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144화 (144/250)

제37장. 협박 (3)

마나 폭탄을 보자마자 나는 본능적으로 생각했다.

저 녀석, 장난삼아서 저러는 게 아니라고.

만약에 어떤 이가 장난으로 이런 이벤트를 준비했다면.

아니, 여기에 더 나아가서 배우들, 감독들의 뒤풀이 회장을 준비한 주최 측이 일부러 재미를 위해 이런 이벤트를 마련한 거라면.

‘저렇게 진짜 마나 폭탄을 들고 나타나진 않았겠지.’

마나 폭탄은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종류의 대량 살상 무기다.

대량 살상 무기 같은 정보가 잘 공개되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괜히 심성이 뒤틀린 자들이 따라서 만들까 봐.

그래서 군사 관련으로 정보를 공개할 수 없는 1급 기밀들이 많은 것이다.

마나 폭탄도, 그리고 몬스터나 헌터, 아이템에 관한 정보도 아직까지 제대로 잘 풀리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이 와중에 진짜 마나 폭탄을 가지고 무대에 서는 사람이 나올 줄은 몰랐다.

나는 저게 진짜임을 단번에 알아봤다.

하지만 영화배우들이나 감독들은 이것을 자신들을 위한 일종의 이벤트라고 여전히 생각하고 있었다.

하기야,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이런 정신 나간 짓을 할 만한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니까 말이다.

“하하! 연기력이 제법이구만!”

“손에 든 그건 뭐지? 파란색 사과같이 생겼는데?”

“색깔은 참 예쁘네요.”

여기저기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러나 무대 위에서 마나 폭탄을 가지고 올라온 남자는 웃지 않았다.

사람들이 가짜인 줄 알고 오해하는 와중에도 남자는 여전히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니, 마치 감정이 없는 그런 존재처럼 보였다.

나와 함께 시상식 뒤풀이 현장에 참여한 승훈이 형이 조심스럽게 내게 다가와서 물었다.

“태오야, 저거…….”

승훈이 형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순간이었다.

따지고 보면 여기에 헌터가 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진짜 마나 폭탄 맞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한테 확인차 물어보는 승훈이 형이었다.

“어, 맞아.”

“미친…….”

승훈이 형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우리는 녀석이 든 게 진짜 마나 폭탄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었다.

일단은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난 다음에 행동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괜히 나서려고 했다가 놈이 마나 폭탄을 가동시키기라도 한다면.

그러면 여기에 있는 사람들 전부 다 목숨을 잃을 것이다.

아무리 작은 마나 폭탄도 그 정도의 위력을 지니고 있다.

데이브가 헌터들과 함께 제이커라는 테러리스트가 머물렀던 자택을 급습했을 때에도 마나 폭탄의 폭발에 휘말린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진입했던 요원들 전체가 다 높은 랭크를 지닌 헌터들이었고.

그렇다 보니 마나 폭탄의 폭발에 휘말려도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이 만약에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러면 얄짤 없다.

전부 다 죽은 목숨이다.

그럼에도 일단은 사람들에게 저게 진짜 마나 폭탄이라는 걸 알리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이 회장 자체가 혼란스러워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이벤트라고 오해하고 있는 게 더 나을지도.’

한편, 남자는 사람들의 조롱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할 말을 꿋꿋하게 이어 가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여러분은 제 인질입니다. 만……약에 제 말에 따르지 않을 경우, 이 손에 든 폭탄이 폭발하게 될 겁니다. 그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곳에 마나 폭탄을 설치해 뒀으니, 제 통제에 잘 따라 주시기 바랍니다.”

역시, 내 이럴 줄 알았다.

테러리스트가 허술하게 저렇게 자신의 모습을 대놓고 드러내고서 마나 폭탄 하나 딸랑 든 채 협박을 일삼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분명 또 다른 곳에 마나 폭탄들을 설치해 뒀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예상이 그대로 적중했다.

남자의 말에 사람들은 짧은 박수를 보냈다.

몇몇 사람들은 ‘저 친구, 연기 실력이 나쁘지 않은데?’라는 찬사를 보내기까지 했다.

사람들이 웃고 떠들고, 심지어 스마트폰으로 남자의 모습을 영상과 사진으로 남기려고 할 때.

나도 이 분위기에 편승해서 남자한테, 아니 테러리스트가 원하는 게 뭔지를 슬쩍 떠보기로 했다.

“정말로 테러리스트 같네! 하하! 그럼 원하는 게 뭐냐!”

……라고 최대한 장난스럽게 묻긴 했는데.

저 남자, ‘들킨 건가?’라고 생각하진 않겠지?

다행히도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에 내 목소리가 섞인 덕에 이 질문을 내가 한 거라고 알아차리지 못한 듯했다.

“간……단합니다. 여러분들은 지금부터 제 인질이 되셨습니다. 이…… 시간 이후로 회장에서 나가실 수 없습니다. 만……약 한 명이라도 밖으로 나가려고 할 경우, 이 폭탄은 터집니다.”

말투가 어딘가 어눌해 보였다.

내 머릿속에 어느 추측이 하나 들어섰다.

승훈이 형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모양인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내게 속삭였다.

“저 녀석, 누군가한테 조종받고 있는 거 같은데?”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닐 수도 있어.”

“소환수란 말이야?”

“어.”

인간형 소환수를 다루는 소환사도 간혹 있다.

그리고 우연의 일치인지, 어떤 의미에서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소환사가 한 명 있다.

바로 제이커다.

불속성 소환수만 소환할 줄 아는 녀석이라고 생각했는데.

‘하긴, 전투 능력이 없는 일반 소환수도 간단하게 다룰 수 있겠지.’

제이커는 소환사 중에서도 랭크가 꽤 높은 축에 속하는 녀석으로 알고 있다.

그 정도 능력이 된다면, 다른 속성의 소환수도 충분히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나와 승훈이 형이 여기서 해야 할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제이커의 소환수가 한 말을 사람들이 그대로 따르게끔 분위기를 형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이면서 말했다.

“좋네요! 여러분, 모처럼 준비한 이벤트인데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시는 건 어떻습니까?”

“나쁘지 않죠!”

“그럴까요?”

승훈이 형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이벤트에 적극 동참할 것을 독려했다.

마침 사람들도 심심했는지, 아니면 자극이 필요했던 건지 모르겠지만, 이 상황극에 어울려 주겠다는 의견들을 많이 피력했다.

좋아, 일단 회장에서 나가지 말자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건 성공했고.

이제부터가 진짜다.

언제까지 사람들에게 이것이 주최 측이 준비한 이벤트라는 것을 계속해서 어필할 수는 없다.

언젠가는 자신들이 진짜로 테러리스트의 작전에 휘말렸다는 것을 알게 되긴 할 텐데.

그러는 순간 게임 끝이다.

이 많은 사람들이 테러리스트의 말대로 회장에 가만히 남아 통제에 따라 줄 일도 없고.

저게 진짜 마나 폭탄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미친 듯이 밖으로 뛰쳐나가려고 할 것이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그런 짓을 한다고 생각해 보라.

그러면 회장은 말 그대로 지옥 풍경이 연출될 것이다.

사상자도 나올 테고.

한마디로 지금 우리들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최대한 빨리 마무리를 지어야 해.’

나는 조용히 승훈이 형을 불렀다.

“승훈이 형, 여기 근처에 설치되어 있다는 마나 폭탄들, 찾아서 제거할 수 있겠어?”

“일단은 한번 해 볼게. 근데 마나 폭탄들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폭탄을 무력화시키려면, 그 폭탄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탐지는 내 전문이다.

“내가 마나를 퍼뜨려서 마나 폭탄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볼게.”

마나 폭탄은 말 그대로 마나를 인위적으로 압축하고 또 압축해서 만들어 낸 폭탄이다.

마나 덩어리들이 응축되어 있는 만큼, 내 마나 탐지망에 걸려들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무대에 올라가 있는 녀석이 제이커 본인이 아니라 소환수라는 사실에 감사해야겠어.’

만약에 제이커라면, 내가 지금 마나를 얇게 퍼뜨려서 마나 탐지망 스킬을 발동한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테니까 말이다.

‘강태공들 나가신다!’에 출연했을 때와 동일하게 최대한 마나를 얇게, 넓게 퍼뜨려 비정상적으로 응축되어 있는 마나 덩어리들을 찾아내는 데에 집중했다.

그사이, 한 배우가 제이커의 소환수에게 장난식으로 물었다.

“테러를 할 거면 왜 이곳을 택했지?”

소환수가 남자를 빤히 바라보더니, 느릿느릿한 말투로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당……신들은 유명한 사람들이니까. 유……명한 사람들이 테러에 휘말려서 떼죽음을 당한다? 사……람들에게 우리들의 무서움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게 목적이었나.

대전 사고 때부터 나는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다.

테러리스트들의 목적에 대해서 말이다.

놈들은 인질을 데리고 돈을 요구하거나, 아니면 특별한 무언가를 바라는 듯한 모습을 일절 보여 주지 않았다.

그저 사건 사고를 일으키고 다니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 이유를 아직도 모른다는 거였다.

마치.

‘레이드 시대를 다시 열고 싶어 하는 것 같단 말이지.’

물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아예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레이드 시대에는 말로 형용하기 힘든 사회적 불안감이 항상 자리 잡고 있었다.

언제 몬스터에게 습격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그리고 이 불안감은 오히려 헌터들의 가치를 높이는 1등 공신이 되었다.

헌터들이 있어야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고, 그러면 사람들의 불안감은 잠시나마 사라지게 되니까.

그래서 몇몇 헌터들은 차라리 레이드 시대 때가 더 좋았다는 말을 하곤 했었다.

테러리스트들이 바라는 세계가 어쩌면 그런 세계의 재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아주 잠깐 머릿속을 스쳤다.

물론 최악의 경우지만 말이다.

다른 배우들이 계속해서 제이커의 소환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그동안 나는 헌터들에게 지급되는 작은 통신기를 귀 안에 꽂고서 승훈이 형과 의사소통에 나섰다.

스마트폰으로 연락을 취하는 모습을 보이면, 괜히 제이커에게 의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작전은 최대한 은밀하게, 조용히 진행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여기 있는 사람들의 목숨은 장담 못 해.’

나나 승훈이 형은 무사히 살아남긴 할 것이다.

마나로 신체를 강화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까.

그러나 여기 있는 일반인들은 그런 것 없이 온전히 마나 폭탄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생존 확률은 제로다.

“승훈이 형.”

-어, 태오야. 잘 들려. 말해 봐.

“출입구 왼쪽 벽을 따라 쭉 이동하면 나오는 첫 번째 구석. 그곳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어.”

-잠시만…… 저기 보인다. 미친. 테이블 아래에 설치해 뒀네.

하긴,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설치를 해 두는 것이 기본 상식이니까.

마나 폭탄을 해체하는 건 매우 간단하다.

응집되어 있는 마나를 풀어 주기만 하면 된다.

풍선에 작은 바람구멍을 하나 낸다고 보면 된다.

-크기가 작아서 금방 빠지겠다. 한 1분 정도?

“괜찮네.”

-다음 폭탄 위치 알려 줘.

“오케이.”

그렇게 차근차근 마나 폭탄들을 제거해 가는 와중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녀석이 손에 쥐고 있는 건 어떻게 제거하지?’

이게 가장 큰 난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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