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92화 (92/250)

제25장. 돌풍의 주역 (1)

설레는 데뷔 무대를 시작으로 1시간가량의 데뷔 쇼케이스가 모두 끝났다.

데뷔곡이라고 해 봤자 타이틀곡인 ‘지지 않는 태양’과 나머지 다른 앨범 수록곡, 이렇게 두 곡이 전부였기 때문에 사실상 공연 시간 자체만 놓고 보면 길진 않았다.

대부분은 유이빈이 진행을 맡았던 토크로 때웠다.

그래도 팬들은 오히려 좋아했다.

어차피 데뷔 쇼케이스라는 걸 알고 온 거이기도 하고.

그리고 입장료도 따로 없었다.

공짜로 세계 최초 헌터 보이 그룹의 데뷔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거머쥐었으니, 무대 구성에 대한 불만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에 다른 이야깃거리들이 많이 나왔다.

-준서 봤냐? ㅋㅋㅋㅋㅋ X나 귀여워!

-나는 니암이었나? 남자답게 생겨서 멋있더라. 딱 내 취향 ㅎㅎ

-이번에 멤버들 비주얼 장난 아니더라. 아니, 잘생겼는데 헌터였다고요? 완전 사기 캐릭터들 아니야?

-영원히 함께해요, 헌터보이즈!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처음에는 헌터들의 전투력을 상승시킬 수 있는 노래를 뽑아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데뷔한 거 아니냐는 여론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의외로 칼을 갈고 데뷔한 것처럼 만반의 준비를 제대로 갖추고 나온 우리들의 모습에 사람들은 입을 모아 찬양했다.

우리도 사람들의 반응이 이렇게까지 뜨거울 줄은 몰랐다.

왜냐하면 데뷔 쇼케이스 무대에서도 말했듯이, 우리들의 데뷔 과정이 순탄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데뷔 무대에 무슨 문제가 생길지, 많이 불안했었는데.

멤버들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깔끔하게 무대를 소화했다.

그리고 우리를 보는 팬들 역시 이런 모습에 감명을 받은 모양인지 웬만한 유명 아이돌 뺨칠 만큼 뜨거운 열기를 보여 줬다.

팬들이 좋아해 주면 우리는 거기에 더 신나고. 우리가 신이 나면 팬들은 더 좋아해 주고. 서로 득이 되는 순환이 계속해서 이루어졌다.

그 덕분인지 인터넷에서는 헌터보이즈 데뷔 무대가 기대 이상이었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물론 악플러도 한두 명씩 보이긴 했다.

그럴 때마다 데이브가 ‘이 새끼, 내가 집 주소 찾아내서 없애 버리든지 해야겠군.’이라는 살벌한 말을 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거 가지고 멘탈이 깨지진 않았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그룹의 특징이 뭐겠나.

가수이면서 동시에 현역 헌터들이라는 점이다.

몬스터와 전투를 펼치면서 생과 사의 갈림길 위에 무수히 섰던 경험 덕분에 저절로 멘탈이 단련되었다.

‘강철 멘탈’은 우리 헌터보이즈뿐만 아니라 헌터걸스에게도 패시브 같은 요소다.

아, 슬혜는 제외해야겠네.

아무튼 결과적으로는 성공적인 데뷔가 되었다.

뒷풀이를 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우리들.

나와 같은 테이블에 앉은 유이빈이 몇 잔째인지 모르는 술잔을 비웠다.

“캬아! 좋네!”

“아저씨 같은 리액션을 다 하네.”

“괜찮아. 팬들도 나 가끔씩 이런다는 거 다 알거든.”

그게 유이빈의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보다 노래 너무 좋더라. 솔직히 나, 보고 무대 뒤에서 울 뻔했어.”

“울 만한 노래는 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

사람의 심금을 자극하는 그런 발라드곡도 아니었고.

들으면 흥이 절로 나는 댄스곡이다.

헌터들의 전투력을 고양시켜야 했기에 일부러 가사도 그런 느낌으로 작사하게끔 했다.

그래서 이빈이의 이 말이 내게는 굉장히 의외였다.

“노래의 장르나 가사를 떠나서, 이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가수들이 얼마나 많이 준비했을지를 나는 얼추 아니까. 누군가의 데뷔 무대를 볼 때마다 나는 그게 먼저 떠오르더라고. 너한테는 창피해서 비밀로 했었는데, 네 솔로 무대 때도 그렇고, 헌터걸스 데뷔할 때에도 똑같이 몰래 훌쩍였어.”

그랬었군.

동시에 이빈이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대 바깥에서 훌쩍이다가, 다시 올라와서 아무렇지도 않게 진행하고.

이래서 이빈이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겸 가수라고 불리는가 보다.

“프로는 역시 다르네.”

“왜 그래, 같은 프로끼리. 헌터보이즈 다른 멤버들은 몰라도, 너는 이번이 첫 데뷔가 아니잖아.”

“그렇긴 하지.”

엄밀히 말하면 나는 두 번째 데뷔다.

이빈이가 내 술잔을 채워 주려고 했다.

그러나 내가 먼저 거절했다.

이빈이가 아쉬움을 담아 물었다.

“왜? 더 마시지.”

“내일 촬영 있어.”

“무슨 촬영인데?”

“헌터보이즈 단독 프로그램 하나 예약되어 있어서. 내일부터 바로 시작할 거래.”

“아까 그 촬영팀이 그쪽 관련 팀이었어? 낯선 스태프들이 보이던데.”

“어, 아마 맞을 거야.”

나나 데이브는 이미 사람들에게 널리 이름이 알려진 유명인이지만, 아직 나머지 멤버들의 존재감은 그리 큰 편이 아니었다.

게다가 헌터보이즈는 오늘 막 데뷔했을 뿐이고.

초기에는 당연히 홍보가 필요한 법이다.

그래서 헌터보이즈라는 그룹을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수단이란 수단은 최대한 다 동원할 생각이다.

“피곤하겠네.”

“피곤해도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몬스터 피 냄새 맡으면서 싸우는 것보다, 방송 일정으로 바쁘게 움직이는 나날이 더 편하니까. 너도 나빈이 때문에 잘 알지?”

“그러엄! 나빈이가 소집 명령 받고 나갔는데 밤새도록 집에 안 들어오는 날이면,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바로 몇 시간 뒤에 스케줄 때문에 나가야 하는데도 도저히 집에서 못 나가겠더라.”

헌터만 고생하는 게 아니다.

이렇게 헌터의 가족들도 늘 자신의 자식이, 동생이, 형이, 누나가 무사하기를 늘 바라며 지냈다.

물론 지금도 이런 일이 아예 없어졌다고 볼 수는 없다.

얼마 전에 네크로맨서 같은 녀석이 다시 나오기도 했고.

아직 어떤 강한 몬스터들이 또 인류의 눈을 피해 몰래 숨어 있는지 어떤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다.

방심은 절대로 해선 안 될 행동이니까 말이다.

슬슬 취기가 올라오는지, 이빈이의 발음이 점점 꼬이기 시작했다.

“아무튼…… 대성하쉬길 바람니다, 울 칭구!”

“그래, 그래. 고마워.”

누가 보면 내가 아니라 이빈이가 데뷔 무대 가진 줄 알겠다.

* * *

어제 이빈이한테 말했던 대로, 우리 헌터보이즈 단독 프로그램인 ‘나라를 구한 아이돌’ 촬영을 위해 아침 일찍부터 준비를 서둘렀다.

타이틀이 너무 길어서 내부적으로는 ‘나구아’라고 불리고 있었다.

첫 촬영 장소는 멤버들이 머물고 있는 숙소다.

나 같은 경우에는 솔로 활동도 같이 겸하고 있었기에 숙소 생활은 안 하기로 했지만, 나머지 멤버들은 같이 이동해야 할 일이 많아서 승훈이 형이 픽업하기 쉽게끔 숙소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참고로 데이브도 나처럼 숙소 생활은 안 하기로 했다.

녀석도 가수가 아닌 방송인으로 가끔씩 혼자 스케줄에 나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승훈이 형 혼자선 나와 데이브, 그리고 나머지 헌터보이즈 멤버들의 모든 일정을 다 관리할 수 없었다.

몸이 세 개라면 가능하지만, 아직까지 분신을 만드는 기술은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매니저를 추가로 더 고용하기로 했다.

승훈이 형이 메인 매니저이자 매니저 1을 맡고 있고, 그 뒤를 이어서 매니저 2가 김나예, 매니저 3가 남강원.

이렇게 3인 체제를 구축했다.

승훈이 형과 함께 나는 숙소를 찾았다.

‘나구아’ 프로그램을 촬영하는 요 한 달 동안, 당분간 멤버들이 지내는 숙소에서 생활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형, 데이브는?”

“곧 올 거야. 애들은 지금 자고 있고.”

“어허, 형이 왔는데 아직도 잔다고? 안 되겠구만.”

리더로서, 그리고 형으로서.

예절 주입 좀 해 줘야겠다.

숙소에는 총 다섯 개의 방이 존재한다.

나와 데이브가 각각 방을 하나씩 맡아서 쓸 예정이고. 니암이 하나를, 그리고 다른 한 방은 딜런과 준서가 같이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방이 하나가 남는데, 여기는 드레스룸으로 사용 중이라고 들었다.

우선은 니암이 머물고 있는 방부터 습격했다.

방문을 여는 순간, 니암이 눈을 번쩍 떴다.

“뭐야, 바로 알아차리네? 역시 B랭크구만.”

“형이 만약에 각 잡고 기척을 숨겼으면, 아예 눈치 못 챘을 겁니다. 그냥 평범하게 들어오셨으니까 바로 알아차린 거죠.”

“그래, 그래야지. 아이돌 생활도 좋지만, 아직 몬스터들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니까, 틈날 때마다 훈련도 꾸준히 해 둬.”

“예, 알겠습니다.”

“그러면…… 딜런하고 준서 쪽으로 가 볼까.”

이번에는 니암이 말한 것처럼 아예 내 기척을 감추고 접근해 보기로 했다.

마나로 내 흔적을 완전히 지워 버렸다.

문을 살포시 열자, 세상모르게 자고 있는 두 명의 동생이 눈에 띄었다.

살금살금 다가가서…….

“왁!”

크게 소리를 지르자, 준서하고 딜런이 격하게 놀랐다.

“까, 깜짝이야!”

“태, 태오 형?!”

“그래, 나다, 이 녀석들아. 리더님께서 오셨는데, 누가 늘어지게 잠이나 자고 있으랬어?”

아직 촬영이 시작되려면 한참 멀었다.

스태프들이 와서 관찰 예능처럼 우리 숙소 여기저기에 카메라를 달 예정이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남았다 해도 여유를 부려서는 안 된다.

“일어나서 청소부터 해야지. 그래도 아이돌인데, 옷가지 바닥에 막 널브러져 있으면, 스태프들이 뭐라고 생각하겠냐? 자, 얼른 일어나.”

마치 늦잠을 자는 형제들을 깨우러 온 엄마처럼, 덮고 있던 이불을 확 걷어 버렸다.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응시하는 준서와 딜런.

하지만 내 말이 틀린 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기에 어쩔 수 없이 행동에 나섰다.

“일단은 방 청소부터 하고. 그리고 니암, 너는 거실에 있는 저 쓰레기들부터 치워라. 승훈이 형도 도와줄래?”

“그래야지. 데이브가 있으면 이런 거 잘할 텐데.”

청소에 열중하던 준서가 의아함을 드러냈다.

“데이브 형, 청소 잘해요?”

“어. 걔가 결벽증까지는 아닌데, 거기에 버금갈 정도로 깔끔한 걸 굉장히 좋아하거든. 그래서 처음에 몬스터들하고 싸울 때, 자기한테 몬스터 피 안 튀기게끔 싸우는 방법을 계속 연구했대잖아.”

그게 어느 정도까지 소용이 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근데 뭐, 나도 몬스터 피 내 옷에 튀기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 성격이다 보니까, 데이브의 마음에 공감은 간다.

한창 대청소에 열중할 무렵.

데이브가 우리 숙소를 찾았다.

“마침 청소하고 있었군. 안 그래도 나도 여기 싹 다 갈아엎을 생각으로 왔는데.”

양손에는 온갖 청소 도구들이 들려져 있었다.

사실 처음에는 청소업체한테 맡길까 하는 이야기도 잠깐 나왔었다.

그런데 데이브는 본인의 손으로 구석구석까지 청소를 해야 만족하는 스타일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이렇게 직접 청소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집안일 정도는 본인 손으로 하는 게 좋으니까.

나도 바쁜 생활을 하긴 하지만, 가끔씩은 내 손으로 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게 다 누나의 교육 덕분이지.’

데이브에 우리 누나까지 여기에 와 있으면 완벽한 청소가 이루어졌을 텐데.

그게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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