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120화 (120/250)

제31장. 영화 개봉 (1)

일단 입구 밖으로 튀어나온 스웹들은 전부 토벌하는 데에 성공했는데.

아직 남은 녀석들이 있을지 모른다.

혹시 모르기에 일단은 둥지 안쪽 깊숙한 곳으로 진입하기로 했다.

지상과는 전혀 다른 환경인 데다 언제 어디서 스웹 놈들이 덤벼들지 몰랐기에 둥지 진입 작전은 최소 A랭크 이상의 헌터들만 투입하기로 했다.

지상에서 나름 맹활약을 벌였던 니암과 딜런은 나와 데이브에게 아쉬움과 미안한 감정을 드러냈다.

“저희도 같이 갈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죄송합니다, 형들.”

“미안할 게 뭐 있다고. 신경 쓰지 마.”

팀원들의 축 처진 어깨를 토닥여 주고서 나는 데이브 그리고 다른 헌터들과 함께 둥지 안쪽으로 진입했다.

안에 조명탄을 쏘면서 시야가 먼저 확보되고 나서야 진입을 개시했다.

아무리 나라 할지라도 어두운 환경에서 몬스터들 다수가 덤벼들면 상대하기 힘들다.

나조차도 이런데, 나보다 랭크가 낮은 헌터들은 목숨 자체가 위태로울 것이다.

그래서 차근차근 조심스럽게 둥지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기로 한 거였다.

앞서 걸어가던 나는 헌터들에게 짧게 외쳤다.

“좌측에 두 마리.”

헌터들이 알아차리기도 전에 내가 먼저 남은 스웹들의 정확한 위치와 숫자를 알려 줬다.

내 말을 듣자마자 데이브가 제일 빠르게 행동에 나섰다.

몰래 숨어 있다가 우리들을 향해 날아드는 스웹 두 마리를 향해 데이브가 창을 크게 휘둘렀다.

파지지직!

스파크가 눈이 부실 정도로 밝고 강렬한 궤적을 남기면서 스웹 두 마리를 순식간에 전기 구이로 만들어 버렸다.

내가 미리 말을 해 주긴 했지만, 데이브의 반응 속도 역시 이에 못지않았다.

“나이스, 데이브.”

“놈들, 또 어디 있냐?”

“전방에 세 마리. 저 녀석들은 내가 해치울게.”

이번에는 마이크 대신 내가 현역 때 주로 사용했던 검 아이템을 꺼내 들었다.

마력을 불어 넣고서 그것을 크게 휘두르자, 날카로운 검기가 스웹들을 두 동강 내 버렸다.

그렇게 나와 데이브의 일방적인 학살이 이어졌다.

우리들을 뒤따라온 헌터들이 나설 틈은 일절 없었다.

“역시 헌터 랭킹 1, 2위…….”

“우리들은 반응도 제대로 못 하는데, 어떻게 저렇게 빨리 액션을 취할 수 있을까?”

헌터들은 마치 관객처럼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서 감탄을 끊질 못했다.

그렇게 둥지 내부를 전부 둘러보고 난 뒤, 우리들은 수색 작전을 종료한 채 다시 지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알렉스가 나와 데이브를 번갈아 바라보면서 말했다.

“둘 다 고생 많았다. 내부는 확실하게 제압한 거지?”

“예. 이제 가서 철거 작업만 하면 될 거 같습니다.”

“알았다. 조만간 협회 측에서 인력을 파견할 거라고 했으니까. 그 전까지 이 주변에 사람들이 접근 못 하게 통제만 하고 있으면 되겠구만. 다들 수고 많았고, 오늘은 들어가서 쉬도록 해.”

“알겠습니다.”

뒤처리는 알렉스와 미국 헌터 지부가 알아서 처리해 줄 것이다.

나와 데이브는 사용했던 아이템들을 반납하고 잠시 쉬기로 했다.

그사이, 기자들이 우리들을 찍기 위해 몰려왔다.

사람들을 향해서 오른손을 가볍게 흔들어 주자, 플래시가 사방에서 터지기 시작했다.

데이브가 내게 농담식으로 말했다.

“가서 몇 마디 해 주고 오지 그러냐.”

“그럴까?”

나중에 협회 측의 공식 기자회견이 열릴 것이다.

자세한 사항은 그쪽에서 이야기해 줄 테니까 패스하기로 하고.

지금은 작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는 점 등 가벼운 것들만 먼저 말해 주기로 했다.

기자 중 한 명이 내게 물었다.

“직접 라이브로 부르셨다고 하던데, 정말인가요?”

“예. 한국에 있을 때에는 전장에서 몇 차례 노래를 부른 적이 있었는데, 미국에서는 처음이네요.”

상당히 낯선 경험이었다.

애초에 몬스터들과 싸우는 현장에서 내가 직접 노래를 부른 일이 손에 꼽을 정도다.

나머지는 다 내 노래가 녹음된 음원 파일을 활용해서 헌터들의 전투력을 높여 주곤 했었으니까.

그러나 스웹처럼 전자기기 작동을 일시적으로 훼방 놓을 수 있는 몬스터들을 상대할 때에는 오늘처럼 내가 직접 노래를 부르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게 입증되었다.

특히나 이철민 소장이 나를 위해 만든 마이크 아이템이라면, 이런 라이브 효과가 더더욱 빛나게 될 것이다.

기자들도 오늘 내가 처음으로 사용한 마이크 아이템에 관심을 보였다.

“이철민 소장이 선물했다던 그 마이크, 저희한테도 한번 보여 주실 수 있을까요?”

“죄송합니다. 아이템들은 이미 다 반납해서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그때 다시 보여 드리겠습니다.”

아이템을 한번 사용하고 나면, 그 아이템의 내구도를 체크하게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그래서 사용이 끝난 아이템은 내가 바로 집으로 가져가는 게 아니라 일단 헌터협회 측에 반납을 하고, 내구도를 포함해서 기타 여러 가지 것들을 점검한 뒤에 이상이 없으면 다시 나에게 되돌려준다.

아이템이라는 게 워낙 독특하고 위험한 물건이니까. 그래서 이런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었다.

물론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작업은 아니고, 가끔씩 까먹을 때도 있었다.

기자들 앞에선 나중에 보여 주겠다고 하긴 했지만.

‘그래도 가급적이면 그런 기회가 안 생기는 게 더 좋긴 하겠지.’

몬스터가 나타날수록 사람들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 * *

한국으로 돌아온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바로 ‘그날, 우리’ 시사회 일정이었다.

시사회 당일.

최 감독이 나에게 연신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미국에서 합동 콘서트니, 몬스터 토벌이니 힘든 일의 연속이었을 텐데. 이렇게 한국에 들어와서도 고생하시게 되었네요.”

“괜찮습니다. 이제는 다 적응되었거든요.”

합동 콘서트는 둘째 치더라도. 스웹 토벌 작전은 사실 그렇게까지 빡세지 않았다.

다른 몬스터들 퇴치하던 거에 비하면, 이번에는 한결 편했다.

노래 부르다가 우두머리 튀어나온 거 하나 제압하고. 그리고 마지막에 둥지 안에 들어가서 남은 스웹들을 없애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토벌 작전에서 희생된 헌터들도 없었고.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덕분에 미국 측에서 우리나라에 큰 도움을 줘 고맙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졸지에 국위선양까지 하고 돌아와서 그런 걸까.

시사회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나는 주연배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무대에 올라서자마자 가장 많은 환호성을 받게 되었다.

수현 씨하고 진연 씨도 내게 박수를 쳐 줬다.

자기소개를 하기 위해 마이크를 건네받은 나는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에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분위기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가 그제야 입을 열 수 있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강태오입니다.”

짧은 자기소개가 끝나자마자 사람들의 환호성은 다시 이어졌다.

누가 보면 내 단독 콘서트라도 온 줄 알겠다.

대충 반응이 뜨거울 거라고 예상하고 있긴 했었는데, 설마 말도 제대로 못 하게 될 정도일 줄은 몰랐다.

MC도 나와 인터뷰를 시도할 때 이런 현상과 연결 지어 물었다.

“오늘 태오 씨 인기가 굉장히 뜨거운 거 같은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매번 그래 왔던 거 같아서 오늘이 특별하다는 느낌은 잘 안 드네요.”

일부러 허세로 반응했다.

사람들은 이런 내 말도 싫지 않은 모양인지 크게 웃으면서 박수갈채를 보냈다.

나에 대한 인기도 인기지만.

이 무대가 ‘그날, 우리’ 시사회라는 것을 잊으면 곤란하다.

“태오 씨는 작중에서 어떤 역할을 맡으셨나요?”

“강재오 역할을 맡아서 연기했습니다. 예고편에도 나와 있듯이 ‘그날, 우리’ 세계관에서 헌터 랭킹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고요. 감독님한테 들어 보니 저를 모델로 따와 설정한 캐릭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대본 보자마자 ‘이건 나밖에 연기할 사람이 없다!’라는 생각이 팍 들었습니다. 그래서 출연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시군요. 아직 영화를 다 본 건 아니지만, 예고편에 나온 모습만으로도 ‘어울린다’, ‘캐스팅 잘했다’라는 의견이 많더라고요.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직 초보 연기자에 불과한 저로서는 과분한 칭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여기 옆에 계신 수현 선배님이나 진연 선배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일부러 선배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자, 두 사람이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평소에도 ‘~씨’와 ‘~선배님’을 혼용해서 사용하곤 했는데, 시사회 무대 위에서는 ‘선배님’이라는 호칭으로 통일할 생각이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쪽이 좀 더 예의 바르게 보여서.

단지 이런 이유에서였다.

* * *

토크 타임이 끝나고 우리가 만든 영화가 처음으로 사람들에게 공개되었다.

나도 배우들, 그리고 최 감독의 옆에 앉아서 맨 앞에서 영화를 관람했다.

완성본을 영화관 스크린을 통해 보는 건 처음이었다.

첫 장면부터 내가 몬스터와 싸우는 모습이 화면에 비쳤다.

‘몬스터하고 저렇게 전투하면 반격당하기 쉽지.’

그러나 이건 실제 상황이 아니라 영화니까. 만약 장르가 다큐멘터리였다면 실전에 가까운 액션을 보여 줬을 테지만, 영화는 시각적으로 보는 맛이 있어야 하는 장르 아닌가.

그래서 좀 더 유난을 떨어 봤다.

촬영 당시에는 이걸로 정말 괜찮은지 나 스스로도 확신이 잘 안 섰지만, 어느 정도 연출이 가미된 화면을 보니까 기대 이상의 장면이 나왔다.

싸울 때에는 괜찮다.

그러나 상대 배우와 서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차마 눈을 뜨고 보기가 민망했다.

-여기서 벗어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저 녀석들 배 속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면, 제 말에 따르시는 게 좋을 겁니다.

스크린으로 보니까 스스로의 연기에 대해 아쉬움이 상당히 많이 느껴졌다.

지금 다시 재촬영을 한다면 어떤 점을 고치고, 어떤 부분을 자연스럽게 수정하고. 이럴 수 있을 텐데.

그러나 아쉽게도 나는 시간을 돌리는 기술 같은 걸 익힌 기억이 없다.

시사회가 진행되는 동안, 나는 영화 내용보다 오롯이 내 연기에만 신경이 쓰였다.

그나마 다행히도 영화 상영이 끝난 뒤, 사람들의 평가는 나름 괜찮았다.

오히려 내가 우려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 나왔다.

Q&A 시간에 한 기자가 손을 들면서 내게 질문했다.

“우선은 영화 정말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태오 씨한테 질문드리고 싶은데, 생각보다 연기를 굉장히 잘하시더라고요. 혹시 연기를 어디서 따로 배운 적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연기 선생님들한테 실시간으로 가르침을 받으면서 촬영에 임했습니다. 기자분께서는 좋게 말씀해 주셨지만, 그래도 제가 보기에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네요. 다음에도 또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더 열심히 연기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더불어서 기준치도 높게 잡는 편이다.

나 자신을 만족시키기 위해선, 연기 쪽에 좀 더 시간을 투자하는 게 좋아 보였다.

노래 불러야지, 몬스터 때려잡아야지, 여기에 연기까지.

‘앞으로도 많이 바쁘겠구만.’

지금도 충분히 바쁘긴 하지만 말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