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123화 (123/250)

제31장. 영화 개봉 (4)

개봉 첫날부터 순항을 거듭했던 영화 ‘그날, 우리’가 마침내 내 공약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누적 관객 수 7백만 명을 넘었다는 소식이 기사를 통해 전해졌다.

나는 이미 개봉 첫째 날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약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기사가 뜨기 전부터 미니 콘서트를 진행할 준비에 착수했기 때문에 언제쯤 7백만 명에 도달했단 소식이 알려질까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었다.

콘서트에는 승훈이 형하고 이야기하면서 미리 생각해 뒀던 준서를 특별 게스트로 초빙하기로 했다.

HTG하고 해피모드도 게스트로 출연해서 나를 지원사격 해 주고 싶다고 말을 했지만, 내가 괜찮다고 하면서 거절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이 공약은 내가 걸었던 것이기도 하고. 그래서 굳이 우리 소속사 연예인들에게 부담감을 전가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이유에서 괜히 신경 써 주지 않아도 된다고 적당히 둘러대면서 거절을 한 거였다.

그렇다면 준서는?

얘는 집에서 뒹굴거리기만 하니까.

그리고 무대도 가끔씩 이렇게 올려보내야 나중에 우리 HTB가 두 번째 앨범으로 컴백했을 때 바로바로 적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안 하다가 갑자기 하게 되면 준서에게도 힘든 일이 될 것이 뻔하기에 일부러 나와 같이 미니 콘서트를 준비하게끔 만들었다.

절대로 부려 먹을 막내 멤버가 필요해서 그런 게 아니다.

콘서트가 바로 다음 주로 다가왔을 때.

안무 연습실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춰 보던 준서가 내게 물었다.

“형, HTB 노래 부를 때 포지션은 어떻게 잡을 거예요?”

원래는 다섯 명이서 하던 것을 두 명이서 하려니까 제법 많은 부분을 수정해야 했다.

시간도 얼마 없고, 정식 콘서트는 아니니까 여차하면 안무를 제외하고 노래만 부를까 하는 생각도 해 봤지만.

그러면 무대가 너무 심심해 보일 거 같아서 이런 생각은 접어 두기로 했다.

공약에 의해서 실시하는 즉석 콘서트긴 하지만, 그래도 무대는 무대 아닌가.

우리가 아마추어도 아니고 프로인 이상, 어떤 형태로든 무대에 올라섰으면 그 안에선 최선을 다해야 한다.

“부족한 부분은 댄서들로 채울 수 있으니까, 일단은 너하고 내 파트에만 집중하면 돼.”

“댄서들도 부를 거예요?”

“어.”

그뿐만 아니라 무대 연출에도 어느 정도 힘을 실을 생각이다.

내 계획에 대해 전해 들은 준서는 계속해서 감탄사를 흘렸다.

“이 정도면 웬만한 단독 콘서트 규모 못지않은데요?”

“기왕 하는 거, 제대로 해야지. 아무튼 난 먼저 가 볼 테니까, 농땡이 부리지 말고 연습하고 있어라.”

“어디 가시게요?”

“라디오 스케줄 있어서 가 봐야 해.”

콘서트를 준비하는 동안, 영화 홍보를 위한 방송 활동도 계속해서 이어 가야 했다.

공약은 공약이고, 영화 홍보는 홍보니까 말이다.

사실 이제 그렇게까지 홍보 활동이 필요하진 않은 분위기이긴 했다.

이미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 영화가 재미있다고 제대로 입소문을 탔기 때문이다.

아무리 마케팅에 힘을 쏟아도, 대중이 알아서 내는 입소문만큼 효과적이진 못하다.

게다가 이미 ‘그날, 우리’는 누적 관객 수라는 성적으로 재미있는 영화라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보여 주고 있었다.

가만히 놔둬도 알아서 계속 순항을 이어 갈 터.

그래도 잡아 둔 방송 일정은 다 소화해야 하지 않겠나.

이제 와서 홍보 필요 없다고 스케줄을 다 캔슬해 버리면 그것도 문제가 된다.

오늘은 수현 씨하고 나, 둘이서만 라디오에 출연할 예정이다.

보이는 라디오라서 우리들의 모습이 인터넷에 그대로 공개될 예정이다.

그래서 기본적인 메이크업 정도는 받고 가기로 했다.

대충 준비를 마치고 스튜디오로 향했다.

미리 와 있던 수현 씨가 스태프들과 잠시 대화를 멈추고 나를 반겼다.

“안녕하세요, 태오 씨.”

“안녕하세요. 일찍 오셨네요?”

“요즘 하도 피곤해서 집에 있으면 계속 잠만 자더라고요. 이러다가 제시간에 도착 못 할까 봐 일부러 일찍 와 있었습니다.”

영화 개봉 전부터 오늘까지, 나와 수현 씨 그리고 진연 씨는 홍보라는 목적 하나를 위해서 스케줄을 강행했다.

덕분에 어떤 날에는 촬영 때보다 더 힘든 일정을 소화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이 고생도 이번 주면 전부 끝난다.

“다음 달에 글로벌 개봉 행사 한번 하고, 그 이후부터는 따로 일정 잡혀 있는 게 없다고 그러더라고요.”

수현 씨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도 들었습니다. 그때는 당분간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쉬려고요.”

“각국에서 성적 좋게 나오면, 또 저절로 일정이 생기지 않을까요?”

“뭐…… 좋은 일이니까 그때는 기쁜 마음으로 임해야죠.”

한국에서 촬영한 영화가 세계 무대에도 먹힌다는 건 늘 두근거리는 일이다.

내가 음원을 발표했을 때에도 비슷한 기분이었다.

물론 나 같은 경우에는 시작선 자체가 달랐으니까, 전 세계인들이 관심을 안 가지려야 안 가질 수가 없긴 했다.

가수 태오뿐만 아니라 배우 태오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긴 하다.

준서한테도 말했지만, 기왕 하는 거 제대로 해야 만족하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개봉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의 사적인 대화에서뿐만 아니라 라디오 방송을 진행할 때에도 큰 화두로 등장했다.

방송이 시작됨과 동시에 진행자가 우리들에게 전 세계 동시 개봉을 앞두고 있는 심정에 대해 물었다.

먼저 주연인 수현 씨가 답했다.

“성적이 좋게 나와서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참가하고 싶습니다. 사실 제가 한 번도 그런 경험을 못 해 봤거든요.”

“어머, 그래요? 수현 씨는 워낙 유명하신 분이니까, 적어도 한 번 정도는 외국 시상식에 참가해 보신 적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네요?”

“저도 의외입니다.”

자조 섞인 수현 씨의 말에 나도, 진행자도 가볍게 웃었다.

배우로서 한 번쯤은 세계 무대 진출을 꿈꿨을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 내에서 진행되는 시상식 무대에 서는 것도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세계 무대라는 건 스케일이 다르니까.

게다가 내가 촬영장에서 봐 온 수현 씨는 야망이 있는 사람이었다.

이번 영화를 통해서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커다란 획을 그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 * *

영화가 전 세계 동시 개봉을 앞두고 있는 와중에도 나는 미니 콘서트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최대 수용 인원이 7백 명 정도밖에 안 되는데.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현장을 가득 채웠다.

내가 무대에 오르자, 사람들이 크게 환호를 지르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K-Pop 합동 콘서트에 섰던 경험이 있는지라 이렇게 마이크를 들고 무대에 서는 일이 엄청 낯설게 느껴지진 않았다.

인사를 대신해 노래로 먼저 팬들을 맞이했다.

팬들도 응원봉을 들고서 각 노래의 테마에 맞춰서 색깔을 바꿔 가며 흔들었다.

나는 주로 신나는 노래가 많았기 때문에 팬들도 초반부터 목소리를 잔뜩 높이고 시작을 했다.

한 곡을 끝낸 뒤, 바로 MC 타임에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태오입니다. 갑작스럽게 콘서트를 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오셨네요.”

티켓 예매 페이지가 열리자마자 15초? 그 안에 전부 매진되었다고 한다.

7백 명이 전부였으니까.

이전에 나는 이 인원의 수십 배 이상 되는 콘서트도 매진을 기록한 적이 있었다.

그렇다 보니 이 정도는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히려 팬들이 7백 명은 너무 적다고, 자신들이 돈 모아서 보태 줄 테니까 콘서트장 규모를 좀 더 큰 곳으로 옮겨서 진행해 달라는 요청을 많이 했다.

그러나 규모를 키우면 그만큼 더 만전의 준비를 가해야 했기에 마음만 받기로 했다.

준비 기간이 너무 짧았기에 더 이상 규모를 키우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팬들에게 사정을 말해 주면서 양해를 구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발생했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마련한 미니 콘서트.

“오늘은 특별히 게스트가 있습니다.”

아직 여기에 온 사람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특별 게스트를 무대로 직접 초대했다.

무대 뒤에 숨을 죽인 채 서 있던 준서가 ‘짜잔!’ 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 HTB 막내의 등장에 팬들의 함성 소리가 배로 커졌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HTB의 막내, 준서입니다! 반갑습니다!”

정말로 오래간만에 무대에 서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준서는 긴장하는 티를 내지 않은 채 능숙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준서도 알고 보면 무대 체질이다.

아니, 관종 체질이라고 해야 하나?

사람들에게 관심받는 일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무대나 카메라 앞에 서는 걸 굉장히 좋아했다.

분위기가 차츰 가라앉을 때, 내가 다시 마이크를 들어 올렸다.

“욕심 같으면 HTB 멤버들을 전부 다 데리고 오고 싶었는데, 미국에서 중요한 일을 수행 중이라 미처 데려오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지금 앨범 작업은 꾸준히 하고 있고. 곡 나오면 다시 한국으로 들어와서 컴백 준비할 테니까 너무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몬스터뿐만 아니라 각성 능력을 이용해서 테러를 저지르는 특수 범죄자들에 관한 일련의 사건이 최근에 많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팬들 사이에서 괜히 HTB가 1회성 프로젝트로 끝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커졌다.

이런 걱정들은 우리 팬 카페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래서 팬들의 이런 불안감을 내가 직접 해소시켜 주는 것이 이번 미니 콘서트를 열게 된 또 다른 목적이기도 했다.

물론 시작은 내가 건 공약이 맞긴 하지만 말이다.

옆에서 준서도 내 말에 힘을 실어 줬다.

“다른 형들도 빨리 한국 오고 싶다고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저희 가수 활동도 좋지만, 여러분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니까요. 아셨죠?”

“네에!”

뭐야, 이 녀석. 말을 왜 이렇게 조리 있게 잘해?

내가 아는 준서가 아닌 줄 알았다.

‘우리 막내도 성장했구만.’

왠지 모르게 흐뭇함이 밀려왔다.

* * *

솔로 활동에 HTB 활동까지 쭉 이어서 하다 보니 이제는 공연에 큰 어려움을 겪고 하던 시기는 많이 지나간 것 같다.

갑자기 열게 된 미니 콘서트도 무사히 마무리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

그사이, ‘그날, 우리’가 글로벌 개봉 이후에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수현 씨 소원이 올해 안에 이루어질지도 모르겠네.’

벌써부터 많은 영화 관계자들이 ‘그날, 우리’가 일으킬 파란을 예고하고 있었다.

‘가만. 그러면 나도 시상식에 참가해야 하나?’

부르면 가긴 할 텐데.

이건 내 예정에 없던 일이다.

그때쯤 되면 HTB 두 번째 앨범도 발표될 텐데.

‘시기가 안 겹치도록 최 프로듀서한테 잘 말해 둬야겠네.’

한창 우리 곡 만들기에 여념이 없을 최 프로듀서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최 프로듀서님, 잠깐 시간 괜찮습니까? 할 말이 있는데…….”

그러나 내 말은 갑자기 나를 향해 쌍수를 들어 올리는 최 프로듀서의 행동으로 인해 끊기고 말았다.

“이사님! 마침 잘 오셨습니다!”

“왜요?”

최 프로듀서가 내게 이렇게 외쳤다.

“타이틀곡, 겨우 뽑아냈습니다! 한번 들어 보실래요?”

천천히, 여유롭게 작업하라고 말하려고 했던 내 계획이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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