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201화 (201/250)

제52장. 대세 그룹 (1)

마침내 시작된 Hip to the Hop 파이널 무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프로그램답게 현장을 찾은 사람들의 숫자와 열기 또한 어마어마했다.

웬만한 음악 방송 프로그램 저리 가라고 할 정도로 현장이 굉장히 뜨거웠다.

이곳에서 자신이 준비한 무대를 펼쳐야 한다는 게 가수들에게는 상당한 부담감으로 작용할 것처럼 보였는데.

‘이 부담감을 누가 어떻게 잘 극복하느냐에 따라서 오늘의 우승자가 갈리게 되겠지.’

니암의 경우에는 어떨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사실 따지고 보면 니암과 알고 지낸 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난 건 아니었다.

앨범을 세 개째 냈다고는 하지만, 이 세 번의 앨범을 발표할 때까지 니암을 포함해서 우리 그룹 멤버들과 내내 붙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활동 기간에 들어갈 때에만 같이 숙소 생활을 했었기에 사실은 내가 니암에 대해 완전히 다 파악하고 있다고 말을 하기에는 애매했다.

니암도 아마 나에 대해서는 그렇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대신에 그건 있다.

‘짧은 시간 동안 우리가 밀도 있게 지내긴 했지.’

마치 군대에 입대해서 선후임들과 하루 종일 붙어 있는 것과 비슷한 논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HTB 활동이 군 생활에 비하면 훨씬 편한 게 맞긴 하지만 말이다.

나 그리고 준서와 함께 옆자리에 자리를 잡은 승훈이 형이 파이널 무대 전체를 사진으로 담기 위해 스마트폰을 들어 올렸다.

“형, 원래 이런 거 사진 잘 안 찍지 않았어?”

승훈이 형은 독특하거나 비싼 음식 먹을 때에도 우리나라의 문화로 자리 잡은 사진 찍기 같은 건 하지 않고 그냥 먹는 타입이었다.

나도 대부분은 그렇긴 한데. 그래도 어디 가서 쉽게 먹을 수 없는 음식의 경우에는 꼭 사진으로 남기는 편이었다.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내가 아무리 기억력이 좋아도 언젠가는 그런 것들이 다 잊힐 수 있다. 그래서 사진으로나마 남기고 싶을 때가 있는데.

승훈이 형은 그럼에도 사진을 거의 찍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의 승훈이 형이 보여 주는 태도가 신기하면서도 수상쩍었다.

형이 이러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니암이 찍어 달라고 해서. 파이널 무대 결과에 상관없이 지금의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을 테니까. 그래서 알겠다고 했지.”

음식 사진만 추억으로 남는 게 아니니까.

니암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럴 줄 알았으면 그냥 아예 전문 카메라맨을 섭외해서 데려올 걸 그랬네.”

Hip to the Hop 스태프 중에서 방송 촬영과는 별개로 무대 현장을 영상으로 남기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스태프들이 있긴 했다.

그래도 제작진이 촬영한 것과 니암이 개별적으로 부탁한 촬영은 많이 다르다.

승훈이 형은 내 말에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니암이 그렇게까진 필요 없다고 그러더라. 그냥 기념할 수 있는 형태로면, 퀄리티가 어떻든 상관없대.”

본인이 그렇게 말한다면야 뭐, 나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기로 했다.

니암과 데이브, 딜런의 순서는 가장 마지막에 배치되었다.

순서는 공평하게 제비뽑기로 정했다고 들었는데.

니암이 은근히 맨 마지막 순서에 잘 걸리는 거 같다.

이 순서 운이 좋게 작용할지 어떨지는 니암 하기에 따라 달라지게 될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MC가 마이크를 들고 먼저 무대 위에 올랐다.

“Ladies And Gentlemen! 오랫동안 기다리셨습니다! 전국민 랩 서바이벌 경연 프로그램 Hip to the Hop!”

MC의 외침에 따라 사람들 역시 Hip to the Hop 프로그램 명칭을 복명복창하면서 텐션을 올렸다.

실로 엄청난 함성 소리다.

“그럼 바로 첫 번째 무대부터 만나 보시겠습니다! Start!”

첫 번째 무대의 주인공은 파이널 무대 진출자 중에서 유일한 여성인 김지나였다.

주로 남자 래퍼들이 강세를 보였던 곳에서 유일한 홍일점으로 맹활약을 했던 김지나.

이 덕분에 여러모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래퍼였다.

실력도 꽤 괜찮다. 남자 래퍼들 못지않은 카리스마와 파워풀한 랩 실력, 그리고 퍼포먼스까지.

‘욕심 같으면 우리 HT에 데려가고 싶은 인재이긴 한데.’

아쉬운 건 이미 김지나는 Hip to the Hop에 나오기 전에 특정 소속사와 계약을 마친 상태였다는 거다.

물론 위약금은 우리가 다 물어줄 테니까 HT 엔터테인먼트로 넘어오라고 제안할 수도 있었다.

성공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만큼 나는 거액의 돈을 그녀에게 제안할 의향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부러 이런 작전을 펼치지 않았던 이유는 김지나와 그녀의 소속사가 오랫동안 신뢰를 쌓아 온 깊은 관계라는 걸 알아서였다.

나도 상도덕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이런 식의 영업은 적을 만들기에 충분하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어느 분야든 오래가고 싶으면 가급적이면 적을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

아무튼 회사 대표가 할 수 있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지금은 김지나의 무대를 즐기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동안 방송에서 보여 줬던 실력만큼 무대에서 보여 준 김지나의 랩 솜씨는 가히 예술이었다.

‘니암은 이런 실력자들하고 겨뤄서 파이널 무대까지 올라온 건가?’

새삼 니암이 대단해 보였다.

김지나의 무대가 끝나고, 바로 다음 무대가 이어졌다.

김지나 못지않게 이다음에 무대에 오른 래퍼 역시 만만치 않은 퍼포먼스를 선보이면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우리와 딱히 친분이 있는 관계가 아닌 가수인데도 불구하고.

어느새 내 옆에 앉은 준서는 무대에 몰입한 모양인지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면서 리듬을 타는 모습을 보였다.

“형! 객석에서 무대 보는 맛도 나름 괜찮은데요?”

잔뜩 상기된 채 말하는 준서를 보고 있자니 웃음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 이게 무대의 매력이지.

우리가 무대를 만드는 사람이긴 하지만, 때로는 이렇게 관객 입장이 되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 * *

파이널 무대에 서는 가수들의 차례가 하나둘씩 끝나고.

마침내 우리가 기다렸던 그 차례, 니암의 순서가 되었다.

조명이 꺼지고. 위에 달린 불빛 한 줄기만이 무대 가운데에 서 있는 니암을 비췄다.

“낯선 땅 한국에 처음 발을 디뎠지. 낯선 공기, 익숙한 다짐. 여기가 내 인생의 새로운 시작.”

잔잔하게 시작되는 니암의 랩에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는 것도 잊은 채 숨을 죽이고서 귀를 기울였다.

우리 그룹 멤버를 열심히 응원해 줄 생각으로 현장을 찾은 나조차도 지금은 쉽게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오로지 니암의 랩에 귀를 열고서 집중했다.

빠른 랩이 끝난 뒤, 갑자기 밝아지는 조명과 함께 무대의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강렬하고도 빠른 비트 속에 사람들은 그제야 참았던 환호성을 터뜨렸다.

나도, 준서도 그리고 승훈이 형도, 니암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서 열심히 소리쳤다.

우리들의 이런 모습을 바로 앞에서 카메라가 고스란히 찍었다.

우리들뿐만 아니라 결승 무대를 보기 위해 온 연예인의 모습을 전부 한 번씩 찍었다.

아마 무대 모습하고 응원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서로 번갈아 비추는 식으로 편집해서 방송으로 내보낼 생각인가 보다.

음악 관련 프로그램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편집이었기에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준서도 그렇고 말이다.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먼저 딜런이 1절 후렴구를 부르면서 등장했다.

무대 등장 순서는 나하고 준서가 2차 본선 무대에서 니암의 지원사격에 나섰을 때와 동일했다.

‘딜런이 나왔으니까, 이다음은 아마도…….’

내 예상이 끝나기도 전에, 곧바로 다음 타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데이브의 등장에 사람들은 열렬히 환호하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도 데이브는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무대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데이브는 헌터로 일하던 시절 때부터 집중력이 굉장히 좋은 편이었으니까. 이런 환경 속에서 집중력을 잃을 일은 없을 것이다.

내 예상대로, 데이브의 목소리에는 한 치의 떨림도 느껴지지 않았다.

‘잘 부르긴 잘 불러.’

처음에 이철민 소장의 연구실에서 가볍게 노래를 불렀을 때의 데이브를 생각한다면, 지금의 데이브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데이브 역시 노력가다. 한번 목표를 정하면, 그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모든 것을 다 바쳐 가면서 노력하는 타입이다.

설령 그게 자신의 인생에서 아예 연관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가수라 할지라도 말이다.

데이브의 보컬 덕분에 무대가 한층 더 풍부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들 반응도 나쁘지 않고.’

관객들의 표가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객석에 앉은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 것이 무조건 필요하다.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은 이 무대의 주인공인 니암이 맡았다.

“다 같이 자리에 서 있지만 말고 뛰어!”

니암이 먼저 점프를 하듯 여러 차례 뛰는 모습을 보여 주자 관객들 역시 더 격하게 몸을 들썩이면서 호응을 아끼지 않았다.

나하고 준서, 승훈이 형 역시 다른 관객들에게 뒤처지지 않겠다는 기세로 열심히 몸을 흔들었다.

그렇게 무대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와중에도 우리들의 마음속에 지펴진 흥이라는 이름의 불길은 쉽게 꺼지지 않았다.

무대가 완전히 끝난 이후에도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은 모양인지, 관객들은 여전히 상기된 표정으로 니암과 데이브, 딜런이 사라진 방향을 지켜봤다.

나와 같은 그룹에 속한 멤버들이라서 괜히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최고였다.

요 근래에 내가 봤던 그 어떤 무대보다도 더.

‘재미있네, 경연 프로그램이라는 거.’

왜 시청률이 잘 나오는지 알 것 같다.

* * *

파이널 무대가 모두 끝났다.

누가 우승을 차지할지는 이 자리에서 바로 공개될 예정이었기에 우리들은 바로 현장을 떠나지 못한 채 잠시 기다림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MC가 오늘 무대를 꾸몄던 래퍼들과 함께 관객들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여러분들, 오늘 무대 재미있게 즐기셨습니까?”

“네에-!”

“목소리를 들어 보니까 정말 열심히 즐기셨나 보네요.”

여기저기서 목이 나간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MC의 말이 맞나 보다.

“자! 그럼 지금부터 여러분들이 그토록 궁금해했던 Hip to the Hop 영예의 1위를 발표하겠습니다!”

모두가 원하던 바로 이 순간.

이번 시즌의 우승자가 누가 될지. 이걸 확인하기 위해 지금 이 자리에 수많은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거였다.

나도 그렇고 말이다.

당연히 우리들은 니암의 우승을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니암과 함께 무대를 꾸몄던 다른 가수들도 너무 쟁쟁했기에 쉽게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

내가 헌터이긴 하지만, 예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MC가 긴장감을 유발하기 위해 일부러 뜸을 들였다.

잠시 뒤.

마침내 1위의 정체가 공개되었다.

“우승은 바로…… 니암입니다! 축하드립니다!”

니암의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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