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51화 (51/250)

제14장. 1지망 (1)

한국에서의 활동을 잠시 접고 미국으로 향했던 데이브는 다시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30분 후면 인천공항에 도착할 거라는 승무원의 안내에도 불구하고 데이브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미국에서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보고 경험했던 것이 다시금 머릿속에 떠올랐다.

데이브는 미국에 나타난 몬스터들을 토벌하기 위해 본국으로 돌아갔던 게 아니었다.

그랬다면, 아이리스가 출발할 때 같이 갔을 것이다.

데이브의 목적은 오직 하나뿐.

-정말로 강태오의 노래가 당신들에게 도움이 되었습니까?

이걸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강태오의 1집 타이틀곡, ‘나의 길’을 들으면서 몬스터들과 전투에 임했던 헌터들에게 물어본 결과.

의견이 두 부류로 나뉘었다.

‘아주 Nice!’였다는 부류와.

효과가 없었다는 부류.

후자의 경우에는 당연히 강태오의 노래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반대로 전자는 평소에도 강태오라는 존재에 대해서 좋게 평가했던 헌터들이었다.

그렇기에 노래 버프를 확실히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세 차례에 걸쳐 치러진 전투의 결과는 어땠을까?

약간의 부상자만 몇 명 있었을 뿐, 사망에 이른 자는 제로였다.

만약에 레이드 시대였더라면, 여기에 더해서 강태오의 노래가 지닌 효능이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최소 열 명 정도의 전사자는 나왔어야 한다.

‘이런 걸 보면, 강태오의 노래가 효과가 있긴 한가 보네.’

친동생인 아이리스 본인도 강태오의 노래 덕분에 힘을 얻어서 거의 과반수에 이르는 몬스터들을 혼자서 처리했다고 자랑할 정도였다.

기뻐하는 여동생의 모습을 보면서 데이브는 이걸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 아주 잠깐 고민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확실히 강태오의 노래는 헌터들에게 버프 효과를 주면서 동시에 음파로 몬스터들을 조종하는 세이렌 같은 괴물을 교란시킬 수 있다.

이건 헌터들에게 있어서 상당한 이점이다.

결론.

강태오의 노래는 도움이 된다. 그것도 아주 많이.

‘인정할 수밖에 없는 건가.’

시트에 몸을 묻은 데이브는 다른 생각으로 바꾸기 위해서 일부러 뉴스를 틀었다.

그러자 마침 강태오가 오늘 오전에 한국과 미국, 양측 대통령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한 채 기자들 앞에 서 있는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타이밍 참 구리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정상회담일이었음을 데이브는 뒤늦게 깨달았다.

백악관 측에서 데이브에게도 참석해 줬으면 하는 뜻을 전달해 왔지만, 그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강태오와 나란히 ‘투샷’으로 찍히고 싶지 않아서였다.

사람들은 자꾸만 강태오와 데이브를 비교하고 엮으려고 한다. 데이브는 이 분위기를 매우 싫어했다. 그래서 거절을 한 거였다.

그리고 하나 더.

데이브는 누군가의 통제를 받으면서 움직이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

강태오도 같은 성향을 지녔지만, 데이브가 그보다 유독 더 심한 편이다.

그래서 그는 지금 강태오와 달리 헌터 매니지먼트에 소속되어 있지 않았다.

헌터로 활동할 때에는 자신을 보조해 주고 챙겨 줄 매니지먼트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쪽과 계약을 해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혼자가 편해.’

그렇게 생각하며 점점 가까워지는 한국 땅을 바라봤다.

‘강태오, 그 자식은 지금쯤 대통령들하고 같이 밥이나 한 끼 하고 있겠지.’

적어도 오늘은 강태오와 마주칠 일이 없을 거라고 강하게 확신했다.

하지만 이 확신은 비행기에서 내리고, 캐리어를 찾고서 공항을 나서려고 할 때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사람들 사이에 섞인 채 ‘환) 데이브 (영’이라는 글자가 적힌 팻말을 든 강태오가 보였기 때문이다.

“데이브! 여기다, 여기!”

손을 붕붕 흔들며 자신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인 강태오.

그를 보자마자 데이브는 자신도 모르게 이런 말을 내뱉었다.

“What the Fuck!”

* * *

데이브의 집 주소가 입력되어 있는 내비게이션을 보면서 나는 끌고 온 차의 운전대를 돌렸다.

뒷좌석에 앉은 데이브를 힐끗 바라봤다.

옆에 앉으라고 수차례 이야기를 했지만, 데이브는 죽어도 싫다고 말하면서 결국 넓은 뒷좌석을 차지했다.

“내 옆은 부끄러워서 그러냐?”

“네놈을 운전기사로 부려 먹는 회장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일부러 여기 앉은 거다.”

“그래, 그래. 어련하실까. 안전벨트나 매십시오, 회장님.”

“……망할 녀석.”

그래도 안전벨트는 착실하게 매는 걸 보니, 말은 또 잘 듣는다.

나와 공항에서 마주친 순간부터 데이브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바쁜 와중에도 일부러 시간 쪼개서 공항까지 직접 마중 나와 줬구만.

저러니까 섭섭하네.

창밖으로 시선을 고정시킨 데이브가 내게 툭 내던지듯 물었다.

“뭐 하러 왔냐?”

“나?”

“그럼 너지, 누구겠냐고. 질질 끌 것 없이 여기까지 온 목적이나 후딱 말해. 너도 그게 편할 거 아니냐.”

역시 데이브. 내 성향을 아주 잘 안다.

“그렇다면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너, 우리 회사로 들어올래?”

HT 엔터테인먼트에 정식으로 데이브를 데려오고 싶었다.

그러나.

“안 간다, 죽어도.”

데이브의 칼 같은 대답이 이어졌다.

너무 날카로워서 손이 다 베일 것만 같았다.

뭐, 어느 정도 예상한 반응이긴 하지만, 그래도 막상 이렇게 직접 들으니까 많이 아쉽긴 하네.

“그보다, 왜 내가 네 녀석 회사로 가야 되는데, 엉?”

“이유는 많지. 사람들한테 인기 많고, 방송에 어느 정도 재능도 있고. 너, 실제로 다른 매니지먼트에서도 스카웃 제의 많이 받았을 거잖아. 안 그래?”

“…….”

침묵은 동의의 일종이다.

방금도 말했듯이, 데이브는 모든 업체가 탐내는 인재다.

HT 엔터테인먼트가 데이브에게 이런 제안을 하는 것도 이상하진 않다는 뜻이다.

약간의 특이점이 있다면, 나와 데이브의 관계 정도일까.

하지만 나는 공과 사는 철저하게 구분하는 성격이다.

우리 회사가 취할 이득을 고려한다면, 데이브의 영입은 추진할 만한 일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연 대표와 승훈이 형도 다 동의했다.

“장난으로 하는 말 아니니까 한 번쯤은 진지하게 내 제안에 대해서 생각해 봐.”

“나도 장난으로 대답한 거 아니다. 싫다면 싫은 거니까 귀찮게 하지 말고 썩 꺼져라.”

“여기서 어떻게 꺼져? 중간에 내려 줄 수도 없는데.”

“…….”

데이브의 얼굴에 또다시 불만이 차올랐다.

“이 이야기나 하자고 정상회담 자리를 뿌리치고 온 거냐?”

“뿌리치지 않았어. 대통령들한테 잠깐 개인적인 용무가 있어서 잠시 자리 비우겠다고 말했을 뿐이지.”

“세상에 두 나라 대통령들한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너밖에 없을 거다.”

“나도 알아. 그래서 한 거야.”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데이브만 딱 집에 바래다주고 다시 회담 장소로 가야 할 듯싶다.

투덜거리기는 해도, 그래도 데이브가 내 이야기를 아예 안 들어 준 건 아니니까.

무사히 녀석의 집 앞에 차를 정차시켰다.

차에서 내린 데이브가 문을 닫으려고 하기 직전.

“나중에 밥이나 한 끼 먹자고! 내가 맛있는 거 사 줄 테니까!”

“시끄럽다.”

쾅!

화풀이라도 하듯 거칠게 차 문을 닫아 버렸다.

하여간 참 까칠한 녀석이네.

* * *

다시 회담 장소로 돌아온 나는 승훈이 형이 건네준 넥타이를 재빨리 맸다.

초조한 얼굴로 시계를 바라보던 연 대표가 나를 향해 빠르게 손짓했다.

“뭐 하고 있었냐! 공동성명 곧 발표한다잖아!”

“그래서 이렇게 딱 맞춰서 오지 않았습니까.”

아마 연 대표는 내가 좀 더 시간적으로 여유를 두고 왔었으면 하고 바랐던 듯했다.

회견장에 들어선 나는 협회장과 이철민 소장이 앉아 있는 상석으로 향했다.

협회장이야 둘째 치고, 이철민 소장의 오늘 이 모습은 상당히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평소에는 머리를 감았는지 안 감았는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지저분한 더벅머리에 반쯤 감긴 눈이 패시브였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왁스로 깔끔하게 고정시킨 머리.

선이 살아 있는 슈트핏까지.

“오늘 소장님, 제대로 꾸미고 오셨네요.”

이철민 소장은 죽겠다는 표정으로 내 말에 반응했다.

“지금 당장에라도 이 옷을 찢어 버리고 싶습니다. 저는 이런 거하곤 안 어울려요.”

“에이,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제가 보기에는 잘 어울리는데요?”

연예인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반인치고는 꽤 잘생긴 편에 속했다.

맨날 이렇게 하고 다니면, 여성 연구원 마음 여럿 사로잡았을 거 같은데.

하지만 이철민 소장은 연애 따윈 관심 없겠지.

나도 잘 안다.

한창 대화를 나누고 있는 우리 둘에게 협회장이 ‘쉬잇!’ 하고 경고를 줬다.

“시작한다.”

두 대통령이 기자들 앞에 나란히 섰다.

먼저 우리나라 측이 발표를 하고, 뒤이어 미국 측이 단상에 서서 말을 이어 나갔다.

오늘 정상회담의 주요 논의 사항이었던 헌터 동맹 협약 건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몬스터의 위협으로부터 두 나라는 서로를 지켜 주기 위해 아무런 조건 없이, 절대적인 도움을 주기로 맹세한다.

이 말에 사람들이 큰 박수로 호응했다.

끝날 거 같으면서도 끝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공동성명 발표 현장.

박수 소리 때문에 잠시 현장이 시끄러운 틈을 타서 다시 이 소장에게 속삭였다.

“저도 여기와는 잘 안 어울리는 사람인가 봅니다.”

갑갑하게 느껴지는 걸 보니까 틀림없다.

* * *

어려운 일정을 소화한 나는 늦은 저녁에 잡혀 있는 가요 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옷을 갈아입었다.

리허설을 위해 무대에 오른 나는 노래를 시작하기 전에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여기가 공동성명 발표회장보다 훨씬 좋네요.”

내 말에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PD와 스태프들이 크게 웃었다.

“그래도 태오 씨가 있으니까 든든하더라고요. 미국이 먼저 우리나라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고.”

“이러니까 태오 씨가 귀빈 대접을 받는 거겠죠?”

“저희도 열심히 대우해 드릴게요.”

스태프들의 말에 이번에는 내가 웃음소리를 흘렸다.

빠르게 리허설을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온 나는 마지막으로 목 상태를 자체적으로 점검하면서 대기실로 향했다.

노래도 잘되고.

오늘 무사히 공식 행사도 끝내고 왔다.

‘여기에 데이브가 좋은 소식까지 들려주면 오늘 하루가 깔끔하게 마무리될 텐데.’

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걸 알기에 데이브 건에 대해서는 포기할 생각이었다.

내가 같이 밥이나 먹자고 한 것도 데이브는 죽어도 싫다고 했는데, 소속사 계약은 어림도 없을 것이다.

이때, 승훈이 형이 내 스마트폰을 들고 다가왔다.

“태오야, 전화 왔다.”

“누구? 협회장이라면 나 촬영 때문에 바쁘다고 해 줘.”

“협회장 아니야.”

스마트폰 액정 화면에 새겨져 있는 데이브의 이름.

“이 시간에 이 녀석이 전화를 다 하네.”

혹시 또 나한테 쓴소리를 하려고 전화한 건 아니겠지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래도 무시할 순 없었기에 일단 받아 보기로 했다.

“여보세요. 어, 아직 촬영은 시작 안 했는데…… 뭐?”

깜짝 놀라는 나를 보면서 승훈이 형이 ‘왜?’라고 작게 물었다.

“저녁 먹자고? 나하고?”

별일이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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