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140화 (140/250)

제36장. 뜬금없는 열애설 (5)

방탈출 카페 마니아라고 자신을 어필했었던 아이리스답게, 우리들은 지금까지 귀신 들린 집 코스에 도전했던 그 어떤 사람들보다도 빠른 속도를 기록하면서 방탈출에 성공했다.

직원이 사진기를 들고서 말했다.

“기념사진 한 장 찍어 드릴까요?”

“어떻게 할까?”

내가 아이리스에게 먼저 의사를 물었다.

그러자 아이리스가 일말의 고민 없이 바로 답했다.

“찍어요. 이것도 다 추억이니까요.”

“하긴, 그렇지.”

아이리스와 첫 방탈출 카페 체험을 기록하기 위해 둘이 나란히 포즈를 취했다.

직원이 폴라로이드 사진기로 우리 두 사람의 모습을 찍어 줬다.

“한 장은 저희 매장에 걸어 놓아도 될까요? 싫으시다면 편하게 말씀해 주셔도 됩니다.”

“걸어 주세요. 이런 것도 홍보의 일환이니까요.”

아이리스도 내 결정에 따르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가게 사장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연예인이 가게에 방문해서 이렇게 흔적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가게 입장에선 이득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것도 홍보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그 연예인을 좋아하는 팬들이 스타가 들렀던 장소를 찾아서 올 수도 있고 말이다.

그렇게 아이리스와의 추억을 남긴 채 방탈출 카페를 나왔다.

그냥 헤어지기에는 뭔가 좀 아쉽고.

마침 아이리스가 근처 영화관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오빠, 우리 영화라도 한 편 보고 갈까요?”

“그럴까?”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즐길 거 최대한 다 즐기다가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 * *

휴식을 취하면서 재충전을 했으면, 이제 다시 열심히 일해야 한다.

녹화를 위해 오랜만에 아침 일찍 일어나 샵에 방문한 나는 승훈이 형이 운전하는 차에 몸을 싣고서 방송국으로 향했다.

어디 보자, 오늘의 일정은…….

“예능 프로 하나, 영상 인터뷰 촬영 하나. 이렇게지?”

혹시 몰라서 승훈이 형에게 이 일정이 맞는지 물었다.

“어, 둘 다 잘하면 일찍 끝내 줄 수도 있으니까 열심히 해 봐.”

“알았어.”

한창 쉬었다가 다시 일하려고 하니까 이래저래 몸이 많이 무겁다.

지금도 숙소에 들어가서 단잠을 취하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지만, 그렇다고 다시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촬영장에 도착하자마자 스태프들, 출연진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셋, 둘, 하나.

슛 들어가자마자 진행자가 오프닝 멘트에 이어 나를 소개했다.

“오늘의 게스트, 태오 씨를 모셔 보겠습니다! 큰 박수로 환영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가수 태오입니다. 반갑습니다.”

손을 흔들면서 출연자, 방청객들의 열렬한 환호에 감사의 뜻을 표현했다.

게스트가 나 혼자뿐이라서 그런지,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에 비해서 내가 받은 질문의 양이 상당했다.

미리 대본을 받아 봐서 이런 일은 대충 예상하고 있긴 했는데.

‘설마 사전 질문지에 있던 내용을 다 물어볼 줄은 몰랐네.’

나는 대충 몇 개 거르고 그럴 줄 알았는데.

어렵사리 나를 섭외했으니까 이번 기회에 제대로 뽕을 뽑겠다는 제작진의 의지가 매우 강하게 느껴졌다.

덕분에 나는 프로그램 진행자보다도 말을 더 많이 한 느낌이었다.

쉬는 시간마다 음료로 목을 축이면서 다음 촬영에 대비를 해야 했다.

그래도 녹화 자체는 꽤 빨리 끝났다.

질문들에 대해서 내가 고민 없이 즉답을 한 덕분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녹화 시간이 짧다는 건 굉장히 만족할 만한 요소였다.

이다음은 승훈이 형이 예고했던 대로 언론사와의 영상 인터뷰 촬영 일정이 남았다.

곧바로 장소를 이동할 정도는 아니고.

2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

“점심이라도 먹을래?”

승훈이 형의 제안에 나는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이른 아침에 나오느라 거의 밥을 챙겨 먹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우리들은 따로 식당을 잡았다.

지난번처럼 구내식당이 맛있는 방송국에서 촬영하는 거였다면 점심에 무엇을 먹을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그게 좀 아쉬웠다.

사실 여기 방송국 구내식당은 그렇게까지 맛이 있는 편이 아니라.

그냥 마음 편히 방송국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간단하게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다.

가게에 들어가자마자 북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먼저 눈에 띄었다.

가게 손님들이 밥을 먹다 말고 내게 모든 시선을 집중시켰다.

연예인이니까, 충분히 관심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은 하는데.

‘여기, 방송국 근처 식당이잖아.’

그러면 나 같은 연예인은 이 주변에서 많이 봤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반응이 영 신경이 쓰였다.

내가 신기해서 바라본다기보다는.

뭔가 약간의 호기심? 이런 것들이 깃들어 있었다.

자리를 잡고 메뉴를 주문하고 식사를 하는 와중에도 이 의미심장한 사람들의 시선은 계속 이어졌다.

마음 같아선 직접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러면 괜히 이상한 오해를 살까 봐 차마 그러진 못했다.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내가 시비를 거는 건 아닌가 하고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이미지다.

이미지 관리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데, 오히려 그걸 저해할 만한 행동은 절대 금물이다.

승훈이 형도 사람들의 수상한 시선이 영 신경이 쓰이는 모양인지 고개를 여러 차례 갸우뚱했다.

“왜들 저러지?”

“글쎄.”

알면 나도 이런 고민은 안 했을 것이다.

이때, 갑자기 준서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뭐야, 이 녀석. 갑자기 전화를 다 하네.”

“준서냐?”

“어.”

“받아 봐. 혹시 몰라, 급한 전화일 수도 있잖아.”

어차피 승훈이 형도 준서를 아니까, 굳이 스마트폰 들고 밖에 나가서 받고 오고 그럴 필요 없이 이 자리에서 바로 전화를 받기로 했다.

“여보세…….”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준서가 먼저 호들갑을 떨었다.

-형! 기사 뭐야! 아이리스 씨하고 그렇고 그런 관계였어? 어?

이 녀석이 또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래?

“너, 자다가 일어났냐? 갑자기 전화하더니,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그럼 지금 나온 기사들은 뭔데?

“기사들?”

준서와의 통화를 잠시 뒤로 미루고서 인터넷 어플을 실행했다.

인터넷 창이 뜨자마자 가장 먼저 보이는 기사 제목이 있었다.

[강태오, 아이리스! 두 사람은 지금 핑크빛 열애 중?]

[‘마치 커플같이 보였어요.’, 다수의 목격담 이어져…….]

[강태오와 아이리스, 유명 헌터 커플 탄생하나? 팬들은 적극 환영!]

환영하지 말라고.

애초에 그런 사이도 아닌데, 무슨 환영을 받으라는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준서가 나한테 갑자기 전화한 것도, 그리고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헛소리를 한 이유도 전부 다 알게 되었다.

“기사 잘못 나갔으니까 이상한 오해 하지 마라. 그리고 소문도 퍼뜨리고 다니지 말고. 입단속 잘해. 알았냐?”

-잠깐만요, 형……!

더 이상 해명할 말이 없어서 그대로 통화를 끊었다.

승훈이 형도 나와 준서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인터넷을 부랴부랴 찾은 모양인지, 헛웃음을 흘리면서 말했다.

“야, 너하고 아이리스, 사진 잘 찍혔다. 누가 보면 정말로 연인인 줄 알겠는데?”

“형까지 왜 그래. 동생 그만 놀려.”

가게 사람들이 왜 나를 그토록 관심 있게 쳐다봤는지 알게 되었다.

갑자기 식욕이 뚝 떨어지는 건 덤이었다.

* * *

얼마 전에 내가 아이돌이라면 스캔들 기사 터지는 거에 늘 주의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었던 거 같은데.

근데 내가 그 주인공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기사는 잔뜩 퍼질 만큼 퍼졌고.

지금 이것 때문에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난리가 났다.

덕분에 나는 오후에 잡혀 있던 인터뷰 촬영도 급하게 취소해야만 했다.

애초에 나하고 아이리스는 둘 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헌터이자 연예인이니까.

이 정도의 여파는 어찌 보면 당연한 거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설마.

“놀러 갔던 그곳에 기자가 있었을 줄은 몰랐어.”

한 손으로 이마를 감싸 쥐면서 말하는 내게 최 프로듀서가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유명 연예인들의 뒤를 전문으로 밟는 기자들도 꽤 여럿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기자들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보급이 기본이 되어 있다 보니 대중이 기자들 대신 사진 찍고, 찌라시 퍼뜨리고, 그러는 경우도 꽤 돼요.”

스마트폰의 기술 발전이 내게 이런 식으로 불이익을 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뭐, 이건 나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른 연예인들에게도 동등하게 적용되는 문제였다.

이래서 한때 연예인들의 사생활 문제가 크게 대두된 적이 있었던 건데.

일단 문제가 발생한 건 어쩔 수 없고.

이제부터는 수습에 나서야 한다.

“승훈이 형, 아이리스는?”

“매니저 차 타고 이곳으로 오고 있대. 한 10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그래? 그러면 그동안 우리들끼리 먼저 이야기하고 있을까?”

……라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연 대표가 우리 회의실을 방문했다.

“소식 들었다, 태오야. 축하한다.”

손을 내밀면서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연 대표의 모습을 보고 나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여 주는 게 좋을까, 잠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런 나를 대신해서 승훈이 형이 입을 열었다.

“대표님, 태오하고 아이리스, 그런 사이 아닙니다.”

“응? 아니라고?”

“네.”

“그럼 그 사진은 뭐야?”

이번에는 내가 대신 설명해 주기로 했다.

“기자가 두 사람이 연애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려고 일부러 각도를 조절해서 찍은 거예요.”

“아…… 그래? 그러면 그 방탈출 카페에서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은? 기사 보니까 그 사진도 같이 찍혀 있던데.”

“직원이 신기록 세운 기념으로 찍어 준 겁니다.”

“그러면 사귀는 사이 아니라는 거지?”

“네.”

스캔들에 관한 문제는 예민한 거였기에 딱 잘라 아니라고 말을 해 줬다.

왠지 모르게 아쉬워하는 연 대표의 반응이 신경 쓰이긴 했지만, 그냥 넘기기로 했다.

“나는 두 사람,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만약에 저하고 아이리스가 진짜로 사귀는 사이라면, 데이브가 가만있지 않을걸요.”

“그래? 데이브는 의외로 무덤덤하던데?”

“네?”

아이리스와 열애설이 터진 것보다 이게 더 놀라웠다.

“무덤덤했다고요?”

“어, 아까 나하고 같이 가볍게 커피 한잔 했거든. 우리도 그때 스캔들 기사 터진 거 보고 알았는데, 정작 데이브는 이럴 줄 알았다고 그러더라.”

“그게 끝입니까?”

“어.”

데이브도 아이리스가 내게 마음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상태다.

오히려 미리 알고 있어서 반응이 미적지근했던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기사 터지자마자 감히 내 여동생을 건드렸냐면서 당장 아이템 들고 나 죽일 기세로 덤벼들 거 같았는데.

‘참 알다가도 모를 녀석이네.’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이, 어느새 연 대표도 자리 하나를 차지해 앉았다.

“그래서 너희는 어떻게 할 건데?”

연 대표는 HT 엔터테인먼트의 운영을 전적으로 내게 맡기고 있었다.

나의 생각이 곧 HT 엔터테인먼트의 방향과 일치한다.

뻔하지 않은가.

“아니라고 입장문부터 발표해야죠.”

“그다음은?”

“별다른 조치는 안 취할 겁니다. 아니라고 확실하게 이야기는 했고. 대중이 알아서 잘 판단해 줄 테니까요.”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시간이 약이다.

연예계에서는 가끔 이 말이 제대로 통하는 때가 있다.

나는 지금이 그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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