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160화 (160/250)

제41장. 시위 (5)

예상대로 우리가 현장에 출동하기도 전에 나빈이와 아이리스가 알아서 몬스터들을 쓰러뜨렸다.

주변에 널려 있는 네 마리의 스작들.

하나같이 다 머리만 노리는 일격에 의해 쓰러져 있었다.

몬스터들의 갑작스런 습격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해 낸 두 주인공들을 보며 나는 씨익 웃었다.

“둘 다 실력 안 죽었네. 그래도 이 녀석들, 나름 상대하기 까다로웠을 텐데.”

나빈이가 자신의 귀에 꽂혀 있는 이어폰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선배님이 불러 주신 노래 덕분에 쉽게 제압할 수 있었어요.”

“저도요.”

아이리스도 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면서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음을 어필했다.

MML 버프 덕분에 레이드 시대 당시에 상대하기 껄끄러웠던 몬스터들도 이제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게 되었다.

헌터들이 오랫동안 실전 전투를 겪지 못해서 전투력이 낮아질 거라고 생각할 텐데, 그건 큰 오산이다.

우리가 부른 노래만 들을 수 있다면, 그리고 이 노래를 즐겨 들을 자신만 있다면 전투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오히려 레이드 시대와 비교해서 지금이 더 전투력 평균이 올라갔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아무튼 다들 잘했어.”

“고마워요, 오빠.”

“감사합니다, 선배님.”

둘 다 각기 다른 호칭으로 나를 부르면서 옅은 미소를 선보였다.

한편, 데이브하고 승훈이 형이 스작의 사체를 일일이 보면서 확실하게 숨통이 끊어졌는지 어떤지 확인하고 있었다.

데이브가 오케이 사인을 보내자, 승훈이 형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게 말했다.

“다 죽었어.”

“사체는 헌터 협회가 알아서 수습해 주겠지?”

“그래야지. 그게 협회의 일이니까.”

몬스터들에게 걸려 있는 현상금 액수에 따라 헌터들은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스작에게 걸린 현상금은 한 마리당 3억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다.

몬스터를 쓰러뜨리고 얻는 현상금에는 세금이 따로 부여되지 않는다.

헌터라는 직종 자체가 면세 특권이 있다 보니, 이런 점에 있어서는 나름 대우가 좋은 편이었다.

물론 복지 문제는 별개겠지만 말이다.

이번에도 현장에 한발 늦게 도착한 연 대표가 나를 보면서 이런 말을 꺼냈다.

“데자뷰인가? 아까도 이런 일이 있었던 거 같은데.”

“그때는 교통사고였고요. 이번에는 몬스터 사고 아닙니까.”

“그렇지.”

연 대표가 농담을 거두고 작게 웃었다.

그런 뒤에 스작을 제압한 우리 두 여주인공들에게도 고생했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만약에 이 현장에 나빈이하고 아이리스가 없었더라면, 이번에도 역시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다.

아까 사건도 그렇고.

이번 일 역시 사람들은 자신이 찍은 영상들을 편집해서 그대로 인터넷에 올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올린 영상뿐만 아니라 벌써부터 기사들도 속속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덕분에 나와 데이브가 버스를 막아섰던 일은 금세 묻히고 말았다.

교통사고보단 몬스터의 출연이 확실히 어그로를 더 잘 끌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하루에 두 번이나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오늘은 재수가 없구만.’

그러나 이 생각도 잠시뿐이었다.

* * *

며칠 뒤.

나는 지난번에 하루 만에 굵직한 사건사고가 두 번이나 일어났던 일이 재수가 없는 게 아니라 그 반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루에 두 번이나 사람들의 목숨을 구한 헌터들!]

[강태오, ‘사람들을 구하는 일이니까요. 당연한 일입니다.’]

[몬스터가 나타나도 이상 무! 홍나빈, 아이리스. 이번에도 대활약을 펼치다!]

우리의 활약상을 다룬 기사들이 쏟아지다시피 했다.

하루에 워낙 많은 일들이 일어났으니까.

게다가 두 사건을 해결한 사람들이 전부 다 우리 헌터들이다 보니 크게 화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의 반응도 굉장히 뜨거웠다.

[ewprqiwj291 : 역시. 아직까지는 헌터들이 있어야 하나 보네.]

[ttttcmx329 : 솔직히 이번에 헌터들 없었으면 피해 엄청 크게 났을 거잖아. 다들 내 말에 공감하지?]

[yooooou8584 : 근데 이 와중에 사람들 또 시위하고 있네. 양심도 없나? ㅋㅋㅋㅋㅋㅋ]

여론도 우리의 편을 많이 들어주기 시작했다.

좋은 일을 했으니까. 당연히 칭찬 받아 마땅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각성 능력으로 인해 제이커 같은 최악의 테러리스트가 탄생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헌터들로 인해 인류가 수많은 위기를 무사히 넘을 수 있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이런 표현을 쓰는 사람들도 있었다.

필요악.

물론 이게 각성 능력자를 표현한 가장 정확한 단어라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태클 걸 요소가 너무나도 많다.

그래도 연일 벌어졌던 시위가 잠잠해졌다는 것.

설령 다시 시위가 재개된다 할지라도 그 규모가 15중 추돌 사고, 그리고 판교에서 벌어진 몬스터 출몰 사건을 기점으로 많이 줄어들었다는 건 우리들에게 있어서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다.

완전히 뒤집어진 여론.

이에 따라 지금까지 시위를 이어 가던 사람들은 불만이 가득할 것이다.

대중이 점점 자신들을 등지기 시작했다는 게 체감되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일까.

‘이 댓글, 딱 봐도 시위 참여자가 단 악플 같은데.’

사람들을 선동하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댓글 하나가 유독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악의적인 냄새가 나도 너무 난다.

혹시 몰라서 QWE 미디어 최지현 보도국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네, 국장님. 예전에 저한테 그러셨죠? 혹시 도움 필요하신 거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 달라고. 그때가 지금인 거 같습니다.”

최 국장이 내게 무엇이든 말해 보라고 하면서 자신이 도울 수 있는 거라면 성실하게 돕겠다는 말을 추가적으로 들려줬다.

우리를 향해 악의적으로 여론을 조성하려는 댓글이 몇 개 신경 쓰인다고 말하면서, 이자들을 몰래 뒷조사해 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다.

―물론이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예상컨대, 이 사람들 뒤에 시위 세력이 있을 겁니다. 물증이 있다면 최대한 확보해서 시위 세력이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기사를 써 주세요.”

―맞불 작전이군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최 국장한테 맡기면 일단은 안심이다.

이제 내 추측이 맞는지,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 * *

최 국장한테 의뢰를 맡긴 지 채 이틀이 지나지 않았다.

최재현 보도국장이 남지덕 부장을 대동하고 직접 우리 HT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찾아왔다.

“유선상으로 말씀드리기에는 너무 자료가 방대해서요. 그래서 일부러 태오 씨를 찾아왔습니다.”

“그러셨군요.”

안 그래도 굳이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려던 찰나였는데.

내가 묻기도 전에 최재현 보도국장이 먼저 설명을 해 준 덕분에 의문이 바로 풀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태오 씨의 추측이 맞았습니다. 뒤에서 시위 세력이 댓글을 조작하고 있더군요.”

언론 쪽에 일하는 사람이다 보니 이런 조사에 굉장히 발 빠른 모습을 보였다.

“비슷한 아이디로 여러 계정을 돌려 가면서 곳곳에 태오 씨를 비난하는 악의적인 댓글들을 달고 있습니다. IP까지 확인해 봤는데, 계정은 100개가 넘는데 IP는 딱 3개뿐이더군요.”

100개가 각기 다른 100명이 아닌, 2~3 사람의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최 국장한테서 바통을 이어받은 남지덕 기자가 추가로 자신들이 조사한 것에 대해 알려 줬다.

“이들을 한번 추적해 봤는데, 시위대와 몰래 접촉하는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혹시 몰라서 증거들도 미리 확보해 뒀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악플을 단 자가 시위대와 만나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들이 수십 장 넘게 있었다.

“언제 이런 것까지 다 찍으셨어요?”

“이 정도는 껌이죠.”

이래서 연예인들이 자기들 스캔들 사실을 열심히 숨기려고 해도 결국은 들통이 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걸 보면 기자들도 참 대단하다.

이 대단한 능력을 긍정적으로 쓰면 이렇게 좋을 수가 없을 텐데.

간혹 안 좋은 쪽으로 재능을 낭비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게 많이 아쉽다.

어쨌든 내 추측이 확실하다는 게 이번 기회에 밝혀지게 되었고.

이제는 반격에 나설 차례다.

“보도 자료들 뿌릴 준비는 되셨나요?”

“예, 물론이죠.”

“그럼 바로 시작하셔도 좋습니다.”

나는 당하고만 사는 성격은 절대로 아니다.

한 번이라도 당한 게 있으면 무조건 돌려줘야 한다.

그래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 * *

QWE의 단독 보도를 통해 시위 세력이 나와 헌터들을 음해하려는 공작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었다.

물론 시위대는 자신들을 모함하려는 거짓 소문일 뿐이라면서 강하게 부정했지만, 확실한 증거 앞에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구구절절한 변명만 늘어놓을 뿐.

한쪽은 빼도 박도 하지 못하게끔 완벽한 증거를 내놓는데.

다른 한쪽은 확증 없이 변명을 이어 가고 있으니. 대중이 어느 쪽에 손을 들어줄지는 안 봐도 뻔했다.

게다가 이전 사건들도 같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서 지금은 시위대가 아닌 헌터들을 응원하겠다는 목소리가 많이 커진 상태였다.

대중의 눈치가 보여서 그런 걸까.

연일 계속 이어 가던 시위도 이제는 아예 뚝 끊기게 되었다.

덩달아서 나, 그리고 헌터들과 관련된 영상과 기사에 늘 달리던 악성 댓글도 어느 순간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QWE 미디어를 통해 드러나게 된 계정들이 전부 다 정지를 먹었기 때문이었다.

굳이 QWE 미디어나 우리 HT 엔터테인먼트가 일일이 댓글을 찾아내려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딱 보고 ‘어? 이거 조작 댓글 같은데?’ 싶은 게 있으면 알아서 신고 버튼을 눌러 주고 있었다.

그 덕분에 시위대의 악성 댓글 조작 작전도 이제는 통하지 않게 되었다.

스케줄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니암이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놈의 시위대 소식이 안 보여서 요즘 기분이 굉장히 좋네요.”

“저도요.”

딜런도 깊은 공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기뻐하는 두 사람과 달리, 데이브는 여전히 무표정으로 일관하면서 말했다.

“방심하지 마라. 언제 또 그 녀석들이 다시 활개치고 다닐 수 있을지 모르니까.”

지금이야 우리가 헌터로서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들이 많이 생긴 덕분에 호감을 어필할 수 있었고.

그리고 시위대들이 자기 발에 스스로 걸려 넘어진 느낌이어서 우리 쪽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었지만.

“데이브 말대로 언제 또 상황이 역전될지 몰라.”

원래 여론이라는 건 그렇다.

이럴 때일수록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주의해야 한다.

괜히 작은 실수 하나라도 일으키는 순간, 어렵게 돌린 여론의 시선이 싸늘하게 변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알아서 각자 조심하자.

이런 말을 하려던 순간, 최 국장한테서 신경 쓰이는 문자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남 부장이 취재를 하다가 알아낸 정보가 하나 있습니다.]

그다음에 이어지는 문구를 보자마자 내 눈이 절로 가늘어졌다.

[시위대가 제이커와 연관이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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