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141화 (141/250)

제36장. 뜬금없는 열애설 (6)

연 대표에게 앞으로 소속사 단위로 어떻게 이번 열애설에 대응하면 좋을지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전하기 시작하려던 찰나.

마침 타이밍 좋게 아이리스가 회의실을 찾았다.

열애설이 터져서 아이리스는 곤란하단 반응을 보일 거라고 생각했던 나인데.

“어머, 안녕하세요!”

평소보다 표정이 너무 밝아 보여서 놀랐다.

연 대표가 아이리스에게 이런 점에 대해 물었다.

“오늘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보네?”

“아휴, 아니에요! 그냥 아침에 일어나니까 컨디션이 너무 좋아서 그런 거예요!”

누가 봐도 거짓말이다.

저거, 나하고 스캔들 기사가 나서 저러는 거다. 내가 봤을 때에는 100퍼센트라고 확신한다.

그렇지 않은 이상, 저렇게 기분 좋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이리스가 자리에 앉는 동안, 연 대표가 내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아이리스는 좋아하는 거 같은데?”

열애설이 터진 이 상황 자체를 좋아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나를 정말로 좋아하는 건지를 묻는 중의적인 질문이었다.

예전에도 여러 번 언급했듯이, 아이리스가 나를 그냥 단순히 친한 오빠가 아니라 남자로 보고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나도 눈치가 아예 없는 사람은 전혀 아니니까.

그렇다 할지라도.

“열애설에 대해서 우리는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는 입장을 드러낼 거야.”

아닌 것을 그렇다고 인정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리고 아이리스의 연예계 활동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걸 그룹 멤버나 여배우가 특히나 열애설에 민감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아이리스가 이상한(?) 말을 하기 전에 내가 먼저 거절할 거라고 밑밥을 깔아 뒀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굉장히 기분이 좋아 보였던 아이리스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왜요?”

“왜긴. 그게 당연한 거 아니냐.”

“그래도…….”

말끝을 흐리는 아이리스.

저 생략된 말끝에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숨겨져 있을지, 크게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일단 1차적으로 너하고 내가 진짜로 사귀는 건 아니니까. 알고 있지?”

“그야 뭐…… 그렇죠.”

“거짓말을 하면 언젠간 들통나게 되어 있어. 그리고 스캔들 기사 났는데, 우리가 입장 표명 안 하고 계속 침묵만 지키고 있으면 갈수록 오해가 더 커지는 법이니까. 그래서 오늘 안에 입장문 정리해서 발표할 거야. 알겠지?”

“……네.”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는 아이리스.

연 대표가 나를 보면서 쓴웃음을 흘렸다.

“나쁜 남자구만.”

남자로선 나쁜 거 맞긴 한데.

그래도 소속사를 이끌어 가는 입장이나 연예인으로서 봤을 때에는 좋은 남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남들이 떠밀어 주는 연애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랑이라는 건 굉장히 예민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두 사람 사이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

서로가 정말로 좋아해야 사귀는 관계까지 발전하는 거지, 이렇게 주변에서 ‘너희 잘 어울리니까 사귀는 건 어때?’라고 분위기를 형성해서 사귀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아이리스를 싫어하는 건 아니고.

물론 여자로서의 매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아이리스가 사귀자고 하면 거절할 남자는 거의 없다고 볼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아직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 볼 시간조차 없었으니까.

지금은 이렇게 조치를 취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아이리스는 쉽게 아쉬움을 떨쳐 내지 못하고 있었다.

연 대표가 다시 한번 내게 속삭였다.

“나중에 네가 따로 아이리스를 달래 주든가 그렇게 해야겠다.”

“네, 안 그래도 그러려고요.”

분명 스캔들 기사는 아니라고 부정할 생각인데.

달래 줘야 하는 입장이 되니까, 뭔가 웃지 못할 상황이 되어 버린 듯한 기분이 든다.

* * *

HT 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에 대대적으로 우리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공문을 올렸다.

나와 아이리스, 두 사람 다 HT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되어 있었기 때문에 굳이 다른 소속사의 협력을 구해서 입장을 표명할 이유가 없었다.

이거는 편했다.

아무튼 나와 아이리스가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는 기사가 나가자, 사람들의 반응이 더 웃겼다.

[qwepi2983 : 진짜로 안 사귄대? 나는 두 사람 엄청 잘 어울리는 거 같은데 ㅜㅜㅜㅜㅜㅜㅜㅜㅜ]

[ifjfn86343: 오늘부터 강태오&아이리스 현실 커플 만들기 1일 차 기원 들어간다]

[pcpop0953 : 아 뭐야, 왜 안 사겨? 사겨라! 사겨라!]

나, 아이리스 커플 만들기 비밀 조직이라도 있는 모양인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우리 둘의 열애설이 가짜가 아니라 진짜이길 바라는 여론이 굉장히 강했다.

내가 지금까지 모든 연예인들의 열애설 기사와 대중의 반응을 일일이 체크해 온 건 아니지만, 설마 이런 반응이 나올 거라고는 전혀 예상 못 했다.

보통은 ‘그렇구나.’ 아니면 각자 팬들 입장에서 보면 ‘다행이다.’라는 말을 하는 게 정상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나, 아이리스의 팬들조차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서 우리 둘의 커플링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세상일이라는 게 참 알다가도 모르겠단 말이지.’

헛웃음을 흘린 나는 승훈이 형과 함께 오늘의 단독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서 차를 타고 방송국으로 향했다.

오늘은 유이빈, 홍나빈 자매와 함께 토크 예능 프로그램 녹화가 잡혀 있는 날이다.

두 사람하고는 오랜만에 같이 방송에 출연하는 거였기에 반갑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보자면 약간 애매한 그런 입장도 있었다.

스캔들 기사가 터지고 난 다음에 처음 소화하는 내 공식 일정이었기 때문이다.

작가들이 말로는 스캔들 기사에 대해선 전혀 안 물어볼 거라고 내게 여러 번 강조하긴 했는데.

그래도 또 모른다.

저번에도 이런 비슷한 경험이 있었기에 제작진의 말을 온전히 다 믿진 않기로 했다.

‘방송국 놈들’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기 때문이다.

뭐, 그럴 때에는 HT 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입장문처럼 똑같이 대답하기만 할 것이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스태프들이 내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말과 달리 표정은 내 눈치를 보는 듯한 그런 느낌이 없지 않아 들었다.

‘스캔들 기사 때문이겠지.’

안 봐도 뻔했다.

나한테 ‘아이리스 씨하고 정말로 사귀는 사이 아니세요?’라고 묻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하다는 게 마구마구 느껴지고 있었다.

원래 남의 연애가 더 꿀잼인 법이다.

나도 잘 안다. 그래도 당사자가 내가 되니까 아무래도 좀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메이크업을 받는 동안,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어, 나빈이 왔어?”

오늘 나와 같이 게스트로 녹화에 참가하게 된 사람 중 한 명인 나빈이가 먼저 내가 있는 쪽으로 넘어왔다.

“요즘 앨범 작업은 좀 어때?”

HTG는 공식적인 앨범 활동은 현재 하고 있지 않는 상태다.

그래도 아예 방송 활동까지 쉬는 건 아니다.

오늘의 나빈이처럼 가끔씩 프로그램 섭외를 받으면 나오는 그런 간단한 활동 정도는 이어 가고 있었다.

“다음 주에 타이틀곡 레코딩 들어갈 거 같아요.”

“타이틀곡은 저번에 내가 들었던 그 노래로 하기로 했지?”

“네. 저도 그렇고, 멤버들도 다 그 노래를 가장 마음에 들어 해서요. 이제 레코딩 끝나면 안무 따고, 연습도 들어가야죠.”

처음에는 나빈이하고 이런 대화를 나누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었다.

어느 지역에 어떤 몬스터가 출몰했는지, 이런 이야기만 나누곤 했었는데.

이제는 나빈이도 어엿한 연예인이 다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화의 시대가 우리의 일상을 바꾼 것이다.

나쁘지 않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선배님, 저기…….”

나빈이가 나에게 뭔가를 물어보려고 하는 눈치를 보였다.

“나한테 뭐 궁금한 거 있어?”

“아, 아니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도 그럼 메이크업 받으러 가 볼게요.”

“그래, 조금 이따가 보자.”

나빈이가 자리를 비우자, 바통 터치라도 한 모양인지 뒤이어 이빈이가 내가 있는 곳을 방문했다.

“안녕, 일찍 왔네?”

“어, 아침에 할 것도 없고. 승훈이 형이 차라리 일찍 가서 대기실에서 쉬고 있으라고 해서.”

“하긴, 녹화 시간에 늦는 것보다 차라리 일찍 와서 대기하는 게 PD님하고 스태프들 눈치도 덜 보고 그러겠지.”

당연한 말이지만, 이빈이가 나보다 방송 짬이 더 오래되었다.

그래서 내게 이런 말도 가끔씩 해 주곤 한다.

“나빈이가 와서 무슨 이야기 했었어?”

“딱히, 그냥 인사만 하고 갔어.”

“그래? 스캔들 기사에 대해서 안 물어봤어?”

“아니. 그리고 설마 나빈이가 그런 걸 물어볼까. 걔는 예전부터 로맨스의 로 자도 관심에 없던 애인데.”

“어머머, 정말 그렇게 생각해?”

이빈이가 내게 눈을 흘겼다.

뭔가 알고 있지만, 말해 주진 않겠다는 그런 반응이었다.

“어쩜 이렇게 여자의 마음을 몰라줄까. 죄 많은 남자구나, 너.”

“……그런가?”

“아무튼 아이리스 양하고는 아무 관계 아닌 거지? 정말로?”

“어.”

“가끔씩 일단은 부정한 다음에 나중에 천천히 열애 사실을 공개하자고 하는 소속사가 있으니까. 그것 때문에 확인 차원에서 물어본 거야.”

나도 그 정도는 안다.

그런데 왜 이빈이가 이 확인 작업을 하려고 하는지까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나빈이한테는 내가 잘 전달해 줄게. 녹화 준비 잘하고.”

그렇게 자신이 할 말을 모두 끝내고 자리를 비켜 주는 이빈이.

음…… 내가 모르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느낌인데.

* * *

스캔들 기사 덕분에 의도치 않게 나는 어딜 가든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이건 비단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었다.

영화 ‘그날, 우리’ 시상식에 참여하기 위해서 넘어간 미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내게 아이리스와의 관계를 계속해서 물었다.

미국 사람들은 특징이 있다.

한국이나 아시아권 문화와는 달리, 막 타인의 눈치를 보거나 하는 그런 게 거의 없다는 거였다.

그래서인지 이런 질문도 되게 서슴지 않게 하는 타입이었다.

나는 뭐, 딱히 찔릴 게 없으니까 아니라는 말을 계속 반복하고 다니고는 하는데.

‘은근히 피곤하네.’

일찌감치 우리 영화 팀이 모여 있는 테이블로 피신했다.

수현 씨가 이런 나를 보면서 작게 웃었다.

“오늘 태오 씨가 고생이 많네요.”

“장난 아닙니다. 한국보다 미국이 더 심하네요.”

“하하! 어쩔 수 없죠. 태오 씨는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분이니까요. 그래도 여기 앉아 있으면 사람들이 태오 씨한테 대놓고 물으려고 오진 않을 테니까, 시상식 시작하기 전까지 앉아 계세요.”

“네, 그렇게 해야죠.”

그나저나 시상식 현장이 참 크다.

TV에서 본 것보다도 훨씬 더.

영화 업계에서 꽤 권위 있는 시상식으로 알고 있는데.

거기에 걸맞은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영화 쪽도 괜찮은 거 같네.’

이런 걸 보면, 이쪽 분야에도 욕심이 안 날 수가 없단 말이지.

내가 일 욕심이 너무 많아서 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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