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114화 (114/250)

제29장. K-pop 합동 콘서트 (2)

콘서트 일정과 함께 내 첫 조연 영화이기도 한 ‘그날, 우리’의 마지막 촬영일도 다가왔다.

바로 오늘.

촬영 마지막 날에 현장에 한번 들러 달라 했던 사람들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나는 차를 끌고 스태프가 알려 준 장소로 향했다.

공식 일정으로 잡혀 있는 게 아니었기에 승훈이 형은 놔두고, 나 혼자 움직이기로 했다.

스튜디오에 도착하자마자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나를 보자마자 스태프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태오 씨! 오셨어요?”

“오랜만이에요, 태오 씨! 그동안 잘 지내셨죠?”

“이번에 K-pop 콘서트 참가하신다면서요? 기사 봤습니다! 그것도 메인으로 나오시던데요.”

사람들의 관심이 내 근황으로 쏠렸다.

뭐니 뭐니 해도 대한민국에서 현재 활동 중인 유명 가수들이 대부분 참가하는 K-pop 합동 콘서트가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어색하게 웃으면서 그렇게 되었다는 대답을 반복했다.

요즘은 어딜 가든 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 편이어서, 특별히 불편하다거나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사람들이 이만큼 기대를 많이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와닿는 정도였다.

내게 있어서 ‘그날, 우리’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영화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영화의 처음과 끝을 같이하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마침 수현 씨와 진연 씨가 크랭크업을 알릴 마지막 촬영을 앞두고 부지런히 준비 중이었다.

메이크업을 모두 마치고 복장 체크까지 마무리를 지은 뒤에 카메라가 돌아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

나는 카메라 뒤에 서서 다른 스태프들과 마찬가지로 숨을 죽인 채 두 사람의 연기를 지켜봤다.

진연 씨가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손등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면서 수현 씨에게 물었다.

“언젠가…… 이 X같은 상황도 끝이 나겠지?”

CG로 따로 입혀질 하늘 위의 보라색 게이트를 바라보면서 절망보다는 희망을 품으려 노력하는 진연 씨.

수현 씨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녀의 말에 추가로 희망을 보탰다.

“그렇게 될 거야. 반드시.”

평화의 시대를 맞이하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희생한 이들을 기리기 위해 만든 영화답게,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다뤘다.

수현 씨와 진연 씨가 각각 맡은 홍민수와 윤재영이라는 캐릭터도 그렇다.

나도 그렇고, 나와 같이 활동했던 헌터들도 알고 있다.

영화는 배우들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지금처럼 카메라 뒤에서 묵묵히 땀을 흘리며 노력하는 스태프들이 있기에 비로소 영화라는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레이드 시대를 종결시키는 일에도 여러 사람들의 피, 땀 그리고 눈물이 희생되었다.

이 ‘그날, 우리’라는 영화는 그들을 위한 일종의 선물인 셈이었다.

수현 씨의 마지막 대사를 끝으로.

“수고하셨습니다! 이것으로 모든 촬영을 마치겠습니다!”

최기호 감독의 촬영 끝 선언이 이어졌다.

동시에 스태프들의 환호성이 이어졌다.

영화 장르 자체가 재난물로 분류되어 있던 터라 촬영 준비만으로도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다.

배우들도 배우들이지만, 제작진도 마찬가지다.

나도 그걸 가장 가까운 곳에서 봐 왔었기 때문에 스태프들이 ‘마침내 해방이다!’라는 표정으로 환호하는 이유에 대해 잘 알 거 같았다.

게다가 최기호 감독은 워낙 디테일에 집착해서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꼼꼼하게 살피는 성격이다 보니, 고증이 조금이라도 맞지 않는다 싶으면 처음부터 다시 하자고 주장하곤 했다.

몬스터 모델링 작업도 그렇고 말이다.

‘사실 모두가 다 고생했지, 뭐.’

이 고생의 흔적을 기념하기 위해 배우, 스태프 들 모두가 다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을 찍기 위함이었다.

가운데는 최기호 감독과 수현 씨, 진연 씨한테 양보하고.

나는 멀찍이 떨어져서 얼굴만 나오게끔 서려고 했었다.

이때, 최기호 감독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나를 발견하고선 손짓했다.

“태오 씨, 이쪽으로 오세요.”

“저도요?”

“태오 씨 덕분에 무사히 촬영 끝낸 거니까요. 중요한 역할을 하신 분을 그렇게 변두리에 세울 수는 없지 않습니까. 자, 어서요.”

최기호 감독을 따라 수현 씨, 진연 씨도 나를 재촉했다.

마지못해 이들과 같이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자, 찍겠습니다! 하나, 둘, 셋!”

찰칵! 소리와 함께 모두가 각자의 포즈를 취했다.

나는 딱히 생각나는 게 없어서 가볍게 주먹을 말아 쥐고서 파이팅하는 자세를 취했다.

이제 이것으로 내가 할 일은 모두 끝……이 아니지.

‘오히려 이제부터 시작이지.’

영화 개봉 전에 여기저기 행사에 참가해 얼굴을 비치면서 홍보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때는 더 바빠지겠네.’

그럼에도 내 머릿속에는 빨리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롭고 재미있는 경험은 늘 환영이다.

* * *

뒤풀이 회식까지 참석한 나는 이후에 합동 콘서트 준비에 모든 집중력을 쏟기로 했다.

콘서트에 참석하기로 예정되어 있는 가수팀들이 서서히 미국을 향해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었다.

나 같은 경우에는 후발대로 참가해 비교적 늦게 미국에 도착했다.

나 혼자 가는 게 아니라, 우리 BOO 연 대표하고 헌터협회 협회장과 같이 비행기를 타고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었다.

대신에 일반 항공기가 아니라 협회장의 전용기를 타고 이동했다.

레이드 시대 때에는 게이트 현상이 워낙 세계 곳곳에 마구잡이식으로 발생하다 보니, 이렇게 협회장 같은 중요 직책에 있는 사람에게는 따로 전용기가 할당됐다.

헌터들 중에 순위권에 드는 몇몇 랭커들도 전용기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그 나라의 헌터들만으로 몬스터들의 침공을 막아 내기 힘들 거 같다 싶으면 바로 현장으로 지원을 나서야 했기 때문이다.

내 전용기가 있긴 하지만, 어차피 행선지가 같은 데다 함께 움직이기로 한 마당에 굳이 전용기를 두 대나 동원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협회장의 전용기를 타기로 했다.

그리고 이건 살짝 배 아픈 이야기지만, 협회장의 전용기가 내 것보다 좋다.

이런 티를 너무 낸 걸까?

협회장이 맞은편 좌석에 앉아 있는 나를 보면서 너털웃음을 흘렸다.

“하여간 녀석도. 콘서트 준비는 어때, 잘되어 가고 있지?”

“예전에 했던 무대들이라서 준비하는 거 자체는 어렵지 않은데, 오랜만에 다시 합 맞춰 보려고 하니까 어색하긴 하더라고요.”

“네 노래인데, 어색하면 큰일이지.”

“괜찮아요. 금방 다시 적응할 테니까요.”

그룹으로 활동했던 거에 너무 잘 적응해서 그런 것 같다.

“나하고 연 대표도 합동 콘서트 보러 갈 거니까, 잘 준비해 둬.”

“협회장님, 미국 지부에서 진행되는 월간 회의에 참석하려고 가는 거 아니었습니까?”

“겸사겸사 콘서트도 보러 가는 거지, 뭐.”

협회장하고 연 대표 앞에서 무대를 펼치는 건 처음 있는 일이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말을 갑자기 들으면 아무리 나라고 해도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보러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어차피 이런 걸 알게 되었다고 무대의 퀄리티가 갑자기 달라지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준비한 만큼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니까.

“저는 월간 회의에 참가 안 해도 되는 거죠?”

협회장과 연 대표가 하도 나를 여기저기 데려가려고 하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연 대표가 먼저 입을 열면서 나를 안심시켜 줬다.

“콘서트 준비 때문에 한창 바쁘겠지. 우리들 일정까지 같이 어울려 달라고 말하진 않을 테니까 걱정 안 해도 된다.”

“그리고 우리가 너 억지로 데려가려고 하면,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빠져나갈 구멍을 모색할 거잖아. 안 그래?”

협회장이 나를 아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으면, 거기에 잘 몰입이 안 된다.

어차피 가도 내가 별로 집중도 안 하고 딴생각만 품을 게 뻔했기에 처음부터 두 사람은 나를 회의장에 데려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원래는 남들에게 나에 대해 너무 자세히 드러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인데.

이런 걸 보면 가끔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대화를 마무리 짓고 숙면을 취하기 위해 몸을 눕혔다.

그렇게 한숨 자고 눈을 뜨니, 곧 있으면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안내를 들을 수 있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나를 반긴 건 푸근한 날씨였다.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이색적인 외국 풍경까지.

미국에 왔음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협회장과 연 대표는 이대로 미국 지부로 이동하기로 했다.

나는 미국에 온 목적 1순위가 합동 콘서트 때문이니까.

바로 콘서트장으로 향하기로 했다.

미리 와 있던 승훈이 형이 차를 대기시켜 놓은 채 내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태오야!”

손을 흔들면서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승훈이 형.

동시에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뭐야, 형.”

“응? 왜?”

“복장 말이야, 복장.”

선글라스에 파란색 반바지, 슬리퍼, 그리고 하와이안 티셔츠까지.

누구보다도 미국 생활을 즐기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형, 출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외국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김치찌개도 제대로 못 먹는데?’라고 하지 않았어? 그런 것치고는 굉장히 여유가 느껴지는데.”

“태오야, 사람이라는 게 말이야. 낯선 환경에 처하면 생각보다 빨리 적응하더라고. 나도 나한테 놀랐어.”

“그러게. 나도 형한테 놀랐으니까.”

그래도 미국 생활에 적응 못 해서 힘들어하는 것보단 나을지도 모르겠다.

나야 워낙 해외를 많이 다니다 보니 어느 나라에 가든 잘 적응할 수 있긴 하지만 말이다.

승훈이 형이 끌고 온 차에 탑승했다.

“호텔부터 먼저 갈래?”

“아니, 콘서트장부터.”

“왜? 짐 들고 다니려면 귀찮잖아.”

“지금은 체크인 시간도 아니니까. 그리고 어차피 짐은 차에다가 실어 두고 안 꺼내면 그만 아니야?”

“하긴, 그렇겠네. 알았어. 그러면 콘서트장부터 먼저 가자. 도착하면 아마 깜짝 놀랄 거다.”

“왜?”

“보면 알아.”

기대감을 상승시키는 승훈이 형의 말.

궁금한 것투성이었지만, 미리 들으면 그만큼 감동이 반감될 수 있으니까.

잠시만 참아 보기로 했다.

* * *

역대 최대 규모의 K-pop 합동 콘서트가 열릴 장소로 향한 나는 스태프들의 환대를 받으면서 승훈이 형과 함께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승훈이 형이 ‘짜잔!’ 소리를 내면서 콘서트장 문을 직접 열어 줬다.

동시에 눈이 저절로 휘둥그레졌다.

“오……!”

승훈이 형이 기대해도 좋다고 말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한눈에 다 담기 힘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콘서트장.

넓게 펼쳐진 대형 무대 쪽에 시선이 고정된 나는 어느 순간, 저 위에서 내가 무대를 펼치는 모습을 상상했다.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팬들의 함성 소리.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서 노래하는 나.

“여기라면 공연하는 맛이 나겠네.”

“그렇지?”

합동 콘서트에 합류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오늘처럼 강하게 든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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