

마침내 구름을 뚫고 위에 도달한 순간.

나는 눈을 의심하고 말았다.

방금 전, 크라겔을 한입에 그대로 잡아먹어 버린 존재.

“드래곤……!”

게이트 사건의 원흉이 그곳에 있었다.

* * *

학계에는 레이드 시대를 연 최초의 존재는 드래곤이라고 알려져 있다.

차원의 문을 열 수 있는 존재는 드래곤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내가 드래곤을 쓰러뜨림으로 인해, 우리들은 다시 평화의 시대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눈앞에 또 한 마리의 드래곤이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처음에는 내가 쓰러뜨렸던 드래곤이 되살아난 줄 알았다.

물론 그럴 일이 없다는 건 나도 잘 안다.

왜냐하면 드래곤의 사체는 헌터협회가 엄격히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웬만한 레이드 시대 때 정보는 다 공개하기로 마음먹었던 헌터협회조차도 드래곤에 관한 건 아직까지도 대중에게 일절 알리지 않고 있는 중이다.

그 정도로 드래곤이란 존재는 굉장히 두렵고, 그리고 인류 역사에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 지구의 암흑기를 이끈 장본인이니까.

거대한 몸집을 뽐내듯 내 앞에 커다란 날개짓을 하는 드래곤이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웬만한 몬스터들은 다 상대해 봤고, 다 제압해 봤다고 생각했지만, 유일하게 단 하나, 드래곤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만큼은 나도 자신이 없었다.

그만큼 녀석은 강했다.

그런데 설마.

게이트를 통해서 우리가 있는 세계로 넘어왔던 드래곤이라는 존재가 하나가 아니라 두 마리일 줄은 누가 알았을까.

나를 빤히 바라보던 검은 드래곤은 마치 씨익 웃는 것처럼 입꼬리를 씰룩였다.

그러더니, 녀석의 몸 근처에 검은 바람이 형성되면서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아무것도 없는 빈 하늘.

그럼에도 나는 방금 본 풍경에 의해 완전히 넋을 놓고 있었다.

‘내가 대체 뭘 본 거지?’

한동안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 * *

협회장을 만나고 싶다고 말한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우리들이 이곳에서 나누는 대화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방음을 철저히 했다.

협회장이 이런 나를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미 방음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데, 굳이 또 하려고?”

“그만큼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라서 그렇습니다.”

혹시 몰라서 추가로 더 소음 차단 마법진을 이곳저곳에 새겨 넣고 있었다.

그사이, 내가 협회장을 통해 불러 달라고 했던 데이브를 포함해서 S급 이상 가는 랭커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채워 가기 시작했다.

협회 관계자들 역시 마찬가지로 내 갑작스러운 요청에도 불구하고 두 팔을 걷어 올리고서 이곳으로 모였다.

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협회장의 사무실을 가득 채웠다.

원래는 회의실에 모일까 했었지만, 아까도 말했다시피 낮말과 밤말을 몰래 들을지 모르는 새와 쥐를 경계하고 싶어서 일부러 협회장의 사무실을 집합 장소로 정했다.

다들 무사히 참석했는지 마지막으로 확인한 협회장이 내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우리를 소집한 이유가 뭔가?”

웬만한 헌터들은 협회 간부들에게 모여 달라는 말조차 붙이지 못한다.

당연한 말이었다.

간부니까. 계급이나 영향력, 그리고 경력 차이가 나기 때문에 내가 아닌 이상은 이런 장관을 연출하기가 꽤 힘들다.

이들도 정신없이 바쁠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꼭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드래곤을 봤습니다.”

“뭐? 드래곤이라고?”

“네.”

사람들이 크게 웅성이기 시작했다.

드래곤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여기서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승훈이 형이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면서 나에게 물었다.

“정말로 본 거야? 어디서? 내가 기억하는 바에 의하면, 아직까지는 너 말고 드래곤을 목격했다는 증언 같은 건 없는 걸로 아는데.”

나는 하늘을 가리키면서 왜 그런 증언들이 안 나왔는지 직접 설명해 줬다.

“구름 위였으니까. 안 보일 수밖에 없지.”

오늘은 비는 안 왔지만, 먹구름이 짙게 깔려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다 보니 하늘 위의 상황이 어떤지 모를 수밖에 없다.

드래곤이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내가 던한 한마디가 이들에게는 엄청난 파급력을 형성했다.

그만큼 드래곤이란 존재는 우리 인류에게 있어서 매우 두려운 존재이자 있어서는 안 될 생명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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