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63화 (63/250)

제18장. 조사 결과 (3)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는 것도 아니고.

이 잠잠한 바닷속에서, 그것도 낚시를 하러 온 상황에서 설마 물고기도 아니고 몬스터를 낚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한창 헌터로 활동할 때에도 낚싯대로 몬스터를 낚아챈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나조차도 당황하고 말았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어!’

어쩐지.

물고기치고는 너무 저항이 거세다 싶었다. 혹시나 해서 낚싯줄에 마나를 두르지 않았다면 바로 끊겼을 정도였으니.

한편, 몬스터의 등장에 출연자, 제작진 모두가 다 혼비백산했다.

“어, 어떻게 합니까, 태오 씨!”

PD가 당황해서 내게 의지했다.

여기서 몬스터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일단 이 녀석, 물 밖으로 꺼내야겠습니다.”

“예? 가, 가능할까요?”

“모릅니다. 그래도 해 봐야죠.”

아무리 나라 할지라도 바닷속에 들어가서 몬스터와 싸우는 건 압도적으로 불리하다.

주변을 빠르게 살폈다.

놈을 밖으로 꺼내겠다고 말은 했지만.

근처에 육지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 상태 그대로 배를 몰아서 육지까지 다시 돌아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거 같고.

어쩐다.

‘생각해 보자, 생각을…… 아!’

마침 있었다.

녀석을 꺼낼 장소가.

“PD님! 서브 배 좀 비워 주실 수 있을까요?”

“예? 비우다니요?”

“저 위에 몬스터 녀석을 올려 보려고요!”

출발할 때 우리만 탄 배만 나선 게 아니었다.

혹시 모를 서브용 배까지 같이 출발했었다.

PD가 당황하는 사이, 황 선생님이 먼저 버럭 소리쳤다.

“배보다는 여기 있는 사람들 안전이 우선이잖아! 서브 배에 타고 있는 스태프들 다 이쪽으로 옮겨 태우고, 나머지는 강 헌터 말대로 해!”

“아, 알겠습니다!”

역시 대배우답게 이 다급한 상황 속에서도 성량이 어마어마했다.

PD가 서브 배에 탄 제작진에게 빠르게 무전을 보냈다.

두 배가 서로 맞붙은 사이.

나는 낚싯대를 이용해서 계속 몬스터와의 기 싸움을 펼쳤다.

바닷속에 숨어 있다가 나한테 딱 걸린 몬스터의 정체는 굴루라는 이름을 가진 놈이다.

상반신은 인간형에 소의 머리 형태를, 그리고 하반신은 인어처럼 꼬리를 지니고 있는 괴생명체다.

위험 등급이 꽤 높아서, 해상에서 마주치면 S랭크 헌터라 할지라도 쉽게 상대할 수 없는 꽤 위험한 몬스터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도 어떻게든 녀석을 위로 끄집어내려고 하는 것이다.

서브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우리 쪽 배로 옮겨 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다시 한번 나와 굴루의 힘겨루기가 펼쳐졌다.

그러나 녀석은 배 밑으로 숨고서 쉽게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망할 녀석……!”

여기가 지상이었더라면 한주먹거리도 안 됐을 텐데.

그게 아니어서 본의 아니게 쩔쩔매야만 했다.

이때, 황 선생님이 내게 물었다.

“녀석을 유인할 게 필요한가?”

“네, 선생님!”

“그렇다면……!”

황 선생님이 갑자기 루어 미끼를 꺼냈다.

거의 사람 주먹만 할 정도로 상당히 큰 루어였다.

“흐앗!”

캐스팅을 시도하는 황 선생님.

흔들리는 배 위에서 다른 사람들은 무게중심도 제대로 못 잡는데, 선생님만 유일하게 혼자서 낚싯대를 들고 똑바로 서 있었다.

이것이 40년 경력의 낚시 짬에서 오는 바이브인가?

헌터인 내가 봐도 경이로울 정도였다.

황 선생님의 미끼가 효과가 있는 모양인지, 굴루가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

내 낚싯바늘에 걸려 있어서 자연스럽게 움직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제대로 힘을 받는 위치에 선 나는 그대로 낚싯대를 들어 올렸다.

황 선생님이 나에게 누누이 강조했던 챔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녀석을 들어 올리기 위해 계속해서 낚싯대를 올렸다.

힘 대결로 가면, 녀석보다는 내가 쉽게 우위를 점할 자신이 있었다.

이를 증명하듯, 굴루의 머리가 수면 위로 나왔다.

이 기세를 몰아붙여 나는 낚싯대를 다시 힘껏 들어 올리는 데에 집중했다.

촤아악!

놈의 몸이 완전히 공중으로 솟았다.

“……!”

출연진, 스태프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물속에 있었을 때에는 몰랐는데, 막상 이렇게 꺼내고 보니 덩치가 어마어마해서 깜짝 놀랐을 것이다.

“으랴아아앗!”

기합 소리를 내지르면서 녀석을 서브 배 위로 패대기쳤다.

쿠우웅!

선장실이 잔인하게 뭉개졌다.

녀석의 몸무게만 하더라도 톤 단위다.

서브 배가 박살이 안 난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보는 게 좋았다.

낚싯대를 바로 손에서 놓은 나는 놈이 쓰러진 서브 배를 향해 그대로 점프했다.

그리고.

놈의 복부에 착지했다.

묵직한 충격에 굴루의 입에서 피가 분수처럼 새어 나왔다.

아직 멀었다.

“이건 나 고생시킨 복수다.”

오른 주먹을 꽉 쥔 뒤.

녀석의 머리를 가격했다.

거대한 머리가 내 주먹질 한 방에 그대로 함몰되었다.

콰직! 하는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녀석의 움직임도 멈췄다.

몬스터 피로 얼룩진 손을 가볍게 털어 냈다.

굴루를 완전히 제압한 나를 보면서 황 선생님이 크게 웃으셨다.

“아주 대어를 낚았구만!”

“그러게요.”

대어치고는 좀 그렇긴 한데.

그래도 뭐, 숨어 있던 몬스터 한 마리 찾아내서 없앤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 * *

갑작스러운 몬스터의 등장으로 인해 촬영은 완전히 엉망이 되어 버렸다.

당연히 여기서 계속 촬영을 이어 간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상황.

혹시 또 모르지 않는가, 이 녀석 말고도 굴루가 몇 마리 더 있을 수도 있으니까.

나머지는 헌터 협회에게 맡기도록 하고.

나는 스태프들과 함께 촬영을 중단하고 다시 육지로 돌아오게 되었다.

때마침 저녁 먹을 시간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바로 서울로 올라가려고 했으나.

생각보다 촬영이 너무 일찍 끝난 탓에 승훈이 형이 나를 픽업하기로 했던 시간을 제대로 맞출 수가 없었다.

연락을 받은 승훈이 형이 바로 차를 끌고 이곳으로 오겠다고 했지만, 거리가 거리인지라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PD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어차피 매니저님 오실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셔야 하니까, 식사 촬영까지만 하고 가시는 건 어떻습니까?”

‘강태공들 나가신다!’는 두 파트로 나뉘어 촬영된다.

첫 번째는 낚시 파트. 말 그대로 낚시만 계속 하는 게 일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출연자들이 잡은 물고기로 회나 튀김, 초밥 등 다양한 음식들을 만들어서 식사를 하는 파트다.

원래부터 이 후반 파트까지 촬영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나는 흔쾌히 알겠다고 답했다.

오늘 촬영이 강제로 중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PD와 스태프들의 표정은 생각보다 어둡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촬영 시작할 때보다도 밝은 편이었다.

이유는 굳이 생각 안 해 봐도 알 수 있었다.

‘내가 몬스터 때려잡는 현장을 바로 가까이서 촬영할 수 있어서 그렇겠지.’

몬스터를 퇴치하는 과정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장면 자체가 굉장히 희귀하다는 뜻이다.

그런 진귀한 모습을 ‘강태공들 나가신다!’ 제작진이 카메라로 고스란히 담았으니, 흥미진진한 장면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게다가 이미 오늘 일이 기사로 다 나갔을 테니, 화제성 또한 어마어마하다.

시청자들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서라도 이번 편을 ‘본방사수’ 하려고 할 터.

PD는 오히려 촬영이 중단된 게 호재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역대급 방송이 나왔으니까.

문제는 어디까지 방송으로 내보내게 해 줄 것인지, 윗선의 허락을 맡아야 한다는 게 조금 귀찮을지도 모른다.

“근데 오늘 물고기 잡은 게 없지 않나요? 재료가 없는데, 저녁은 어떻게 하시나요?”

“어차피 오늘 저녁은 바비큐 파티를 할 생각이었습니다. 저희가 낚시 예능 프로그램이 콘셉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맨날 수산물만 먹는 건 아니거든요.”

하긴, 이전에는 초복이라고 점심으로 삼계탕을 먹는 장면도 있었으니까.

그리고 오늘은 제작진이든 출연자든, 다들 몸 고생 마음고생이 심하지 않았나.

충분히 이해한다.

숙소로 가서 1시간 정도 쉬다가 출연자들과 함께 저녁 먹을 장소로 향했다.

숙소 앞에 마련되어 있는 커다란 마당.

이곳에서 바다를 보면서 식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스태프들이 이미 먹기 좋게 고기를 다 익혀 두고 상까지 차려 준 덕분에 우리들이 따로 할 일은 없었다.

그저 앉아서 토크 타임을 가지면서 부족한 방송 분량 뽑아 주고, 고기만 얌전히 먹으면 된다.

황 선생님이 가운데에 앉으시고 나머지는 우리들이 적당히 자리를 잡았다.

“게스트들은 식사하고 바로 가는 거야?”

황 선생님이 PD에게 직접 물었다.

PD가 고개를 끄덕이자, 선생님이 굉장히 아쉬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나는 우리 강 헌터, 꽤 마음에 들었는데.”

“저도 선생님하고 같이 낚시하고 싶습니다. 나중에 꼭 다시 불러 주세요.”

“그럴게. 그래야지. 무게로만 따지면, 여태껏 우리가 낚은 물고기보다도 훨씬 더 많이 잡은 셈인데. 나중에 불러야 하지 않겠어? 그때는 우리가 리벤지하는 콘셉트로. 어때?”

“하하, 좋네요.”

물론 내가 오늘 잡은 건 물고기가 아니었지만 말이다.

세련 씨도 이대로 끝난 게 많이 아쉬운 모양인지, 황 선생님에게 자신의 재출연 의사를 어필했다.

“그때는 저도 같이 불러 주세요, 선생님.”

“그래, 그래. 이렇게 둘이 언젠가 꼭 다시 부르자고. 그때는 몬스터 없는 데로 가서 낚시하고.”

선생님의 위트 있는 말에 모두가 크게 웃었다.

그때야말로 평화롭게, 느긋하게 낚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나와야겠다.

* * *

승훈이 형이 운전하는 차를 타자마자 나는 바로 집으로 향했다.

느지막한 아침에 눈을 뜬 후, 대충 씻고 협회로 출발할 준비를 모두 마쳤다.

차를 끌고 가는 동안, 라디오에서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리그에 이어서 이번이 벌써 두 번째.

심지어 둘 다 내가 출연자로 나올 때 벌어진 일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어제의 소식이 하루 종일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다.

여기저기서 인터뷰 요청도 쇄도했다.

평소의 나였더라면 짧게나마 인터뷰를 해 줬겠지만.

오늘은 매우 중요한 일이 있기에 정중히 거절해야만 했다.

어제 촬영이 시작되기 전에 이철민 소장한테 들었던 바로 그 건에 관한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수조사가 끝나고 나와 데이브처럼 노래를 통해 버프를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헌터들이 지금, 이철민 소장과 함께 연구소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인지, 내 두 눈으로 꼭 확인하고 싶었다.

차를 주차시키고 연구소로 향했다.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내 걸음에는 다급함이 실려 있었다.

직접 마중을 나온 이철민 소장이 나를 소회의실로 데려갔다.

“안 그래도 그쪽 헌터들 역시 태오 씨를 보고 싶어 하더라고요.”

“데이브처럼 저를 싫어하는 편은 아닌 거 같아서 다행이네요.”

문이 열리자마자, 앉아 있던 헌터들이 벌떡 일어서면서 나를 맞이했다.

인원수는 다섯 명.

성별로 나누면 남자가 세 명이고, 여자가 두 명이었다.

‘다섯이라…… 많다고 봐야 할지, 적다고 봐야 할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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