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69화 (69/250)

제21장. 반전을 품은 연습생 (1)

예정되어 있던 촬영 시간이 되자, 스튜디오의 조명이 번쩍번쩍 빛나기 시작했다.

동시에 연습생들도 동기들과 나누던 대화를 급하게 종료하고 무대 쪽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잠시 뒤.

GSS가 시작할 때마다 들리는 배경음이 재생되자, 연습생들의 환호성도 동시에 커졌다.

무대 위에서 조윤혁이 모습을 드러내자, 환호성의 크기는 배가 되었다.

“안녕하십니까. 대한민국 최고의 걸 그룹을 가리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걸스 스타 스테이지! 연습생 여러분들,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예!”

2차 미션을 마치고 다시 촬영 현장으로 모이게 된 연습생들.

아직 방영이 되진 않았지만, 무대 하나하나가 상당히 괜찮은 퀄리티를 자랑했다고 스태프들로부터 건너건너 들었다.

나도 보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시간을 과거로 되돌리는 능력까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그렇구나 하고 넘길 수밖에 없었다.

영상을 보는 방법도 있지만, 아무리 내가 출연자라 할지라도 그런 걸 대놓고 보여 달라고 요구할 수도 없고 말이다.

큐시트를 든 조윤혁이 연습생들을 향해 물었다.

“한 주간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송유별 연습생?”

대놓고 지목을 당한 송유별이 스태프로부터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1차 개인 미션 당시에 1위를 차지했던 송유별 연습생.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기에 PD도 송유별 연습생을 한 번이라도 더 비추고자 일부러 이런 작은 인터뷰 코너까지 만들어서 넣은 것 같다.

송유별이 마이크를 들고서 아직 얼떨떨해 보이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냥…… 집에서 푹 자기만 했던 거 같아요.”

“밖에는 아예 안 돌아다녔나요?”

“가끔 집 앞 편의점 갈 때만 나갔어요.”

“편의점 직원이 알아보던가요?”

“아…… 네.”

수줍게 대답하는 송유별의 모습에 연습생들은 환호성과 동시에 부러움의 눈빛을 보냈다.

GSS 프로그램 출연 이후, 그녀들은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었다.

어딜 가도 사람들이 알아보기 시작하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으니까 말이다.

송유별을 시작으로 조윤혁이 몇몇의 연습생들을 추가로 더 지목했다.

다들 하나같이 송유별과 같은 부류의 대답을 들려줬다.

“마지막으로 진슬혜 연습생.”

“네!”

하위권에 속해 있는 연습생의 이름이었다.

비주얼만 따지면, 송유별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는 기색이 없을 정도로 빼어난 미모를 지닌 연습생.

하지만 아직 눈에 띄는 활약상을 보여 주지 못해서 계속해서 순위가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

개인적으로 좀 아깝다고 해야 할까.

딱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송유별처럼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어필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온다면, 제작진이 진슬혜도 열심히 밀어줄 거 같은데.

아직은 그게 안 되는 거 같다.

“진슬혜 연습생도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던가요?”

“저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지하철을 타도 알아봐 주시는 분은 안 계시더라고요.”

“더욱 열심히 해야겠네요.”

“네!”

진슬혜는 실망하지 않고 기운차게 답했다.

‘멘탈이 괜찮은 친구네.’

개인적으로 한번 지켜보고 싶다.

짧은 인터뷰도 끝났고.

조윤혁이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3차 팀 미션을 평가하기 위해 특별심사위원을 모셨습니다. 여러분, 누군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궁금해요!”

70명의 연습생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서 외치니까 스튜디오 전체가 울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기대가 엄청 큰 거 같은데.

막상 내가 나왔다고 실망하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은 걱정도 좀 들었다.

그러면 마음의 상처가 꽤 클 거 같은데.

남들 몰래몰래 쓴웃음을 삼켰다.

“특별심사위원님을 소개하겠습니다! 큰 박수로 환영해 주세요!”

번쩍이는 조명 빛을 따라 무대 위로 올라섰다.

내가 등장하자, 우려했던 것과 다르게 연습생들의 리액션은 어마어마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연습생들은 서로를 붙잡고서 눈을 믿지 못하겠다고 아우성을 쳤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분위기에 압도되어 무서울 정도였다.

조윤혁이 내게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했다.

“안녕하세요. 가수 겸 헌터, 태오입니다. 반갑습니다.”

“태오 선배니이임!”

“꺄아악-!”

이거, 가요 프로그램 무대 섰을 때 봤던 팬들의 환호성보다 더 뜨거운데.

누가 보면 내 팬 미팅이라도 여는 줄 알겠다.

당연히 그건 아니다.

한동안 연습생들의 흥분이 가라앉을 생각을 하질 않았다.

결국 조윤혁이 직접 나서야 했다.

“자 자, 진정들 하시고요. 우선 태오 씨, 혹시 왜 태오 씨가 특별심사위원으로 발탁되었는지, 제작진한테서 들은 게 있을까요?”

“아니요.”

생각해 보니 이유를 들은 적이 없었다.

캐스팅 제의가 왔으니까 그냥 알겠다고 한 게 다였으니까 말이다.

굳이 이유까진 물어보지 않았는데.

뭔가 특별한 사정이 있나 보다.

“실은 저희가 1차 미션이 끝나고 연습생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적이 있거든요.”

연습생들은 다들 기억하고 있다는 듯이 연달아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서 나만 모르는 거 같은데.

일단은 조윤혁의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했다.

“그 설문 조사 내용이 뭐였냐면, 만약 심사위원으로 특별히 초빙하고 싶으신 분이 계시다면 누구일지 적어서 제출하라는 거였습니다. 거기서 태오 씨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래서 저한테 연락이 왔던 거군요.”

“예. 저희 작가들이 연락 보내면서 내심 태오 씨가 출연 제의 거절하면 어쩌나 긴장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고요. 나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조윤혁이 제작진을 대표해서 내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런 이유가 있었군.

처음부터 말을 해 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제작진이 불안해할 것 없이 그 자리에서 바로 출연하겠다고 답을 했을 것이다.

그래도 뭐, 결과적으로는 잘 성사되었으니까.

조윤혁이 말한 대로, 설문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나답게 아까부터 연습생들의 빨개진 얼굴이 원래 색으로 돌아올 줄 모르고 있었다.

나를 정말 많이 좋아하나 보네.

괜히 내가 다 머쓱해졌다.

조윤혁이 더불어서 연습생에게 추가 사항을 알렸다.

“특별심사위원으로 선정된 태오 씨는 3차 미션까지 저희와 함께하게 되셨는데요. 팀 미션을 보시고, 태오 씨도 다른 심사위원분들과 마찬가지로 각 팀별로 점수를 매겨 주시면 됩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연습생 여러분들은 긴장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갑자기 타깃이 연습생들 쪽으로 바뀌자, 그녀들이 크게 당황했다.

머리 위에 제각각 ‘왜요?’라는 물음을 띄우고 있을 때.

조윤혁이 그녀들에게 폭탄 발언을 날렸다.

“여러분들이 연습하는 도중에 갑자기 태오 씨가 방문하실 수도 있거든요.”

아, 그거로군.

이건 나도 PD에게 사전에 들은 설명이었다.

GSS 연습생들은 현재 이 촬영 스튜디오 바로 옆에 마련되어 있는 기숙사에서 공동으로 생활하고 있는 중이다.

낮이든 밤이든, 언제든 연습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이곳.

여기에 내가 예고도 없이 깜짝 등장해서 연습생들의 미션 준비 현황을 체크할 수 있다.

원래 이런 건 말로만 깜짝이지, 사실은 이때쯤에 내가 등장하고, 이 타이밍을 연습생들이 다 알고 있고. 이런 식으로 짜인 대본이 다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GSS는 진짜다.

여기 프로그램의 PD가 리얼 중에서도 리얼함을 강조하고 싶은 모양인지, 내가 방문할 당시에 연습생들에게 일절 연락이 없을 거라고 했었다.

연습생들도 이미 이거 비슷한 몰래카메라를 많이 당했던 건지, 망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연습생들의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내가 다시 마이크를 들어 올렸다.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마시고요. 그냥 편하게, 아는 오빠가 응원하러 왔구나 하고 생각해 주세요.”

일단은 이렇게 말을 해 주긴 했는데.

연습생들이 과연 얼마만큼 내 말을 받아들일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 * *

특별심사위원으로 참가한 내 소개가 끝나고, 3차 팀 미션이 바로 공개되었다.

내용인즉슨.

“선배 가수님들의 노래를 커버해서 무대를 꾸미면 됩니다!”

70명의 연습생들이 제각각 팀을 꾸려서 총 일곱 개의 곡을 연습한다.

그러면 대략 한 팀에 열 명 정도가 나오는 건가.

정수로 딱딱 떨어지게끔 숫자를 나눌 건지, 아니면 커버할 노래를 불렀던 가수들의 팀 인원수에 맞게끔 12명, 6명, 8명, 이런 식으로 차등 분배를 할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일단 내 차례는 끝났고.

3차 미션에 대해선 나중에 정리되는 대로 제작진이 내게 파일로 보내 줄 거라고 했지만.

“혹시 저도 남아서 같이 봐도 됩니까?”

PD에게 슬쩍 양해를 구해 보기로 했다.

PD는 당연하다고 말하면서 고개를 여러 차례 끄덕였다.

“태오 씨가 여기 계시면 저희야 좋죠. 원래는 그렇게 말씀드릴까 했었는데, 요즘 많이 바빠 보이셔서…… 그래서 저희가 3차 미션 내용을 따로 정리해서 보내 드릴 거라고 말씀드렸던 겁니다.”

바쁜 건 맞다.

하지만.

“제가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급한 일은 아니니까.

카메라 뒤에 몰래 자리를 잡고서 연습생들의 곡 선택 과정을 지켜보기로 했다.

미니 게임을 통해서 곡 선택을 하기로 한 연습생들.

지난 2차 미션 때 우수한 성적을 거뒀던 상위 일곱 명이 각 조의 조장이 되어 게임을 펼치고, 여기서 우승한 사람이 팀원과 곡 우선 선택권을 가진다.

1위를 달리고 있는 송유별을 포함해서 일곱 명의 연습생들이 무대 앞으로 나왔다.

미니 게임 내용은 주사위 굴리기.

두 개의 커다란 주사위를 굴려서 가장 높은 숫자가 나온 연습생이 이기는 간단한 게임이다.

송유별이 먼저 주사위를 굴렸다.

거의 천장까지 닿을 뻔했던 주사위가 아래로 내려와 한참을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첫 번째 주사위 숫자는 6.

출발이 나쁘지 않다.

그다음 숫자는…….

“또 6이네요!”

조윤혁의 말에 연습생들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도합 12.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숫자 중에서 가장 높은 숫자가 나온 것이다.

역시, 1위는 뭘 해도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 그래도 실력도 좋은데, 이렇게 운까지 따라 주면 이건 뭐, 송유별이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른 연습생들도 열심히 주사위를 굴려 봤지만.

아무리 그래도 12라는 숫자를 넘을 순 없었다.

조윤혁이 이번에도 1위를 유지한 송유별에게 다가갔다.

“요즘 송유별 양, 뭘 해도 되는 시기인가 보네요.”

“그런 거 같아요. 원래 제가 운이 없기로 소문이 자자한 사람이었는데, 깜짝 놀랐어요. 그 전에는 가챠 게임에서 뽑기 돌려도 막 천장 찍고, 그랬거든요.”

“오늘을 위해 액땜한 게 아닐까요. 자, 곡 선택해 주시고, 다음에 팀원을 선택해 주시죠.”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 송유별.

자신처럼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연습생들로만 팀을 구성하려고 하지 않을까 예상된다.

“곡은 가장 첫 번째로 고를 거고요. 그리고 팀원으로는 우선…….”

모두의 귀추가 주목되는 순간.

반전이 벌어졌다.

“진슬혜 연습생을 먼저 데려올게요.”

설마 최하위권에 속한 연습생을 데려갈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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