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50화 (50/250)

제13장. 잘못된 만남 (6)

“안녕하세요. 저, 누군지 아시죠?”

두 사람은 갑자기 연락도 없이 찾아온 나를 보고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대답조차 못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왜 하필이면 내가 이곳에 왔는지, 이들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이 모든 일이 내 머릿속에서 나왔다는 것을 둘이 알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태, 태오 씨가 여긴 어쩐 일로…….”

바슬라 엔터테인먼트 대표, 홍태평이 말을 살짝 더듬으면서 물었다.

나도 일부러 시간 쪼개서 여기까지 오고 싶진 않았다.

그래도 마무리 지어야 할 일이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온 거다.

“해피모드 멤버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예? 그야…….”

“어차피 회사 접을 거잖아요. 그러면 멤버들, 지금 계약으로 묶고 있는 거 다 해제해 주시고 저희한테 보내 주시죠.”

홍 대표의 표정이 굳어졌다.

내가 온 목적이 해피모드의 이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내가 만약 홍태평 대표라면 어떻게 대답할까?

분명히…….

“그, 그건 안 됩니다!”

……라고 하겠지.

어쩜 이렇게 내 생각대로 움직이는지, 참 신기할 노릇이다.

당연히 홍 대표는 거절할 거라고 예상했다.

왜냐하면 해피모드는 유일한 자금줄이니까.

그래서 해피모드를 계속 이 회사에 남겨 두면 위험하다.

홍 대표가 해피모드 멤버들을 데리고 무슨 짓을 시킬지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홍태평 대표 한 명만 위험인물이 아니다.

장수복 이사, 이 남자가 제일 경계해야 할 인물이다.

“그렇게 말할 줄 알았습니다.”

팔짱을 낀 나는 홍 대표의 책상 쪽을 지그시 응시했다.

서랍 아래쪽.

“저쪽에 숨겼습니까?”

“예? 뭐, 뭐를요!”

“접대 리스트 말입니다.”

“……!”

홍 대표와 장수복 이사가 경악했다.

뒤늦게 아닌 척하려고 했지만, 이미 티를 너무 많이 냈다.

“무,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그래요? 그러면 제가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릴까요? 바슬라 엔터테인먼트가 몇몇 정치인, 정부 관계자에게 접대를 시도했고, 그 명단이 따로 존재한다……. 이 정도로만 말씀드리면 될까요?”

홍 대표와 장 이사가 도리어 큰소리를 쳤다.

“저, 저희가 그런 걸 왜 합니까!”

“사람들이 전부 당신 편이라고 생각하고 멋대로 지껄이지 마십시오! 우리, 그런 사람들 아닙니다!”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글쎄요. 탈세에 마약 건까지 저지른 사람들이 그렇게 말을 하니까 설득력이 너무 떨어지는 거 같네요.”

“…….”

적어도 두 사람의 입에선 도덕과 윤리라는 단어가 나오는 일이 없어야 한다.

법은 이런 놈들을 위해서 존재하니까.

“제가 저것까지 언론에 흘리면, 두 사람은 무조건 실형 살다가 나와야 할 텐데, 그래도 괜찮다면 그렇게 하시죠.”

어차피 나는 두 사람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내 목적만 달성하면 되니까.

홍 대표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했다.

“설마 우리를 찌른 사람이……!”

“네, 접니다.”

숨길 필요가 뭐 있을까.

그리고 이렇게까지 말을 했는데, 눈치 못 채는 게 오히려 바보다.

왜 하필 자신들에게 이런 짓을 하냐는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지만, 그래 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

“법이 눈을 감아 주고 있길래, 제가 억지로 뜨게 만들었습니다. 단지 그것뿐입니다.”

“아니, 그건…….”

할 말이 없어진 모양인지 금붕어처럼 입만 뻐끔거리는 두 사람.

이때, 장수복 이사의 표정이 변했다.

“가만. 우리, 서로 어디서 본 적 있지 않습니까?”

오호라, 이제야 눈치챘나?

나를 처음 봤을 때에는 기억도 못 하더니만.

하긴, 그때 당시에 연습생이 나 한 명만 있던 것도 아니고, 수두룩하게 있었으니까.

아무리 가까운 거리에서 나를 봤다 할지라도 내가 누군지 바로 기억을 떠올리진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래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그럼에도 장수복은 손뼉을 마주치면서 내게 반가움을 드러냈다.

“맞네, 맞아! 내가 저기, 저…… ODE 엔터테인먼트에서 실장으로 일할 때 봤던 그 연습생! 이야, 반갑네! 왜 알은척 안 했어?”

갑자기 말을 놓더니, 나와 친한 척을 하기 시작했다.

나애게 손을 내밀면서 악수를 청했지만.

나는 씨익 웃기만 할 뿐, 그 손을 잡아 주진 않았다.

그러자 장수복은 머쓱해진 모양인지 손을 다시 거둬들였다.

“용케도 기억해 내셨군요. 저는 끝까지 기억 못 할 줄 알았는데.”

“아니, 그게…… 솔직히 따까리나 하던 녀석이…… 아, 아니, 미안. 아, 아무튼 그때 연습생 하던 애가 지금 같은 일류 헌터가 될 줄 누가 알았겠어?”

그건 나도 이해한다.

근데 따까리라. 좀 심하네.

승훈이 형이 뭐라고 한마디를 쏘아붙이려고 했지만, 내가 손을 뻗어서 승훈이 형을 만류했다.

화내는 사람이 지는 거다.

이럴수록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이 이기는 자의 자세라는 걸 나는 누구보다도 잘 안다.

“오랜만이네요, 장수복 실장님.”

“실장님이라. 그러게, 진짜 반갑다, 야.”

“근데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죠.”

봐줄 생각 없다.

나는 이렇게 딱 잘라서 말했다.

홍태평 대표가 내 눈치를 살피면서 장수복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어떻게든 잘 좀 회유해 보라고.

고개를 크게 끄덕인 장수복이 담배를 꺼내 들며 말했다.

“우리, 여기서 이러지 말고 오랜만에 만났는데 같이 담배나 피우면서 이야기나 좀 나눌까? 근처에 담배 피우기 좋은 곳 있는데.”

“저, 담배 안 피웁니다. 그리고 말 놓아도 된다고 한 기억은 없는데요.”

“그래……요? 어흠!”

헛기침을 내뱉으면서 장수복은 다시 내게 존댓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저놈의 비호감 성격은 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질 않는지 모르겠다.

뭐, 오히려 지금 같은 상황에선 더 좋긴 하지만 말이다.

덕분에 나는 거리낌 없이 바슬라 엔터테인먼트를 박살 낼 수 있을 거 같다.

“아까도 말했지만, 얌전히 해피모드 멤버들만 저희한테 인수인계해 주시면 됩니다. 그룹명 그대로 쓰게 해 주시고, 예명도 마찬가지고요. 물론 곡에 대한 저작권, 수익 등 모든 것을 저희가 다 관리하겠습니다.”

“아니, 그건…….”

“싫으십니까? 그러면 그냥 실형 사시든가요.”

“…….”

협상의 여지는 없다.

나는 이것을 두 사람에게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

홍태평 대표가 마지막 발악으로 내게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면 내부적으로 회의를 한번 해 본 다음에…….”

“지금 이 자리에서 결정해 주세요.”

시간 질질 끌 생각 없다.

내가 승훈이 형에게 눈짓을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미리 만들어 둔 동의안을 꺼내 이들에게 보여 줬다.

“마음에 든다면, 아래에 사인해 주시면 됩니다.”

마음에 들 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결국 홍태평 대표는 차마 움직이지 않는 오른팔을 억지로 들어 올리며 펜을 집었다.

그 모습에 장수복 이사의 입에서 무거운 한숨이 새어 나왔다.

목적은 달성했고.

더 이상 여기에 볼일이 없으니 이만 떠나기로 했다.

건물을 나오자마자 승훈이 형이 아쉬움을 담아 말했다.

“그러면 저 사람들, 감빵 못 보내는 거야?”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접대 리스트 확보 못 했잖아.”

“확보만 못 했을 뿐이지, 이미 검찰도 다 알고 있어.”

“엥? 그게 무슨 말이야?”

“연 대표님이 며칠 전에 확보해 뒀다고 하더라고. 이미 검찰에 넘겼대. 아마 내일부터 바로 그쪽도 수사 진행될 거야.”

“그러면 너, 거짓말한 거야?”

“거짓말은 아니지. 왜냐하면 내가 찌르진 않겠다고 한 거니까.”

나는 가만히 있고, 나머지는 연 대표가 알아서 진행한 거다.

그러니까 난 저들에게 거짓말한 기억이 없다.

승훈이 형이 헛웃음을 흘리면서 말했다.

“저 사람들, 적으로 만들면 절대로 안 될 사람을 건드려 버렸네.”

그랬나?

나는 나만큼 착한 사람이 또 없다고 생각했는데.

승훈이 형이 보기엔 아닌 거 같다.

* * *

예정대로 연 대표가 찔러준 바슬라 엔터테인먼트의 죄목이 추가되어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사회적 파장 역시 갈수록 커졌다.

세간에선 ‘바슬라 게이트’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이 사건을 굉장히 크게 보도했다.

수갑을 차고 기자들 앞에 선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홍 대표와 장 이사를 보면서 나는 냉커피가 담겨 있는 잔을 기울였다.

인과응보(因果應報).

나는 이 단어를 참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뉴스를 보고 있자니 방금 먹은 점심이 금방 소화되는 기분이다.

나와 같이 식사를 마친 진주 씨도 같은 기분일 것이다.

“고마워요, 태오 씨. 덕분에 저희들, 계속해서 그룹 활동 이어 갈 수 있게 되었어요.”

“별말씀을요.”

해피모드는 멤버들이 서로 헤어지지 않고 그대로 ‘해피모드’라는 그룹을 유지할 수 있어서 좋고.

나는 HT 엔터테인먼트에서 간판으로 내세울 수 있는 소중한 소속 연예인들을 포섭하게 되어서 좋다.

이거야말로 일석이조 아니겠나.

“지금 사용하고 계신 숙소, 계속 머물고 싶으시면 저한테 말해 주세요. 승훈이 형 시켜서 임대 계약 맺은 거, 저희 쪽으로 돌리게 할 테니까요.”

“아니요. 괜찮아요. 그쪽 숙소에는 따로 미련이 없어서……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요.”

“그러면 새로운 곳을 알아봐야겠네요. 제가 알기론 거기서 꽤 오랫동안 지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쉽진 않으세요?”

“아쉬움보다는 괴로운 기억이 더 많은 곳이에요. 여자들만 사는 곳에 맨날 장 이사님이 예고도 없이 들이닥쳐서 성희롱 같은 것도 하고…… 그거 때문에 너무 싫었어요.”

“그 새끼, 감빵 보내기로 하길 잘했네요.”

나는 예전에 만났던 사람이라서 지금에야 딱히 안 좋은 기억 따윈 잊어버렸는데.

해피모드 멤버들은 그게 최근의 일이었다고 하니 그저 한숨만 새어 나왔다.

“헌터로 한창 활동하면서 몬스터들만 때려잡았을 때에는 몰랐는데, 이제 평화의 시대가 다가오니까 몬스터의 빈자리를 대신하려는 인간들이 스멀스멀 나타난다는 게 안타깝네요.”

세상에는 착한 사람들만 존재하지 않는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존재한다.

빌런.

연예계에 발을 들인 이상, 이제부터 나는 몬스터가 아닌 이런 존재들과 싸워 나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눈앞에 있는 이진주 같은 피해자가 안 나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어디까지나 내 희망 사항이지만 말이다.

이진주가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켠 뒤에 내게 미소를 보내며 말했다.

“그러면 이제부터 태오 씨가 아니라 대표님이라고 불러야겠네요.”

“아니요. 저, 직함은 이사로 되어 있습니다.”

“어머, 그래요?”

“예. 그렇다고 이사님이라고 불러 달라는 뜻은 아니고요. 지금처럼 태오 씨라고 해도 됩니다.”

“그래도 저희 소속사를 이끄시는 분인데, 그렇게 부르면 안 되죠. 이사님이라고 부를게요.”

“진주 씨가 편하시다면야.”

걸 그룹도 영입했고.

HT 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 라인업을 추가로 더 늘리고 싶은데.

누구를 더 데려올까 고민하던 순간, 머릿속에 아주 유력한 후보가 한 명 떠올랐다.

‘데이브를 데려오고 싶은데.’

어떻게 안 되려나,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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