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154화 (154/250)

제40장. 꼬리 (1)

지금까지 특수 범죄자들이 일으킨 사건들은 레이드 시대 때부터 수도 없이 많이 발생했었다.

그러나 이번 홍콩 사건은 시사하는 바는 상당히 컸다.

특수 범죄를 일으킨 자들이 각성 능력자가 아닌 일반인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전용기를 타고 단숨에 홍콩까지 넘어온 협회장은 이철민 소장과 연구원들이 확보한 파이어 골렘의 변질된 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여러 차례 혀를 찼다.

“내 평생 이런 경우는 듣도 보도 못했는데.”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철민 소장 역시 공감대를 드러내면서 협회장의 의견을 전적으로 두둔했다.

일반인을 아주 잠깐이나마 각성 능력자로 만들어 주는 것.

이건 역사상 성공한 케이스가 없었다.

그런데 제이커는 그걸 해냈다.

물론 그 과정이 굉장히 보기 불편하긴 하지만 말이다.

“이 소장은 어떻게 생각하나?”

“글쎄요. 아직 좀 더 조사를 해 봐야 할 거 같습니다. 태오 씨가 샘플을 확보한 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요.”

“다른 두 녀석들은?”

“지금 헌터들이 감시하고 있습니다. 이전처럼 또 기회를 틈타 도망치거나 하진 못할 겁니다.”

한 번은 실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일이 두 번 반복되면, 그건 실수가 아니라 무능한 거다.

아까의 일을 반성하기 위함인지, 이번에는 두 남자를 각기 다른 장소에 구금한 채로 헌터들 여럿이 실시간으로 감시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것도 최소 A랭크 이상의 헌터들로만.

아무리 녀석들이 날고 기는 놈들이라 할지라도 웬만하면 이 감시망을 피해서 달아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놈들이 각성 능력자들도 아니고.

일반인이 제이커한테 일시적으로 힘을 빌리는 형태였기에 미리 방지만 하면 이런 일은 생기지도 않게 만들 수 있다.

이걸 진작 알았더라면 당연히 미리 막았을 것이다.

정보 부족이었지만, 그래도 아까도 말했다시피 이런 경우는 일절 없었다.

아무도 예상 못 한 상황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도 그거지만.

‘내가 그자들을 봤을 때 바로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으면 좋았을 텐데.’

나도 감 다 죽었네.

골렘 핵은 골렘 핵이고.

이제부터는 녀석과 같이 행동했던 남자들을 추궁할 차례다.

“협회장님, 바로 가실 거죠?”

“그 녀석들한테?”

“네.”

“근데 그놈들도 그 대전 테러리스트 때처럼 입을 계속 다물려고 하면 어떻게 하지?”

“그건 걱정 안 해도 될 거 같습니다.”

협회장이 눈을 여러 차례 깜빡이면서 물었다.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

“방법이라기보다는, 이미 답이 나와 있지 않습니까.”

권주영의 경우와는 아마 많이 다를 것이다.

* * *

희생된 일반인 테러리스트와 함께 행동했었던 나머지 두 사람을 보기 위해 나와 협회장 그리고 승훈이 형은 즉시 자리를 옮겼다.

놈들이 구금되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일련의 사건 때문인지, 경비가 아주 삼엄했다.

진작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들긴 했지만, 뭐 이미 벌어진 일인데 이제 와서 어떻게 할 방법도 없고.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게 가장 좋다.

다음에 또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면 된다.

경비원으로 일하는 헌터들 중 한 명의 안내를 받으면서 도심에 위치한 구금 시설로 이동했다.

기나긴 복도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자, 철창으로 된 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각각 다른 방에 수갑이 채워진 채 자리에 앉아 있는 남자들.

우리를 보자마자 눈빛이 격하게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다.

“내가 누군지 알지?”

남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물었다.

남자들은 나와 눈이 마주치는 걸 억지로 피하려고 노력했다.

협회장과 승훈이 형은 이번 추궁에 대해서 나에게 전적으로 맡길 생각인지, 살짝 떨어져서 자리를 지켰다.

아까 내가 협회장한테 이번에는 권주영 때완 다를 거라고 말을 했던 이유가 있었다.

“아까 너희 일행 중 한 명이 어떻게 됐는지 다 알고 있지?”

“…….”

대답을 하진 않았다.

그러나 나는 이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대답이 되었다고 봤다.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놈들이 같은 일행이었던 남자가 어떤 최후를 맞이했는지에 대해서 이미 전해 들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라. 너희가 입을 다물고 있으면, 언젠가 너희도 그 녀석과 똑같은 처지가 될 거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지?”

녀석의 말을 단칼에 자른 난 이들이 몰랐던 사실 하나를 들려주기로 했다.

“지금 너희들의 몸속에 폭탄이 심어져 있다는 것도 모르냐?”

“포, 폭탄?”

남자들이 기겁을 했다.

당연히 놀랄 것이다.

본인 몸에 폭탄이 있다는데, 침착하게 반응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긴 할까 싶다.

“거,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지!”

“마, 맞아! 우리가 그런 것도 모르고 제이커와 거래한 줄 아나!”

거래라, 이거지.

“무슨 거래를 했다는 거지?”

“그, 그건…….”

남자들이 다시 입을 닫았다.

자신들도 모르게 조금씩 정보를 흘린 탓에 당황한 모양인 것 같다.

반대로 내게는 호재다.

확실히 녀석들은 권주영과 달랐다.

헌터가 아닌 일반인이니까. 이런 상황에 휘말렸다는 상황 자체가 굉장히 당황스러울 것이다.

이걸 조금만 더 들쑤시다 보면, 놈들은 분명 실토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까 너희 신체 조사했던 거, 기억하지? 그 과정에서 몸 안에 작은 마나 폭탄이 심어져 있다는 걸 발견했거든.”

“하지만 제이커는 그런 말은 일절 없었는데…….”

“당연히 안 했겠지. 수틀리면 너희들을 바로 자폭시킬 생각이었을 테니까.”

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아까 너희 동료가 죽은 거, 기억하지? 그걸 알고도 내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나?”

딱 보니까 녀석들은 제이커와 깊은 관계는 아닌 듯했다.

단순한 거래처 정도라고 봐야 할까.

그것만으로도 상관없다.

녀석의 정보를 조금이라도 얻어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니까.

제이커는 놈들을 충분히 꼬리 자르기 용도로 쓸 수 있다는 것을 일부러 수차례 강조했다.

내 말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이기 시작한 건지, 결국 남자들 중에 한 명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 아는 대로 다 알려 주면…… 우리, 살려 줄 수 있는 건가?”

“그럼. 알지? 우리만큼 이쪽 분야에 전문가는 없다는 거.”

모를 리가 없다.

반면, 다른 남자 한 명이 동료를 향해 다급하게 외쳤다.

“절대로 말하지 않기로 했잖아! 어? 이제 와서 배신하려는 거냐!”

“배신이고 나발이고 애초에 그 자식하고 우리는 뭣도 아니었어! 이 사달이 난 것 자체가 문제인데, 지킬 의리가 어디 있다고!”

“…….”

오히려 남자의 쓴소리를 듣고서 먼저 배신자라고 외쳤던 쪽이 입을 다물고 말았다.

“아, 아는 대로 다 실토하마. 그러니까 제발 살려 줘!”

내가 해 줄 말은 이것밖에 없었다.

“그건 듣고 나서 판단해 볼게.”

* * *

남자들에게 들은 정보는 그리 많지 않았다.

남자들은 처음부터 홍콩에 거주하면서 좀도둑질로 생계를 연명하던 자들이었는데, 어느 날 제이커가 찾아와서 돈을 지원해 줄 테니 몰래 광물 던전에서 자신이 원하는 재료들을 빼돌려 달라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제이커와의 연이 맺어지게 되었고, 바로 어제까지도 제이커에게 계속해서 광물을 보냈다고도 했다.

남자들한테서 들은 이야기를 다시금 머릿속에 정리할 무렵, 나와 같이 현장에 있었던 승훈이 형이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 남자들한테 일부러 아무 일도 없었던 척하면서 광물 거래를 하라고 지시하면 어때? 그러면 우리가 그 현장에 잠복해 있다가 제이커 녀석을 붙잡으면 되는 거잖아.”

“형, 이미 놈들이 도주 사건을 일으킨 시점부터 그 작전은 물 건너간 거야. 기사가 대대적으로 났을 텐데, 제이커가 그걸 모를 리 없잖아. 안 그래?”

“하긴. 듣고 보니 그렇긴 하네.”

승훈이 형의 작전은 별로 의미가 없어진 셈이었다.

그때, 협회장이 그 자리에서 차마 내게 묻지 못했던 내용을 물었다.

“그런데 남자들 몸에 마나 폭탄이 심어져 있다는 거, 정말이냐? 난 이철민 소장한테 아무것도 듣지 못했는데.”

“아, 그거 말이죠. 거짓말입니다.”

“거짓이었다고?”

“네. 녀석들을 겁먹게 해서 실토하게 만들려고 일부러 그랬던 거예요.”

만약에 놈들이 각성 능력자였다면, 사람의 몸에 인위적으로 마나 폭탄을 심는 일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이쪽 방면으로 신기술을 가진 제이커라면, 실제로 마나 폭탄도 인간의 몸에 심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검사 결과, 그런 건 일절 발견되지 않았다.

협회장과 승훈이 형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하여간 잔머리하고는.”

“그래도 이럴 때에는 제 잔머리가 유용하게 사용되지 않습니까?”

“뭐, 그렇긴 하지.”

그리고 결과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정보도 얻어 내는 데에 성공했으니 말이다.

그러면 된 거다.

“아무튼 놈들한테는 제가 거짓말했다는 거, 말하지 마세요. 아직 말 안 한 정보가 더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오케이, 알았다.”

남은 일은 협회장이 알아서 잘해 줄 거라고 믿고.

나는 우리 일행이 기다리고 있는 호텔로 다시 향하기로 했다.

“승훈이 형은 어떻게 할 거야? 협회장님하고 같이 남아 있어도 되는데.”

“나도 너랑 같이 가야지. 네 매니저니까.”

마침 내가 바랐던 대답이기도 했다.

사건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었고.

이제 많이 불안에 떨고 있을 던전 탐험대를 안심시켜 줄 일만 남았다.

호텔로 돌아가자, 예상대로 제작진과 출연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보다 먼저 와 있던 아이리스와 나빈이, 준서도 마침 내가 돌아와서 사정을 설명해 주기를 바라고 있었던 듯한 반응을 보였다.

“어떻게 됐어요, 오빠?”

“선배님, 뭐 알아낸 거라도 있나요?”

“아직 다는 아니고. 시간이 좀 걸릴 거야. 급한 건 아니니까 너무 그렇게 조급해하진 말고. 사건 다 해결됐으니까 다들 이제 들어가서 쉬셔도 됩니다.”

쉬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제작진과 출연진은 어색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저희도 그러고 싶은데…….”

난감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박민진 PD가 대표로 상황을 설명해 줬다.

“아까 저희 호텔 쪽에서 그 사건이 벌어졌잖아요? 그래서 헌터협회 쪽에서 현장 조사한다고 호텔 출입을 금지시켰거든요.”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제야 사람들이 쉬라고 한 내 말에 왜 그런 반응을 보였던 건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중요한 정보들이 나올 수 있으니까. 그래서 호텔 전체를 아예 봉쇄해 버린 것 같다.

그리고 설령 그런 조치가 없었다 할지라도, 안 좋은 사건이 벌어진 장소 아닌가.

사람들이 거기서 마음 편히 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잠시만요. 그러면 제가 손을 좀 쓰도록 할게요.”

“네? 어떻게요?”

“협회장님한테 사정을 말해서 숙소 하나 구해 달라고 하려고요. 기왕이면 더 좋은 숙소로.”

그제야 사람들의 표정이 조금씩 편안해졌다.

후속 조치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니까.

당연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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