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157화 (157/250)

제41장. 시위 (2)

HTB의 출연 방침은 ‘반드시 음방만 출연한다!’라는 건 아니다.

오히려 우리들 같은 경우에는 앨범 활동을 널리 알린다는 목적도 있지만, 사람들이 그동안 자세히 알고 싶어도 잘 알지 못했던 헌터라는 직종에 대해 대중적으로 알리려는 목적도 가지고 있다.

좀 더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헌터라는 존재를 보여 주려는 이유가 있었다.

은퇴하거나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 중인 헌터들이 나중에 평화의 시대가 완전히 정착했을 때, 완벽하게 사회로 돌아갈 수 있게 밑바탕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지금도 헌터들이라면 안 좋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것을 통해서라도 조금씩 인식을 개선해 가게끔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헌터들과 일반인들 간의 감정의 골이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헌터 협회도 우리 HT 엔터테인먼트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나서는 거였다.

더 나아가서 정부 차원에서도 우리들의 활동을 밀어주고 있었다.

헌터들이 아예 등을 돌리면, 훗날 레이드 시대가 다시 열렸을 때 인류는 또다시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헌터들은 필요한 보험이자 자원이다.

반대로 헌터들 역시 일반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삶이 필요하다.

헌터도 인간이니까.

결국은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뜻이다.

사견이 길긴 했지만, 결론을 하나로 축약하자면 이렇다.

‘스케줄이 더럽게 많이 차 있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말이 어떤 건지, 요즘 들어서 많이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잘나가는 연예인의 숙명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바쁜 것에 불만을 토로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오늘도 나는 데이브, 준서와 함께 토크 예능에 참가하기 위해 승훈이 형이 운전차는 차에 몸을 실었다.

오늘 출연할 프로그램은 ‘스트릿 토킹 어바웃’이라는 이름을 가진 토크 예능 프로다.

토크를 주로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보통 스튜디오에서 녹화하는 때가 많다.

그러나 ‘스트릿 토킹 어바웃’은 특이하게도 스튜디오 녹화가 아니라 야외 녹화를 고수하고 있었다.

특별히 어디 야외 특설 무대에서 녹화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어디 가면 흔히 접할 수 있는 일반 길거리 한가운데에서 녹화를 시작한다.

지금까지 나름 여러 예능에 출연했던 나로서는 이게 상당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녹화하다가 보면 지나가던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발길을 멈추고 어느새 관객이 되곤 하는, 그런 진풍경이 연출되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그램 섭외가 들어오기 전부터 가끔씩 TV를 틀어 놓고 보긴 했었는데. 다른 토크 예능처럼 인위적으로 웃음을 유발하거나 하는 일 없이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소통하고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는 분위기가 꽤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일부러 섭외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도 있다.

원래는 다섯 명이 한꺼번에 출연할까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인원이 너무 많을 거 같다는 의견이 있어서 세 명으로 압축하기로 했다.

게다가 오늘 촬영하는 장소가 시내 한복판이다 보니, 제작진이 가급적이면 최대한 적은 인원으로 촬영을 진행하고 싶어 했었다.

이런 것도 참 특이했다.

여타 다른 프로그램 같은 경우에는 HTB가 완전체로 출연하기를 바랐을 텐데.

‘스트릿 토킹 어바웃’ 제작진은 게스트의 화제성도 화제성이지만, 녹화가 잘 뽑혀야 한다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었다.

‘이런 점도 나름 마음에 든단 말이지.’

아무튼 여러모로 참 신기한 프로그램이다.

차를 몰아가던 승훈이 형이 앞쪽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저기인가 보네.”

내가 예전에 각성 능력자가 되기 이전에 누나하고 자주 왔다 갔다 했던 익숙한 사거리였다.

사람들의 왕래가 꽤 잦은 곳인데.

“저곳에서 촬영이 되긴 할까?”

문득 이런 궁금증이 들었다.

승훈이 형이 어깨를 한 차례 으쓱였다.

“뭐, 그건 제작진이 노력할 부분이고. 우리는 가서 촬영 잘 마무리 짓고 오면 되는 거니까. 그것까지 걱정하진 마.”

하긴, 승훈이 형 말이 정답이다.

제작에 관한 것까지 굳이 우리가 관여할 필요가 없다.

차에서 내리자, 미리 촬영 장소를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들을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어 줬다.

이제는 이런 팬 서비스 차원의 리액션도 몸에 많이 배었다.

프로그램 연출을 맡은 PD와 짧게 인사를 나눴다.

“대본 리딩 간단하게 한번 하시고, 그다음에 바로 촬영으로 넘어가겠습니다. HTB 파트만 이곳에서 촬영하고 다른 곳으로 넘어갈 거니까 길게 대기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촬영이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것도 괜찮다.

알면 알아갈수록 내 마음에 쏙 드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다.

‘스트릿 토킹 어바웃’은 게스트를 한꺼번에 한자리에 모아 둔 뒤에 5~6시간 동안 녹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게 아니다.

여러 명의 게스트들을 파트별로 나눠서 토크를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여러 게스트가 한자리에 모여 있으면 어떤 게스트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카메라 비중을 잘 못 받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래서 제작진은 아예 그 게스트에게만 집중할 수 있도록 파트별로 시간을 할애해 촬영한다고 한다.

마치 우리 같은 아이돌 그룹이 각기 다른 파트를 맡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오히려 이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런 프로그램이 주를 이뤘으면 하는 바람이 슬쩍 들었다.

토크를 진행하는 역할을 맡은 고정 MC는 두 명이다.

우리를 가운데에 앉히고, MC 두 명이 각각 오른쪽, 왼쪽 끝에 앉는 포지션으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평소에 다른 게스트가 나와도 이런 식으로 포지션을 잡는다.

“녹화 시작하겠습니다! 다들 준비되셨죠?”

우리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렇다고 답했다.

카메라가 돌아가기 전에 스태프들이 주위에 몰려든 시민들에게 녹화가 진행될 예정이니까 잠시만 조용히 지켜봐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여기저기서 큰 소음을 내면 오디오에 섞여 들어가 녹화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끄덕이면서 알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가 며칠 전에 음방 녹음을 했을 때처럼 시위 성격이 강한 피켓을 들고 나타나는 사람이 있으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런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있다 할지라도 녹화를 끊고 다시 녹화하면 되긴 하니까.

‘생방송이 아니라서 좋긴 하네.’

만약에 이게 생방이었다면 그런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경우에는 답도 없을 것이다.

촬영이 시작되자마자 MC들이 우리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오늘 아주 핫한 분들을 모셨습니다! 소개 한번 부탁드려도 될까요?”

“안녕하세요. HTB입니다. 반갑습니다!”

우리의 짧은 소개가 끝나자, 주변을 지키고 있던 사람들이 다시 한번 환호와 박수 소리를 보냈다.

MC가 주변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아주 많은 분들이 오셨네요. 저희 프로그램이 원래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는 프로그램이 아닌데.”

진행자의 멘트에 따라 카메라가 사람들을 쭉 훑으면서 MC의 멘트가 사실임을 입증시켜 줬다.

MC가 말한 대로, ‘스트릿 토킹 어바웃’은 시청률이 엄청 잘 나오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그러나 나름 시즌 3까지 진행 중에 있고. 고정 팬층이 탄탄해서 계기만 있으면 언제든 인기 프로그램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계기가 우리의 출연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고 말이다.

“태오 씨는 요즘 엄청 바쁘시지 않으세요? 영화 시상식도 다니고. 그런 걸로 알고 있는데.”

“예, 굉장히 바쁘죠. 하루에 많이 자면 3시간? 그 정도 자는 거 같습니다.”

“세상에. 안 피곤하세요?”

“뭐, 그래도 몬스터한테 언제 잡아먹힐지 모르는 공포심하고 싸우는 것보다 빡빡한 스케줄하고 싸우는 편이 더 낫지 않겠습니까?”

내 말에 진행자와 사람들이 짧게 웃었다.

“데이브 씨하고 준서 씨도 여기에 공감하시나요?”

데이브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준서는 약간 애매했다.

“사실 저는 형들처럼 헌터 생활을 오래 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요.”

게다가 나나 데이브처럼 고위 등급의 몬스터를 상대해 본 적도 없을 테고.

그래도 전체적인 면에서는 많은 공감을 느끼긴 하는 모양인지, 크게 부정적이진 않았다.

진행자가 다른 이야깃거리를 꺼냈다.

“태오 씨 같은 경우에는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특수 범죄 사건 해결에 대해서도 굉장히 적극적으로 임하고 계시잖아요. 얼마 전에 홍콩에서 있었던 테러리스트 도주 사건도 그렇고요.”

“엄밀히 말하면 저만 그런 건 아니고요. 다른 헌터분들도 많이 고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제가 연예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보니까, 기사가 날 때 기자분들이 유독 저만 부각시켜서 내보내는 경향이 있으신 거 같더라고요.”

혼자만의 공은 아니다.

이건 확실히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나 혼자만 강하다고 인류 전체를 다 지킬 수 없는 것처럼, 적들이 다수가 등장할 경우에는 나 역시 다수의 동료들이 필요하다.

“최근에 헌터들을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여론이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떻게 보면 불편할 수 있는 질문이기도 하다.

제작진도 이런 민감한 이야기는 안 넣으려고 했었다.

그러나 내가 먼저 나서서 이 질문을 넣어 달라고 했다.

일부러 이런 행동을 취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번 시위에 대해서 간접적으로나마 꼭 하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의사는 존중하지만, 그렇다고 헌터들을 마냥 나쁜 놈들 취급하는 일은 자중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을 지키기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니까요. 비판이 헌터 전체가 아니라 특수 범죄를 일으키는 테러리스트에게만 향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연예인이라고 언제까지 몸 사리고 있을 생각은 없다.

할 말은 한다.

원래부터 내 성격이 이런 걸 어쩌겠나.

물론 여기에 반감을 가지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럴 때에는 뭐…… 어쩔 수 없지.

그렇다고 내가 협박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냥 이 분위기와 갈등이 더 이상 고조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 * *

짧은 녹화를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

데이브가 가볍게 몸을 풀면서 말했다.

“앉아서 입만 터는 프로그램은 역시 나하곤 잘 안 맞는 거 같단 말이야.”

“나도 그래.”

우리는 헌터 활동을 할 때처럼 직접 몸을 움직이는 일이 잘 어울린다.

그래서 무대에 서서 춤추고 노래하는 게 즐겁게 느껴진다.

“가서 안무 연습이나 할까?”

“나쁘지 않지.”

나와 데이브의 말을 듣고 있던 준서는 질렸다는 얼굴로 우리를 바라봤다.

“형들은 안 힘드세요?”

“이 정도로 피곤해하면 어떻게 하냐.”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다.

승훈이 형한테 우리는 따로 안무 연습실로 향하겠다고 말을 하려고 하던 순간이었다.

갑자기 주변에서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여, 옆으로 피해요, 어서!”

“조심하세요!!”

커다란 관광버스 한 대가 여러 차들을 들이받으면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매섭게 달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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