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121화 (121/250)

제31장. 영화 개봉 (2)

시사회가 끝나자마자 ‘그날, 우리’에 관한 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처음으로 찍은 영화다 보니 사람들의 관심이 굉장했다.

그래서일까, 평론가들이 영화에 대해서 어떤 평가를 남겼을지, 대중은 유독 더 많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물론 사람들 못지않게 나 또한 궁금했다.

현장의 분위기는 굉장히 좋았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사람들이 일어나서 기립 박수를 보냈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현장의 분위기가 평론과 바로 직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당시에는 영화를 찍느라 고생한 우리들이 있었으니까.

예의상 촬영, 편집하느라 고생 많았다는 뜻으로 보낸 박수와 환호일 수도 있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평론을 보면 우리가 받은 이 환호가 가짜인지, 아니면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영화 평론을 빠르게 살폈다.

[올해 최기호 감독이 우리들에게 준 최고의 선물 (★★★★★)]

[이 영화를 한마디로 표현할 자신이 없다. 그냥 와서 보는 걸 추천한다. (★★★★)]

[레이드 시대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 모두가 다 주인공이었다. (★★★★★)]

평론가들은 우리의 영화를 두고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대부분 별점이 5점 만점과 4점을 왔다 갔다 했다.

평상시에 영화에 대해 굉장히 박한 평가를 줬던 평론가들 몇몇도 우리 영화에는 유독 후한 별점을 줬다.

그래서일까, 인터넷의 반응도 굉장히 뜨거웠다.

[qopfj123 : 영화 재미있나 보네]

[오후2시22분22초 : 개봉하자마자 가서 바로 본다 ㅋㅋㅋㅋㅋ]

[Gooooood292 : 스포일러 당하기 싫으면 다들 일찍 가서 보고 와라. 난 그럴 예정이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자신은 아직 영화도 못 봤는데, 경고도 없이 영화 내용에 관한 글을 게시해서 의도치 않게 스포일러를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도 예전에 몇 번 당했던 경험이 있다.

이게 다 SNS나 커뮤니티 사이트가 워낙 잘 활성화가 되어 있어서 나타나는 폐해 같은 거였다.

강제로 스포일러를 당할 때마다 그다지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그래서 영화 팬들 사이에선 초반 러시처럼 개봉하자마자 바로 영화를 보고 와서 스포일러 면역 자격을 획득하려는 사람들이 꽤 되는 편이었다.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굉장히 농후해 보였다.

사람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음을 승훈이 형도 확인한 모양인지, 내가 있는 회사 사무실을 찾아와 물었다.

“인터넷 봤어? 평론가들하고 기자들이 너 출연했던 영화에 대해서 상당히 좋게 평가해 줬더라. 덕분에 기대치가 엄청 올라가 있어.”

“이 기대감이 나중에 실망감을 바뀔지, 아니면 환호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알겠지.”

좋은 스타트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평론가, 기자 들이 바라보는 시선과 대중이 바라보는 시선은 미묘하게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왜, 영화 중에 그런 거 있지 않은가.

평론가들한테는 점수를 굉장히 좋게 받았는데,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최악의 평가를 받는 그런 영화들이.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사례라서 나는 끝까지 방심하고 싶지 않았다.

“당분간은 영화 홍보 위주로 방송 활동 해야지.”

“일정 잡아 줄까? 안 그래도 그거 때문에 수현 씨하고 진연 씨 소속사 측에서 연락 왔던데. 굉장히 조심스럽긴 하더라.”

“조심스럽다고?”

“너니까 그렇지, 뭐. 네가 헌터 일도 하고 앨범 준비도 하고, 워낙 바쁘니까. 그래서 그쪽에서도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데 여기에 다 같이 나가자는 말을 쉽게 못 꺼내는 거 같아. 일단은 내가 너한테 직접 물어보고 대답 준다고 하긴 했는데, 어떻게 할래?”

“뭐, 지금 내 입장에서 딱히 가릴 건 없으니까.”

일단은 시청률이 좀 나오는 프로그램들은 가급적이면 다 나가는 게 좋아 보인다.

그래야 영화 홍보에도 많은 도움이 될 테니까 말이다.

나하고 수현 씨, 진연 씨. 이렇게 셋이 나란히 나간다고 하면, 어떤 프로그램이든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

나는 원래부터 유명했고, 수현 씨나 진연 씨도 영화나 드라마 업계에서는 스타 중에서도 스타니까 말이다.

싫어할 만한 PD는 없다고 본다.

출연료가 감당이 되느냐 하는 문제는 별개로 놓고 봐야겠지만 말이다.

승훈이 형이 고개를 여러 차례 끄덕였다.

“오케이, 알았다. 그러면 그쪽하고 이야기해 보고, 괜찮은 프로그램 한번 찾아볼게. 그런데 너무 하드한 예능은 아마 힘들 거야.”

“왜?”

“진연 씨가 예능 울렁증이 좀 있는 편이라더라.”

“그래? 의왼데?”

촬영장에서 봤었던 진연 씨는 사람들에게 농담을 잘 건네고 항상 웃는,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밝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서도 잘 적응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하긴, 개그맨들 중에서도 예능 울렁증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데, 진연 씨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을 테니까.’

의외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납득이 가긴 했다.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게 의외로 꽤 혹독하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경우에는 명확히 대본이 있고, 정해진 상황에 명시적으로 쓰여 있는 대사만 외웠다가 감정을 담아 연기하면 되니까 크게 복잡할 건 없다.

그러나 예능의 경우에는 사방에서 날아드는 멘트라든지, 가끔씩 웃기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걸 살려야 하는 순발력 같은 게 요구된다.

어떤 예능은 아예 대본이 없는 채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다 보니 배우 입장에선 적응하기가 좀 힘들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으니까.

“상관없어. 예능 강도가 센 프로그램이든 아니든, 어디까지나 영화 홍보가 주목적이니까.”

“그러면 그렇게 알고 있을게.”

“어, 정해지면 나한테도 바로 알려 줘, 형.”

“알았어.”

형이 나간 뒤.

나는 탁자용 달력을 들어 올리고서 틈이 날 때마다 기록해 둔 내 일정들을 확인했다.

영화 홍보 일정에 주로 매진하면서 앨범 준비도 꾸준히 할 생각이었다.

‘다음 달에 레코딩하기로 했고……. 그러고 보니 레코딩 이후 일정은 아직 안 잡혀 있네?’

순간 머릿속에 괜찮은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서 SNS 어플을 실행시켰다.

영화 홍보를 위해서.

‘나도 적극적으로 나서 볼까.’

타자를 치는 내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 * *

영화 개봉을 코앞에 두고 있는 시기에 연예계 소식을 중점으로 다루는 한 TV 프로그램과의 인터뷰를 위해 나와 수현 씨, 진연 씨, 세 주역이 한자리에 뭉쳤다.

시사회 이후로도 이런 식으로 셋이서 영화 홍보 차원에서 같이 일정을 소화했던 적이 몇 번 있었기에 오랜만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역으로 이렇게 셋이 있으니까 같은 팀끼리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젊은 여성 진행자가 밝은 미소로 우리들을 환영했다.

“요즘 다들 엄청 바쁘실 텐데, 인터뷰 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수현 씨가 대표로 답했다.

“아닙니다. 팬 여러분들께서 저희를 보고 싶으시다는데, 언제든 나와야죠.”

모범적인 멘트였다.

진연 씨는 예능이 어려울 뿐, 인터뷰 자체는 괜찮은 모양인지 긴장하는 티를 잘 내지 않고 있었다.

나야 뭐, 헌터로 일하던 시절부터 기자들 앞에 서는 게 일상이었으니까, 이런 자리를 낯설어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이제 곧 영화가 개봉할 텐데, 어떤 기분이세요? 이번에는 진연 씨부터 먼저 말씀해 주시겠어요?”

“많이 떨리고, 그리고 기뻐요. 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작품으로 팬 여러분들을 찾아뵙고 싶다는 생각뿐이었거든요.”

“이번 작품, 평가가 굉장히 좋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시사회에 참석 못 해서 영화를 직접 보진 못했는데, 갔다 온 분들 중에 벌써부터 올해 영화 시상식은 ‘그날, 우리’가 싹 쓸어 갈 수도 있다는 말을 하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정말로 그랬으면 좋겠어요.”

우리들 중에서 특히 수현 씨가 상복이 정말 없는 편이다.

그동안의 필모그래피만 살펴봐도 제목만 들어도 다들 알 법할 만큼 성공한 영화, 드라마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지만, 유독 상과는 거리가 먼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그래서일까, 수현 씨는 이번 영화에 굉장히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

물론 나도 그렇고 말이다.

이다음 인터뷰 차례는 나였다.

“태오 씨가 SNS에 흥미로운 글을 올리셨더라고요. 혹시 기억하세요?”

“공약 글인가요?”

“네, 맞아요.”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기 전에 나는 SNS를 통해서 이런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만약에 우리 영화가 7백만 관객 수를 달성하게 되면, 작은 콘서트를 열겠다고.

이 콘서트를 통해 얻은 수익금 전부를 불우이웃들에게 기부하겠다는 게시글을 남겼던 기억이 난다.

만약에 하게 된다면 우리 영화가 손익분기점의 세 배 이상을 달성했다는 뜻이 되니까 좋은 거고.

나 같은 경우에는 좋은 일을 할 수 있어서 의미가 있기도 하고.

손해 보는 공약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지 문제가 있다면, 이 미니 콘서트를 준비해야 하는 회사 입장이 좀 골치가 아파진다는 거겠지.

어디서, 어떤 형태로 콘서트를 열지, 이것에 대해서 애당초 논의된 바는 없었다.

그냥 내 머릿속에 그날 떠올라서 혼자 생각하고 바로 올린 거였다.

덕분에 SNS 글을 올리자마자 승훈이 형의 원성이 쏟아졌다.

이런 건 상의 좀 하고 올리라고.

앞으로는 그러겠다는 말로 대충 무마시켰다.

반드시 열겠다는 것도 아니고, 7백만 명의 누적 관객 수를 기록해야 한다는 조건이 걸려 있으니까.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다.

리포터가 내게 그 SNS에 올렸던 내용에 대해 재차 물었다.

“정말로 7백만 명이 넘으면 콘서트 여시는 건가요?”

“네, 기부도 그대로 진행할 겁니다.”

“그렇군요. 혹시 다른 분들은 공약 안 거실 건가요?”

리포터가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수현 씨와 진연 씨를 번갈아 바라봤다.

수현 씨는 처음부터 공약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인지, 먼저 입을 열었다.

“7백만 명 넘으면 봉사 활동 진행하겠습니다. 진연 씨하고 같이요.”

“저도요, 선배님?”

“따로 공약 생각해 둔 거 있으면 그거 해도 되고.”

“…….”

반응을 보아하니, 아마 없는 거 같다.

결국 진연 씨도 수현 씨의 공약을 함께 이행하기로 했다.

리포터와 스태프들이 단독으로 전할 소식거리 하나 확보해서 좋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7백만 명을 넘어서 8백, 9백…… 아니, 천만 영화 달성하시기를 저희도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천만 영화.

영화계에 있어서 성공을 상징하는 단어가 있다면, 리포터가 방금 언급한 ‘천만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는 굉장히 뜻깊은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까지도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몇 개 안 되니까 말이다.

첫 출연했던 영화가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된단 말이지…….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상상만으로도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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