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145화 (145/250)

제37장. 협박 (4)

배우와 감독들이 제이커의 소환수와 어울려 주는 동안, 나는 마나 탐지망을 이용해서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는 마나 폭탄을 찾는 일에 열중했다.

설치되어 있는 마나 폭탄은 총 다섯 개.

남자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설치되어 있는’이라는 범주에 넣기 애매해서 일단 제외했다.

저것까지 포함하면 총 여섯 개가 된다는 소리다.

-두 번째는 어디 있어?

“그대로 벽 따라 쭉 직진하다 보면 툭 튀어나온 기둥 같은 게 있을 거야. 그 아래에 있어.”

-아래라고? 아무것도 없는데?

“투명 스킬 같은 걸로 안 보이게끔 해 뒀을지도 모르니까 한번 자세히 찾아봐.”

-아주 그냥 단단히 준비하고 오셨구만.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봐.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폭탄을 찾아내는 일은 수고스러움이 배가 된다.

그나마 나와 같이 이 회장에 남은 헌터가 승훈이 형이라는 점이 천만다행이었다.

승훈이 형이 비록 부상으로 인해 헌터 생활에서 은퇴하긴 했지만, 그래도 승훈이 형 역시 현역으로 활동할 당시에는 높은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었던 사람이다.

랭크도 S까지 찍어 본 적이 있었기에 투명화 스킬이 걸려 있는 마나 폭탄을 찾는 일 정도는 간단하게 해낼 수 있었다.

-오케이, 발견.

“나이스, 승훈이 형.”

-뭐, 이 정도야.

역시 내 기대에 부응할 줄 아는 형이다.

이렇게 해서 두 번째 마나 폭탄을 제거하는 데에 성공했다.

원래 단번에 없애는 방법도 있긴 하다. 그러나 그렇게 해 버리면 너무 위험하기도 하고, 또 준비 과정 자체도 요란했기에 일부러 시간이 걸리는 해체 방법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게 가장 안전하다.

단지 단점이 있다면.

“머리가 살짝 어지러운데?”

여배우 중 한 명이 약간의 두통을 호소했다.

그러자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남자가 술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너무 마신 거 아니야? 그러니까 적당히 마시지 그랬어.”

“그러게 말이야. 어후, 내가 너무 분위기에 휩쓸려서 많이 마셔 버렸네.”

아니, 술 때문에 머리가 아픈 게 아니다.

갑자기 마나의 농도가 짙어져서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마나는 원래 일반인들이 감지할 수 없다.

그러나 짧은 시간에, 그것도 지금처럼 야외가 아닌 실내에 일순간 마나 농도가 올라가면,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가벼운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

그래도 두통 정도로 끝나는 게 천만다행이다. 만약 마나가 유독 가스처럼 인체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거였다면, 마나 폭탄을 해제하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이 병원에 실려 갔을지도 모른다.

-두 번째도 제거 완료.

“형, 작업 속도 좀 더 빨리 끌어올릴 필요가 있겠어.”

-왜?

“예민한 사람들 몇몇이 벌써부터 두통을 호소하기 시작했어.”

사실 두통보다는 다른 것에 더 문제가 있었다.

머리가 어지럽다. 이걸 방금처럼 술 때문이라고 오인을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회장을 나서서 화장실을 가든, 아니면 휴게실을 찾아 쉬려고 하든, 집으로 가려고 하든 그럴 것이다.

즉, 이 회장 밖으로 나가려는 행동을 한두 명씩 취하려고 할 터.

그 순간, 제이커의 소환수가 마나 폭탄을 터뜨려 버릴 것이다.

승훈이 형이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릴 정도였다.

-알았어. 더 빨리해 볼게. 다음 위치는?

“왼쪽 코너.”

-오케이.

승훈이 형이 세 번째 마나 폭탄 제거에 들어갔을 때, 옆에 있던 수현 씨가 몸을 부르르 떨면서 말했다.

“물을 너무 많이 마셨나 봅니다. 화장실 좀 잠깐 들렀다가 오겠습니다.”

“수, 수현 씨! 잠시만요. 와서 앉아 보세요.”

설마 내 근처 지인이 가장 먼저 회장 밖으로 나가려고 시도할 줄은 몰랐다.

앉아 보라는 내 말에 수현 씨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저, 지금 당장에라도 쌀 거 같은데…….”

“기다려 보세요. 지금 여기 계신 배우, 감독님 들이 이벤트에 어떻게든 어울려 보려고 노력하시지 않습니까. 그런데 여기서 수현 씨가 갑자기 분위기를 망쳐 버리면, 원성을 들을 거라고요.”

“그렇긴 한데…….”

“할리우드 스타일이 다 이런 거 아니겠습니까. 금방 끝날 테니까 조금만 더 참아 보세요.”

최대한 수현 씨를 다독였다.

마지못해 수현 씨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 말에 알겠다고 답했다.

생각지도 못하게 찾아온 갑작스러운 위기를 겨우 넘겼다.

만약에 조금만 늦었더라면, 그리고 수현 씨가 진짜로 밖으로 나가기 위해 문을 열려고 했다면.

‘전부 다 망했을지도.’

그러나 아직 위기가 끝난 건 아니다.

내가 수현 씨를 열심히 다독였다고, 수현 씨의 생리 현상이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마침 승훈이 형한테서 세 번째 폭탄을 제거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곧장 네 번째 위치를 알려 준 나는 수현 씨처럼 이제 슬슬 이런 지루한 이벤트는 관두고 다시 음주가무나 즐기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음을 눈치챘다.

“다른 이벤트는 없어?”

“그냥 멀뚱히 서 있기만 하면 재미없는데.”

재미있으라고 테러를 하는 건 아니니까.

입이 굉장히 근질거렸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의 안전을 생각해서 일단은 참기로 했다.

한편, 사람들의 장난스러운 분위기가 조금씩 누그러지는 순간.

어느 한쪽에서 이런 의문에 튀어나왔다.

“혹시 저 사람, 진짜로 테러리스트 아니야?”

“그러게. 이상하긴 해. 뭐 이벤트 같은 분위기도 아닌 거 같고.”

“그리고 저 사람…… 아니, 애초에 사람이 맞아? 얼굴이 이상하게 생겼는데.”

정확하게 말하면 누더기 골렘이다.

네크로맨서가 돼지 사체들을 가지고 괴물을 만들었던 방식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소환사들 중에 저 정도의 정교한 스킬을 자랑하는 소환사는 내가 알기론 없는데.

그만큼 소환사로서의 제이커의 실력이 독보적임을 알 수 있었다.

이 재능을 왜 테러 따위에 쓰려는지.

솔직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저 정도면 어디 가서 떳떳하게 대우받으면서 잘 살았을 거 같은데.

‘대체 심성이 얼마나 뒤틀린 거냐.’

헌터들 중에는 여러 종류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제이커는 그중에서도 독보적이다.

아무튼, 사람들의 불만과 불안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면 위험하다.

이제 네 번째 폭탄을 제거하고 마지막 폭탄 제거에 들어가기 시작한 승훈이 형.

어쩔 수 없다.

원래대로라면, 승훈이 형이 다섯 번째 폭탄을 다 제거한 뒤에 마지막 남은 저 무대 위의 폭탄을 제거할 방법을 생각해 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수현 씨,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하셨죠?”

“네, 지금 당장에라도 쌀 거 같은데요.”

“그러면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고 가시면 안 될까요?”

“부탁이요?”

수현 씨한테는 간단한 일일 수도 있다.

“저 무대 위에 올라가 있는 남자 있지 않습니까. 저 사람, 시선 한 번만 확실하게 끌어 주세요. 그러면 제가 화장실 보내 드리겠습니다.”

연예인은 대중의 관심을 먹으면서 커 가는 존재다.

어그로 끄는 일 정도야 수현 씨한테는 일도 아닐 것이다.

“알겠습니다. 한번 해 보죠.”

그 전에 나는 승훈이 형한테 빠르게 작전을 설명했다.

“형, 내 말 들리지?”

-어, 잘 들려.

“다섯 번째 폭탄, 찾아냈어?”

-이제 막. 바로 해체 작업 들어갈게. 근데 저 소환수가 들고 있는 폭탄은 어떻게 제거할 거야?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형은 그 폭탄 제거하는 데에만 집중해 줘. 다 끝나면, 나한테 바로 신호 주고.”

-오케이.

마나 폭탄에서 마나를 전부 다 빼내는 데까지 시간이 소요된다.

그때까지 나와 수현 씨는 잠시 대기 상태에 들어갔다.

“수현 씨, 제가 신호 주면, 바로 시작하는 겁니다. 아셨죠?”

“네. 근데 주최 측이 준비한 이벤트인데, 제가 이거 했다가 괜히 망치는 거 아닐까 모르겠네요.”

“괜찮습니다. 오히려 쇼맨십 좋았다고 칭찬할걸요. 그리고 설령 그런 말이 돌아오더라도 제가 다 책임지겠습니다.”

차라리 무사히 끝나서 주최 측이 오히려 진짜로 우리에게 그런 잔소리를 해 줬으면 좋겠다.

마나 폭탄이 폭발해 다량의 희생자가 나오는 것보다 그게 더 나을 테니까 말이다.

잔소리 한 번에 수백 명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

비교조차 안 되는 등가교환이다.

잠시 뒤.

-태오야, 다 제거했다.

승훈이 형한테서 제거 완료 보고를 받자마자 나는 바로 수현 씨한테 신호를 줬다.

고개를 한 차례 끄덕인 수현 씨가.

갑자기 큰 소리를 질렀다.

“나, 다시 돌아갈래에에에에-!!!”

갑자기 한국 영화에 나왔던 명대사를 읊으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모두 자신에게 쏠리게 만들었다.

심지어 누더기 골렘조차도 말이다.

‘역시, 수현 씨답네.’

자기 자신을 ‘관심종자’라고 자주 표현하던 수현 씨라면, 내가 원하는 어그로를 제대로 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효과는 굉장히 탁월했다.

그사이.

파밧!

나는 순식간에 무대 위로 뛰어 올라갔다.

이때까지 걸린 시간이 채 1초도 되지 않았다.

이 짧은 시간에 누더기 골렘의 흐릿한 눈동자가 내게로 향하는 걸 느꼈다.

‘골렘치고는 반응이 빠른데?’

이건 나도 예상 못 했다.

누더기 골렘이 마나 폭탄을 가동하려고 하는 사이.

있는 마력 없는 마력 전부 다 끌어올려서 왼손에 집중했다.

폭탄이 가동되기 바로 직전.

왼손으로 마나 폭탄을 쥔 다음, 마나가 급속도로 팽창하지 않도록 상쇄시키기 위해 또 다른 마나를 불어 넣기 시작했다.

작은 마나 폭탄 안에서 마나들이 소용돌이쳤다.

누더기 골렘이 다른 한 손을 뻗었다.

챙!

손바닥 끝에서 날카로운 칼날이 튀어나왔다.

녀석은 그걸로 내 급소를 노리려 했지만.

골렘 따위가 나를 쓰러뜨리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였다.

“내 한 손은 그냥 놀고 있겠냐?”

다른 손으로 마나를 응집시켜 녀석의 칼날을 붙잡았다.

콰직!

칼날에 균열이 생기면서 바스러졌다.

녀석이 무대에 서 있을 때부터 나는 놈을 움직이게 하는 핵이 어디 있을까 계속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누더기 골렘이 사람들 앞에 서서 계속해서 보여 주는 행동 같은 게 하나 있었다.

왼쪽 가슴을 자꾸만 쓸어내렸다.

감추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었다.

그 행동만으로도 놈의 핵이 어디 있는지 금방 알아낼 수 있었다.

푹!

녀석의 가슴에 손을 박아 넣었다.

손에 잡히눔 무언가.

그것을 뽑아 들자, 파란색 액체들이 피처럼 튀기면서 무대를 어지럽혔다.

내 예상대로, 골렘의 핵이 튀어나왔다.

그것을 부숴 버리자, 녀석의 몸이 축 늘어졌다.

마나 폭탄도 어느새 무력화되었다.

한 손에는 기능이 정지한 마나 폭탄.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골램의 핵이 들려 있었다.

사람들은 말을 잊은 채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중이었다.

“서, 설마 저거…….”

“사, 사람이 아니었어?”

“그럼 우리, 진짜로 테러리스트들한테 협박당하고 있었던 거야?”

사람들이 혼란에 휩싸이기 전에 내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짜잔! 지금까지 몰래카메라였습니다!”

“…….”

오히려 분위기가 더 싸해졌다.

아무래도 난 연기 연습 좀 더 해야겠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