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139화 (139/250)

제36장. 뜬금없는 열애설 (4)

일전에 ‘위대한 탈출’에 출연한 뒤, 방탈출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한 나는 아이리스에게 주말에 날 잡아서 같이 방탈출 카페라도 가 보지 않겠냐고 먼저 제안한 적이 있었다.

아이리스는 스케줄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그날 비워서 나와 같이 방탈출 카페에 가겠다는 말을 했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어쨌든 이러이러해서 아이리스와 같이 방탈출 카페를 가기로 한 날짜가 결정되었다.

그날이 바로 이번 주 토요일 오후다.

정확한 시간은 아이리스가 오전 스케줄이 끝나고 난 다음에 알려 주겠다고 했으니까.

여유롭게 기다려 보기로 했다.

토요일 오전.

아침부터 준서와 니암, 딜런은 바빠 보였다.

“스케줄?”

“네. 녹화 끝낸 다음에 저번에 형한테 말했던 그 과일 주스 매장에 갔다 와 보려고요.”

“잘 다녀와. 그리고 어디 다닐 때 항상 안경하고 모자, 마스크 착용하는 거 잊지 말고. 사람들이 너희 다 알아보잖아. 안 그래?”

“그렇죠.”

내가 이런 말을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우리가 워낙 유명해진 터라 얼굴을 아예 가리지 않는 이상, 웬만한 사람들은 우리가 누군지 바로 알아차리는 단계까지 오게 되었다.

특히나 나나 데이브의 경우에는 어디 나갈 경우가 생기면 안경이나 마스크는 무조건 착용하고 다니는 중이다.

이렇게 해도 알아보는 사람들은 알아본다.

그래도 안 하고 다니는 것보다야 나으니까 말이다.

셋이 같이 스케줄 준비에 한창일 때.

데이브는 여전히 잠에 빠져 있었다.

오늘이 비번으로 알고 있는데.

뭐, 그동안 혼자서 여기저기 방송에 출연도 많이 했고. 그리고 얼마 전에는 나 따라서 급하게 미국에 다녀오기까지 했으니까.

‘이럴 때 쉬게 해 줘야지.’

언제 또 마음 놓고 쉬겠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쉴 수 있을 때 쉬어 두는 게 좋다.

대충 샌드위치와 우유로 아침을 해결하려고 할 때, 아이리스한테서 톡 메시지가 도착했다.

오늘 점심에 만나서 같이 밥 먹고 방탈출 카페 가자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점심이라. 밥 먹을 곳 미리 찾아 둬야겠네.’

어디서 먹을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 귀찮으니까.

미리 예약을 해 두고 시간 맞춰서 바로 가는 게 편하다.

어차피 나는 오전에 일정이 없으니까.

‘어디, 맛집이라도 찾아볼까.’

아이리스가 뭘 좋아했더라.

기억을 더듬어 보기로 했다.

* * *

방송국에 가서 아이리스를 직접 픽업한 뒤에 식사를 하기 위해서 차를 타고 움직였다.

내 옆 좌석 시트에 자리를 잡은 아이리스의 모습을 힐긋 바라봤다.

치마가 생각보다 짧았다.

“무릎 담요 뒤에 있는데.”

“오빠, 그런 것도 가지고 다녀요? 설마 여자 생긴 건 아니죠?”

“우리 누나 태울 때를 대비해서 가지고 다니는 거야. 누나가 정장 입을 일이 많이 있잖아. 그래서 그런 거지.”

“아송 언니가 있었죠. 죄송해요. 제가 오해를 했네요.”

“괜찮아. 그리고 원래 아이돌은 스캔들 같은 거 조심해야 하니까.”

물론 우리 HTB를 아이돌로 봐야 할지 어떨지에 대한 의견은 좀 나뉜다.

처음부터 아이돌이 되기를 희망하면서 차근차근 연습생 단계를 밟아 와 가수가 된 케이스도 아니고.

원래의 목표는 헌터들에게 버프를 주기 위함이었으니까.

프로젝트성 그룹이라는 성격이 짙었기 때문에 일반 아이돌과는 궤도를 달리한다는 의견이 꽤 된다.

하지만 반대로 아이돌 그룹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결코 적지 않았다.

어쨌든 결론은 우리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보이 그룹인 건 맞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가수들처럼 스캔들 기사 나는 것에 대해 조심할 필요가 있다……라는 거다.

물론 이 이야기는 나뿐만이 아니라 HTG, 그리고 아이리스에게도 해당된다.

“너는 최근에 스캔들 터질 만한 남자 연예인 있거나 하지 않지?”

“저요? 없어요. 대신에 스캔들이 났으면 하는 상대가 한 명 있긴 하지만요.”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힐긋 바라봤다.

누차 말하지만, 나는 눈치가 아예 없는 사람이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빠른 축에 속한다.

아이리스는 지금까지 수차례 나에 대한 마음을 어필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여태껏 눈치를 못 챘다고 한다면, 그건 다른 의미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아이리스는 충분히 괜찮은 여자다.

머리 좋고, 미모 뛰어나고, 성격도 괜찮고.

그럼에도 내가 아이리스와 거리를 두려고 하는 이유는 아까도 말했던 것처럼 아직 연애를 하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것도 있고.

그리고 아이리스의 오빠가 하필이면 데이브라는 점도 어느 정도 작용한다.

만약에 데이브가 나와 아이리스가 사귄다는 걸 알게 된다면…… 절대로 좋은 반응은 안 나올 것 같다.

그래서 친한 오빠, 여동생 관계를 계속 유지해 오고 있는 거였다.

아이리스에게는 굉장히 미안한 말이지만 말이다.

아이리스도 이런 이유들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아쉬워하는 거 같기도 하다.

아쉬워도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연예인이니까.

* * *

너무 서울 도심 한가운데를 돌아다니면,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우려가 있다.

그래서 나와 아이리스는 일부러 외곽에 위치한 방탈출 카페를 찾기로 했다.

외곽에 있다고 무조건 시설이 안 좋은 곳이 아닐까 하는 걱정은 접어 둬도 된다.

오히려 서울 도심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위치해 있는 곳이 부지 비용이라든지 이런 게 더 싸게 먹히는 덕분에 훨씬 매장 규모가 크고 시설도 좋은 경우가 많다.

우리가 찾을 곳도 바로 그런 곳이다.

하지만 방탈출 카페를 가기 전에 먼저 주린 배를 채우기로 했기에 식당으로 먼저 이동하기로 했다.

“여기도 내가 미리 예약해 뒀어. 어때?”

“분위기 괜찮은데요?”

양식 전문 가게로, 미국 국적의 아이리스에게는 입맛에 잘 맞을 만한 곳이라고 확신하고서 예약한 곳이다.

평점도 괜찮고. 인테리어도 아이리스의 취향에 맞는 걸로 봐선 이곳으로 예약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강하게 들었다.

가게 사장과 직원들은 우리가 식사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특별히 사인을 부탁한다든지 하는 말을 걸지 않았다.

들어올 때 나하고 아이리스가 미리 다 해 줘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주문하신 스테이크, 파스타, 샐러드 나왔습니다.”

우리들이 주문했던 음식들이 하나하나씩 세팅되기 시작했다.

“먹어, 오늘은 이 오빠가 살 테니까.”

“잘 먹을게요, 태오 오빠.”

“그래, 너무 많이 먹진 말고. 조금 있다가 방탈출 카페도 가 봐야 하니까.”

“네, 그러려고요. 안 그래도 저, 요즘 다이어트하고 있어서 많이 안 먹고 있어요.”

“다이어트라고?”

아이리스에게는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단어가 튀어나와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굳이 할 필요가 있어?”

“왜요. 저 살 요즘 많이 쪘어요.”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

예전하고 똑같다.

아니, 오히려 예전보다 좀 더 마른 듯한 느낌도 든다.

하지만 아이리스는 여전히 살이 쪘다는 것을 강조했다.

“남자하고 여자가 보는 ‘살쪘다’의 기준이 많이 달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어요.”

“그런가?”

뭐…… 내가 여자였던 적이 없어서, 확실히 아니라고 답을 해 줄 수가 없었다.

몬스터나 아이템, 헌터에 관련된 거라면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데.

모르는 분야는 어쩔 수 없다.

SSS랭크 헌터가 신은 아니니까.

그렇게 식사를 진행하는 동안, 아이리스의 입에서 연신 ‘맛있어요.’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오늘 하루는 다이어트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마음껏 먹어. 음식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것도 살찌는 이유라고 그러더라.”

“오빠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알았어요. 그러면 오늘만 딱 먹을게요.”

“잘 생각했어.”

깨작깨작 먹는 것보다 마음껏 먹는 모습을 보는 게 나도 기분이 좋다.

안 그래도 아이리스가 우리 회사로 이적하면서 낯선 나라에서 적응하느라 고생이 많은데, 내가 제대로 밥 한 끼 사 준 적이 없다는 것이 굉장히 신경 쓰였었다.

그 한을 오늘 조금이나마 풀 생각이었다.

리미트를 해제한 아이리스의 먹성은 내 예상을 아주 약간 초월했다.

‘잘 먹네.’

반대로 생각하면, 이전에 저렇게 먹었는데도 지금과 같은 몸매를 유지해 왔다는 뜻이 아닌가.

그러면 굳이 다이어트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내가 또 이런 말을 해 봤자 아이리스는 무조건 해야 한다는 의견을 펼칠 것이다.

그러면 또다시 끝나지 않는 토론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그냥 생각으로만 남겨 두고, 입 밖으로는 꺼내지 않기로 했다.

밥 먹을 때에는 머리가 복잡해질 만한 이야깃거리는 최대한 지양하는 게 좋으니까 말이다.

* * *

식사를 마치고 나온 우리들은 뒤이어 근처에 위치한 방탈출 카페를 찾았다.

코스가 여러 개 있었다.

“가장 인기 있는 코스가 어떤 건가요?”

내 물음에 직원이 맨 위에 있는 것을 가리켰다.

“귀신 들린 집 코스가 가장 인기가 많습니다. 원래는 할로윈 한정으로 잠깐 열었던 코스인데, 생각보다 인기가 너무 많아서 아예 정식 코스로 굳혀졌어요.”

“그렇군요. 우리는 어떤 거 할까?”

아이리스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제일 인기 있는 걸로 하죠.”

직원이 알겠다고 말하면서 우리를 어디론가 안내했다.

그 전에.

“여기서부터는 안대를 착용해 주세요.”

이거, 어디서 많이 본 패턴인데.

방탈출이라는 건 다들 이렇게 시작 전에 안대로 눈을 가리고 하나 보다.

뭐, 가는 길에 이곳의 구조를 미리 눈으로 훑어 두면 재미가 없어지니까.

충분히 이해한다.

내가 직원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 뒤로 아이리스의 손도 같이 잡아 줬다.

단순히 손을 잡은 것에 불과할 뿐인데.

아이리스의 손바닥에 땀이 약간 맺히는 느낌이 났다.

“긴장한 거야?”

혹시나 해서 내가 묻자, 아이리스가 아니라고 부정했다.

“오빠하고 손은 처음 잡아 보는 거 같아서요.”

굉장히 귀여운 사유였다.

스태프가 우리를 어느 곳에 가둔 뒤.

1분 후에 방송으로 안대를 벗으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안대를 벗자, 스산한 분위기의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방송에서 이것저것 룰을 설명해 줬다.

초보자도 알 수 있는 정말 기초적인 룰이라서 굳이 귀담아들을 필요는 없었다.

“그럼 바로 시작해 볼까?”

“네.”

아이리스와 흩어져서 힌트가 될 만한 것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꺄악!”

갑자기 아이리스가 놀라더니 내게 찰싹 달라붙었다.

“왜 그래, 갑자기.”

“저기, 저쪽에…….”

귀신 인형이 빼꼼 튀어나와서 아이리스를 놀라게 만든 모양이다.

아니, 그런데 좀 이상한 게 있다.

“아이리스, 너 이런 거 원래부터 무서워했었어?”

내가 알기론 전혀 안 그렇다.

이것보다 더 음산한 분위기를 지닌 던전에서도 잘만 돌아다니던데.

순간 아이리스의 얼굴에 당혹감이 번졌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더더욱 내 쪽으로 달라붙었다.

“저, 원래 호러물에 약했어요.”

아무리 봐도 아닌 거 같은데.

본인이 한사코 아니라고 부정하니까,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는 수밖에 없다.

아까도 말했지만, 무한 논쟁을 벌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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