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130화 (130/250)

제34장. HTB, 컴백 (1)

컴백 쇼케이스 무대를 마치고 스태프들이 가져다준 의자에 차례대로 앉은 우리들.

이빈이가 우리 다섯 명을 차례대로 바라보면서 관객들과 함께 짧게 박수를 쳤다.

“이번에 처음으로 선보이시는 거죠? 이번 타이틀곡 말이에요.”

“네, 그렇죠.”

내가 대신 마이크를 들고서 답했다.

이빈이가 어서 곡 설명에 대해 듣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그래도 쇼케이스인 만큼 이미 정해져 있는 순서라는 게 있다.

“우선은 짧게 인사 한마디씩 부탁드려도 될까요?”

내 신호에 맞춰서 멤버들이 크게 외쳤다.

“안녕하세요! HTB입니다!”

“리더를 맡고 있는 태오입니다.”

“데이브입니다.”

“니암입니다.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딜런입니다.”

“HTB의 영원한 막내! 준서입니다! 여러분, 보고 싶었어요-!”

준서가 팔을 쭉 뻗고서 손을 크게 흔들면서 관객들에게 반가움을 드러냈다.

무대 위에서 보여 주는 준서의 저 활기찬 모습. 컴백 덕분에 오랜만에 보는 기분이다.

짧은 자기소개를 마친 다음, 이빈이가 잠시 참았던 질문을 내게 던졌다.

“이번 두 번째 앨범의 타이틀곡, ‘세비올라’에 대해서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네. ‘세비올라’는 아까 들으신, 후렴구에서 반복되는 마법의 주문 같은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듣는 사람들에 따라서 사랑의 주문이 될 수도 있고, 용기의 주문이 될 수도 있고. 그리고 기적의 주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기적의 주문이라면, 어떤 내용의 기적을 말씀하시는 걸까요?”

“글쎄요. 그때그때 다르지 않을까 싶네요.”

기적의 종류는 굉장히 많으니까 말이다.

나는 신이 아니다 보니까 그런 걸 일일이 파악할 수가 없다.

이빈이가 계속해서 우리들에게 질문을 이어 갔다.

“반년 넘게 활동을 안 하시다가 이번에 두 번째 앨범으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그동안 어떻게 시간을 보내셨는지, 각자 한번 들어 볼까요?”

단체로 질문이 들어오면, 대부분은 내가 먼저 스타트를 끊는 편이다.

아까도 그렇고 말이다.

리더이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컸다.

“저 같은 경우에는 영화 관련 일도 있었고. 홍보의 일환으로 방송에 자주 얼굴을 비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최근에 저, 방송에서 자주 보셨을 겁니다. 그렇죠?”

관객들에게 묻자, 망설임 없이 ‘네!’라는 답변이 되돌아왔다.

니암, 딜런, 데이브. 이 셋은 데이브가 하나로 묶어서 근황을 전했다.

“저희는 미국에서 헌터 관련 업무를 소화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는 밝히기 곤란해서……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물론이죠. 시청하고 계시는 분들도 분명 이해해 주실 겁니다.”

평화의 시대가 도래했다 해도, 아직 헌터 업무에 관해서는 숨겨야 할 게 많았다.

그래서 데이브도 아직 협회 측에서 동의를 구하지 않은 사항의 경우에는 웬만하면 방송에서 잘 안 밝히려고 했다.

이게 맞다.

문제는 난 잘 안 지키는 거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준서의 차례.

준서의 대답은 우리들 중에서 가장 심플했다.

“저는 백수처럼 지냈습니다!”

너무나도 솔직한 준서의 대답에 객석 쪽에서 큰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게 준서의 매력이긴 하지만, 같은 그룹의 일원으로서 가끔씩 창피하고 무안해질 때가 있긴 하다.

그때가 바로 지금이다.

이빈이도 큐시트로 입가를 가린 채 한동안 웃음에 몸을 맡겼다.

“준서 씨는 참 매력 있으신 분이에요. 그렇죠?”

“감사합니다, 선배님.”

이빈이의 말에 준서는 오히려 영광이라면서 활짝 웃었다.

* * *

토크가 한 차례 끝나고, 다음으로 우리의 두 번째 앨범에 들어갈 다른 곡의 무대가 펼쳤다.

활동은 ‘세비올라’ 한 곡으로 쭉 이어 갈 생각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수록곡 안무를 아예 배제한 건 아니었다.

아직 우리 HTB는 발표한 노래 숫자가 많은 편이 아니다.

활동을 오래 한 가수는 히트곡만으로도 2시간은 넉넉하게 채울 수 있을 테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

이제 겨우 두 번째 앨범을 발매한 상황이니까.

내가 솔로로 발표했던 곡들까지 포함한다면 그래도 어찌어찌 콘서트급 분량의 세트리스트가 완성되긴 하겠지만, 그러면 내 독주 무대가 되어 버릴 가능성이 커진다.

그래도 HTB라는 간판을 달고 펼치는 콘서트인데, 내 솔로곡이 과반수를 차지하면 다른 멤버들의 팬들도 만족스러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다른 수록곡도 무대에 올라 써먹을 수 있도록 안무를 짜 뒀다.

‘세비올라’만큼은 아니지만, 최 프로듀서의 개성이 잔뜩 묻어 나오는 신선한 멜로디와 가사라서 그런지, 오늘 쇼케이스에 참가한 관객들의 어깨는 다시 한번 들썩이기 시작했다.

우리와 같이 관객들도 리듬을 타기 시작한 거였다.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나는 마이크를 들고 호응을 유도했다.

“여러분, 손 머리 위로 올려 주세요! 제가 하는 대로 따라 해 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동작은 간단하다.

머리 위에서 손뼉을 짝, 짝, 짝 소리가 나게 마주치기만 하면 된다.

힘든 동작은 아니었기에 사람들은 내가 하는 말에 따라 팔을 들어 올렸다.

관객들이 만드는 박자에 맞춰서 우리들은 번갈아 가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니암의 화려한 펀치라인을 앞세운 랩 파트가 힘차게 첫 포문을 열었다.

니암 파트가 끝난 뒤, 준서와 딜런이 화음을 넣으면서 노래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줬다.

후렴구는 나와 데이브가 번갈아 가면서 불렀다.

원래 계획은 가수 한 명을 피처링으로 따로 섭외하려고 했었는데, 같은 팀 멤버를 놔두고 굳이 다른 가수 팀의 피처링을 요청할 필요가 없을 거 같다는 의견이 나와서 최종적으로 이런 형태가 되었다.

헌터로 활동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나와 데이브가 서로 무대 위에서 얼굴을 마주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순간이 올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그 일이 현실로 벌어지니까 기분이 상당히 묘했다.

처음에는 너무 어색해서 서로 바라만 봐도 고개가 절로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곤 했는데.

그래도 이제는 많이 익숙해진 덕분에 지금은 고개가 억지로 돌아가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나도 그렇고, 데이브도 그렇고 장족의 발전이다.

사실 오늘 무대를 준비하면서 나는 이 파트가 가장 걱정이었다.

괜히 서로 어색해서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거나, 아니면 지금 이 상황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라도 터지면 어쩌나 했었는데.

무사히 넘겨서 천만다행이었다.

그렇게 두 번째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친 우리들은 다시 의자에 앉아 아까처럼 곡에 대한 짧은 설명을 이어 나갔다.

모든 설명을 들은 이빈이가 자신의 생각을 우리들에게 들려줬다.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에 불과한데, 이번 앨범은 실험적인 요소가 꽤 많이 가미된 거 같아요. HTB 1집 때도 그렇고, 그리고 태오 씨가 앞서 발표했던 솔로곡도 그렇고. 제가 알기론 거의 대부분의 곡들에 최 프로듀서님이 관여하신 걸로 아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최 프로듀서님의 실험 정신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내가 마이크를 들고 역으로 이빈이에게 물었다.

“실험 결과는 어떻게 나온 거 같나요?”

이빈이는 우리보다 오랫동안 가수로 활동해 온 여성이다.

웬만한 무대는 전부 다 올라 봤을 정도로 인기 있는 여성 가수.

그만큼 대중가요에 대한 식견도 높다.

이빈이는 가수이기도 하면서 이 분야의 전문가다.

우리는 전문가로서의 이빈이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대본에 없던 질문을 꺼냈음에도 불구하고 이빈이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자신의 생각을 들려줄 기회를 줘서 고맙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이빈이가 우리들에게 들려준 대답은 간단하지만 기억에 오래 남을 법한 그런 말이었다.

“실험은 성공인 거 같습니다.”

이빈이의 한마디에 강한 자신감이 몰려왔다.

* * *

컴백 쇼케이스를 마치고 대기실로 오자마자 나는 가장 먼저 확인하고 싶은 게 있었다.

“승훈이 형, 사람들 반응은 어땠어?”

“괜찮더라. 이번 노래도 잘 뽑혔다는 의견이 대다수고.”

음원이 발표되고 난 다음에야 객관적으로 알 수 있게 되겠지만, 일단은 반응이 나쁘지 않다는 사실에 크게 안도할 수 있었다.

우리가 지닌 MML 버프 능력은 우리 HTB라는 그룹과 노래를 마음에 들어 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걸려 있다.

만약에 헌터들이 이번 곡은 많이 별로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들의 활동이 큰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이렇게 계속 앨범을 발표하면서 헌터들의 호감도를 쌓아 가야 하는 것이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이다.

어느새 의상을 갈아입고 온 준서가 큰 목소리로 우리들을 향해 외쳤다.

“우리, 무사히 컴백 무대 끝났으니까 밥 먹으러 가요! 배가 너무 고파서 죽을 지경이에요!”

무대에 대한 긴장감과 압박감에서 벗어나니, 뒤늦게 허기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나도 그랬다.

“그래, 오늘은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내가 살 테니까 스태프분들도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마음껏 드세요.”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태오 씨!”

“이사님, 최고입니다!”

각기 다른 호칭을 사용했지만, 그래도 나를 찬양하고자 하는 의도는 동일했다.

다들 고생했는데,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나.

한편, 데이브가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짧게 혀를 차면서 말했다.

“멋있는 역할은 네가 다 가져가는 거냐?”

“그러면 먼저 말했어야지.”

“……쳇.”

뭐든 한발 먼저 빠른 사람이 이기는 법이다.

우리 데이브가 잘 알아 뒀으면 좋겠다.

* * *

컴백 쇼케이스 무대가 끝났다고 모든 활동이 다 끝난 건 아니다.

오히려 이제 시작이다.

각종 방송에 출연하면서 우리가 이번에 이러이러한 앨범을 발표했다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다녀야 한다.

세상 사람들이 전부 다 어제 우리의 컴백 쇼케이스 무대를 본 건 아니니까 말이다.

그룹 활동에는 큰 장점이 있다.

출연 요청이 쇄도할 때, 따로따로 나눠서 동시에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완전체로 출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일단은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우리 두 번째 앨범을 홍보하는 것이 최우선이니까.

승훈이 형이 아침에 우리 숙소를 방문해서 오늘의 일정을 빠르게 체크했다.

“준서하고 니암, 딜런. 이렇게 셋은 2시에 예능 프로그램 녹화 잡혀 있으니까 거기 출연하면 되고. 데이브는 오전 10시에 토크 예능 하나, 오후 7시에 인터뷰 하나. 이렇게 예정되어 있어. 그리고 태오는 오전 11시에 라디오 녹음 하나, 오후 3시에 예능 녹화 하나. 다들 확인했지?”

“네!”

“그리고 내일은 음악 방송 녹화 있으니까 잘 알아 두고.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는 거, 다들 알고 있지? 이번에는 늦잠 자지 말고.”

“알겠습니다, 매니저님!”

“좋아, 슬슬 움직이자!”

세 팀으로 나뉘어 움직이는 만큼, 매니저도 세 명이 각각 흩어져서 이동하기로 했다.

나는 승훈이 형이, 나예는 준서네 팀을, 그리고 강원이는 데이브와 같이 움직였다.

오전 일정이 있는 나와 데이브가 먼저 숙소를 나섰다.

“데이브, 열심히 해라.”

내가 먼저 잘하라고 말을 건네자, 데이브가 별일이라는 듯한 반응을 보이더니 짧게 답했다.

“너도.”

하여튼 미워할 수 없는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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