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158화 (158/250)

제41장. 시위 (3)

중앙선을 넘어 여러 차를 들이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버스는 감속 없이 그대로 차들을 밀고 나가면서 사람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을 덮치려 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거리다 보니 버스를 피해 달아날 틈이 없었다.

점점 커지는 비명 소리.

나와 데이브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행동에 나섰다.

마력을 끌어 올리면서 일시적으로 신체를 강화시켰다.

그런 뒤, 양손을 뻗어서 버스를 정면으로 받아 냈다.

끼이이이익―!

버스 하체가 아스팔트 바닥을 긁으면서 듣기 싫은 소리를 냈다.

마음 같아선 손으로 귀를 틀어막고 싶었지만.

지금 내 손은 버스를 막느라 바빴기에 그럴 수가 없었다.

데이브도 힘을 보탰다.

사실 나 혼자서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지만, 그래도 데이브가 버스 꼬리 쪽을 맡아 준 덕분에 확실하게 이 고철 덩어리의 무식한 진격을 막아 낼 수 있게 되었다.

“괜찮으십니까?”

우리 바로 뒤에서 벌벌 떨고 있던 사람들을 향해 부상 여부를 물었다.

사람들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괜찮다는 제스처를 보였다.

만약에 우리가 반응하는 게 조금만 늦었더라면, 이 사람들은 전부 버스에 깔려 중상을 입었을지도 모른다.

최악의 경우에는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도 매우 크다.

버스를 세우자마자 데이브가 거칠게 문을 뜯어 냈다.

안에는 겁에 질린 승객들이 데이브와 한발 늦게 진입한 나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데이브가 눈을 흘기면서 승객들을 빠르게 훑더니 이렇게 말했다.

“테러리스트들은 아닌가 보군.”

우리를 노리기 위해 테러리스트들이 일부러 이런 일을 자행한 건 아닐까 하고 의심했었나 보다.

사실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운전석에 쓰러져 있는 버스 기사를 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버스 기사.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승객들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러자 승객들이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이 본 것들을 우리에게도 알려 줬다.

“버스 기사 아저씨가……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저희가 손쓸 틈도 없었어요.”

설명을 듣자마자 데이브가 바로 구급대에 연락을 취했다.

그사이에 나는 버스 기사의 상태를 살폈다.

뇌졸중인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상태가 좋아 보이진 않았다.

혹시 몰라서 일단은 버스 기사 쪽으로 마나를 천천히 흘려서 쇠약해진 기력을 일시적으로나마 되돌리게끔 만들어 줬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임시 처방에 불과하다.

정확한 병명과 치료를 위해서는 현대 의학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그렇다고 이 사건이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었다.

“여, 여기 좀 도와주세요!”

“사람이 차에 갇혔습니다! 도와주실 분 없나요!”

버스들이 치고 간 차들로 인해 다수의 인명,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구급대가 오기 전에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다 취해야 했다.

* * *

불안에 떠는 승객들과 환자로 보이는 버스 기사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킨 뒤.

나와 데이브, 준서는 각성 능력을 이용해서 차에 갇혀 버린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나서기로 했다.

반파된 차량보다 사람 목숨이 더 중요하다는 건 굳이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양해를 구할 것도 없이 아까 데이브가 버스에 진입할 때처럼 힘으로 차 문짝을 뜯어 냈다.

차가 심하게 찌그러져 문짝을 통해서도 나올 수가 없는 운전자들의 경우에는 아예 차 루프를 통째로 뜯어내 버렸다.

구급대원들의 경우에는 장비를 동원하면서 천천히, 오랜 시간을 들여 부상자들을 구해 냈을 테지만.

우리들은 각성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런 과정이 불필요했다.

랭크가 낮은 준서도 쉽게 사람들을 구해 낼 수 있었다.

“형! 부상당한 분들은 어디로 옮겨 드려야 되나요?”

“아까 우리가 승객분들 인도한 쪽으로 데려가면 돼.”

“네, 알겠습니다!”

하나, 둘, 셋, 넷…… 15중 추돌 사고가 벌어진 탓에 사거리는 아예 마비가 되어 버렸다.

교통 체증을 뚫고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우리한테 짧게 인수인계를 받았다.

“일단은 부상자들부터 먼저 병원으로 후송해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버스 기사분,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이시니까 얼른 데려가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구급대원들이 내 조언에 따라 빠르게 움직였다.

대원들보다 나와 데이브, 준서가 이 사고에 대해 더 잘 아니까. 그래서 구급대원들은 최대한 내가 해 주는 말에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역시. 현장에 자주 출동했던 사람들은 상황 판단 능력도 뛰어났다.

덕분에 현장은 훨씬 빠르게 수습될 수 있었다.

워낙 대규모의 사건이다 보니 헌터 협회 측에서도 헌터들을 파견해서 현장 정리에 나섰다.

우리가 녹화할 당시 잠시 일이 있어서 현장을 비웠던 승훈이 형도 빠른 시간에 우리가 있는 곳으로 복귀해서 일손을 보탰다.

차량 안에 갇혀 있던 사람들을 전부 구하고 사고로 인해 부상을 당한 사람들까지 후송시키고 나서야 그제야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다.

데이브, 준서, 그리고 승훈이 형까지.

대충 현장을 마무리 지으려던 순간.

짝짝짝―!

사람들이 갑자기 우리에게 박수갈채를 보내기 시작했다.

“고생하셨어요!”

“태오 씨 아니면 더 큰일 날 뻔했습니다!”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태오 씨!”

“인류의 영웅! 강태오! 강태오! 강태오!”

갑자기 사람들이 내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물론 내 이름만 외치는 건 아니었다.

데이브, 준서. 이렇게 셋의 이름도 여기저기서 섞여 나오고 있었다.

그중에서 유독 내 이름만 크게 들릴 뿐.

승훈이 형의 경우에는…… 우리처럼 잘 알려진 사람이 아니다 보니 형의 이름을 연호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승훈이 형은 딱히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늦게 온 죄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인가 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우리들의 모습을 촬영했다.

그들을 향해 팬 서비스 차원에서 가볍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러자 사람들의 환호성이 더욱 커졌다.

구급대원들도 이런 환호성에 같이 동참했다.

레이드 시대 이후 오랜만에 느껴 보는 이 기분.

언제 느껴도 나쁘지 않다.

* * *

승훈이 형이 우리들의 어깨를 순차적으로 토닥여 줬다.

“다들 고생했다. 어디 다친 곳은 없지?”

준서가 씨익 웃으면서 승훈이 형한테 우리 몫까지 대신 대답해 줬다.

“저희야 이 정도 일로 다치진 않으니까요.”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우리는 이 사고에 휘말릴 만한 위치에 서 있지도 않았다.

멀찍이 떨어져 있던 탓에 다칠 만한 건더기가 없었다.

대신에 달려드는 버스에 뛰어들었던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 맞긴 했다.

그래도 각성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렇게 한 거지, 만약에 우리가 능력이 없는 평범한 일반인이었더라면 그러지도 못했다.

승훈이 형이 가져다준 생수로 잠시 목을 축이는 사이, 준서가 스마트폰을 보고서 내 팔을 찰싹찰싹 때렸다.

“형! 이거 봐요!”

“왜. 뭔데 그래.”

또 헌터들을 규탄한다는 시위 영상이라도 떴나 했는데.

그런 게 아니었다.

“아까 형들이 버스 막았던 그 영상, 인터넷 여기저기서 막 올라오고 있어요.”

“빠르네.”

사람들이 스마트폰 들고 우리 모습을 찍을 때부터 대충 이런 일이 벌어지겠거니 생각은 했었는데.

그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를 보여 주고 있었다.

“형, 괜찮아요?”

“뭐가?”

“이거 영상 퍼져도 상관없는지 걱정이 돼서요.”

내가 입을 열기 전에 데이브가 먼저 준서의 말에 반응했다.

“이 녀석은 그런 걱정 따윈 안 했을 거다. 오히려 영상이 퍼지기만을 기다렸던 거 아니냐.”

데이브 이 녀석.

나를 너무 잘 알아서 문제다.

사실 데이브가 한 말이 맞다.

안 그래도 헌터라는 존재 때문에 사람들이 막 시위하고 난리도 아닌데.

우리의 활약상을 담은 영상을 보게 된다면, 조금이라도 그런 인식이 개선되지 않을까.

이런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사고가 벌어진 건 당연히 우연이겠지만.

이 이후의 대처는 계획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마침 연 대표가 현장을 직접 방문해 우리들 쪽으로 다가왔다.

“다들 다친 곳은…… 당연히 없을 테고.”

연 대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사하면 됐다. 그보다 너희 셋한테 부탁할 게 하나 있는데.”

연 대표의 입에서 부탁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가장 먼저 든 감정이 있었다.

바로 귀찮음이었다.

* * *

사고 현장이 이제 완전히 수습되었을 무렵.

나와 데이브, 준서. 이렇게 셋은 본의 아니게 기자들 앞에 서게 되었다.

방금 전에 있었던 다수의 추돌 사고에 대한 경위를 우리가 기자들에게 직접 설명하는 자리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이게 다 연 대표의 부탁으로 인해 발생한 일들이다.

레이드 시대 때에도 그렇지만, 희한하게 협회나 대변인의 입을 통해서가 아닌 내 입으로 직접 사건의 개요를 듣고 싶어 하는 요구가 많았다.

헌터로만 활동할 때보다 가수 활동을 겸하고 있는 지금이 이런 요구를 더 많이 받는 듯했다.

그래서 연 대표가 우리에게 이런 부탁을 했을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좀 귀찮긴 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원한다니까. 여기에 부응하는 것도 연예인으로서의 기본자세가 아닐까.

“간단한 브리핑은…… 이미 소방당국을 통해 전해 들으셨을 테니까 생략해도 되겠죠?”

기자들은 마치 미리 합이라도 맞춘 것처럼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바쁜 사람들인데. 굳이 시간 낭비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시간 아낄 수 있으면 최대한 아끼는 게 좋다.

어차피 길게 설명할 것도 없었다.

뇌졸중 초기 증세를 보이면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 버스 기사로 인해 버스가 급발진을 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할 뻔했지만…….

우리들의 활약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없었다.

“촬영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준비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사람들 비명 소리가 들리길래 무슨 일인가 싶었죠. 그런데 보니까 버스가 엄청 매서운 기세로 달려오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나서게 되었습니다.”

기자들 중 한 명이 손을 들었다.

“혹시 테러리스트들의 소행은 아니었을까요?”

“그 점에 대해서는 지금 협회 측이 조사를 벌이고 있는데, 버스 기사분의 건강 문제로 종결이 될 거 같습니다. 이건 나중에 따로 추가 브리핑이 있을 테니까 그때 참고해 주시면 됩니다.”

‘다음’이라고 말하기도 전에 다른 기자가 빠른 속도로 질문이 있음을 어필했다.

“당시에는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당시라고 하면, 사건이 벌어졌을 때를 말씀하시는 걸까요?”

“네.”

“특별히 무슨 생각이 들었다……라고 할 만한 건 없고요. 몬스터들 상대할 때하고 비슷했습니다.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 이것 말고는 다른 건 생각이 잘 안 나더라고요.”

기자들의 입에서 작은 감탄이 흘러나왔다.

실제로 우리 덕분에 오늘 많은 사람들이 큰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다수의 사망자가 나올 수 있었을 정도로 아주 큰 사건이었다.

다음 질문이 이어지려던 순간.

갑자기 재난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몬스터가 출연했다는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다.

“오늘 참 다사다난한 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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