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199화 (199/250)

제51장. 지원사격 (5)

현재 니암이 출연하고 있는 랩 경연 프로그램, Hip to the Hop의 열풍이 굉장히 뜨겁다.

이전 시즌에도 프로그램의 인기는 상당했었다.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넘어서 대중에게도 힙합의 매력이 뭔지, 제대로 알려 준 프로그램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을 정도니까 말이다.

그래서인지 나와 데이브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덜했던 니암의 인기가 요즘 심상치 않다.

요즘 부쩍 니암의 이름이 이곳저곳에서 언급되고 있었다.

엊그제 오전에 출연했던 라디오 프로그램에 이어서 오늘도 마찬가지다. 나와 준서, 둘이서 따로 출연하기로 한 토크 프로그램에서도 니암과 함께 무대에 올랐었던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나왔다.

우리가 불렀던 노래가 큰 화제가 되고 있으니까.

프로그램 측에서도 여기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뽑아내야 시청률 상승에 도움이 될 테니, 그래서 물어보려고 일부러 이런 질문지를 넣은 것 같다.

나야 딱히 상관은 없다.

나와 전혀 연관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묻는 것도 아니고.

우리 그룹 멤버에 관한 이야기니까.

그리고 무대에는 나도, 준서도 같이 올라갔었다.

실제로 음원 차트에 올라가 있는 노래 타이틀 옆에 피처링으로 나와 준서의 이름이 보란 듯이 들어가 있었다.

우리가 부른 노래에 대해서 묻는데, 그거 가지고 불쾌하게 생각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

MC가 당시의 현장 분위기에 대해 물었다.

“방송으로 나간 거 보니까 열기가 굉장히 뜨거워 보이더라고요. 실제로 무대에 올라섰을 때에는 어떠셨습니까?”

“현장감은 방송에 다 담기지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했습니다. 저희가 가요 프로그램 무대에 섰을 때보다도 더 뜨겁더라고요. 그때 당시에 한파주의보가 떨어진 날이었는데, 저는 그날이 한파인지 체감도 잘 안 될 정도였어요.”

내 말에 준서가 옆에서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끄덕 움직였다.

준서도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아주 잘 알 것이다.

그러나 준서는 방송에서 머릿속에 든 감정을 조리 있게 잘 풀어내지 못하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화술이 약간 부족하다고 해야 할까.

게다가 얼마 전에 본인이 출연하고 싶다고 했었던 방탈출 예능, 위대한 탈출에서도 내가 그렇게 조언을 많이 해 줬는데 긴장 때문인지 제대로 된 활약상을 보여 주지 못했다.

처음 게스트로 소개되었을 당시 빼고는 준서의 비중이 그리 높지 않았다.

‘활약상도 없었고.’

오히려 기존 출연진의 활약이 매서웠다.

그래서 준서의 얼굴이 잘 비치지 않았어도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다른 예능에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잠시 쉬어 가는 타임. 이 시간을 이용해서 잠시 준서를 불렀다.

“아직도 예능 울렁증 있어?”

“저, 그런 거 없는데요.”

“근데 아까도 막 횡설수설했잖아.”

우리 무대에 대한 뒷이야기를 물었을 때에도 준서가 뭔가 말을 하고 싶어 하긴 했는데, 그걸 잘 풀어내지 못해서 내가 대신 정리를 해 줬었다.

의욕이 앞서는 건 좋으나, 아직은 이런 싹싹한 면이 부족한 게 준서의 가장 큰 단점이었다.

그래서 준서 본인의 단독 활동보다는 나나 데이브, 아니면 니암이나 딜런과 같이 동반으로 출연하는 경우가 많았다.

혼자 나가면 위대한 탈출처럼 될까 봐.

그 걱정 때문이었다.

준서가 ‘윽’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냥…… 카메라하고 사람들 앞에 있으니까 약간 긴장되고. 그래서 입이 조금 얼어붙어서 그랬던 것뿐이에요. 정말로요.”

“그런 걸 예능 울렁증이라고 하는 거야.”

“그런 거예요?”

“어.”

준서 본인도 몰랐던 사실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사실 준서가 이런 예능 프로그램에서나 말을 잘 못하지, 사적인 자리에서나 콘서트 MC 파트 때에는 말을 잘하는 편이다.

한번 분위기를 띄우고, 그 분위기에 제대로 탑승하면 잘하는 스타일이다.

문제는 예열이 좀 필요하다는 거였다.

그걸 같이 출연하는 HTB 멤버들이 서포트해 주는 편이다.

그렇다고 준서의 이런 면이 마냥 단점만으로 작용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런 모습 때문에 준서는 우리 멤버들 중에서 유독 누나 팬들이 많은 편이었다.

누나들의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아이……라고 할까.

뭐, 인기 비결이 될 수 있다면 이대로 이런 모습을 유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긴 하지만.

그래도 형 입장에선 앞으로 준서도 혼자서 자립할 수 있을 만큼의 위치까지는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준서가 그런 능력이 아예 안 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너도 나중에 니암처럼 경연 프로그램 한번 나가 보는 건 어때?”

“저요?”

“니암 봐 봐. Hip to the Hop 나가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신감 많이 붙었잖아. 너도 할 수 있어. 안 그래?”

그러나 준서의 반응은 영 미적지근했다.

“저는 사랑과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서, 누군가와 경쟁하는 건 안 어울려요.”

“야. 그러면 헌터는 어떻게 했냐?”

하루하루가 생존을 향한 투쟁 그 자체인데 말이다.

말하고 보니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모양인지, 준서가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글쎄요?”

하여간 웃긴 녀석이다.

* * *

1차 본선 무대 당시에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던 니암이 2차 본선에서는 단숨에 1위로 등극하면서 팬들의 기대감을 더 이어 나갈 수 있게 만들어 줬다.

대망의 3차 무대.

여기서 탑 5위 안에 들면, 파이널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다.

이번 무대는 2차 본선 때처럼 내가 나서서 니암을 도와줄 수는 없다.

파이널 라운드에 도전하는 마지막 관문은 니암이 스스로 통과해 내야 한다.

니암도 그걸 잘 알고 있는 모양인지 낮이며 밤이며 연습에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오늘 낮에 있었던 음악 방송 녹화가 끝난 뒤에도 니암은 숙소로 향할 우리들과 달리 혼자서 연습실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최용하 프로듀서와 곡 상담을 한 다음에 어떻게 무대를 꾸밀지 미팅하고. 그리고 자체 리허설도 해 보고.

우리가 컴백 준비를 할 때보다도 더 하드한 일정을 달리고 있었다.

이렇다 보니 형 입장에서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오늘도 연습실에서 최 프로듀서와 함께 남아 랩 연습에 매진하는 니암.

고생하는 우리 멤버와 직원을 위해 내가 깜짝 방문했다.

“저 왔습니다.”

“엇? 대표님!”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설마 내가 회사를 다시 찾아올 줄은 몰랐는지, 최용하 프로듀서가 크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니암도 최 프로듀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형! 어쩐 일이세요?”

“그냥. 너 연습 잘하고 있나 보러 왔지.”

별다른 뜻은 없었다.

“빈손으로 오기에는 좀 그래서. 먹을 거 몇 개 사 왔으니까 이거 먹으면서 해. 어차피 안무 연습을 하는 건 아니잖아. 그렇지?”

내 말에 최용하 프로듀서와 니암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에 여기에 안무가 들어갔다면…… 내가 보기에는 이 무대는 불가능한 무대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Hip to the Hop이 다른 경연 프로그램 무대에 비해 결코 쉽다는 뜻은 아니다.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짧고. 제한된 시간 내에 어떻게든 자신의 랩 실력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아야 하기에 매우 어렵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는 것처럼 말이다.

“연습은 잘되어 가고 있어?”

“글쎄요. 저는 나름 잘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프로듀서님이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어요.”

가수 본인은 자신의 무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힘들다.

그래서 무대를 봐주는 사람의 존재가 필요한 법이다.

그 역할을 지금 최용하 프로듀서가 맡고 있었다.

최 프로듀서가 어깨를 한 차례 으쓱였다.

“잘하고 있어. 처음에 네가 Hip to the Hop에 지원하겠다고 했을 때 들었던 내 생각이 지금은 완전히 지워졌을 정도로.”

“그때 무슨 생각이 드셨는데요?”

“아, 나가서 분명 개망신만 당하고 올 거 같은데, 이랬었지.”

나와 니암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최 프로듀서가 일부러 표현을 과장해서 쓴 것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그래도 비슷하게 생각하긴 했을 것이다.

사실 말을 안 했을 뿐이지, 나도 가끔씩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었으니까 말이다.

물론 이건 아디까지나 니암이 Hip to the Hop에 출연해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기 전까지의 내 개인적인 생각일 뿐, 이후는 완전히 달라졌다.

니암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지금은 이런 생각이 더 지배적이다.

“이제 3차 본선만 뚫으면 되지?”

“네. 3차 본선만 지나면 바로 파이널이니까요. 체면치레는 한 셈이죠.”

명색이 HTB의 랩 담당인데, 결승 무대 정도는 밟아 줘야 하지 않겠나.

“그때도 내가 도와줘?”

파이널 라운드 무대에서는 2차 본선 무대 때처럼 다른 가수에게 피처링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좀 더 호화스러운 결승 무대를 만들기 위한 제작진의 뜻이 담겨져 있었다.

그러나 이건 최용하 프로듀서가 반대를 했다.

“이미 대표님하고 준서가 한번 도와준 전적이 있으니까요. 이번에는 다른 멤버가 지원사격에 나서면 더 좋지 않을까 합니다만.”

다른 멤버라고 해 봤자.

“데이브하고 딜런밖에 없잖아요.”

우리 HTB는 다른 보이 그룹에 비해서 멤버들 구성원 숫자가 많은 편이 아니다.

고작해야 다섯.

물론 MML 버프를 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자들이 확인되면 추가로 영입이 가능하겠지만, 그 사람들이 전부 다 가수가 되기를 희망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HTB의 멤버는 아직도 다섯 명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다른 그룹에 비해 팀이 결성된 목적과 성향이 너무나도 확고하고 독특하다 보니 추가 멤버 영입이 쉽지 않았다.

딜런은 해 줄 거 같긴 한데.

“데이브가 과연 해 주려고 할까 모르겠네요.”

사실 데이브가 HTB 활동을 계속 이어 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기적이라 보고 있었다.

녀석이 무대에서,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고, 그렇게 하는 날이 과연 올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때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물론 지금은 이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예전의 데이브 성격을 생각한다면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했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최용하 프로듀서는 그래도 가능성을 활짝 열어 두고 싶어 하는 태도를 보였다.

“혹시 모르니까 말이라도 슬쩍 건네 보시는 건 어떨까요?”

“음…… 그래야겠네요.”

늘 그렇듯 시도하는 건 공짜다.

이미 나와 아이리스가 커플로 영화에 출연하는 것까지 오케이를 했던 데이브니까.

이것도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고 기대해도 괜찮을 거 같다.

* * *

숙소로 다시 돌아오자마자 마침 니암을 제외한 다른 멤버들이 잠을 청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전에 나는 물을 마시러 나온 데이브를 불렀다.

“데이브, 니암 말이야. 3차 본선 끝나면 바로 파이널 라운드 준비할 거라고 하던데. 혹시 들었어?”

“안 들어도 알잖아, 그런 건.”

“그래서 이번에 우리가 다시 한번 지원사격을 해 줬으면 좋겠는데. 나하고 준서는 이미 출연했으니까 이번에는 너하고 딜런이 나서면 어때?”

과연 뭐라고 대답할까.

결과는…….

“뭐, 그래. 알았다.”

오케이였다.

이 녀석, 성격 많이 좋아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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